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는 국가는 매년 전체 50개 주를 대상으로 이런저런 조사를 실시합니다. 가령, 가장 잘 사는 주는 어디이고, 가장 못 사는 주는 어디이며, 뚱뚱한 사람이 가장 많은 주는 어디인지 등등이죠. 그런데 50개 주 중 전체 주민의 72.5%가 백인이며 전체 주민의 60% 이상이 ‘모르몬교’를 믿는 신자들로 구성된 독특한 주가 바로 유타입니다. 특히, 유타는 ‘State of National Parks’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데 그만큼 자연경관이 웅장하고 빼어난 국립공원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타주에서는 매일 아침 한식을 눈앞에 두고 오픈 런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한때 외국인들 사이에서 “개밥처럼 생겼다”라며 치욕스러운 평가를 받았던 이 한식은 무엇일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하던 2020년 5월, 한국에서는 독특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백화점 앞에서 노숙하는 노숙자들이 급속히 늘어난 것이죠. 특히, 서울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일 새벽같이 벌어지는 노숙자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 백화점이 오픈하자마자 재빠르게 샤넬, 롤렉스 등 명품 매장에 들어가 명품을 사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오픈런’이라고 부르는데, 이 현상이 본격화된 것은 2020년 5월, 샤넬이 기습적으로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가격 인상을 앞두고 미리 샤넬 제품을 구매한, 후 중고 사이트를 통해 되팔면 꽤 쏠쏠한 돈벌이가 됐기 때문에 하나의 재테크 수단이 된 겁니다. 스스로에게 남들은 가지지 못한 예쁜 백 하나 선물하려는 심리, 사랑하는 아내 또는 여자 친구를 위해 새벽부터 고생을 아끼지 않는 마음씨 예쁜 남편 또는 남자 친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현상이 현재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어느 번화가를 가도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컵밥’이지만, 미국에서는 이 컵밥을 맛보기 위해 백인, 히스패닉 할 것 없이 매일 아침마다 몇십분씩 기다렸다 맛보고 출근하는 오픈런이 펼쳐지고 있죠.
고시생들의 고향으로 불리는 서울 노량진에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거리가 있습니다. 보통 힘든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을 쟁취했을 때, 그 힘들었던 과정을 회상하며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본 적 있느냐?”라는 말을 하는데요. 노량진에도 눈물 젖은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컵밥입니다. 항상 주머니가 가벼울 수밖에 없는 고시생, 재수생들을 위해 소시지, 김치, 계란 프라이를 컵 하나에 넣고 비벼 간단하고 저렴하게 한 끼를 책임졌던 고마운 음식인데, 현재 이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노량진 컵밥 거리가 생겼죠.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 컵밥 한번 먹어보려는 미국인들이 매일같이 전쟁 같은 오픈런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에서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만큼 하늘의 별 따기라는 스포츠 경기장에도 5개가 입점되어 햄버거, 타코를 제치고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내 연 매출만 150억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하니 이 컵밥이 어떻게 미국에 상륙하게 됐는지 자세히 알아봐야겠습니다. 지난 1996년,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에서는 스포츠 조선이 주관하고 개그맨 표인봉 씨가 사회를 본 제1회 전국 댄스대회가 개최됩니다. 제1회 전국대회인 만큼 전국에서 춤으로 이름 좀 날린다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이 대회에는 1,200팀이 참가했고 대상은 힙합 그룹 리쌍의 개리와 한 팀으로 출전한 조원상, 금상은 송정훈이 차지했고, 참가자 중에는 장우혁, 문희준이라는 이름도 있었죠.
대상을 수상한 조원상은 즉각 ‘자자’라는 혼성그룹으로 데뷔해 ‘버스 안에서’라는 대 히트곡을 남겼고, 대상 수상에 실패한 장우혁과 문희준은 ‘HOT’라는 그룹으로 데뷔해 한국의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그런데 그날 금상을 수상한 송정훈 역시 비보이답게 어마어마한 춤 실력을 선보였고 SM 등 수많은 기획사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그는 기획사에 소속을 거부했습니다. 만약 기획사에 소속되면 댄스 대회에 마음대로 참가할 수 없을 것 같았고, 그냥 춤추는 것이 좋았던 그는 자유롭게 춤만 추고 싶었죠. 그러던 어느 날, “너는 연예인이 될 것 같은데 가수는 아닌 것 같아. 차라리 코미디언을 해 보는 게 어떻냐?”라는 매니저의 말은 충격이었습니다.
그의 외모가 연예인이 되기에는 조금 어려워 보인다는 우회적인 비판이었으니까요. 그 길로 그는 연습실을 박차고 나온 후 춤추기를 멈추고 방황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군대를 다녀왔는데 여전히 그의 미래는 불투명했고 그때부터 그의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죠. 부모님의 권유로 친누나가 있던 미국의 유타로 단기 유학을 떠나게 됐죠. 처음 6개월만 머물다 돌아올 계획이었지만 현지에서 사랑에 빠진 아내를 만난 후 결혼까지 성공하게 됐고 미국에 정착하게 됐는데요. 현재는 미국 전역 34개 매장과 푸드트럭, 인도네시아에 100개가 넘는 매장을 거느린 매출 300억 기업 대표가 됐지만, 그는 엄청난 방황의 시간을 겪었습니다.
누나와 매형으로부터 치기공을 배워 3년을 꼬박 일하다 도저히 평생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고릴라 VIP 할인 쿠폰’이라는 사업입니다. 예전 전지현, 차태현 주연의 ‘엽기적인 그녀’에서 나이트클럽에 입장할 때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면 마치 프리패스처럼 입장이 가능했는데 여기에서 착안한 아이템입니다. 고릴라 카드를 제시하면 할인이 되는 그런 카드였습니다. 한국에서 120원짜리 카드를 가져와 1개당 4만 원에 판매했는데, 그 사업의 승부수는 얼마나 많은 가맹점을 확보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때 그는 총 400개의 가맹점을 확보했는데 2,000개가 넘는 매장을 다니면서 얻은 성과였습니다.
다른 회사들도 이런 할인 쿠폰 카드를 판매했지만, 그는 거절당하면 몇 번이고 다시 찾아가 결국 성사시키는 인내심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기반을 다져 가던 중, 우연히 유타에서 개최된 음식 컨벤션에 참가하게 됩니다. 베트남부터 아프리카까지 전 세계 모든 음식이 판매되는 컨벤션에서 유독 한국 음식이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문득 서운하고 자존심이 상했고 “직접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한식을 알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하죠. 그때 푸드트럭 공부를 하며 우연히 보게 된 것이 바로 노량진 컵밥 다큐멘터리입니다.
사실 이 컵밥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를 두고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품었습니다만, 맛있는 한식을 빠르게 제공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패스트푸드의 고향이 미국이니까요. 그렇게 6개월간 메뉴 개발을 거쳐 5개의 메뉴가 준비됐고 2013년 5월부터 유타에서 열린 컨벤션에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느 사업이 겪는 그런 실패를 겪지 않았습니다. 첫날, 그들이 준비한 150인분을 전부 팔아 치우면서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는데, 딱 거기까지가 끝이었습니다. 어차피 컨벤션에는 외지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인데 그날은 우연히 푸드 트럭이 3대밖에 없었죠. 수요가 공급을 쫓아가지 못해 150인분을 팔았을 뿐 컨벤션 후 거리로 푸드트럭을 끌고 갔을 때는 그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6개월을 고전하면서 사업 방식에 변화를 주기로 합니다. 음식의 맛 외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줄 서게 만들지를 고민하다 큰소리로 주문을 받고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맛보기 컵밥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어를 할 줄 알면 만두를 공짜로 제공한다거나 텀블링을 보여주면 공짜로 컵밥을 주는 등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했고,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수의 고객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이제는 컵밥 트럭이 열리기 전 오픈런을 준비하는 대기 줄까지 생겼죠. 이제 그의 꿈은 스포츠 경기장으로 향합니다.
그는 컵밥 푸드트럭을 시작할 때부터 스포츠 경기장 입점을 꿈꿨습니다. 제일 먼저 입점을 타진한 곳은 미식축구 경기장인데요. 다짜고짜 경기장을 찾아가서는 “스태프 30명에게 컵밥을 제공해서 단 한 명이라도 맛없다는 평가가 있으면 돌아가겠다. 대신 모든 사람이 맛있다 하면 입점 기회를 달라”라고 요청했고, 결국 이 전략이 통했습니다. 첫 매장을 시작으로 다른 지역에서 온 이들이 자신의 동네에도 열어달라는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왔고, 매장 및 푸드트럭 확장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그의 매장은 유타뿐 아니라 인근의 아이다호, 애리조나, 콜로라도, 네바다, 오클라호마까지 34개 매장과 함께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로축구 경기장 이후로 2015년 가을에는 유타 재즈 경기장에서 입점 제안을 받아 입점했고, 그 결과 핫도그, 나초, 타코, 햄버거를 제치고 당당히 매출 1위를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만 성공했던 이 컵밥이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1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의 고객이 만든 기회였습니다. 초창기 푸드트럭 1대로 장사를 시작했을 때, 그의 단골 고객 중 인도네시아 친구들이 있었는데 마음이 쓰여 늘 넉넉하게 밥을 얹어줬습니다. 그러다 1년쯤 지나 “인도네시아에 프랜차이즈를 낼 생각이 없냐?”라는 제안을 해 왔는데, 농담 삼아 “1년을 더 따라다니면 생각해 볼게”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진짜로 1년을 더 쫓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알아보니 그 친구가 포브스에도 소개됐던 인도네시아 대기업 ‘카완 라마’의 자녀였습니다. 그렇게 ‘카완 라마’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인도네시아로 진출하게 된 것이죠. 현재도 지속적으로 성장 중인 그의 컵밥 매장에는 항상 대기 줄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나 볼 법한 오픈런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고, 컵밥에 홀린 미국인들은 마치 좀비처럼 매장으로 몰려듭니다. 그러나 송정훈 대표의 목표는 확고합니다. 미국에서 ‘중국’ 하면 ‘Panda Express’를 떠올리는 것처럼 한국 하면 ‘CupBop’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목표를 추진하면서도 ‘Cup Rice’와 같은 이상한 영어가 아니라, 아예 모든 메뉴를 한국어로 통일시켜 한식을 널리 알리고 있기도 합니다.
그의 매장 간판은 영문 ‘CupBop’과 함께 한국어 ‘컵밥’이 쓰여 있는 것은 물론, 웹사이트에 공개된 모든 메뉴 역시 한국어 고유 명사로 쓰고 있습니다. 총 10가지의 메뉴에 전부 ‘Bop’을 쓰고 있는 것이죠. ‘치킨 컵밥’은 ‘Kko Kko Bop’, ‘만두 컵밥’은 ‘Mandoo Bop’으로 쓰고 있고, 사이드로 제공되는 만두, 김치 등등도 전부 한국어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진정한 한식의 세계화가 어쩌면 컵밥의 도움으로 이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씨멘터리에서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 채널에서 다뤘으면 좋겠는 뉴스 또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영상은 디씨멘터리 네이버 닷컴으로 보내주시면 소중히 제작하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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