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인들을 국뽕에 취하게 만든 미국 드라마가 있습니다. 드라마 제목, ‘XO, Kitty’ 한국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제목이지만 놀랍게도 한국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미국에서 제작된 드라마인데요. 놀랍죠? 미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그렇게나 많이 보더니 이제는 한국을 배경으로 드라마까지 제작! 국뽕이 안 차오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국뽕에 취해 드라마를 틀었던 한국인들은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의문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분명 한국 고등학교인데, 한국 배경이라는데 정작 한국인들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내용들이 이어졌기 때문이죠. 드라마는 장거리 연애 중인 한국인 남자친구 ‘대’를 만나기 위해 주인공 키티가 엄마의 모교이기도 한 한국 국제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일단, 주인공이 미국과 한국 혼혈 외국인이고 평생 미국인으로 살아오다가 한국 고등학교, 그것도 국제 고등학교로 전학을 간 설정이니 한국인들의 뇌 속에 박혀 있는 한국의 하이틴 드라마 학교 시리즈, 응답 시리즈, 드림하이 등 이런 드라마들과는 내용이 다르겠다 싶죠?
한국인의 뇌 속에 인지된 편견을 살짝 내려놓고 봐도 충격을 안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충격 1, 고등학교 이름부터가 키스 고등학교. Korea International School of Seoul 줄여서 KISS. 실제로 한국에는 서울국제고등학교가 있던데 이 드라마를 본 순간부터 학교 별명은 키스 당첨.
충격 2, 급식 무슨 일이야? 역시나 한국 고등학교라는 배경에 맞게 급식이 등장했습니다. 일단 급식 판이 흰색인 거부터 노! 그리고 왜 김밥이 반찬 칸에 가 있죠? 밥에 밥을 더해주는 탄수화물 파티. 영양사 선생님 시말서 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국 칸에 놓여 있는 컵케이크. 이거 시나리오 작가 진짜 꿀밤 한 대 맞아야겠는데요.
아니면 국제고등학교라서 그런 건가? 한국 감성으로 다시 배열해 보자면 급식으로 김밥이 나오는 일은 잘 없지만 일단 나왔다면 당연히 밥 칸으로 가야겠죠? 그리고 떡볶이는 국 칸에 가득, 컵케이크는 후식이니 따로 들고 가야 진정한 K-급식. 인정하시죠?
충격 3, 고등학생이 파티라니? 고등학생이 과자 파티가 아니라 리얼 파티를 하는 것도 놀라운데 드라마 속에 나오는 파티는 마치 미드에서 보던 장면들이 연출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파티라고 하면 과자나 피자 파티가 다였던 우리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당연히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찾아보니 한국에 있는 국제 고등학교들도 파티 문화가 있긴 하더군요. 사진으로 봤을 땐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요.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 하이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공격적인 학생들의 연애! 이건 말하면 19세가 되니 상상만 하도록 합시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하이틴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이 연출됐다니 충격이었죠. 아무리 주인공이 미국인이고 배경이 국제고등학교라 해도 한국 정서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보니 XO, Kitty는 공개되었을 때부터 현실 고증이 너무 안 되었다며 먼지나게 까였습니다.
이렇게 처음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할 땐 그저 한류에 편승하려고 대충 찍어낸 짝퉁 한국 드라마가 아닐까 의심하게 되지만 보다 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 학교 문화에 대한 정보가 살짝 부족했을 뿐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드라마였습니다. 실제로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한국에 대한 사랑이 엄청나다고 합니다.
드라마를 보면 작가의 한국에 대한 애정이 매우 잘 드러나 있는데요. 사실 컵케이크를 식판 국 칸에 놓는 장면은 한국 문화를 잘 몰랐던 주인공이 실수하는 걸 연출한 것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의 실수를 보며 다른 학생들은 놀라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빼고 짤만 본 한국인들이 오해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역사, 부채춤과 같은 전통문화를, 중국이 훔쳐 가고 싶어 했던 한국 문화를, 드라마에 쏙쏙 다 넣었습니다. 이걸 보고 중국인들이 또 한 번 거품 물겠는데요. 이렇게 하나하나 보다 보면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드라마였습니다.
한국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해 한국인들에게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막상 보다 보면 한국 정서와는 꽤 많이 달라서인지 한국에서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습니다. 넷플릭스 순위도 7위에 머물렀는데요. 그런데 세계에서는 초대박이 나버렸습니다. 미국, 호주, 독일, 인도 등 64개국에서 1위를 찍더니 지금 넷플릭스 전체 순위 1위를 차지해 버렸습니다.
해외에서도 한국을 배경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고 하는데요. 한국과 미국 감성이 적절히 합쳐져서 더 대박이 난 거 같습니다. 해외 시청자들은 뻔할 수 있는 미국 하이틴 드라마 스토리이지만 배경이 한국이다 보니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로튼토마토에서는 ‘낯선 곳에서 벌어지는 설렘’이 장점으로 꼽히며 신선도 지수 80%를 찍었습니다. 그동안 헐리웃에서 일본과 중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있었지만, 한국만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없었습니다. 한국이 나와도 비중이 크지 않다거나 한국을 이상하게 묘사할 때가 많았는데요. 이번에 한국을 배경으로 한 XO, Kitty가 대박 나 버렸으니, 앞으로는 한국 배경의 헐리웃 영화까지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네요.
그리고 이미 미국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미국 드라마 ‘빌리언스’에서 한국인들의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연출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2016년 시즌1 방영을 시작으로 곧 시즌7이 방영될 예정인 인기 드라마, 빌리언스.
연방 검찰 뉴욕 검사장 프릿 바라라와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브 코펜의 치열한 법정 다툼을 그려낸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한식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런데 그들의 대화가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뉴욕 검사장이 같이 식사하던 코너티에게 뜬금없이 비빔밥을 먹는다며 핀잔을 줍니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는 법인데, 맛있게 먹다가 당한 불쌍한 코너티.
그런 그에게 또다시 극딜을 넣는 검사장. 표정이 정말 압권인데요. 이 장면만 본다면 검사장이 한식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검사장 본인도 한식을 먹는 중입니다. 그냥 그는 자신이 한식 마니아라 김치 없이 비빔밥을 먹고 있는 상대방을 용서할 수가 없었던 거 같습니다. 이 장면은 방영 당시 한국 커뮤니티에서 굉장히 화제가 되었는데요. 대사가 너무 찰지다 보니 누가 장난친 게 아니냐며 많은 의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언젠가부터 해외 드라마나 영화에 한국인, 한국 음식, 한국 배우, 한국 문화 등 한국을 많이 발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한국계 배우가 연기를 하더라도 배역이 중국 또는 일본인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실제로 배우 이병헌 씨도 레드2에 캐스팅되었을 당시 캐릭터의 국적이 중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병헌 씨가 한국 국적으로 바꿔 달라고 제안하며 한국인 캐릭터로 변경되었죠.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도 요즘에는 한국 국적 그대로 캐릭터를 연기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공식 석상에서 한복을 입는 등 자기 뿌리가 한국에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이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한국의 인지도가 많이 올랐다는 의미겠죠? 하지만 아직 만족할 정도는 아닙니다. 이제 시작일 뿐인데요. 그러니 벌써 자만하지 말고 한국 콘텐츠가 앞으로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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