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닥터프렌즈입니다. <더 글로리>를 보다 보니까 멈출 수가 없어서 새벽까지 봤어요. 주변 대화에 끼지를 못해서 결국 못 참고 봤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그런데 드라마를 보다 보니까 적록 색약이라는 게 엄청 중요한 단서로 나와요. 그래서 전재준이 색약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약간 사이코패스적인 기질이 있고 남들을 짓밟는 재준이 자기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죠. 그런데 예솔이 적록 색약인 걸 보면서 확 애착을 갖게 되고, 친구 딸인 예솔이 사실 본인의 딸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죠.
그런데 그걸 보면 사실 좀 궁금할 수 있는 게, 사실 적록 색약이라는 게 성염색체 유전이에요. X 유전자의 열성 유전이죠. 그래서 보통은 아들한테 많이 발현되는 유전인데, 딸이 그렇게 된 설정을 보니까 굉장히 궁금해져서 안과 선생님이랑 이야기를 좀 해 보려고 해요.
최다예 안과 선생님은 저희 후배로서 삼성 안과에서 수료하시고 사시를 전공하셨습니다. 이낙준 선생님 백내장 수술했을 때도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더 글로리>를 보면 재준이 적록 색약이고 연진은 아닌데, 딸이 적록 색약이에요. 사실 이런 게 가능한 이야기인지 궁금한데, 안과 선생님 의견을 빌리자면 우리가 색맹이라고도 하고, 색약, 색각 이상이라고 하는 안과적 장애에서 그 종류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어요. 그중에서 제일 흔한 게 적록 색약이라고 하는 건데요.
적록 색약은 X 염색체, 열성 유전이거든요. 그래서 X 염색체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것이죠. 남자의 XY 염색체에서 X 염색체는 하나뿐이니까 이상이 있다면 무조건 발현되기 때문에 재준이한테는 이상이 있었겠죠.
그런데 여자아이에게 그 이상이 발현되려면 X 염색체가 2개인 여자는 2개의 염색체에 모두 이상이 있어야 해요. 그러니까 연진한테 받은 X 염색체에도 이상이 있어야 한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연진이 색각 이상자가 아니라면 연진은 보인자였던 거죠. 연진의 X 염색체 중 하나는 이상이 있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뇌피셜을 더하자면 극중 연진의 생부를 모르는데, 경찰 아저씨가 생부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만약 경찰 아저씨에게도 색각 이상이 있다면 연진의 아버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경찰 공무원 채용할 때 색각 이상 검사를 하기 때문에 드라마 설정상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여자한테 색각 이상은 드물다고 해요. 우리나라 기준으로 여자가 0.4% 정도 된다고 하고, 남자는 5.9%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드라마 설정상 기왕 확실히 하려면 딸이 아닌 색각 이상을 가진 아들을 낳았다고 하는 게 사실 조금 더 확실한 연출일 수 있을 텐데요. 이건 연진이도 보인자라는 걸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해요.
만약에 작가님이 유전에 대해서 진짜 고민을 하셨다면 무언가가 더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사실 그냥 예솔이 딸이라서 좀 더 애틋한 마음이 들잖아요. 그래서 그냥 딸로 설정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극중에서 재준이 색각 이상 때문에 사실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예솔도 그 사실을 엄마한테 되게 미안해하는데, 일상생활에서 불편감이 심한지, 어떤 케이스의 환자분들이 있는지도 궁금할 수 있어요.
일단은 색각 이상에는 종류도 다양하다고 했지만, 정도도 되게 다양해요. 그래서 옛날에 우리가 ‘색맹’이라고 말을 했는데, 우리 눈 안에는 색깔을 구분하는 세포가 3개 있거든요. 컴퓨터 그래픽에 나오는 것처럼 RGB 세포가 하나씩 있어요. 빨간색, 녹색, 파란색을 인지하는 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들이 아예 없으면 그걸 색맹이라고 했고요. 세포가 있지만, 기능이 약하면 색약이라고 구분했는데요.
사실 이 구분이라는 게 되게 어렵기 때문에 이제는 그냥 정도로 본다고 해요. 색 스펙트럼의 인지 정도로 보는데, 사실 대부분의 환자분은 아주 심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요. 그러니까 색깔을 못 보는 경우는 없고, 구분을 조금 못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보통 사람들은 빨간색이랑 녹색을 잘 구분하거든요. 그런데 적록 색약 환자분들은 빨간색과 녹색이 좀 헷갈리는 부분인 거예요. 비슷한 색깔들은 비슷하게 보여요.
대신 초록색에서 파란색으로 넘어가는 구간은 적록 색약 환자분들이 우리보다 더 잘 봐요. 그러니까 그 색깔 구간에 더 예민하대요. 그래서 우리 눈에는 다 똑같은 카키색인데, 그분들한테는 10종류의 카키로 보일 수가 있는 거죠.
그래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색각 이상이 있는 분들, 물론 아주 심한 경우는 아예 못 보지만, 그게 아니라면 색을 다르게 보는 것뿐이에요. 완전히 구분을 못 하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다고 해요. 그래서 밝기 차이가 나거나 채도 차이가 나도 다르다는 걸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색깔로 그분들이 보지 않을 뿐이지, 사실은 색 구분을 대체로 잘하시고 적응해서 잘 사시거든요.
그래서 사실 제가 드라마 보면서 궁금했던 게 아이가 신호등을 못 건너는 장면이 나와요. 사실 신호등을 못 건널 정도라면 진짜 심한 색약인데요. 물론 그런 분들도 있는데, 대부분은 색깔을 구별하기 어렵지 않게 신호등을 만들어 놨다고 해요.
밝은 색상의 빨간색을 사용했고, 색깔뿐만 아니라 위치는 고정이잖아요. 그러니까 위, 아래로 점등이 되고, 또 모양도 그려져 있잖아요. 서 있는 사람, 걷는 사람… 그런 걸 다 고려해서 만든 거거든요. 그리고 그 초록색도 적록 색약 환자분들을 위해서 파란색을 더 많이 섞어서 사실 두 개가 다르다는 걸 대체로는 다 구분하실 수 있다고 해요.
색각 이상 환자분들한테 분명히 불편한 부분들이 많이 있긴 해요. 이제 직업적으로 제한이 있는 분야도 있고요. 특히 미술이나 디자인이나 항공 운항 같은 것들은 사실 좀 어려울 수 있거든요. 그렇기는 한데, 그게 우리랑 다른 거지 아예 못 본다고 생각하는 건 틀린 얘기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극중에서 재준이 끼는 렌즈가 있어요. 색약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안경 렌즈, 콘택트렌즈 그리고 사실 컴퓨터 프로그램과 모니터도 있다고 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컴퓨터 프로그램에서도 그런 걸 구현할 수 있는데요. 기본적인 원리는 색이 사실은 스펙트럼이잖아요.
거기서 이분들이 헷갈리는 부분을 그냥 살짝 차단하는 거예요. 그래서 색이 약간 띄엄띄엄 보여지면 좀 더 구분이 명확해지는 거죠. 그래서 그런 렌즈를 착용하고 색각 검사를 하면 실제로 검사 점수가 올라간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가 보는 색깔을 완전히 똑같이 구현해 주는 건 여전히 아닌 것 같고요. 그냥 좀 더 구분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거예요.
그리고 만약에 색각 이상이 선천적인 요인이라면 재준이나 예솔 같은 경우는 지금으로서는 딱히 방법이 없는데요. 실험적으로 유전자 치료 같은 걸 시도해 본 적은 있지만, 렌즈 외에 수술, 약, 레이저 등 아직 상용화되어 있는 치료법은 없다고 합니다.
만약 김은숙 작가님이 이런 부분까지 다 고려하신다면 시즌 2에서 단서가 나오자마자 저희는 다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저희가 안과 선생님의 의견을 곁들여서 색약에 대해 한 번 이야기 나눠봤는데, 뭔가 또 엄청난 떡밥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아니면 드라마적 허용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 같아요. 드라마가 재밌으려면 경찰 아저씨가 색맹인 모멘트를 한 번 보여주면 좋을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설정상의 충돌이 약간 있는데,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너무 궁금해요. 드라마가 곧 공개되는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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