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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 원어치 원재료로 1,000만 원어치 ‘OOOO제품’ 만들어내는 한국 기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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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준 인구수 5,174만 명으로 전 세계 17위, 국토 면적 10만 제곱킬로미터로 전 세계 109위를 기록 중인 한국은 인구수로 보나, 국토 면적으로 보나 세계에서 명함을 내밀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GDP는 46,918달러로 전 세계 14위를 기록 중인 꽤 잘 사는 선진국입니다.

물론 땅덩이가 크고 인구가 많다고 무조건 잘 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인구는 경제 활동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내수 시장의 규모를 키워주고, 국토 면적이 넓다는 것은 그 아래 지하자원이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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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같은 한반도에 살지만, 한국과 북한은 지하자원 측면에서 보자면 남한은 하늘의 저주를 받았나 싶을 만큼 철저히 외면받았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북한에는 총 360종의 천연자원이 매장됐는데, 희토류 등 광물자원 매장량이 최소 3,000조 원에서 최대 1경 원이라고 하죠.

게다가 북한에 전 세계 3위 수준의 석유가 매장됐다는 보고서가 2003년에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중국 보하이만 대륙붕 유전지대에 약 1,470억 배럴이 매장됐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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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방북 후 돌아오는 길에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평양이 기름바다 위에 둥둥 떠 있다. 북한 기름을 들여오기 위한 파이프라인 매설 작업을 곧 시작하기로 북한 쪽과 합의했다.”라고 공표했습니다. 정확히 밝혀진 사실은 없지만, 아마 방북 당시 김정일이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을까 예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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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 석유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1998년 울산 남동쪽 해상에서 채산성 있는 가스전을 발견해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생산한 후 불꽃이 꺼졌는데요.

보통 화석연료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함께 매장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석유가 많으면 ‘유전’, 가스가 많으면 ‘가스전’이라고 부릅니다. ‘동해-1 가스전’에는 아주 소량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어 이를 시추했는데, 덕분에 한국도 세계에서 95번째 산유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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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근 가장 핫한 ‘제7광구’ 문제가 일본과의 관계에서 떠오르기는 했으나, 이 역시 매장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가능성에 불과해 적어도 현재까지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2022년 무역 통계를 살펴보다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한국의 정유업체들이 석유제품 수출로 무려 68조 원을 벌어들였기 때문입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 땅에서 도대체 어떤 마법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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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얼마 전 대한석유협회는 2022년 1월부터 11월까지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체의 수출액이 총 567억 달러라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환율을 넉넉히 1,200원으로 잡더라도 68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인데, 이는 전년 동기간 대비 74.9% 증가한 수치입니다. 그나마 있던 석유마저도 2년 전에 불꽃이 멈춘 상황에서 어떤 마법을 부리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종전 최대치인 2012년의 533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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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자세히 볼까요? 2022년 기준, 한국은 2021년에 이어 연속으로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2021년 기록했던 6,444억 달러를 넘어 6,839억 달러로 역대 최고 신기록을 썼죠. 더 놀라운 것은 하루 평균 수출액이 25.1억 달러를 넘었는데, 쉽게 말하면 하루에 3조 원이 수출됐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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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력 품목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석유제품인데, 석유제품은 630.2억 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65.3% 증가했고, 이로써 반도체에 이어 한국의 2대 수출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품별로 경유가 46.3%로 가장 높았고, 휘발유, 항공유, 나프타가 뒤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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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하시겠지만, 한국의 수입 품목 중 부동의 1위 품목은 단연 원유입니다. 그런데 2022년 한국은 총 1,058억 달러의 원유를 전 세계로부터 수입했는데, 석유제품 수출이 630.2억 달러로 원유 수입액의 약 60%를 석유제품 수출로 회수한 셈입니다.

여기에 석유화학제품이 542.9억 달러를 기록했으니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을 모두 합치면 원유 수입액보다 더 많은 돈을 석유와 관련된 제품으로 벌어들이고 있는 겁니다. 신기한 일이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거의 ‘석유 거지’ 수준인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기적이 가능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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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중동의 ‘오일 부자’라고 부르는 국가들은 석유를 수출해 돈을 버는데, 여기서 ‘페트롤리움’은 라틴어로 ‘돌’을 뜻하는 ‘페트라’와 ‘기름’을 뜻하는 ‘올리움’에서 유래했습니다.

석유 관련 제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원유, 또 하나는 석유제품, 또 하나는 석유화학제품입니다. 중동의 오일 부자들이 원재료인 원유를 수출하면 한국과 같은 수입국이 이를 정유해 여러 가지 석유제품을 얻습니다. 가령 LPG, 나프타,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윤활유, 아스팔트 등으로 정제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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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부탄가스를 의미하고, 휘발유는 가솔린 기관의 연료로, 등유는 보일러용 연료로, 경유는 디젤 기관의 연료로, 중질유는 선박이나 화력발전소의 연료로, 윤활기유는 윤활유로, 아스팔트는 도로 포장재로 사용됩니다.

이렇게 원유를 정제해서 휘발유, 경유, 납사 등이 추출되는데, 이들이 ‘석유제품’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이 2022년 1,058억 달러의 원유를 수입해 정제해서 석유제품으로 만들고 이를 수출한 금액이 대략 630.2억 달러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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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제품’은 석유제품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석유제품을 화학적으로 가공해서 원료로 만든 후 원유에 들어 있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생산한 것을 석유화학제품이라고 하죠. 가령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과 이를 이용해 합성수지,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을 생산하는 겁니다.

석유화학제품의 핵심은 납사입니다.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납사는 플라스틱, 비닐 등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데, 이는 페르시아어로 ‘땅에서 스며 나온 것’이라는 뜻을 가진 ‘나프트’에서 유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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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나프트의 부가가치가 어마어마합니다. 원유 1톤에서 생산 가능한 납사는 약 180kg인데,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13만 원입니다. 하지만 이를 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메탄 등을 생산하면 그 가치가 22만 원으로 상승하고, 다시 이를 원료로 스포츠용품, 사무용품, 주방용품, 생활용품 등 최종 제품으로 만들면 그 가치가 1,000만 원으로 뜁니다.

그러니까 13만 원짜리 원재료를 잘 가공하면 1,000만 원짜리 최종 제품이 되는 마법이 일어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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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대비 80배의 수익률을 안겨주는 기술이라면 억지로라도 이를 배우는 것이 맞습니다. 이 석유화학제품 덕분에 한국은 2022년 542.0억 달러를 수출했고, 석유제품에 630.2억 달러를 더하면 1년 원유 수입량보다 원유를 정제하고 가공해 더 많은 돈을 해외로부터 벌어들였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정제 기술은 세계 최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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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에너지 기업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움(BP)’은 매년 ‘BP 보고서’라고 불리는 보고서로 에너지 관련 통계를 제공합니다.

통계 중 원유를 석유제품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설비 용량을 의미하는 ‘정제설비 능력’은 원유 수급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는 원유가 아니라 휘발유, 경유, 등유 등과 같은 정제된 석유제품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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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정제설비 능력은 하루 357만 2,000배럴로, 세계 전체의 약 3.5%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은 세계 5위 수준의 정제설비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원유 수출국보다, 그리고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큰 일본보다도 원유 정제능력이 높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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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분야에서 한국은 일본에 뒤처져 있었는데, 2018년을 기점으로 일본을 앞서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의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의 한국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한 후 이를 정제해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정제 능력은 석유가 매장됐다고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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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경우 정제 능력이 한국의 36% 수준이고,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의 80% 수준, 카타르는 고작 12%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하면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 축복 같은 일이지만, 원유를 수입해 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은 후천적인 능력인 겁니다. 그만큼 한국 정유사들의 기술력이 대단하다는 말이죠. 그렇다면 오일 수출국의 이름 한 글자도 올리지 못하는 한국에서 석유산업은 어떻게 태동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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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석유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61년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1962년 ‘대한석유공사법’을 제정해 이듬해 울산에 ‘대한석유공사’를 건설하면서 석유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는데요.

정유 공장이 건설되면 이를 통해 석유를 정제하고, 정제한 석유를 이용한 석유화학제품 산업이 자리 잡게 되는데, 특히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자원이 극히 부족한 한국에서 생필품을 생산할 수 있는 꿈의 산업입니다. 이를 통해 옷이나 신발, 타이어 등을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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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산업의 중요성을 절감한 한국 정부는 ‘제3차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여수에 제2 정유공장 및 석유화학 단지를 조성했고, 이때부터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이 국내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습니다.

그렇게 1990년대 중반까지는 석유화학 육성법에 의해 정부 주도로 발전을 꾀했지만, 이후 민간이 주도하면서 현재는 미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4위의 석유화학 산업 초강대국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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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위에서 잠시 언급하기는 했지만, 1997년까지 한국보다 앞섰던 일본의 정제 능력은 어쩌다 하락하게 된 것일까요?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판단 미스가 중첩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30여 년간 석유 산업을 성장시키면서 한국의 정유업체들은 몸집을 불리고 생산량 증대를 위한 시설 고도화와 더불어 수출에 거의 올인하다시피 했습니다만, 일본의 정유기업들은 내수에 집중했습니다. 인구수 1억이 넘는 내수시장만 잘 장악해도 충분히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죠. 여기에 오로지 내수시장만 바라보고 생겨난 소규모 업체들과 과다 경쟁이 불가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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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수시장에서 내국인의 소비가 줄면 당연히 위기가 도래하기 마련인데, 이때 정부가 나섭니다. 소위 ‘석유산업 합리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업체 간 인수합병을 유도해 대형화를 추진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한때 17개에 달했던 일본 내 정유회사는 5개로 재편됐죠.

뿐만 아니라 각 정유사에 “정제설비의 13% 이상을 고도화하라.”라는 명령을 내렸는데요. 고도화 설비란 원유를 정제하면 50% 가까이 가격이 낮은 잔사유가 추출되는데, 이 저렴한 잔사유를 이용해 휘발유, 경유 등의 고부가가치 오일을 생산하는 설비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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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에서 일본 기업들이 잔머리를 굴렸습니다. 즉, 정제설비의 13% 이상을 고도화시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첫째, 새로운 고도화 시설을 건설해 비중을 높이거나 둘째, 기존의 노후화된 정제 시설을 허물어 고도화 시설의 비중을 높이는 겁니다.

일본 정유사들이 선택한 방식은 후자입니다. 새로운 고도화 시설을 건설하지 않고 기존의 노후화된 시설을 허물어 고도화 시설의 절대 숫자를 유지시켜 버렸는데요. 악수였습니다. 노후화된 시설들이라고 정제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전부 허물어버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제 능력이 하락하고 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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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달리 한국은 무모하리만큼 고도화 시설을 설립했습니다. 2022년 기준, 현대오일뱅크는 40.6%, GS칼텍스는 34.4%, S-Oil 33.8%, SK에너지가 24.9%에 이릅니다. 일본 정유사들이 20% 초반,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10%에 머문다는 점에서 볼 때 대단한 비중입니다.

이미 1997년부터 한국 내수시장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갖춘 후 최소 1조 원에서 최대 7조 원가량의 설비 투자를 감행해 국내 정유사의 고도화율은 전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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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성공적인 고도화 투자에 성공한 후 수요가 급증한 동남아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2022년 기준, 전 세계 28개국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한 후 73개국으로 수출하는 기적을 써 내리고 있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한국 땅에서 아무리 파도 석유가 나오지 않았기에 한국 정유업체들은 기술을 팠고, 유전보다 더 확실한 먹거리 산업을 만들어냈으니까요. 앞으로 한국에 또 이런 산업이 등장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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