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보기에 가장 특별한 한국인들의 식성은 수산물 소비량입니다. 실제로 한국인의 수산물 사랑은 어마어마한데 주식인 쌀의 1년 소비량보다, 그렇게 많이 먹는다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까지 모두 합친 육류의 1년 소비량보다 더 많이 먹는 것이 수산물입니다. 1년 소비량이 약 70kg이라고 하죠. 성인 1명의 체중에 해당하는 양을 섭취하는 것인데 오히려 해산물이 빠진 식탁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보기에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특이한 식성이 하나 또 있습니다. 그 향기 아니 악취 때문에 악마의 열매라 부르며 가까이 가는 것도 꺼리지만 한국인들은 한 잔 술안주로 꼬치구이로도 먹고, 약으로도 먹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가로수로 심어 즐기기까지 하니까요.
이 지독한 악취를 가진 열매, 눈치채셨겠지만 은행나무입니다. 아마 은행나무라는 단어를 여러분들이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그 열매일 겁니다. 잎이 노랗게 변함과 동시에 길거리에 우수수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는 대단한 악취를 풍기는데 실수로 머리에 맞기라도 하면 혹은 나도 모르게 밟기라도 한다면 하루 종일 찝찝함을 감출 수 없죠.
그래서 외국에서는 은행나무를 두고 악마의 악취를 풍기는 나무라고 부르며 심는 것도 꺼리지만 우리 한국인은 다릅니다. 악취 풍기는 열매를 따서, 과육을 벗겨내고, 딱딱한 껍데기까지 벗겨내면 보드라운 속살이 드러나는데 이는 애주가들이 빼놓지 않고 즐겨 먹는 술안주입니다.
나무꼬챙이에 끼워 숯불에 정성스레 구운 은행 열매의 고소함은 이루 말할 데 없고 모든 꼬치 사이에서도 존재감이 역력하죠. 또 일부 한국인들은 심심할 때 간식처럼 한 알씩 까서 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은행나무가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 나무는 약 2억 년 전 공룡이 번성하던 중생대와 백악기부터 지상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해 아직도 살아있는 대단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 생명력 덕분에 화석나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또한 지구상에서 1문, 1강, 1목, 1과, 1속, 1종의 유일한 식물이기도 한데, 즉 은행나무문, 은행나무강, 은행나무목, 은행나무과, 은행나무속, 은행나무종으로 단일 ‘문’ 식물은 지구상에서 은행나무가 유일하죠.
인간만 하더라도 척삭동물문, 포유강, 영작목, 인간과, 인간속, 인간종으로 과에 들어서야 인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은행나무는 아예 문부터 시작됩니다. 그만큼 희귀한 식물이고 대단한 생명력을 가졌다는 의미죠. 그런데 혹시 한국에서는 눈에 밟힐 정도로 흔한 은행나무가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UN의 지원을 받아 1948년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보호 관련 국제기구 IUCN은 심각한 멸종위기에 닥친 생물을 적색목록에 기록하고 있는데 은행나무가 여기에 속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가로수로 너무 많이 심어서 되려 뽑아내라고 민원이 발생하는 마당에 이렇게 적색목록이라니 조금 의아합니다만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원래 은행나무를 번식하던 공룡이 멸종하면서 야생에 자생한 은행나무 군락을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이죠. 즉, 인간이 심어주지 않으면 은행나무 스스로 자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경기도 양평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 중 하나로 꼽히는 용문사 은행나무가 있는데 이는 신라가 고려로 넘어가던 시기 신라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떠나는 길에 심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므로 수령이 족히 천 년은 넘은 것이죠.
그런데 전 세계에서는 흔치 않지만, 한국에서는 아주 특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로수로 은행나무가 엄청나게 심어졌다는 점인데요. 은행나무는 열매가 떨어지면 그 냄새가 너무 고약해 견디기도 어려운데 왜 이렇게 많이 심었을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은 은행나무가 성장하기에 한국만큼 좋은 환경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아주 오래된 은행나무가 여럿 존재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나무 중 느티나무 다음으로 그 개체수가 많죠. 무려 20그루에 육박하는데 그만큼 성장환경이 적합하다는 겁니다.
마르쿠스 코흐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교수 등 국제연구진이 한·중·일의 지름 2m 이상 은행나무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분석을 실시했는데 결과가 재미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의 은행나무는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라는 기존의 믿음과는 달리 유전자 형태 면에서 한국의 은행나무와 가장 가깝다는 점인데요. 그런데 한국 길거리에 은행나무가 유독 많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은행나무 잎 때문입니다.
이는 생명력과도 직결되는 문제인데 약 2억 년 전에 등장한 은행나무는 2억 년간 변화된 지구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하며 살았다는 것은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진화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은행나무 잎은 병충해도 발생하지 않으며, 매연과 분진 등 공해에도 오염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산화탄소나 아황산가스 등 유해 물질을 빨아들이고 있죠.
은행나무 잎에는 플라보노이드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는 은행잎을 노란색으로 변하게 하는 색소 성분인데 이 성분은 항균, 항암, 항바이러스, 항염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한·중·일 등 동아시아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은행나무 잎을 약재로 사용해 왔는데 약 반세기 전 유럽의 과학자들이 궁금증을 갖기 시작합니다.
유럽인들은 육식을 많이 하는 습관 때문에 혈관 속 피가 엉기는 혈전증 환자가 많은데 왜 동양인들에게는 혈전증 환자가 적은 지를 말이죠. 그래서 원인을 조사하던 중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전통 의약으로 은행잎을 혈액순환개선제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즉시 연구를 시작해 1965년 독일에서는 ‘테보닌’이라는 의약품으로 출시됐죠.
즉, 은행엽에서 플라보노이드를 추출해 혈액순환 치료용 의약품을 만들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이 은행엽 때문에 한국과 독일 사이에 큰 소송전이 펼쳐졌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1980년대를 살아온 많은 분은 아마 ‘한국산 은행잎 수출 논란’을 잘 기억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른바 징코민 논란인데요.
전 세계 은행잎 중 한국산 은행잎에서만 추출되는 성분으로 ‘징코프라본 글리코사이드’라는 성분이 있습니다. 이는 고혈압과 당뇨, 심장질환 등에 탁월한 효능을 보였는데 한국산 은행잎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사들여 엄청난 수익을 얻은 것은 정작 독일의 제약회사 슈바베였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이 1970년대쯤 은행잎을 따 독일로 수출했었으니까요.
그런데 독일산 은행잎보다 한국산 은행잎의 약효가 훨씬 뛰어남에도 독일은 이 사실을 한국에 알리지 않고 거의 헐값에 사들였죠. 그러던 1981년 슈바베가 개발했다고 떠벌린 플라보노이드와 동일한 성분을 자체적으로 추출하는 데 성공한 동방제약이 1985년 독일 슈바베가 한국에 진귀한 자원을 독점적으로 사들여 엄청난 수익을 누렸다며 미국 특허청에 제소하게 되는데요.
1970년대 슈바베는 한국에서 연간 약 1,300톤가량을 수입하면서 톤당 4천 달러에 거의 거저 사들이고 있었습니다. 약 3년의 공방 끝에 결국 동방제약의 승리로 끝났고 동방제약은 혈액순환개선제의 원조 격인 ‘징코민’이라는 제품을 출시해 약 10년간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했었죠.
이후 SK케미칼이 ‘기넥신F’라는 은행엽 제제를 개발해 독일, 미국, 아르헨티나 등 3개국에 진출했고 세계 최초로 은행잎 혈행 개선제를 개발한 독일에 역수출하기도 했죠. 그런데 왜 이렇게 은행잎 추출물로 시끄러웠던 것일까요? 왜냐하면 위에서 보셨다시피 은행잎 추출물이 혈행 개선을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도 은행엽 추출물은 건강기능식품 분류상 ‘기억력 개선 및 혈행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그 기능성을 인정하고 있죠. 사실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인간은 건강상 심각한 문제에 노출됩니다. 혈액은 우리 몸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옮기는 역할을 합니다.
혈관이란 혈액이 지나가는 통로를 말하는데 혈관을 통해 혈액이 이동하는 것을 피가 움직인다고 하여 혈행이라고 합니다. 혈행이 원활하지 않으면 인체 각 기관에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세포에 노폐물이 쌓여 각종 혈관 질환은 물론 성인병에 노출되기 쉽죠. 그러니까 혈관을 관리하고 혈행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건강관리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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