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계절이 왔습니다. 거의 폐지에 가까울 만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 덕분에 이제는 마음껏 야구장에서 응원가도 부르고 목놓아 소리도 지를 수 있는 자유가 생겼죠. 그런데 야구 경기에서 경기 결과만큼이나 주목받는 것이 ‘시구’인데요. 누가 시구자로 나서느냐, 어떤 시구를 했느냐가 때로는 더 큰 관심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한국뿐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발칵 뒤집은 시구자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요즘은 광고를 보고 있으면 이것이 도대체 무슨 광고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당 광고 브랜드는 알겠지만, 주제와 너무 동떨어져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때로는 제품 자체가 아니라 광고에 출연한 인물이 더 유명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이나무라 아미’라는 일본인 배우가 그렇습니다. 지난 2015년, 일본의 도요타는 야구 콘셉트로 CF를 기획했는데 당시 CF 모델로 캐스팅된 그녀는 어마어마한 스윙 자세를 선보이며 일명 ‘풀스윙녀’로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수없이 많은 야구 행사에 초청받았는데 초청받을 때마다 상상도 못 한 시구로 일본의 대표적인 시구 여신이 되었죠. 이렇게 도요타 광고는 자동차가 아닌 영상 속의 ‘이나무나 아미’라는 모델을 더 홍보해 주는 영상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2015년부터 그녀는 거의 모든 야구 무대에 초청마다 2018년까지 적어도 수십 번의 시구를 선보였고 최고 시속이 100km를 훌쩍 넘는 강속구로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야구계를 들썩이게 만들었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시구계의 전설로 남은 그녀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2018년 3월 10일, 일본 도쿄에서는 중학교 상급 학생들이 겨루는 ‘리틀 시니어 야구 대회’가 개최됐는데 그녀는 개막식 시구자로 초청됐습니다. 프로 야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는 대회이기 때문에 조직위 측에서는 개막식에 관심이라도 집중시킬 생각으로 그녀를 초청했죠.
그런데 시구가 시작되기도 전에 수백 명의 선수들은 필드로 올라와 그녀를 둘러싼 상태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시구를 준비하던 중 갑작스럽게 학생들의 경계선이 무너집니다. 그리고는 ‘이나무라 아미’를 둘러싼 원이 조금씩 작아지더니 순식간에 그녀는 학생들에 포위되어 사라져버렸죠.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약 1분간 그녀의 모습은 학생들 틈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이후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일본 언론은 이에 대해 철저히 침묵을 지키며 함구했는데, 당시 경기장에서 그녀 옆에 있던 몇몇 학생들이 사전에 그녀에 대해 못된 짓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그녀의 팬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서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었습니다.
자신들의 경기를 축하해주기 위해 방문한 그녀는 “비록 선수들의 열기에 따른 해프닝”이라고 입장 표명했으나 그 사건이 충격이었던지 약 3년간 절대로 시구 행사에 나서지 않았죠. 그러나 시구는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야구가 큰 인기를 끄는 한국에서도 시구는 상당히 인기 있는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얼마 전 미국 뉴욕포스트의 ‘존 헤이먼’ 메이저리그 전문 칼럼니스트는 자신의 트위터에 피겨 장군 ‘김예림’ 선수가 SSG 랜더스의 홈경기에서 던진 시구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 던지는 시구자 중 이 시구는 명백하게 50cent에 반한다. 50cent와 비교하면 이 시구는 100만 불짜리”라고 극찬했죠.
그가 언급한 50cent는 세계적인 힙합 가수로 지난 2014년, 메이저리그 시구자로 올랐다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시구를 기록한 힙합계의 전설이자 시구계의 전설입니다. 피겨 장군답게 김예림 선수는 빙판도 아닌 잔디 구장에서 한 마리 학이 되어 트리플 악셀을 선보이더니 정확히 포수 밑으로 꽂아 넣는 강속구를 보여줬습니다. 캐나다 스포츠 전문 매체 ‘TSN’은 이를 두고 “한국의 피겨 스케이터 김예림 선수는 이제껏 우리가 본 시구 중 최고의 시구를 보여줬다”라고 극찬했죠. 이를 본 외국인들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한 미국인은 “이제 시구는 김예림 전과 후로 나뉜다”라고 찬사를 보냈고, 캐나다의 ‘CBC’는 “기술 점수 만점”을 줬습니다.
이제 야구의 계절이 시작된 만큼 그동안 조금 무거웠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오늘은 이 ‘시구’라는 것을 좀 알아볼까 합니다. 구기 경기에서 경기가 시작됐음을 상징적으로 알리기 위해 보통 시구를 합니다. 특히 야구 경기에서 시구는 본격적인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해 제공되는 ‘전채 요리’와 같이 경기 전 관중의 흥미를 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로 중요한 경기 때마다 구단들은 연예인을 동원하거나 의미 있는 인물들을 시구자로 초청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오고 있죠. 보통 시구식은 타자와 투수로 구분되는데 타자보다는 투수가 훨씬 더 큰 관심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최초의 시구는 언제 시작됐을까요? 1920년입니다. 그해 11월, 조선에서는 현재 전국체전의 모태가 된 ‘제1회 전조선 야구대회’가 개최됐는데 당시 이 경기에서 하얀 두루마기 차림에 야구 모자를 쓴 ‘월남 이상재’ 선생이 한국 역사상 최초의 시구를 했죠. 그 사진은 지금 현재도 대한체육회에 남아 있습니다. 당시 식민지 조선에서는 스포츠만이 유일하게 조선인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기 때문에, 다음 해 정구와 축구를 더해 ‘조선 체육 대회’로 이름을 바꿨고 이것이 발전해 현재 ‘전국 체전’이 됐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보성 고등학교의 한 국어 교사가 1917년도 ‘보성고 졸업 앨범’에서 당시 보성고 교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시구하는 사진이 실려 있음을 확인해 가장 오래된 자료로 남아 있습니다.
프로야구 최초의 시구는 누구나 예상하듯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된 해 개막식에서 진행됐습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이 시구를 했는데 자세히 이야기하면 기분이 상하는 분들이 많을 듯해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이후 승승장구하던 프로야구에는 대통령, 연예인, 타종목 스포츠 스타, 마술사, 일반인 등등 수없이 많은 인물들이 시구식에 등장했습니다. 한편 일본에서 갑자기 종적을 감췄던 ‘이나무라 아미’가 갑자기 등장한 곳은 서울 잠실구장입니다. 그해 3월 사건이 있은 후 갑자기 종적을 감췄던 그녀는 5월 10일,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한 장 공개했는데 당시 에이핑크 ‘윤보미’와 찍은 사진입니다.
해당 사진은 잠실 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였는데 공교롭게도 그날은 윤보미가 LG 트윈스의 시구자로 등장했던 날입니다. 이날 그녀는 완벽한 시구 자세와 복장으로 공을 던졌고 정확히 포수 밑으로 빨려 들어가며 ‘뽐가너’라는 별명을 새로이 얻기도 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뽐가너가 투구 폼을 배우기 위해 ‘이나무라 아미’를 초대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지만,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여자 연예인에게 시구가 중요한 무대가 된 것은 2005년입니다. 그해 7월 8일, 잠실구장에서는 두산과 삼성이 맞대결을 펼쳤는데요.
두산에서는 시구자로 ‘홍수아’ 씨를 초대했는데요. 그녀는 깔끔한 복장, 멋진 투구 폼, 시속 85km에 이르는 공을 던지면서 당시 메이저리그 최고 우완 투수로 꼽히던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투구 폼이 닮았다는 이유로 ‘홍드로’라는 별명을 얻게 됐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여자 연예인들의 시구는 높은 하이힐에 짧은 치마와 같이 시구에 어울리지 않는 복장에 투구 포즈도 아슬아슬하기 때문에 보는 이들이 민망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홍수아의 경우 완벽한 복장에 야구 모자까지 눌러쓰고 투구에 적합한 운동화를 준비해 대기실 복도에서 땀이 날 때까지 연습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개념 있는 시구자’로 알려지면서 이후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그녀 이후로 시구계에는 큰 변화가 생깁니다. 그동안 예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던 여배우들 사이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라는 인식이 생겼고, 이후 여배우들이 등장하는 경우 특이한 시구를 기대하게 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전 국가대표 체조선수 신수지는 ‘백일루전 시구’를 선보여 전 세계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체조선수답게 와인드업을 한 후 다리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360도 회전 후 균형을 유지한 채 포수를 향해 공을 던졌습니다. 당시 이 영상은 MLB닷컴에도 소개되어 국내외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죠.
백일루전은 리듬체조의 기술인데 신수지는 선수 시절 9회 연속 ‘백일루전’ 동작을 주요 기술로 이용했었습니다. 그녀 외에도 태권도 선수 출신의 ‘태미’, ‘박신혜’, ‘윤보미’ 등등 수많은 여배우들이 시구 무대에 등장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민망한 시구도 분명히 있습니다. 배우 ‘클라라’인데요.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시구 이후 인생이 달라졌다”라고 종종 인터뷰하기도 했는데, 그녀가 시구식에 입고 등장한 복장 때문입니다. 바로 레깅스였는데요. 2013년 5월 3일, 잠실 구장에 등장한 그녀는 평소 그녀의 스타일답게 하체가 그대로 드러나는 레깅스를 입고 마운드에 섰습니다. 이 레깅스가 익숙지 않았던 한국에서 이 복장은 즉각 모든 포털 사이트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점령해 엄청난 관심을 받았죠.
그러나 다소 민망했지만,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그녀는 당시 케이블 등 드라마에 출연하며 모델 겸 배우 활동을 하고는 있었지만, 이 레깅스 시구를 계기로 장기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일약 스타가 됐으니까요. 드라마, 예능, CF 가릴 것 없이 그녀를 찾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면서 시구 전에 비해 몸값이 무려 5배나 뛰었다는 후문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또 어떤 시구를 목격하게 될까요? 디씨멘터리에서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 채널에서 다뤘으면 좋겠는 뉴스 또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영상은 디씨멘터리 네이버닷컴으로 보내주시면 소중히 제작하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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