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한국을 추천했고, 나는 즉각 예스를 외쳤다. 한국은 아시아 전역을 통틀어 가장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 안착시킨 나라이며 정치 시스템도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곳이다. 일본이나 싱가포르에 비해서도 월등히 역동적이다. 게다가 한국은 전쟁 등 역경을 딛고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일궈낸 곳 아닌가. 서구는 한국에 대해 경외심을 갖고 있다.” 이 말은 민주주의와 문화재단을 이끄는 ‘아킬레스 살타스’ 회장이 지난 5월 국제 포럼을 개최하며 인터뷰에서 남긴 말입니다.
올해는 오세아니아, 아시아, 북미, 유럽, 아프리카를 돌며 포럼을 개최했는데, 그중 아시아 대표로 한국을 선정해 포럼을 개최했죠. 격동의 세월을 거쳐 정착한 민주주의, 일제시대와 6.25라는 역경을 이겨내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비결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부러워하는 대단한 성공이지만, 여기 ‘음식물 쓰레기’ 하나로 전 세계 모범국이 된 국가가 있습니다. 한국인데요. 해외 언론이 경이롭다고 표현하는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가 어떻게 세계적인 모범이 된 걸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환경오염의 폐해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진은 아마 ‘알바트로스’라는 조류일 것입니다. 뱃속이 쓰레기로 가득 차 죽어 버린 알바트로스의 부패한 사진은 환경 예술 사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크리스 조던’이라는 사진작가가 미국의 미드웨이섬에서 8년간 촬영한 결과물입니다. 알바트로스의 죽음도 놀라운 일이지만, 더 놀라운 것이 태평양에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1997년, ‘찰스 무어’라는 한 인물은 미국 LA에서 하와이까지 가는 요트 경기에 참가했다가 우승을 노리고 지름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바다에 접어들게 되는데요. 무언가에 가로막혀 바람이 통하지 못하는 무풍지대에서 그는 3주간 갇혀버렸는데, 그는 바람을 가로막은 섬의 정체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쓰레기였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연료탱크부터 라이터, 페트병 등등 엄청난 쓰레기가 켜켜이 쌓여 만든 섬, 바로 ‘태평양 대 쓰레기장’입니다. 인간의 무심코 버린 쓰레기 중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해류를 만나 바다를 이리저리 배회하다 환류를 만나면 한곳으로 모이게 되고, 전 세계 곳곳에서 모인 쓰레기가 만든 섬입니다. 총면적 160만 제곱킬로미터로 남한 면적의 16배의 거대한 섬, 충격적입니다.
물론 이 쓰레기 섬의 형성에 한국인들의 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국립과학공학의학원이 올해 초 발표한 ‘세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미국의 역할’이라는 보고서에는 국가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통계로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한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총 451만 톤으로 보고됐습니다. 절대적인 배출량으로는 미국, EU, 인도, 중국이 앞서 있지만, 일반쓰레기 중 플라스틱 배출량은 24.3%로 조사 대상국 중 플라스틱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이 그렇게 자존심 구길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분리수거를 가장 잘하는 국가니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 201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분리수거율은 독일에 이은 세계 2위입니다. 2017년 환경부가 발표한 ‘제5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서는 재활용 가능한 자원의 69% 이상이 분리배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가정에서 생산하는 쓰레기의 70%가량을 분리수거한다는 의미이며, 매일 저녁 분리수거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의 결과입니다. 쓰레기 종량제의 확대 보급과 지자체별로 강력한 분리수거 정책을 도입하면서 선진시민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런데 음식물 쓰레기로 이를 좁혀 보면 더 놀라운 결과가 도출됩니다. 세계경제포럼은 연간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10억 톤에 달한다고 꼬집으며 2030년까지 세계 식량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는 12가지 조치 중 하나로 최대 2천만 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사실 음식물 쓰레기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단골손님인데, 폐수와 악취뿐 아니라 연간 885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유엔 환경계획에 ‘잉거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2021년 음식물 쓰레기 지표 보고서’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하나의 국가로 가정하면 중국과 미국에 이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온실가스 배출원이다.”라고 역설했습니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는 매립 시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의 주범인 ‘메탄’을 방출한다고 알려져 있죠. 그러나 이런 음식물 쓰레기가 한국에서는 완벽하게 조절되고 있습니다. 지구가 직면한 환경 문제와 이를 위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지구 환경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 ‘Earth.org’는 지난 2021년 2월 26일, ‘한국은 어떻게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의 본보기가 되었나?’라는 리포트를 게재했습니다.
단체는 “역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음식물 쓰레기 비율을 자랑하는 한국은 현재 전체 음식물 쓰레기의 95%를 재활용하고 있다. 한때 2%밖에 재활용하지 못하던 한국에게 다른 국가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라고 질문했습니다. 1971년 창설된 세계경제포럼 역시 2019년 ‘한때 음식물 쓰레기의 2%밖에 재활용하지 못하던 한국이 이제 95%를 재활용합니다.’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분리에 대해 분석했는데요. 도대체 한국이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분야에서 어떻게 다르길래 해외에서 먼저 주목하는 것일까요?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매년 130킬로그램 이상의 음식물 쓰레기를 발생시킵니다. 이에 비해 유럽과 북미에서는 1인당 연간 약 100킬로그램을 발생시키죠. 이런 위기를 감지한 한국 정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하기 위해 몇몇 급진적인 정책을 펼쳤습니다. 우선 ‘폐기물관리법’ 시행 규칙을 개정해 2005년부터는 음식물 폐기물의 직매립을 금지시켰습니다. 이전까지 한국에서는 음식물을 땅에 묻어 썩히면 거름이 된다는 인식이 있어 이를 몰래 매립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당시 하루 11,000톤의 음식물 폐기물을 땅에 매립하다 보면 온 국토에서 음식물 썩는 냄새가 진동할 지경이었습니다. 악취, 해충, 침출수 등 2차 환경오염도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죠.
이에 정부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1997년 7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2005년 1월 1일부터 음식물 폐기물의 직매립을 법적으로 금지시켰습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가장 잘하는 국가입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한국에 정착하면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쓰레기를 음식물쓰레기, 일반쓰레기, 플라스틱, 캔, 유리병 등으로 분리해서 내놓는 것이라고 하죠. 많은 국가가 큰 봉투에 모든 쓰레기를 담아서 버리거나 극히 일부만이 분리수거를 한다고 합니다.
한국은 1995년 1월 이전까지는 분리수거에 대한 개념이 없었습니다. 쓰레기는 아무 데나 막 버려도 되는 존재였죠. 그러나 1995년 1월부터는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해 배출하는 만큼 비용을 지불하도록 했는데요. 음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나 한국은 반찬이라는 존재로 인해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늘 수밖에 없어, 2010년부터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했습니다. 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납부하기 때문에 적게 배출하면 적은 비용을 내는 구조입니다.
2012년 6월 1일 ‘폐기물 관리법’을 개정해 2013년 6월부터 146개 시, 구에서 시행하기 시작했는데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는 크게 RFID 방식, 칩 방식, 봉투 방식 3가지로 나뉩니다. 우선 아파트 단지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무선주파수인증’ 방식입니다. 배출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설치된 장비에 태그를 인식한 후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하면 배출자, 배출량, 시간 정보가 중앙시스템으로 전송되어 수수료를 부과하죠. 칩 방식은 쓰레기 규격 봉투 판매소에서 ‘칩’과 전용 용기를 구입하고 해당 용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채운 다음에 칩을 꽂아놓으면 수거 차량이 수거해가는 방식을 말합니다. 그리고 봉투 방식은 편의점 등 종량제 봉투 판매소에서 종량제 봉투를 구매해 채워지면 정해진 장소에 배출하는 것이죠.
이러한 제도가 효과가 있었을까요? 효과는 상당했습니다. 우선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음식물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의 경우, 시 전체에 약 6,000개의 RFID 방식의 분리수거통이 설치되어 있는데, 6년간 무려 47,000톤을 줄였다고 하죠. 덕분에 약 90억 원 가까운 수거 처리비용이 절감됐다고 하죠.
오늘 내용을 통해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이 음식물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반찬이라는 존재의 특성상 음식물쓰레기의 양은 많을 수밖에 없지만, 국민들도 문제를 인식하고 정부의 종량제 제도를 잘 따라왔습니다. 덕분에 함부로 버려지는 쓰레기, 함부로 매립되는 음식물 쓰레기가 극히 적어짐으로써 조금 더 살기 좋은 환경이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국민들의 협력 덕분에 해외 언론들도 한국의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닐까요? 디씨멘터리에서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 채널에서 다뤘으면 좋겠는 뉴스 또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영상은 디씨멘터리 네이버 닷컴으로 보내주시면 소중히 제작하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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