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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러시아 ‘계약 파기’로 한국 조선사 앉아서 3,000억 벌게 된 이유?

  • 이슈

한국 디씨멘터리 해외반응 외국인반응

보통 기업의 입장에서는 체결된 계약이 취소된다는 것은 최악입니다. 이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들인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가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성사된 계약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수입한 원자재 등이 고스란히 재고로 쌓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보통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금으로 10%를 수령하고, 진행률에 따라 중도금을 나눠 받고 최종 잔금을 받는 형태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계약금은 약속을 지키겠다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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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빼앗겼던 선박 수주 세계 1위 타이틀을 되찾게 해 준 것은 LNG선이고, 그 중심에는 북극해에서 LNG를 뽑아내기 시작한 러시아가 있습니다만, 러시아와 계약한 LNG선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러시아발 사태로 러시아 선주들이 중도금을 입금하지 않아 계약이 취소되거나 취소될 위기에 놓여 있죠.

이런 상황이라면 사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악몽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기업들은 오히려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데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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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러시아는 한국에게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에 빼앗겼던 선박 분야 세계 1위를 탈환하게 해 준 마중물 역할을 해줬기 때문인데요.

지난 2002년 5월, 중국은 선박 굴기를 내세워 2015년까지 세계 1위 선박 대국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는데, 불과 8년 만에 그 목표를 이뤄냈습니다. 2010년 기준 선박 건조량, 수주량, 수주 잔량 등 3대 지표에서 각각 43%, 54%, 41%로 명실공히 세계 1위로 올라섰는데, 90년대 중반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 십수 년간 1위를 지키던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죠. 한국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준 국가는 다름 아닌 러시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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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하기 4년 전인 2010년,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노바텍’은 무려 3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해 북극해에서 천연가스를 뽑아 올리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발표합니다. 북극에서 가장 가까운 인간의 영토에서 천연가스를 끌어올리는 ‘야말반도 프로젝트’의 시작입니다. 네네츠어로 ‘세상의 끝’이라는 의미를 가진 ‘야말’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지정학적으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끝단입니다.

그런데 이 야말반도는 사실 러시아의 자존심에 해당하는 구역입니다. 시베리아 최북단에 위치한 이 반도 아래에는 약 1조 2,500세제곱미터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는 러시아 전체의 80%이며 전 세계 매장량의 17%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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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간 러시아는 기술적인 장벽에 가로막혀 야말반도를 개발하지 못했는데요. 1년 중 7월과 8월을 제외하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이 야말반도는 일단 접근한다고 하더라도 가스를 채굴한 뒤 이를 운반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가스를 수송하려면 얼어붙은 북극해를 통과해야 하는데, 러시아는 얼음을 헤치고 갈 만한 선박, 즉 쇄빙선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노바텍의 실질적인 주인 푸틴의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게 만든 소식이 들려옵니다. 바로 한국의 삼성중공업이라는 기업이 2005년 위풍당당하게 얼음을 깨면서 전진할 수 있는 쇄빙선 기술을 확보했다는 희소식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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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야말반도 프로젝트를 두고 ‘석유 경제에서 천연가스 경제로 도약하는 시발점’으로 정의하는데, 삼성중공업이 전세계 에너지 역사를 바꿔 버릴 기술을 확보한 겁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이라는 기업까지 쇄빙선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니, 드디어 푸틴의 입장에서는 전세계 에너지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죠.

이에 즉각 대우조선해양에게 15척의 쇄빙선 발주를 넣었고, 2014년 쇄빙 LNG선 15척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총액 5조 원에 해당하는 초대형 계약인데, 이 계약에 기해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초의 쇄빙 LNG선 arc-7급 ‘크리스토프 드 마르주리호’를 인도합니다. 그렇게 2017년 12월 8일, 야말반도 시베타 항구에서 푸틴 대통령의 선적 버튼을 누르며 야말반도의 첫 LNG선이 출항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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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 푸틴 대통령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 LNG선은 전세계 에너지 산업 발전에 크게 공헌할 것”이라며 장담했고, 이후부터 전세계 에너지 시장은 천연가스로 빠르게 재편됐습니다. 이후로도 야말반도 2차 프로젝트 등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국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러시아와 체결한 계약은 약 80억 달러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올 2022년 들어 문제가 발생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 세계적인 대 러시아 제재가 시작됐는데,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를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 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해버린 겁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미국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들은 러시아 은행들을 전부 SWIFT에서 배제하는 제재를 발표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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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러시아에는 심각한 위기가 발생합니다. SWIFT는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안전하게 결제하고 주문을 받고 송금할 수 있도록 갖춰진 네트워크인데, 전세계 11,000개가 넘는 기관이 가입한 만큼 SWIFT 배제는 러시아에 대한 가장 높은 수위의 제재인데요.

해외로 송금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개인 또는 기관이 해외로 송금하려면 반드시 SWIFT 코드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 네트워크에서 배제된 국가라면 거래 대금을 지급할 수도 없고 러시아 고위직이 해외에 은닉한 자금을 다시 러시아로 가져올 수도 없습니다. 이 문제가 한국에게 발생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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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사들은 약 80억 달러, 한국 돈으로 10조 원이 넘는 대금을 러시아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SWIFT에서 러시아를 배제해 버렸으니 러시아 기업이 중도금을 지급하고 싶어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죠.

사실 각 조선사 간 이 영향은 상이했습니다. 계약 해지 전 수주의 기준으로 한국조선해양이 5억 달러, 대우조선해양이 25억 달러, 삼성중공업이 50억 달러를 러시아로부터 수령해야 할 상황인데, 그중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5월과 6월 사이 러시아와 체결한 3척의 LNG선 중 2척에 대해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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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유럽 소재 선주로부터 LNG 운반선에 대한 건조대금이 기한 내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선주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라고 밝혔는데, 이 유럽 소재 선사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노바텍’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한국조선해양은 똑같은 상황임에도 오히려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지난 7월 6일, 한국 조선해양은 공시를 통해 “2021년 1월과 7월에 계약한 LNG 운반선 3척에 대한 계약 상대와 계약 금액, 계약기간이 변경됐다.”라고 공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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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21년 1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선사와 LNG선 1척을 1,989억 원에, 같은 해 7월에는 라이베리아 선사로부터 2척의 LNG선을 4,207억 원에 수주했습니다. 물론 이는 라이베리아 선사라고는 알려져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러시아의 ‘소브콤플로트’인데, 러시아 사태가 터지자 그룹 내부에서는 LNG선 3척에 대한 건조 일정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가 SWIFT 망에서 배제된 이상 중도금을 수령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을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7월 6일, 공시를 통해 러시아와 체결된 LNG선 3척에 대한 계약을 해지하고, 이를 다른 선주에 되팔았다고 공시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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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일이 생깁니다. 당초 1월 계약된 1척은 1,989억 원에 수주했는데, 공시에 따르면 이에 대한 계약을 해지하고 오세아니아 선사와 3,141억 원에 재계약한 겁니다. 단순히 계산하더라도 이미 계약을 체결하면서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계약금 10%,198억 원에 오세아니아 선사에게 리세일하며 생긴 차액 1,152억 원까지, 가만히 앉아 약 1,300억 원의 이득이 생긴 겁니다. 그렇다면 7월에 계약한 2척은 어떻게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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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은 이 역시 다른 선사에게 되팔았습니다. 당초 라이베리아 선사와 계약했던 4,207억 원의 LNG선 2척은 오세아니아 선사에게 6,282억 원에 재 수주했다고 공시되었습니다. 이를 계산해 보면 러시아로부터 받은 계약금 420억 원에 되팔면서 생긴 차액 2,075억 원까지 합쳐 약 2,500억 원의 이익이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조선해양이 당초 러시아와 계약을 체결해서 인도했을 경우보다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선사에게 되팔면서 최소 3,375억 원의 이득을 본 겁니다. 싱글벙글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계약 해지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더 긍정적인 상황이 펼쳐진 것인데요.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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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NG 운반선 시장은 그야말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이 또한 러시아의 영향인데요. 2020년 기준 유럽연합은 천연가스의 41.1%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바람에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수입이 막혀 전부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죠.

대표적인 곳이 미국인데, 미국에서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수송하려면 LNG 운반선이 필수적입니다. 당연히 LNG 운반선의 수요는 폭발하고 공급은 줄어드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죠. 실제로 올해 LNG선 발주는 역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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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은 103척으로, 이는 센터가 LNG 운반선 발주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래 최대치입니다. 선박 수로 보자면 전년도 36척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증가한 것이죠.

그런데 이 중 한국은 76%에 해당하는 78척을 수주했습니다. 그야말로 LNG 운반선 시장은 한국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흡수하는 중입니다. 물론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우수해 이를 대체할 만한 국가가 없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지만, 보통 시장은 구매자가 갑인 구매자 우위 시장인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독점 아닌 독점은 긍정적인 소식일 수밖에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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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선업계의 가장 큰 두려움은 일감이 없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선박 건조를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인재를 확보하고, 원자재를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감이 충분해야 합니다.

그런데 LNG선을 필두로 전세계 1위로 올라선 한국의 대형 3사는 현재 3년치 일감을 전부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며, 앞으로도 LNG선의 지속적인 발주가 기대되는 만큼 한국 조선사들이 한국 경제의 튼튼한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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