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인지도를 올려야 하는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어떤 스타를 모델로 고용하느냐로 브랜드의 성패가 좌우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전 세계 모든 명품 브랜드들의 행보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한국인 모델을 고용하는 것을 넘어 아예 한국인 이름으로 제품명을 짓기도 하는데요. 도대체 세계 명품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불과 몇 해 만에 전 세계 문화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차지하더니,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넷플릭스가 투자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코로나라는 바람을 타고 전 세계를 장악했죠.
이러한 한류 덕택에 현재 한국 아티스트뿐 아니라 한글 역시 세종 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이래로 가장 높은 위상을 누리고 있죠. 한글의 우수함을 주목하는 이가 늘고 한글 자체가 가진 자음과 모음의 디자인적인 아름다움은 여러 디자이너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에 한류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국내외 브랜드는 아예 한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트렌드에 민감한 MZ 세대에게는 한글 마케팅이 제대로 적중하고 있는데요. 주방용품 기업인 해피콜은 우리 부엌에서 잔재처럼 남아 있는 일본어식 표현을 몰아내기 위해 분투 중인데, 흔히 쓰는 ‘계란 후라이’와 ‘후라이 팬’ 등에서 사용되는 ‘후라이’는 영어의 프라이의 일본식 표현입니다.
뿐만 아니라 편수 냄비의 ‘편수’와 양수 냄비의 ‘양수’는 일본어에서 따온 표현인데, 이러한 일본어 잔재를 몰아내기 위해 영어식 표현인 ‘프라이팬’으로 표현하고 ‘편수 냄비’는 ‘한 손 냄비’로 ‘양수 냄비’는 ‘양손 냄비’ 등으로 바꾸어 제품을 표기하고 있는데요. 이는 비단 국내 브랜드에 국한되는 현상은 아닙니다. 해외 브랜드 역시 한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몇 년 전, ‘Just Do it’을 한국어로 표현한 ‘그냥 해’라는 의류를 출시하기도 했고, 부산에 기반을 둔 국내 편집사 ‘카시나’와 협업으로 ‘나이키 덩크 카시나’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신발 뒷면에는 한글로 ‘카시나’를 새겼는데 그린과 블루로 출시되는 각 신발은 별도의 디테일을 넣었습니다. 그린 컬러에는 1번 경부고속도로, 블루 컬러에는 버스 핸들을 상징하는 행태그를 달았는데, 이는 부산에서 서울을 올라오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경부고속도로와 그 시절의 교통수단인 버스를 표현했습니다. 향수 브랜드로 잘 알려진 조말론 런던은 매년 봄, 꽃을 주제로 하는 ‘Blossom Collection’을 선보이는데 2020년 컬렉션에서는 서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향수를 몇 점 공개했습니다. 그중 ‘유자 코롱’의 경우, 해외 브랜드가 즐겨 쓰는 일본식 표현인 ‘Yuzu’가 아니라 한국어 표기인 ‘Yuza’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펩시콜라 역시 한국 마케팅에 동참해 ‘대한민국 컬처 에디션’을 내놨습니다. 펩시는 1.5리터 상품의 ‘FOR THE LOVE OF 대한민국’이라는 글씨와 함께 한글 자음과 모음으로 표지를 디자인했는데 즐거움, 나눔, 행복, 우정, 함께 등등 한국어 단어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캔콜라에는 한글뿐 아니라 고구려 사신도, 민족 고유의 흥이 담긴 풍물놀이, 탈춤 등을 모티브로 하는 일러스트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는 한국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었는데요. 이처럼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이 한국이라는 이름을 달고 훨훨 날고 있습니다만 여기 특이한 명품 브랜드 하나가 있습니다. 아예 제품명 자체를 한국어로 바꿔버렸으니까요.
지난 1월 22일,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인스타그램에는 사진 1장이 게재됐습니다. 그녀가 프랑스 명품 브랜드 ‘Dior’로부터 협찬받은 파운데이션 쿠션 제품인데요. 그런데 보통 ‘Dior’ 제품에는 ‘Christian Dior’이 낙인처럼 찍히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녀가 들고 찍은 제품에는 떡하니 그녀의 영문명 ‘YUNA’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습니다. 자신의 브랜드명이 아닌 한국인 이름을 새겼다는 점이 좀 특이했습니다. 지난 8월, 김연아를 Dior의 얼굴과도 같은 ‘앰배서더’로 선정했는데 제품에 직접 그녀의 이름을 새김으로써 그녀가 Dior의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해 마케팅 효과를 노렸는데요.
Dior과 김연아의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소치올림픽을 준비 중이던 그녀는 캐나다에서 참가한 경기에서 연기 순서 추첨을 기다리면서 립글로우를 발랐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이 립글로우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 집중됐고 ‘김연아 립밤’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었죠. 그녀가 썼던 립글로우는 투명하지만 바르면 저절로 분홍색으로 변해 자연스러운 혈색을 돌게 하는 베스트셀러였으나, 당시 김연아 선수가 협찬이 아닌 스스로 구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큰 화제를 불러 모았죠. 이 장면이 방송을 탄 후 하루 1,000개가량 판매되던 해당 제품이 방송 다음 날, 3,000개 이상 판매됐다고 하니 그녀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는데요.
이후, 디올은 지속적으로 김연아와 인연을 이어오며 화보 등에 등장시켰다가 앰배서더를 임명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녀를 품었는데요. 지난 1월 10일에는 모던 스포츠룩을 담은 2022년 신규 컬렉션 ‘디올 바이브’ 모델로 그녀를 발탁하며 은반 위 화보를 공개했는데, 8명의 ‘디올 바이브’ 모델 중 유일하게 동계올림픽 챔피언으로 큰 주목을 받았었죠. 그리고 올 4월 30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한국 최초 ‘2022 가을 여성 컬렉션’에 등장한 그녀는 역시 명품이었습니다. 이날 묶음 머리를 하고 나타난 그녀는 유독 옷이 강렬했습니다. 왜냐하면 패턴이 들어간 스웨터와 플리츠스커트를 입었는데 패턴과 모양이 한복을 연상시켰기 때문입니다.
사실, 최근 중국이 한복 공정을 진행하는 와중에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에 세계적인 명품으로 꼽히는 그녀가 한복을 연상시키는 옷을 입고 등장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사실 디올은 그간 한국 배우들과 상당히 깊은 인연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2017년, 디올은 가수 겸 배우 ‘수지’를 ‘하우스 프렌즈’로 발탁했는데, 하우스 프렌즈는 본사 브랜드 홍보를 대표하는 스타 앰배서더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블랙 핑크의 ‘지수’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해 홍보를 맡기기도 했는데요. 특히, 디올의 CEO ‘피에트로 베카리’는 지수에 대한 애정이 대단합니다.
이화여대에서 열린 컬렉션에서는 직접 참석해 지수 옆에 앉는가 하면, 한 영상에서는 “YG가 지수를 해고하면 내가 반드시 데려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죠. 그런데 한국인 셀럽을 모델로 발탁한 브랜드는 비단 디올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 만한 거의 모든 명품 브랜드들이 하나같이 한국인 스타를 앰배서더로 삼고 있습니다. “K팝 스타들은 스위스 군용 칼과 같습니다.” 이는 중국의 럭셔리 전문 미디어 ‘징 데일리’를 창업한 ‘에이버리 부커’가 한국 K팝 스타들을 두고 내린 평가입니다. 하나의 몸에 수많은 연장이 장착된 ‘스위스 칼’처럼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의미죠. 실제로 한국인 K팝 스타들은 노래뿐 아니라 춤, 작곡, 영화, TV쇼, 모델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적지 않죠.
일례로 얼마 전 싸이가 발표한 신곡 ‘That That’의 경우 BTS의 슈가와 공동으로 프로듀싱하고 작사, 작곡, 편곡을 함께 진행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외모면 외모, 스타성이면 스타성, 춤이면 춤,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K팝 스타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그동안 콧대 높던 럭셔리 브랜드들도 앞다퉈 홍보대사로 발탁하고 있죠. 여기서 말하는 앰배서더, 즉 홍보대사는 단지 상품을 많이 판매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역사를 보존하면서 그 위에 현대적인 감성을 더하는 역할을 하죠.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인 중 럭셔리 브랜드 앰배서더는 빅뱅의 ‘지드래곤’이 유일했지만, 2022년 현재는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샤넬의 경우 지드래곤과 제니를, 루이비통의 경우 BTS를, 구찌의 경우 카이를, 크리스찬 디올의 경우 지수를, 프라다의 경우 찬열을, 지방시의 경우 에스파를 각각 앰배서더로 두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인 K팝 스타들이 이렇게 럭셔리 브랜드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SNS의 영향이 컸습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일상이 됐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인스타, 페북, 트위터뿐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거의 모든 것들을 실시간으로 공유합니다.
지난 3월, 미국의 SNS 분석 업체 ‘넷베이스 퀴드’는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아티스트 Top 10’을 발표했는데 1위가 BTS의 진, 2위가 BTS의 뷔, 4위가 블랙핑크의 리사, 6위가 BTS의 정국으로 톱10에 무려 4명의 K팝 스타가 포진했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등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습니다. BTS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는 약 6,200만 명으로 전 세계 모든 음악 그룹 중 1위를 차지했고, 블랙핑크 멤버들은 개개인 멤버들이 전부 한국 전체 인구수를 넘어서는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죠. 명품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와 역사가 훼손되는 것을 극도로 꺼립니다.
그리고 이 확고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도 매의 눈으로 전 세계 모든 시장을 관찰하며 잠재적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과 관심사를 살피고 있죠. 그렇게 선택된 것이 한국인입니다. 과연 그들이 명품이 아니라면 이름으로 먹고 사는 브랜드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었을까요? 앞으로 한국인 스타들이 더욱 명품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디씨멘터리에서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 채널에서 다뤘으면 좋겠는 뉴스 또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영상은 디씨멘터리 네이버 닷컴으로 보내주시면 소중히 제작하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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