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반장입니다.
지난 10월 7일 미국은 첨단 반도체는 물론 반도체 제조장비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반도체 규제조치를 꺼내들었습니다.
개별 기업을 넘어 중국 전체를 틀어막은 것입니다. 미국은 먼저 인공지능과 슈퍼 컴퓨터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 기술의 중국 수출 금지를 비롯 반도체 제조 장비 역시 중국에 수출할 때는 미국에 허가를 받도록 했는데요.
미국이 이렇게 중국의 개별 기업이 아니라 특정 산업 전반을 겨냥해 고강도 규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국은 이런 조치의 이유로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군사적 용도 등으로 사용한다”고 내세웠지만, 실상은 반도체 기술이 더 발전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미래 먹거리를 더 이상 중국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이런 발표에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타격을 받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는데요.
미국이 이 두 회사에 대해서는 규제적용을 1년간 유예하겠다고 해 일단 우리 기업들은 한숨은 돌린 상태입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대만 통일을 노리는 이유 중의 하나로 대만에 있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에 나서 이 TSMC를 손에 넣는다면 미국의 이러한 규제에서 자유로워질 뿐 아니라 세계 패권을 놓고 미국과 한번 대등하게 붙어볼 수 있는 강력한 뒷심도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3연임을 확정지은 지난 10월 16일 시진핑은 대만 통일에 대해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는 약속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한다는 선택항도 갖고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유사시 대만에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통일을 이루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일부 양안관계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만 침공이 2024년 대만 총통선거에 달려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2024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중 성향의 야당인 국민당이 집권하게 된다면 긴장 관계가 완화되겠지만요.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현 민진당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중국의 인내력은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만의 국방장관은 이런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자신하자 이를 두고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 지적한 야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올해 1월 제 콘텐츠 중에서 미국 육군전쟁대학 계간지를 통해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맞춤형 억제 패키지로 대만의 TSMC를 파괴하는 초토화 전략을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13일 대만의 중국시보를 비롯한 언론들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은 반도체 기술 인력을 우선 탈출시키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대만 매체들은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만약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면 대만 TSMC 엔지니어를 미국 행 비행기에 태워 탈출시키고, 이어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게 된다면 미국은 TSMC 공장 시설의 파괴를 분명하게 밝혀 중국의 무력 침공을 저지하고 반도체 공장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을 막을 것이라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전했습니다.
대만 언론들은 “미국의 이런 계획이 대만의 반도체 공급망을 해외에 복제하겠다는 의도를 내포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며칠 전 대만대학정치학과의 장린정 교수는 ‘미국이 감추고 있는 사실을 폭로한다’며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대만을 요동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미국은 좋은 마음을 품고 있지 않습니다. 선의의 마음이 없을 뿐 아니라 대만을 털어먹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TSMC를 미국으로, 일본으로 그리고 유럽으로 옮기려 합니다. 게다가 TSMC의 기술자들까지 빼 내가려 합니다. 만약TSMC 이전이 어려우면 폭파시킬 것입니다. 그러니 대만사람들은 각성해야 합니다. 미국이 우리에게 잘해줬나요? 미국은 우리를 그저 도구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에게 대만은 자신들의 땅입니다. 그러니 지키려고 할 것이고, 모든 희생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장교수가 저렇게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여기는 중국이 수년 간 대만을 향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자 유사시에 대비해 TSMC의 미국 공장 설립을 모색해 왔으며 이에 TSMC는 약 15조를 투자해 현재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공장을 증설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TSMC는 현재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 반도체 공장을 증설 중에 있으며 10원을 투자, 시설 확장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만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미국이 사전에 TSMC를 해외로 순차적으로 옮겨 대만이 국가산업으로 키운 TSMC를 거저 먹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대만에게 TSMC는 국력을 총집결한 대만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만은 모든 국력을 모아 TSMC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런 TSMC는 대만 정부의 세대지원 등을 바탕으로 연 50조원에 이르는 돈을 오로지 파운드리 관련 사업에만 쏟아붓고 있습니다. 43조원을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팹리스 등에 나눠 투자한 삼성전자와는 차이가 큽니다.
다시 말해, 삼성은 TSMC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대만 전체와 싸우고 있다’고 봐도 무관합니다. 대만의 이런 노력으로 올 3분기 TSMC는 삼성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TSMC를 미국이 자꾸 자국으로 이전시키려하니 앞서 장 교수의 기자회견 이후로 대만 언론들도 이와 관련하여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TSMC이전은 대만에게 큰 손실입니다. 다들 알다시피TSMC는 미국에서 돈을 벌지 못해요. 원가가 워낙 비싸서 벌 수가 없거든요. 미국이 겁내는 것은 이런 중요한 TSMC가 대만에 남아있다는 것이겠죠. 대만은 지금 전쟁 위기니까요. 우린 막을 길이 없지만 반드시 TSMC를 대만에 남겨둬야 합니다.”
여기에 TSMC를 잡기위해 치고 올라오는 삼성의 추격도 대만에게는 걱정거리입니다. 전 세계에서 10나노 이하 공정이 가능한 회사인 TSMC와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3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을 위해 수년 간 큰 투자와 기술 개발을 해 왔습니다. 업계 1위 TSMC는 3나노 공정 양산을 위해 28조 원을 투입하고 수천 명을 고용했는데요.
업계 2위 삼성전자가 먼저 3나노 양산에 들어가면서 고객사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자 TSMC는 체면을 구겼습니다.
이에 삼성은 또 하나 더 승부수를 던졌는데요. 대만의 과기신보를 비롯한 매체들은 ‘TSMC를 따돌리기 위해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가 2027년에는 1.4나노를 양산하며 3단 공정 리더십을 강화‘한 소식을 전했는데요.
이대로 진행된다면 삼성은 3나노에 이어 또 한 번 경쟁자의 TSMC를 제치게 되면서 파운드리 분야에서 더 많은 고객들을 유치할 가능성이 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대만의 유력 언론매체인 금주간은 11월 7일 사설을 통해 “TSMC는 미국의 압력에 의해 망해버린 일본 도시바의 길을 걸을 것인가?”라는 특집보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해당 매체는 미국이 과거 지나치게 커져버린 일본 반도체 기업들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적이 있어 도시바의 몰락 원인 역시 이런 이유라 말했는데요. 진짜 이유는 일본 반도체를 넘겠다는 한국의 의지와 더 큰 투자력이 일본 패배의 원인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TSMC는 반도체 산업 중에서 파운드리 한 우물만 판 기업으로 반도체 관련 모든 것을 다 하는 종합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에 비해 핸디캡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올 3분기 매출 세계 1위 자리에 오른 것은 파운드리와 관련해 압도적인 경쟁력을 지녔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렇기에 TSMC를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 및 삼성과 TSMC의 경쟁에 더 관심이 것은 아닐까요?
읽어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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