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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 5천만원 투자한 공장이 화재로 전소… 외딴섬에서 빚 갚는 20대 여사장님

휴먼스토리 신안군 화재 공장 창업 자영업 밭일 농사 귀농 농촌 농부 청년

지금 새벽 5시 41분인데, 밭일이 일찍 시작해서 이쯤엔 일어나야 해요. 이렇게 일어나면 맨날 피곤해요. 제가 원래 아침잠이 많아서요… 

지금 점심밥 만들어 가려고 해요. 오늘은 콜라비 심고, 감자도 심고, 배추까지 심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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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화재가 났는데, 지금 완전 전소 됐거든요. 집 앞에 이쪽이 공장인데, 공장이 지금 다 불타서 없어진 상태예요. 

여기가 원래 공장 입구였거든요. 김부각 공장이었어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운영하고 있었죠. 밭일하기 전에는 계속 김부각 공장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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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오전 6시 반인데요. 스마트팜에 도착했습니다. 여기 오른쪽엔 바나나고요. 왼쪽은 망고예요. 여기는 청년 임대 농장인데, 청년들한테 임대 농장을 지원해서 농사도 짓고 그걸 수확해서 수익도 얻을 수 있는 농장이에요. 원래 저도 임대 농장으로 들어갔었는데, 당장 수익이 없다 보니까 빠졌어요. 임대 농장을 하게 되면 자부담금도 넣어야 하고, 전기세나 수도세 같은 것도 같이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되더라고요. 

대신 제가 다른 분들 거 바나나 물 주는 알바를 하고 있거든요. 한번 물 줄 때마다 1만 원씩 받고 있어요. 아침에 물을 줘야지, 점심에 줘버리면 나뭇잎이 탈 수도 있고 그래서요.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드니까 아침에 물 주는 알바를 구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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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각 공장은 제가 대학 졸업하고 나서 저희 부모님 사업이 많이 어려워지셔서 저도 졸업했으니까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제가 농수산대학교를 나왔는데, 전공을 살려서 해보자고 결심하고 부모님 설득해서 신안군으로 내려와서 김부각 공장을 하게 됐어요. 

신안군 국고보조사업으로 2억 5,000만 원 정도 지원받았고, 삼촌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2억 정도 대출받아주셔서 총 4억 5,000만 원 정도 들었어요.휴먼스토리 신안군 화재 공장 창업 자영업 밭일 농사 귀농 농촌 농부 청년

그렇게 공장 운영하면서 빚을 갚고 있었던 건데, 화재가 났어요. 저도 그래서 지금 막막한데, 김부각 공장 시작할 때는 삼촌한테 제가 돈 벌면 갚는다고 말씀드렸거든요. 1년 6개월 정도 운영했는데, 이자를 딱 한 번밖에 못 드렸어요. 

수익이 잘 안 나서 첫 달에는 100만 원도 못 벌고, 저번 달에 매출이 한 1,500만 원 정도 나와서 이제 드디어 삼촌한테 빚을 조금 갚을 수 있게 돼서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불이 나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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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물 다 줬어요. 상자에 있는 바나나까지만 주면 끝나요. 나머지는 자동으로 물 줘요. 여기가 스마트팜이거든요. 핸드폰으로 물 주고, 양액 주고요. 점심에 일어나서 물 주는 거면 이거 주고 만 원 못 받죠. 새벽에 일어나니까 많이 받는 거예요.

이제 콜라비 심으러 갑니다. 그 농장은 그냥 아는 사장님 밭인데, 저 화재 난 거 알고 일자리 주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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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27살이에요. 부모님 사업이 잘 안되셔서 운영하시던 공장이랑 집까지 다 경매로 넘어가게 됐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했는데, 저도 마침 대학 졸업하고 그 시기가 딱 맞아떨어져서 부모님한테 신안 가서 열심히 해서 일으켜 세울 테니까 그냥 걱정하지 말고 가자고 했거든요. 

처음에는 내려올까 말까 고민도 많이 했어요. 왜냐면 신안이 이미지가 조금… 저도 처음에는 조금 무섭더라고요. 근데 막상 와보니까 사람 사는 데는 똑같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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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 화재 났을 때 집에 저랑 엄마만 있었거든요. “이게 무슨 소리지?” 하면서 문 열고 딱 봤는데, 공장에서 막 불이 이렇게 올라오고 있는 거예요. 저는 그때 상황이 기억이 안 나요. 근데 엄마가 그러셨어요. 제가 불타는 공장을 보고 “엄마! 불났다, 불났다! 우리 진짜 망했다! 엄마, 이제 진짜 망했어!”라고 했다는 거예요. 진짜 그때부터 며칠 동안은 그냥 ‘망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화재보험을 안 들었어요. 그래서 멘붕인 거예요. 근데 뭐 다시… 다시 일어나야죠. 아직 젊으니까요.휴먼스토리 신안군 화재 공장 창업 자영업 밭일 농사 귀농 농촌 농부 청년

이게 콜라비거든요. 모종이 없어서 어제 새로 사 왔어요. 저기 끝까지 심고 있었어요. 이건 앉아서 작업하기 편하게 이렇게 딱 차면 바로 여기에 앉을 수 있는 의자예요. 어제 뽑기 편하라고 이렇게 물을 뿌려놨어요. 검은 비닐 있는 곳은 밟으면 안 돼요. 밭주인 사장님이 오셨는데, 저희 공장 불났을 때도 끝까지 옆에 계셔주시고, 사장님 집에서 재워 주시고, 먹을 것도 갖다주시고… 진짜 감사하신 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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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계속 김부각 만들다가 밭일하게 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이번에 화재 나면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제가 외동이다 보니까 부모님을 책임져야겠다는 그런 마음이 좀 더 큰 거 같아요. 

여기는 친구도 없고, 영화관 같은 것도 없고, 편의점도 일찍 문 닫아요. 그래서 가끔 사장님이랑 밥 먹고, 사장님이랑 술 먹어요. 독서 모임 책 이름이 <된다 된다 나는 된다!>거든요. 맨날 속으로 생각하는 거죠. 휴먼스토리 신안군 화재 공장 창업 자영업 밭일 농사 귀농 농촌 농부 청년

이제 애플수박 농장으로 가려고요. 사장님이 절 많이 예뻐해 주세요. 공장 화재 났을 때도 전기랑 수도가 끊겨서 며칠 동안은 사장님 집에서 자고 막 그랬어요. 공장 화재 났을 때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까 부모님도 엄청 놀라셨어요. 아예 정신이 없다고 해야 하나… 서로 “꿈 아니지?” 이렇게 물어봤어요. 

근데 사람 안 다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자고 다독이는 거죠. 그거야말로 진짜 생각하기도 싫으니까요. 나중에 김부각 공장도 다시 할 계획이 있는데, 지금은 일단 신안에 식품 공장을 다시 세우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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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좁아서 주민들끼리 서로 다 알고 지내요. 만약에 모임이 3개가 있잖아요. 3개 모임을 가면 모임 이름은 다른데, 회원들은 다 같은 사람들이에요. ‘팔금 청년회’가 있다 해서 제가 들어갔죠. 다 30~40대분들이 계시는데, 젊은 분들 연령층이 그 정도인 거예요. 그중에 제가 제일 젊었어요. 

근데 어른들 얘기 듣는 것도 재밌고 해서 괜찮아요. 친구들도 보고 싶어요. 보고 싶다, 친구들아!휴먼스토리 신안군 화재 공장 창업 자영업 밭일 농사 귀농 농촌 농부 청년

여기에서 애플수박도 하고, 저쪽에 고추도 있어요. 사장님이 배추 농사도 지으시거든요. 그냥 배추로 안 팔고 절임 배추로 하시는데, 사장님이 겨울에 일할 거 있다고 절임 배추에서 일하면 된다고 해가지고 겨울철 일자리까지 생겼어요. 그래서 목포에 안 가도 돼서 좋아요. 원래는 겨울에 농사일이 없으니까 일하러 목포로 나가려고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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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하는 일은 수박이 원래 익으면서, 커가면서 저절로 떨어지거든요. 그렇게 금 가고 파손되면 상품 가치가 없어지니까 망에 씌워서 떨어질 걸 예방하는 거죠. 

애플수박은 사과 크기의 수박인데, 일반 수박보다 달고 크기는 작고, 껍질이 사과처럼 얇아서 깎아 먹어서 애플수박이에요. 애플수박은 지금 수박 철이 끝났잖아요. 출하될 때는 겨울인데, 그때는 수박이 안나니까 비싸죠. 개당 13,000원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휴먼스토리 신안군 화재 공장 창업 자영업 밭일 농사 귀농 농촌 농부 청년

제가 작업하다가 실수로 한 개 떨어뜨렸는데… 사장님이 이왕 떨어진 거 지금쯤 애플수박 상태가 어떤지 한 번 먹어보고 하자고 하시네요. 감독님이 멀리서 오시기도 했고 하니까 시식용으로 하나 드셔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행이에요. 

이게 애플수박이에요. 진짜 사과처럼 작죠? 껍질도 얇아가지고 먹기 편해요. 진짜 맛있어요. 일반 수박보다 더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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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이 할 게 은근히 많아요. 그리고 여기가 친환경 농장이어서 풀약을 안 치고 직접 사람이 손으로 잡초를 뽑아야 해요. 근데 이게 풀이 계속 나서 이게 일이에요. 

김부각 공장을 운영할 때도 그게 다 수작업이거든요. 사람 손으로 풀 바르고, 깨 찍고, 튀기고… 다 사람 손으로 해가지고 진짜 힘들었어요. 명절 때 같은 경우에는 저녁도 없고, 그냥 새벽까지 일하다가 새벽에 자고 또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고 그랬어요. 김부각 공장을 1년 반 했어요. 불난 것도 지금은 위기지만, 나중에 또다시 성공해서 일어나서 보면 좋을 것 같아서 휴먼스토리에 출연 신청하게 됐어요.휴먼스토리 신안군 화재 공장 창업 자영업 밭일 농사 귀농 농촌 농부 청년

작년 2월에 제가 대학 졸업했어요. 그리고 3월 말에 신안에 이사 왔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공장을 했어요. 신안에 저희가 아무런 연고가 없었는데, 여기 향토 사업에 부모님께서 선정되셔서 내려오게 됐어요. 

공장 시설을 해썹 인증을 받을 정도로 대단하게 해 놨는데, 그게 불과 3~4시간 만에 없어져 버렸어요. 도시 같으면 소방관분들이 빨리 와서 불도 빨리 진압하고 했을 텐데, 여기는 시골이라… 어쩔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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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밭에 도착했는데, 사장님이 비닐 치시면 비닐 날아가지 말라고 흙 덮어주는 작업 하러 왔어요. 이건 배추의 적! 굼벵이예요. 죽여야 해요. 얘네들이 배추를 갉아 먹어요. 배추를 살려야 하니까 굼벵이를 다 잡아야 해요.휴먼스토리 신안군 화재 공장 창업 자영업 밭일 농사 귀농 농촌 농부 청년

이제 점심시간이에요. 이거는 사장님들 거고, 저는 도시락 싸 왔어요. 밥 싸 오면 밥값으로 일당 1만 원 더 주거든요. 그래서 싸 왔어요. 1만 원이라도 더 벌어야 하니까요. 확실히 농사는 너무 힘들어요. 이건 문짝인데 식탁 대용이에요. 

밥 먹다가 국물 얻었네요. 이렇게 밥 먹다 보면 사장님이랑 삼촌들이 생선이랑 반찬 같이 먹자고 건네주세요. 저는 밥값 받아야 하니까 안 먹는다고 하면 삼촌이 그냥 주신다고 먹으라고 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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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보면 잔해가 더 선명하게 보여요. 저기 보이는 게 건조기 판이고, 다 지금 김부각 만들 때 쓰던 기구들이에요. 

이거 정리는 화재보험이 있었으면 보험에서 처리하는데, 그게 없어서 지금 그냥 뒀어요. 제가 견적은 아직 안 받아봤는데, 여기도 다 부시고 치우고 하려면 그래도 몇천만 원 이상은 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 그냥 이걸 다 없애야 해요. 왜냐면 그을음이 다 생기고 그래서 다시 쓸 수가 없을 거 같아요.휴먼스토리 신안군 화재 공장 창업 자영업 밭일 농사 귀농 농촌 농부 청년

화재 났던 날 밤에 잔불 끄신다고 포크레인으로 천장부터 다 눌러버렸어요. 그러다 보니까 구겨지고 저 안에 기계도 찌그러져 있고 해서 화재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뭐 때문에 불이 난 건지도 모르는 거예요. 

그냥 여기 오면 언제 돈 모아서, 언제 다시 공장을 짓나… 그냥 그런 생각해요. 솔직히 맨날 긍정적으로 살려고 해도 이걸 딱 보는 순간 그냥 그런 생각들이 다 사라지고 좀 약간 무섭다고 해야 하나? 막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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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기 전에 팔았던 김부각인데, 안에 열어보시면 화재 나기 전에 저희 공장이 있어요. 해썹 인증받은 그런 시설이었고요. 제조 과정, 김부각 이렇게 만들었고… 그리고 아까 보여드린 봉투, 어포거든요. 펀딩으로 해가지고 출시를 했었어요. 김부각은 이렇게 나왔었거든요. 

이거는 마지막 제품이에요. 그래서 집에다 남겨두려고요. 이제 시중에 나가 있는 거랑 이거밖에 없어요. 지금은 못 만들어서 기념으로 놔두려고 일부러 빼놨어요. 너무 많이 아쉬운 게 제가 이거 남원에 있는 유명한 김부각 집 가서 배우고 막 했는데, 이렇게 돼가지고 좀 아쉽긴 해요. 그래도 이제 또 새로운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해요.휴먼스토리 신안군 화재 공장 창업 자영업 밭일 농사 귀농 농촌 농부 청년

집 앞에 엄청 예쁜 정자가 있어요. 여기가 그냥 저만의 장소예요. 바다 보고 싶을 때 그냥 여기 앉아있어요. 저 이제 신안 온 지 한 1년 넘어서 물 살짝 찬다 싶으면 그냥 바로 집으로 갑니다. 물 차면 여기 정자 밑에까지 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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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잘 헤쳐 나가야 하는데, 일단 지금은 방법을 찾으려고 해도 그냥 속만 아프지, 방법도 없으니까 주어진 일 하면서 하루하루 살다가 방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그게 방법인 거 같아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지금 제가 운영하던 공장이 화재가 나서 다 타버렸어요. 그래서 지금 어떻게 보면 쫄딱 망했다고 볼 수 있는데, 제가 여기서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꼭 휴먼스토리에 다시 나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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