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업으로 삼은 유튜버들 사이에는 분명 ‘트렌드’라는 것이 있습니다. 저 역시 본업은 아니지만, 유튜버를 부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카타르 월드컵’ 등 현재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유튜브 트렌드 중 즉시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사랑받는, 아니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먹방’이라는 콘텐츠입니다. 인간의 생존의 필수적인 ‘의’, ‘식’, ‘주’ 중에서 남들의 시선을 잡아끌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제는 단연 ‘식’입니다.
지난 8월 ‘포브스 코리아’는 ‘2022년 대한민국 파워 유튜버 100’을 발표했는데, 전년도에 비해 그 주제가 대폭 물갈이되기는 했지만, ‘Hongyu ASMR’ 5위, ‘야미보이’ 6위, ‘Jane ASMR’ 7위, ‘햄지’ 8위, ‘이공삼’ 9위, ‘시오 ASMR’ 10위 등 여전히 먹방 유튜버들은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연평균 약 22억에서 29억을 벌어들이는 인기 유튜버인데요.
먹는 모습을 보여주든, 먹을 것을 조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든, ‘식’과 관련된 콘텐츠는 여전히 대단한 인기 주제가 아닐 수 없죠.
그렇다 보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옥스포드 영어사전’에는 타 언어로 대체할 수 없는 한국어 단어들을 등재했는데, 그중 하나가 ‘먹방’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시작된 이 먹방이 해외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큰 트렌드를 형성했는데, 너무 많이 먹어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참고로 이번 콘텐츠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수 있으므로 심장이 약하거나 비위가 약한 분들은 신청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여기 구독자 340만 명의 유명 유튜버가 한 명 있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먹방을 주제로 하는 ‘Nikocado Avocado’라는 이 유튜버는 사실상 한국음식, 즉 한식으로 성공했다가 한식으로 생명이 위태로워진 인물입니다.
사실 이 남자는 어떻게 보면 자신이 치열한 유튜브 세계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과 팬들의 욕심이 만나 탄생시킨 괴물이기도 한데요. 이 남자를 자세히 알아봐야겠습니다.
지난 2021년 10월 1일, 영국의 ‘더 선’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니코카도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당시 26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그는 방송에서 “먹방 초기 몸무게가 70kg이었는데, 지금은 154kg으로 2배 넘게 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의 말은 사실입니다.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것은 2016년인데, 그의 채널 첫 작품은 ‘내가 더 이상 채식주의 유튜버가 아닌 이유’라는 영상입니다. 아마 그가 이 채널 운영하기 전 채식주의 유튜버로 활동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영상 속 그는 적당한 덩치와 꽤나 호감형 외모를 가졌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스마트한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채식주의자로 활동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요.
그리고 2020년 1월 24일에는 아예 자신이 채식주의자였을 때의 모습과 현재 모습을 비교하며 자신의 역변 과정을 담은 기록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영상 속 그의 모습은 충격적입니다. 한때 날씬하고 보기 좋았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폭식과 모습으로 온갖 괴이한 모습으로 음식을 먹는 괴물만이 남았는데요.
가장 최근 업로드된 그 영상을 보면 왜 그가 ‘익스트림 먹방’의 선두주자인지 알 수 있습니다. 보기에도 고열량으로 보이는 온갖 면 종류 음식을 쌓아놓고 먹는 기인에 가까운 모습, 비슷한 덩치를 가진 친구와 패스트푸드 먹방 콜라보를 한다든지, 온갖 다양한 음식들을 기이한 모습으로 먹는 영상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의 체형 역시 6년 전의 보기 좋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죠. 한때 70kg이었던 그는 어쩌다 산소호흡기를 끼고 위험한 먹방을 선보이는 초고도비만의 괴물이 되었을까요?
원래 먹방이라는 콘텐츠는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시청자의 입속에 군침을 생기게 할 정도로 맛있게 먹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그런데 니코카도의 영상은 시청자에게 군침이 돌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입으로 욱여넣는 수준이기 때문에 엽기스러움을 넘어 혐오감을 불러오는데요.
원래 뮤지션을 꿈꾸던 채식주의자 니코카도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언젠가 그가 시청한 한국인 유튜버가 쓴 ‘MUKBANG’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유튜브에서 사랑받으며 성장하고 싶었던 순수한 청년은 자신이 채식주의자임을 강조하며 다양한 영상을 업로드했으나 그가 예상했던 것처럼 빠르게 성장하지 않자, 이제 극단적인 먹방 유튜버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사실 이 먹방이라는 것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2009년 무렵 ‘아프리카 TV’에서였는데, 당시에는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는 시도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예쁜 외모의 BJ가 등장해 고칼로리의 배달 음식을 과식하는 모습은 꽤나 매력적이었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합니다.
이 단어는 ‘MC태현’이라는 방송인이 삼겹살을 구워 먹는 방송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러다 2010년 영화 <황해>에서 하정우 배우가 김, 핫바, 감자 등을 맛있게 먹어 치우는 영상이 큰 관심을 받으며 ‘먹방’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015년, 구글에서 ‘MUKBANG’이라는 검색어가 급증했고, 2016년 10월, 미국 CNN이 ‘먹방’을 ‘함께 식사하는 소셜 이팅(Social Eating)’으로 소개하면서 ‘먹방의 세계화’가 시작됐습니다.
니코카도가 먹방 유튜버가 되기로 결심한 것도 이즈음으로 보입니다. 그가 채널을 개설하고 두 번째로 업로드한 영상에서 바로 ‘MUKBANG’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했는데, 이후 그의 거의 모든 영상에 이 타이틀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제목도 ‘김치 순두부찌개’, ‘떡볶이’, ‘짜장면’, ‘불닭볶음면’ 등 한글로 달았죠.
위에서 잠시 인용했던 영국의 ‘더 선’은 “급격한 체중 증가로 인해 그는 방송 중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상태로 먹방을 진행하기도 했다.”라고 보도했는데, 그가 가장 사랑하는 음식은 단연 한국의 라면이었습니다.
그의 과거 영상을 조금씩 살펴보면 그의 체중 증가와 더불어 유독 면 요리가 많이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짜파게티’부터 ‘불닭볶음면’, ‘치즈 불닭볶음면’, ‘삼양라면’, ‘김치찌개라면’, ‘카레 불닭볶음면’, ‘간짬뽕’까지 외국인들이 관심을 보일 만한 모든 종류의 라면으로 먹방을 찍었습니다.
그중 그의 친구 ‘Hungry Fat Chick’과 함께한 불닭볶음면 영상은 조회수가 무려 1천만을 넘어섰죠.
그렇다면 이 남성은 왜 이렇게 한국식품과 먹방에 빠져 무모할 정도로 많이 먹었던 것일까요?
결국 ‘돈’입니다. 그는 한 영상에서 자신이 펜트하우스에서 산다는 사실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웬만한 재력이 아니면 살 수 없는 럭셔리 하우스입니다. 고작 서른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럭셔리 펜트하우스에 살 수 있게 된 것도 결국 유튜브에서 벌어들인 수입 덕분인데요. 본격적인 먹방 이후로 그의 조회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시작했고, 늘어난 조회수는 결국 돈으로 귀결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돈의 맛을 본 그는 더욱더 자극적인 음식에 도전하고, 더 자극적인 방식으로 먹고, 음식 앞에서 삭발을 하거나 여장을 하거나 살아있는 벌이 든 벌집을 통째로 씹어먹는 등 극단의 극단으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결국 시청자들이 니코카도에게 기대하는 것은 음식 맛있게 먹는 모습보다는 좀 더 자극적이고, 좀 더 하드코어한 먹방을 원했고, 그는 그 니즈를 채워주기 위해 더 극단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시청자들의 니즈는 그를 조금씩 더 괴물로 만들어갔고, 급기야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먹방을 하는,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겁니다.
그의 팬들은 이제 제발 생명을 귀중하게 여기라며 그를 타이르고 있으나, 그는 여전히 먹방을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그는 “사람들은 내게 ‘그렇게 먹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라고 말하지만, 나는 이 먹방을 몇 년간 더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유튜버들의 수익을 추정해볼 수 있는 ‘소셜 블레이드’에 따르면 그의 한 달 수입은 대략 3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4억 원을 벌어들입니다. 여기에 협찬 광고 수익까지 합한다면 정확한 수익은 공개하지 않는 이상 예측이 불가능한데요. 보통 회사원의 연봉을 한 달, 어쩌면 일주일 만에 벌기 때문에 그에게 다른 일을 권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거짓 뉴스가 유튜브에서 양산된다는 기사를 보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역시 니코카도와 마찬가지로 조회수가 곧 돈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기도 합니다. 멀쩡한 사람을 고인으로 만들거나 멀쩡한 식당을 삼류 식당으로 만드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실수였다고, 조회수에 눈이 멀어 그랬다고 사과해도 당한 사람은 이를 회복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를 포함해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는 이를 깊이 명심하고, ‘돈’만을 위해서가 아닌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YouText의 콘텐츠는 이렇게 만들어 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