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가 얼마 전에 사랑하는 누군가와 헤어졌어요.’ 저는 매주 수강생들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합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3만 명이 넘는 수강생을 만났죠. 다양한 만남을 경험했고 많은 헤어짐도 겪었습니다. 2시간 정도 짧은 인연도 있었고 40시간 이상 동행하는 분 들도 더 많았습니다.
길게는 몇 년부터 몇십 년 저와 함께 행복한 여정을 보내는 깊은 인연도 있어요. 만남이 오면 이별이 따릅니다. 모든 관계는 만남이라는 시작과 함께 예고된 이별을 향해 나아가고 있죠. 아무리 견고한 관계도 죽음이 갈라놓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에는 만남이 귀했어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 만나기 위해서는 시간과 발품을 상당히 소모해야만 했습니다. 지금처럼 SNS가 발달한 시대에는 만남이 상대적으로 더 수월해졌죠. 각종 어플을 통해서 짧은 만남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다들 만남은 잘하는데 헤어짐도 잘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헤어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동안 함께 지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가는 데 걸림돌이 됩니다. 연인은 불타오르는 사랑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나쁜 방식으로 헤어지는 경우도 허다하죠.
작년에 스토킹으로 기소된 한 사람은 헤어진 연인한테 52번 전화하고 82개의 문자 메시지, 152개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요.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대에게 집착한 거죠. 물론 한 사람의 문제는 아니었을 겁니다. 양측이 서로 양보하고 좋은 헤어짐을 만들어 내지 못한 거죠.
사회생활 할 때도 입사한 지 1주일도 안 돼서 일방적으로 사직 통보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모든 소통을 끊어버리고 잠수를 타 버리죠. 이렇게 되면 첫 만남의 유쾌했던 기억마저 모조리 박살나게 됩니다. 성급한 헤어짐을 택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우선 헤어짐을 떠올리면 상실과 고통이 연상돼서 그럴 거예요. 알싸한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보다 회피하고 싶은 게 더 큰 거죠.
그리고 누군가와 헤어지면 마치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자책하는 사람도 있어요. 사실 인생에서 헤어짐은 매우 흔한 일입니다. 단순히 서로의 가치관이 달라졌기 때문에 더 이상 같은 길을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대와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도 헤어질 수 있죠.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인생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 역시 어릴 때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거의 만나지 않고 있어요. 친구들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헤어짐은 서로의 기쁨과 발전을 위해서 유익하죠. 성인이 된다는 건 헤어짐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차피 헤어질 사이니까 막 해도 되겠지!’ 이런 잘못된 마음은 하루빨리 제거해야 합니다. 한 사람에 대한 마지막 인상은 정말 오래가요. 마지막 인상은 개인의 평판을 형성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정주영 회장님도 본인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두는 데 평판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씀하셨어요. 평판은 사람과의 만남, 어울림, 헤어짐이라는 전 과정을 통해서 형성되고 유지됩니다. 그중 헤어짐이 평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죠. 그리고 마지막 인상이 재회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누군가와 마지막이 좋다면 다시 만날 때 어색하지 않고 스무스하게 관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와 헤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진심으로 그분들의 인생이 밝아지기를 축복합니다. 저와 함께해 줘서 고마웠고 앞으로 더 잘 되시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해 주죠. 항상 좋은 만남과 헤어짐을 하다 보니까 다시 만날 때 기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여러분 단순히 인연의 길이에만 집착하지 마세요. 인연은 만남의 시간이 짧다고 나쁜 것도 아니고 길다고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단추의 처음과 마지막을 어떻게 채우느냐일 거예요. 현명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관계의 마지막을 중시합니다. 중간에 마찰이 있더라도 마지막에 함께 웃으며 좋은 추억을 간직 떠나죠. 좋은 만남에는 좋은 헤어짐을 포함하고 좋은 헤어짐은 결국 좋은 만남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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