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슬램덩크’를 보고 자란 아버지가 아들과 슬램덩크를 다시 보고, 딸의 권유로 엄마와 함께 모녀가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는 이들에게 우리는 설령 일본과의 관계가 좋지 않더라도 색안경을 쓰고 마치 매국노를 바라보는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우리 옆에 위치한 중국은 이런 경직된 분위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관건은 이게 우리와도 관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부터 월드투어를 순항 중인 블랙핑크는 올해 초부터는 아시아 지역을 투어 중인데 중국에서는 일정이 잡히지 않은 관계로 블랙핑크의 콘서트를 보고 싶은 중국 팬들은 지난 1월에 열리는 홍콩 콘서트와 5월 20일 마카오에서 열린 콘서트장을 찾아 그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홍콩 콘서트장을 찾은 안젤라베이비는 당시 한국이 방역 강화 조치를 취하며 중국을 무시하고 있는데 한국 걸그룹 공연을 찾았다는 이유로 언론과 네티즌들로부터 거의 매국노급 비난을 받으며 한동안 시끄러웠는데요. 이번 5월 20일 블핑의 마카오 콘서트장에서는 더 많은 중국 스타가 찾아와 이를 두고 현재 중국 언론들이 여간 시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지금 중국에서 가장 핫한 뉴스가 중국의 많은 스타가 블랙핑크 콘서트 현장을 찾고 있다는 뉴스인데요. 이 뉴스는 5월 22일 기준, 약 3억 8천만 명이 클릭하여 읽을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 1월 홍콩을 찾아 오지게 욕을 먹었던 안젤라베이비는 그런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에는 중국의 차세대 스타라 할 수 있는 배우 구양나나와 함께 마카오 콘서트장을 찾았는데요. 이들을 알아본 팬들은 큰 환호성을 지르며 놀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콘서트장 안에서 이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블핑의 찐 팬임을 인증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주결경, 배우 레이지아인, 청리 등 중국의 톱스타들이 대거 콘서트장을 방문한 모습이 공개되자 중국 언론들이 광분한 것입니다. 5월 21일 왕이 뉴스는 현재 중국 스타들의 한국 가수 콘서트 관람에 대해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는데요.
매체는 이들의 이중성을 비난하고 나섰는데 특히 천만 팬을 보유한 중국의 인플루언서 린위샨은 과거 한류가 판치지 않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지만 정작 마카오의 블랙핑크 콘서트장에서 목격됐다며 스타들의 이중성에 팬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각종 플랫폼에는 이번 마카오 현장을 찾은 중국 스타들의 명단이 마치 살생부처럼 돌고 있으며 이를 본 네티즌들은 한국과 불편한 이 시기에 한국 가수들의 콘서트를 찾는 자국의 스타들이 부끄럽다는 반응들로 거의 도배가 되는 모습인데 언론들 또한 대대적으로 해당 사실들을 보도하며 의도적으로 부풀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국이 자국 연예인들의 한국 가수 공연을 마냥 비판만 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감이 있습니다. 문체부가 올해 1분기에 낸 콘텐츠 산업통계에 따르면 한국 영화의 중국 수출액은 2021년 기준 839만 달러로 국가별 수출 1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자체의 수출은 줄었지만 한국 영화 리메이크 판권 수출이 증가하면서 이런 이변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K팝 음반은 중국에서 5,132만 달러어치가 팔리면서 일본에 이어 중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음반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년 넘게 K-콘텐츠에 빗장을 걸었지만 정작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문화 상품에 국적을 따지지 않고 한국의 대중문화를 활발히 소화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자국 스타에 대한 비난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그런데도 중국의 딴지걸기는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일이던 지난 5월 16일 저녁, 칸영화제 단골손님이던 판빙빙은 지난 2018년 이후 무려 5년 만에 이날 보란 듯이 자신의 귀환을 화려하게 알리며 다시 한번 레드카펫을 밟았는데요. 이날 판빙빙은 울부짖는 호랑이와 대나무가 그려진 강렬한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등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드레스는 중국의 유명 디자이너 부커원의 작품으로 그는 2010년부터 판빙빙의 국제무대 드레스 디자인을 전담할 만큼 판빙빙과는 서로 뗄 수 없는 막역한 사이로 이번에도 그녀를 위해 무력 2018년부터 6년 동안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매체들은 중국풍의 아름다움을 잘 살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번 칸영화제에 판빙빙은 모두 5벌의 드레스를 준비해 갔는데 그 가운데 판빙빙이 두 번째 입었던 드레스에 대해 현재 중국 매체들은 말들이 많은데요. 판빙빙이 입은 이 드레스는 한국의 유명 디자이너 박소희 씨의 작품이라고 중국 매체는 소개했습니다.
박소희는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패션 디자이너로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 듀오가 선택한 루키이기도 하며 배우 메간 폭스, 블랙핑크, 모델 아이린, 아리아나 그란데, 벨라 하디드 등이 이미 그녀의 옷을 선택한 바 있듯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중 한 명입니다. 판빙빙 역시 이미 지난 3월 박소희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바가 있는데요.
소후를 비롯한 중국 매체들은 이 드레스는 한국인 디자이너가 만든 옷이라고 특별히 언급하며 비록 바다의 여신 같은 이미지를 풍기고 있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실패한 옷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며 특히 머리에 한 장식을 두고 조개껍데기 같다고 비난하는 의견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판빙빙의 화장법을 두고도 말들이 많은데요. 요점은 얼굴을 너무 번들거리게 화장했다는 것인데, 이는 평소 중국 매체들이 한국 여배우들의 꼬투리를 잡을 때 화장을 지나치게 번지르르하게 한다고 비난할 때와 같은 용어들을 사용해 과거 한국에서 드라마 작품을 한 판빙빙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판빙빙은 자신의 웨이보에 ‘다들 무슨 말만 하면 조개껍데기라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차라리 홍합이라고 말해야 더 많은 이들이 이해하지 않을까요?’라는 글로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이번 칸영화제에 참석한 중국 배우 지아나이량은 레드카펫에 섰음에도 뒤에 있던 기자들은 그를 몰라봐 아무도 사진을 찍지 않는 바람에 대륙의 뻘쭘함이란 모습으로 소개되어 팬들이 한숨을 쉬기도 했습니다. 해당 소식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지금 한한령 시행 중인 거 맞죠?’, ‘지금이 2023년인데 아직도 한류라니…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관심 끓였는데.’, ‘저 연예인들이 문제야. 우리에게 돈 벌어서 한국 가수들에게 돈 쓰고 있잖아.’, ‘보러 간 사람들은 뭐라 할 게 아니라 블핑 콘서트를 중국에서 열게 한 당국의 책임 아닌가?’
‘판빙빙 두 번째 드레스, 한국 디자이너 미스 소희가 특별 제작했다는데 아무튼 난 별로임.’, ‘그런데 얼굴 화장 왜 이렇게 번지르르하지?’, ‘중국에서는 끝났으니, 한국에 가서 어깨에 힘주고 다니세요!’, ‘중국 최고의 미녀가 왜 한국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나온 거죠?’, ‘머리에 저장식 너무 두껍고 면적도 너무 커. 게다가 옷도 별로야.’, ‘이 스타일은 정말 아닌 듯. 차라리 중국의 한푸나 당쥬앙을 입으면 더 예뻤을 듯.’
겉으로는 중계 콘텐츠가 가장 우월하다고 외치며 남의 문화를 배척하고 있지만, 정작 자국의 젊은이들은 한국 노래에 열광하고, 영화 슬램덩크를 보기 위해 개봉 4일 만에 천만 관객이 몰리는 모습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아직도 모든 것을 막으면 다 가능한 줄 아는 관료들의 생각, 오늘날 중국의 모습입니다.

YouText의 콘텐츠는 이렇게 만들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