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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OO 기술 최고!” 푸틴이 거액 3조원 투척한 이유는?

극악무도, 이 네 글자의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인물은 어쩌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고 생각했던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추진하자 핍박하는 것에서 모자라 아예 21세기에 전쟁을 일으킨 무서운 남자가 바로 푸틴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직후 푸틴은 러시아 핵무기 운용부대에 특수 경계 태세에 돌입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30여년 전 냉전 종식 후 처음으로 전세계가 핵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6,000여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1,600여기를 실전에 배치한 상태입니다.

그런 핵 보유국이 핵무기 사용을 내세워 위협한 사례는 1962년 이후 처음이었죠. 그런데 적어도 핵에 있어서만큼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푸틴이 어쩐 일인지 한국 기업을 콕 집어 3조원을 떼어줬습니다. 아프리카 이집트에서 건설 예정인 원자력발전소의 핵심이라고 볼 수있는 터빈기자재단독으로 공급하라는 것인데요. 푸틴은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Cold War 라고도 불리는 냉전시대는 직접 무력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전쟁을 불사한 국제적인 대립의 시대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진행된 미국과 소련의 갈등은 두 국가의 자존심 싸움을 넘어 아예 하나의 시대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이 당시 두 국가는 부단하게 정치공작을 펼쳤는데 특히 텍스트이미지를 이용해 인간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전쟁보다 더 무서운 공포를 선사했죠. 이 당시 인간의 심리를 가장 크게 자극한 것은 실제 전쟁이 아니라 이미지와 텍스트가 주는 환상이었는데 그 기폭제가 바로 핵전쟁입니다. 그런데 두 국가가 실제로 전쟁에 이를 뻔 했던 적이 있습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인데요. 1961년 당시 소련 지도자였던 니키타 흐루쇼프 서기장은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을 보호하며, 미국에 대한 군사우위를 확보하고, 서방국들과의 협상카드로 쓸 목적으로 미국 코앞에 위치한 쿠바에 장거리 미사일 기지를 비밀리에 설치합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출신 하버드대 교수이자 냉전 연구의 석학으로 꼽히는 셰르히 플로히는 자신의 저서인 핵전쟁 위기에서 새로운 사실을 공개합니다.

1962년 소련이 무려 4만 3,000명의 병력을 쿠바에 실제로 배치했었고, 미국이 우려했던 중거리 탄도미사일 뿐 아니라 핵탄두가 장착된 9기의 미사일을 설치했었다고 말이죠. 어쨌든 이 사실을 알게 된 케네디 대통령은 3차 세계대전도 불사하겠다면서 강하게 철수를 요청했고, 흐루쇼프는 전면전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쿠바로 향하는 수송선단을 다시 불러들이면서 위기는 벗어났지만 더 큰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상대방을 완벽히 제압하려면 반드시 핵무기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소련 내 강경파 사이에서 체결됐고, 이후 무지막지한 수준으로 핵무기를 늘렸죠. 냉전시대의 피크라 불리던 80년대 미국이 보유한 핵탄두가 25,000기이며, 소련이 보유한 핵탄두가 45,000기였으니 가히 지구 종말의 시대라고 불러도 과언은 아닐 듯 합니다.

어쨌든 핵무기로 대표되는 냉전시대에 전쟁은 한 번도 발발한 적 없지만 핵폭탄과 미사일에 대한 이미지와 텍스트로 써내린 언론의 기사들은 인간의 심리를 엄청나게 자극하면서 무성한 소문과 공포와 불안만 야기시켰습니다. 그런데 양측이 어마무시한 수준의 핵무기를 늘려가면서 부정적인 결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면 우라늄 농축액을 적절히 활용하는 원자력과 관련된 기술력도 급속히 발전할 수 있었죠.핵폭탄을 완성시킨 원자폭탄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우라늄의 중성자를 충돌시켜 핵분열 반응을 유도하는 것인데 일정한 조건에서 연속적인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면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1g의 우라늄이 완전 분열했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석유 1,439리터 또는 석탄 9톤을 동시에 태웠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와 동일하다고 하죠. 따라서 원자력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무기가 될 수도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군사목적으로 활용한다면 원자폭탄이 되는 것이고, 저농축 우라늄을 이용하여 연쇄 반응 속도를 조절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면 이는 원자력 발전이 되는데 원자력 발전은 기타 화석 연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효율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세계 원전시장은 현재 러시아와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데 그중 러시아의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인 로사톰은 2020년에만 약 9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원전에 투자했고, 2021년은 13조원, 2022년에는 약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현재 중국, 우크라이나, 이란, 인도, 벨라루스 등 5개국에서 10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터키, 이란 등에서도 11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죠. 또한 아르메니아, 이집트, 핀란드 등 6개국에서 10건의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해 둔 상태입니다.

현재 로사톰은 뛰어난 기술력에 푸틴의 막강한 외교력과 재정적 지원을 등에 업고 전세계 원전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으며 지금 현 시점에서 원전시장에서의 기술력과 영향력은 세계 최강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데 푸틴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은 로사톰이 최근 한국에게 3조원짜리 선물을 안겼습니다. 바로 이집트에서 말이죠. 지난 8월 25일 한국수력원자력은 40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에서 약 3조원에 이르는 터빈 시공과 기자재 공급권을 따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실 원전 건설이 아닌 기자재 공급에 불과한 하청업체 격이지만 그럼에도 국내 원전업계는 술렁거렸습니다. 왜냐하면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 이후로 약 13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원전 사업에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그 나름의 목표가 있고 목적이 있어 지난 정부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 내에서도 상당한 충돌이 있었습니다. 탈원전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한국이 독자개발한 신형 원자로 APR 1400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인증까지 획득했을 뿐 아니라 건설비용도 저렴해 해외로의 수출길이 고속도로처럼 뚫렸는데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는 바람에 해외 수주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들은 소형 모듈 원자로 SMR 상용화에 나섰는데, 한국은 이를 개발은 하되 수출만 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었죠. 국내에서는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해외로 수출만 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비판했는데요.

어쨌든 13년 만에 한국은 직접 건설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원전에 일부라도 참여하게 되면서 물꼬가 트이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집트의 엘다바 프로젝트는 러시아 로사톰의 자회사 ASE JSC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로 수도 카이로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지중해 인접 해안도시에 1200MW급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입니다. 2017년 이집트 원자력청으로부터 수주해 2028년 1호기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죠. 한국은 총 40조원짜리 프로젝트에서 2029년까지 기자재 공급과 터빈 시공을 맡게 되는데 이는 약 3조원짜리 대형 계약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러시아 로사톰이 한수원을 콕 집어 2차 계통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점입니다. 원전 건설에서 원자로 설비 등을 1차 계통이라 부르고, 2차 계통은 원자로에서 핵분열로 발생된 에너지를 터빈 발전기 등을 통해 전기로 전환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간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보유해 러시아와 경쟁관계였지만 러시아 측에서 보기에도 한국만큼 믿음직한 파트너가 없었기 때문에 사업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인데요. 왜냐하면 한국은 이미 아랍 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을 통해 사막에 원전을 건설해 본 경험이 있어 러시아 입장에서 경험이 있는 한국을 배제하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사실 위기도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한수원과 로사톰 측은 4월까지 계약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하면서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대대적인 제재를 시작해 계약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EU 등이 로사톰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계약은 순조롭게 진행됐는데요. 비록 사업 규모에 비해 한국의 수주액이 많지 않지만 이번 사업은 큰 의미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한국은 체코와 폴란드 등에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체코는 신규 원전사업 입찰을 시작했습니다. 이 사업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200MW급 원전 1기를 건설하기 위한 사업으로 총 사업비 약 60억 유로, 한국 돈으로 8조원짜리 초대형 원전사업입니다.

만약 이 사업을 수주한다면 이후 체코 정보가 계획 중인 추가 3기의 원전사업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어 기대가 큰 사업입니다. 사실 한수원은 체코 원전 사업 계획이 공표된 직후부터 꾸준히 수주를 위한 물밑 활동을 벌여왔는데 대표적으로 두코바니 인근의 트레비치 아이스하키팀을 후원하고, 코로나 사태 때는 이 지역에 국산 마스크 45만개를 기부하는 등 저변부터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했죠.

이런 활동 덕분에 중국,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에 밀려 경쟁력이 거의 없었던 한수원은 갑자기 가장 경쟁력있는 경쟁자가 되었습니다. 원래 많은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제공하는 대규모 차관의 유혹당해 러시아에게 원전사업을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지난해 체코 정부는 안보상의 위험을 이유로 러시아의 로사톰과 중국 CGN을 원전사업 입찰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 측이 체코전력공사 직원을 통해 입찰정보를 불법적으로 입수했다는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죠.

이후 체코 정부는 안보평가를 통과한 공급사에 한해 입찰 참여를 허용한다며 안보평가를 실시했고, 한수원,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모두 통과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3파전 상황으로 진행 중에 있으며, 일각에서는 한국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국과 프랑스의 신뢰도가 상당히 추락한 상황이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아레바는 지난 2003년 수주한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원전 3호기를 수주했고, 2005년 착공해 2009년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완공이 지연되어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미뤄져왔습니다. 이에 핀란드는 완공 차질에 대해 국제중재재판소에 손해배상금을 청구했고, 결국 핀란드에 4억 5천만 유로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미국 역시 자국 내에서 건설하기로 한 미국 캘리포니아 서머와 조지아 보글 원전이 5년이나 지연되면서 신뢰도가 추락한 상황인데요. 발주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완공이 늦어진다는 것은 상당히 금전적인 손해를 야기합니다. 이 준공에 맞춰 모든 사업계획을 세울테니까요. 이에 신뢰도 측면에서 한수원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는 시선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한국이 개발한 원전의 저렴한 가격도 장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체코의 라디오주르날에 따르면, 한수원의 kw당 건설비용은 3,717달러로 프랑스에 7,809달러의 절반 수준이고, 미국의 11,638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저렴한 가격을 콕집어 보도하기도 했죠.

이제 2년 뒤, 2024년이면 최종 사업자가 결정됩니다. 그간 수출길이 막혔던 원전수출의 물꼬가 트이고 러시아와 중국이 장악한 세계 원전시장에 한국이 조금씩 점유율을 늘려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디시멘터리에서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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