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로 개최가 1년이나 늦춰지면서 최악의 올림픽으로 기억됐던 도쿄올림픽 이후, 2024년에 개최될 파리올림픽은 준비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올림픽을 개최하는 국가의 입장에서는 금메달 총 숫자 310개를 유지하는 선에서 기존의 종목을 제외하기도, 새로운 종목을 추가하기도 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종목을 추가해 자국이 많은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합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파리올림픽에 새로운 종목 4개를 추가했는데요. 이 종목 편입을 두고 ‘한국에게 금메달을 몰아주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요. 어떤 종목일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우연히 봤는데 한국이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 ‘코로나만 아니면 지금 당장 한국을 방문했을 거다’ 이 말은 지난 2020년 한국관광공사가 제작한 ‘Feel The Rhythm of Korea‘라는 한국 홍보 영상에 달린 외국인의 댓글입니다.
한번도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이 광고에서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는 서울, 부산, 전주, 안동, 목포, 강릉 등 주요 관광지를 돌며 판소리에 힙합을 얹어 7명의 댄서가 완벽하게 짜여진 군무를 선보였습니다. 시리즈로 제작된 이 영상은 조회수가 어마어마합니다.
부산 편이 5,320만 회 / 서울 편이 4,852만 회 / 목포 편이 4,843만 회 / 전주 편이 4,831만 회를 기록했는데, 유튜브를 본업으로 하는 제 입장에서는 꿈과 같은 조회 수입니다. 그리고 2021년에는 새로운 홍보 영상으로 영화 매드맥스를 패러디한 머드맥스로 서산을 소개했는데요. 이 영상 역시 조회 수가 무려 3,487만 회에 이릅니다.
한국을 소개하는 영상이 업로드되는 족족 어마어마한 인기를 끈 것이죠. 그런데 2000년대 중반 한국관광공사가 제작한 홍보 영상에는 K팝 스타도, 판소리도, 경운기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국의 춤꾼이 등장했을 뿐이죠.
한때 한국을 나타내는 슬로건으로 ‘Dynamic Korea‘를 사용했었는데, 이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이 한국의 비보이입니다. 현재 한류와 비교할 바는 안 되겠지만 당시 전 세계적으로 한국 비보이들의 인기가 어마어마했으니까요. 사실 한국에서 비보이라는 직업은 어른들의 눈에 못마땅했을지도 모릅니다. 헐렁한 바지, 길게 늘어뜨린 허리띠,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까지 외형적으로 불량소년에 가까웠으니까요.
하지만 2002년 한국의 한 비보이팀이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 시선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당시 영국의 UK 비보이 챔피언십 2002에 참가한 ‘프로젝트 코리아’라는 비보이팀이 결승전에 진출해 프랑스의 ‘베가본드’라는 세계적인 팀과 맞붙었는데요. 치열한 배틀 끝에 2:2 연장 배틀까지 진행됩니다. 그리고 극적으로 한국 팀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비보이에 대한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죠.
비보이와 관련해서는 아래에서 조금 더 설명드리는 것으로 하고요. 최근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들려온 놀라운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이 비보이를 위한 ‘브레이크댄싱’을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는 소식인데요.
지난 2019년 2월 21일,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IOC에 스포츠 클라이밍, 스케이트보드, 서핑과 함께 브레이크댄싱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IOC는 지난 도쿄올림픽부터 전체 금메달 310개를 유지하는 선에서 올림픽 개최도시가 자발적으로 추가 종목을 제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일본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제외됐던 야구를 부활시켰고 가라테 등을 추가했는데,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유럽에서 비인기 종목인 야구와 가라테를 제외하고 브레이크댄싱을 제안했죠.
‘토니 에탕게’ 조직위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이 환호하는 종목을 추가해야 한다’면서 ‘브레이크댄싱은 기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인상적이기 때문에 모든 플랫폼에서 젊은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렇게 2020년 12월 8일 IOC의 공식 승인으로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브레이크댄싱 종목이 최초로 추가됐습니다.
이 발표가 나자마자 국내외 언론은 앞다퉈 한국을 금메달 후보로 뽑았습니다. 이 종목이 한국에 금메달을 몰아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질 만큼 한국 비보이가 세계 최고인 걸까요? 정답은 ‘그렇다‘입니다. 왜냐하면 당시 한국의 비보이가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었으니까요.
비보이들의 랭킹을 공개하는 ‘비보이 랭킹즈(bboyrankingz.com)‘에 따르면 2019년 6월 ‘진조 크루‘라는 크루가 세계 랭킹 2위에 올라 있었는데, 2008년과 2011~2013년에 이어 2018년에는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또한 진조 크루에 속한 ‘Wing(김현우)’이 전 세계 랭킹 2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그런데 2022년 5월 14일도 랭킹이 비슷합니다.
개인 순위로 보자면 진조 크루의 Wing이 여전히 세계 2위에 올라 있고, Hong 10(김홍열)이 세계 3위입니다. 국가 랭킹에서 미국에 이은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크루 순위에서도 한국 팀이 상위권에 포진했습니다.
세계 랭킹 2위에는 다국적의 ‘Red Bull BC One All Stars‘가 올라 있는데, 이는 레드불이 자체적으로 결성한 다국적 연합 팀입니다. 1:1 비보잉 배틀 중 최강으로 불리는 Red Bull BC One 세계 1위 참가자만 소속될 수 있는 팀인 만큼 세계 최고의 크루로 볼 수 있는데요. 여기에 한국의 Wing과 Hong 10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또한 3위에는 한국의 진조 크루가 포진해 있으니 한국에 금메달을 몰아주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있는 것도 억지 주장은 아닌 겁니다.
물론 올림픽에서 어떤 식으로 금메달을 가리게 될지 정확히 전해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차별을 없애기 위해 남자 개인, 여자 개인까지 최소 두 개의 금메달이 걸렸는데요. 남녀 16명씩 출전해 1:1로 겨루는 댄스 배틀 형식의 토너먼트를 거쳐 우승자가 결정됩니다. 당연히 피겨스케이팅과 같이 심사 위원이 기술, 연기, 창의력 등을 평가해 승자를 가리게 될 텐데요.
한국은 그동안 전 세계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들고나와 늘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당연히 우승 후보입니다.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추후 상황에 따라 단체전이 추가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어 확실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한국 비보이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1년입니다. 독일에서 열린 ‘Battle of the Year’에 출전한 한국의 비보이 Snake(하휘동)가 개인 부문 Best 4에 등극함과 동시에, 그가 속한 T.I.P. 크루가 우승을 거머쥐었죠. 이때부터 한국의 비보이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 것이죠.
우선 브레이크댄싱이라는 것은 힙합 댄스 중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는 춤을 말하는데, 기원이 재미있습니다. 1970년대 미국 뉴욕의 뒷골목에서 경제난 때문에 미국으로 이주한 남미 히스패닉계가 몰려들며 벌어진 패권 다툼에서 기원했습니다.
비보이 경연 대회에서 ‘배틀‘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인데요. 상대방 구역으로 몰려가 춤사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의 기를 꺾기 위해 온갖 교묘한 동작을 연출하다 보니 묘기가 쏟아져 나왔죠. 이렇게 시작된 비보잉의 역사지만 한국 팀이 이 분야에서 큰 성과를 냈죠. 참고로 파리올림픽에서는 대중에게 알려진 ‘비보이’나 ‘브레이크 댄스’가 아닌 미국 힙합 개척자가 사용하던 ‘브레이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어쨌든 유럽 쪽에서는 미국 크루보다 한국 크루의 인기가 높아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는 팬까지 생겨났었는데요. 새로운 한류의 가능성을 본 한국관광공사는 이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아 한국 홍보 영상에 담기도 했습니다.
브레이크댄싱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포함되면서 이제 스포츠의 영역으로 옮겨가게 됐는데, 워낙 매니아층의 취미인 관계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앞으로 제 영상에서는 이 분야에서 큰 획을 그은 인물을 종종 소개할 예정이니 많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다시 한번 비보이들이 새로운 한류의 중심이 되어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도 이 분야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됨에 따라 최근 국가대표팀 4명이 선발됐습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10월까지 열린 ‘대한민국 댄스스포츠연맹’이 주관한 ‘브레이킹K 시리즈’ 1·2차 전을 치른 후 상위 16명의 댄서가 11월 파이널을 거쳤고, 남녀 두 명씩 총 네 명이 역사상 최초의 국가 대표로 선정됐습니다.
감독으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레전드 비보이 조성국 감독이 뽑혔는데요. ‘Beat Joe’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현역 시절 2004, 2005년 세계 최고 대회로 꼽히는 ‘UK 비보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비보이 월드컵으로 불리는 독일의 ‘Battle of the Year’에서 2005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죠. 특히 그는 가야금 선율에 브레이크 댄스를 접목해 비보이 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한 레전드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의 지도 아래 김종호(LEON), 최승민(Heady) 등 비보이 2명과 김혜리(YELL), 전지혜(Freshbella) 등 비걸 2명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앞으로 개최될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초대 챔피언 자리를 두고 금메달에 도전하게 됩니다.
이 선수들이 얼마나 멋진 경기를 보여 주느냐에 따라 파리올림픽에서의 금메달도 기대할 수 있게 될 텐데요.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되는 종목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매니아들만 즐기던 브레이킹 댄스가 정식 종목이 되었는데, 양궁이나 쇼트트랙 여자 골프 등과 같이 한국이 전략적으로 접근해 효자 종목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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