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닥터프렌즈입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의학의 역사! 이번엔 또 어떤 이야기일까요? 기괴하고 끔찍한 의학의 역사에서 이거는 한 번쯤 다뤄야 할 거 같았어요. 탈모의 역사입니다. 이 탈모라는 게 얼마나 오래됐을까요? 인류가 머리털이 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빠지기 시작했겠죠.
그럼 제일 오래된 탈모인, 그러니까 기록에 남은 제일 오래된 탈모인은 누굴까요? 기원전 12세기 이집트의 절대 권력자, 파라오 메르넵타였습니다. 정확한 재위 기간까지 있어요. 기원전 1234~1220년까지 14년 동안 이집트를 다스렸던 절대자 파라오가 탈모였어요.
그래서 탈모에 대한 치료 기록은 더 오래됐어요. 기원전 1550년을 보면 고대 이집트 의학서 <에베루스 파피루스>에 800여 가지에 가까운 진료 지침이 있는데, 탈모 치료도 언급이 됐습니다. “하마, 악어, 수고양이, 아이벡스의 지방을 뒤섞어서 머리에 바른다. 그래도 통하지 않는다면 고슴도치의 털을 그슬려서 4일간 머리에 뿌린다.” 이게 약간 흑채 같은 거예요. 조금 더 풍성해 보일 수 있어요.
근데 300년 후의 절대 권력자도 탈모를 앓았잖아요. 그러니까 소용은 없었겠죠. 근데 이 당시의 머리카락은 권력의 상징이었습니다. 수사자와 같은 머리가 곧 권력이었어요.
그리스의 위대한 의사 히포크라테스도 탈모에 대해 관심이 있었어요. 그리고 되게 진심이었어요. 히포크라테스는 심지어 아편, 그다음 서양 와사비 홀스래디쉬, 비트의 뿌리 같은 걸 잘 섞어서 연고로 만들어서 바르면 머리가 날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근데 지금 인터넷에 히포크라테스를 검색해 보시면 석고상이 뜹니다. 머리카락이 없으시죠.
근데 그거에 비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탈모? 뭐 그냥 양 오줌 바르면 안 되나?”라는 반응이었는데요. 아리스토텔레스를 검색해 보면 풍성합니다. 자기는 풍성하니까 관심이 없었던 거죠.
사실 서양에서 고대 탈모인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가 다 알 만큼 진짜 유명한 사람이에요. 율리우스 카이사르인데요. 로마의 위대한 장군이자, 시저로 알려졌죠.
이분이 일단 또 유명한 게 피부가 진짜 좋은 걸로 유명해요. 갈리아 지역에서 10년 동안 있었는데, 당시 갈리아는 야만, 그 자체였어요. 문명이 닿지 않는 곳에서 전쟁을 10년 동안 했는데도 피부가 하얗고 뽀얗다는 기록이 있는데, 머리는 빠졌어요. 그래서 시저의 여러 석고상을 보면 항상 쓰고 나오는 게 있습니다. 월계관을 항상 쓰고 있어요. 그게 왜 그러느냐면 머리 빠진 걸 가리려고 한 거예요.
시저가 연인이었던 클레오파트라에게 고민을 털어놨더니, 클레오파트라가 쥐와 말의 이빨, 곰의 지방 같은 걸 섞어서 만든 로션을 발라주면 된다고 한 거죠. 효과는 당연히 없었겠죠.
앞서 말했듯이 당시에 갈리아는 문명이 닿지 않는 야만의 나라였어요. 포로를 잡아 왔는데, 머리가 풍성하니까 시저가 몰래 물어봅니다. 머리가 풍성하게 나는 특효약이 있냐고 물으니까 당나귀의 성기를 잘라서 태운 다음 본인의 오줌과 섞어서 머리에 발라보라고 해요. 근데 제 생각에는 시저가 갈리아 지방을 짓밟았단 말이죠. 그러니까 갈리아 사람들 입장에선 침입자인 시저에게 모욕적인 치료법을 가르쳐준 거 같아요. 시저가 해 봤더니 역시 효과가 없었죠.
그런 이유로 월계관을 계속 써요. 아니면 투구를 쓰거나… 하여튼 카이사르는 맨머리로 다닌 적은 거의 없어요. 포로한테 물어볼 정도로 다급했던 거죠. 그래서 카이사르가 너무 부끄러워하니까 가발이 유행해요.
사실 최초의 가발은 3,500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이거는 제사나 어떤 주술적인 의미로 만들어진 거고요. 탈모를 가리기 위해 가발을 쓴 건 로마 시대가 최초입니다. 근데 이게 유행하지 못했어요. 너무 가발인 게 티가 났거든요. 딱 쓰고 나타나는 순간 오히려 이상하죠.
그리고 탈모에 대한 인식이 문제였어요. 지금은 탈모가 유전으로 생길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하고, 혹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변화라고 인식하지만, 옛날에는 탈모가 일종의 저주로 쓰입니다.
성경 말씀을 보면 “썩은 냄새가 향을 대신하고, 노끈이 띠를 대신하고, 대머리가 숱한 머리털을 대신하고…”라고 적혀 있어요. 저주를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성경에도 여러 번 나와요. 그 시대 사람들은 그걸 진짜 욕으로 쓴 거죠.
그리고 엘리사라는 정말 위대한 선지자가 있거든요. 이분이 탈모인입니다. 근데 어떤 동네에 갔는데, 거기에 있는 애들이 엘리사가 대머리라고 놀려요. 그래서 엘리사가 너무 화가 나서 그 아이들을 저주합니다. 그랬더니 수풀에서 암곰 둘이 나와서 아이들 42명을 찢었다고 성경에 나와 있어요. 선지자라는 게 성인이죠. ‘Saint 엘리사’예요. 성인인데도 대머리라고 놀린 건 못 참은 거죠.
또 신약에도 나와요. 예수님의 수제자이자, 초대 교황인 베드로를 검색해 보시면 머리 가운데가 없으시거든요. 그 이유가 베드로가 예수님 몰래 빵 한 조각을 훔쳤는데, 그 빵 조각 크기만큼 머리카락이 빠졌더라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이러다 보니까 이제 온갖 치료법이 나와요. “오리 똥도 바르고, 까마귀 태워서 재도 바르고, 양파로도 씻고, 잇꽃의 기름하고 로즈마리 향초에 동물의 고환을 잘게 다지고, 물구나무서면 차크라가 내려온다…”
그런데 이게 기괴하긴 해도 끔찍하진 않거든요. 다른 두통의 역사나 이런 거에 비하면 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이 정도면 죽는 건 아니니까요.
근데 이슬람교에서는 조금 달라요. 이슬람교 귀족들한테는 머리카락이 신의 은총 같은 거거든요.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면 주변에서 “어? 뭔가 부정한 짓을 저질렀구만…”, “알라신한테 버림을 받았구만…” 이런 얘기들을 하니까 극단적인 종파에서는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면 거세를 했어요.
이렇게 효험이 없는 치료가 계속되니까 좀 해학적으로 푸는 사람들도 나와요. 사실 포기한 거죠.
셰익스피어, 위대한 문학가죠. 이분도 머리가 좀 없으셨는데, “세월은 머리카락을 가져가는 대신 지혜를 주었다.”라는 멋있는 문구를 남기셨어요. 근데 자기합리화한 거죠. 머리 안 가져갔어도 지혜는 주셨을 텐데…
그리고 조선시대를 봤어요. 우리나라는 상투를 틀었으니까 어떻게 했나 궁금했거든요. 유교 문화권에서는 머리를 자르면 안 되기도 하고, 선비들에게 머리는 특히 정말 중요했죠. 근데 머리가 빠지는 걸 가지고 불효라고 비난하진 않았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문화권은 그나마 탈모에서 좀 자유로운 게, 갓을 쓰고 상투를 트는데 가운데 머리 없이 주변머리만 있어도 상투를 틀 수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조선시대에 우리는 탈모에 오히려 관대했어요.
근데 유럽에서는 그러한 공격들이 계속되고 그러한 이유 때문에 사실 유럽의 수도승들 사진을 보면 머리를 가운데만 밀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속세에 전혀 미련이 없다…’라는 걸 보여주려는 거죠.
그러다가 가발이 유행했던 계기가 하나 있어요. 의학의 역사에서 우리가 다뤘던 주제 중 하나인 매독 때문인데요. 매독의 증상 중에 탈모가 있어요. 매독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탈모인들은 오해를 받기도 하면서 그때부터 슬금슬금 가발을 착용하기 시작하는데요.
유럽 귀족들 보면 엄청 풍성한 가발을 썼잖아요. 그런 풍성한 가발을 유행시킨 게 루이 13세, 태양왕 루이 14세의 아버지입니다. 왜냐하면 되게 빨리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거든요. 근데 부인인 안 도트리슈가 진짜 미인이었대요. 근데 루이 13세가 자기 머리가 빠지면 이 부인이 다른 사람하고 만날 거 같아서 가발을 썼는데, 너무 티가 나잖아요. 그래서 법령으로 정합니다. “궁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가발을 써라!”
그래서 중앙에 있는 귀족들이 다 가발을 써요. 근데 이제 지방에 있는 귀족들이 파리에 와서 보니까 중앙에 있는 귀족들은 다 가발을 쓰는데, 멋있어 보였던 거죠. 뭔가 그 당시 파리가 문화의 중심지인데, 거기 있는 사람들이 다 가발을 쓰니까 이때부터 가발이 막 엄청나게 유행해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머리가 빠지면 가발을 쓰면 되는 거죠. 이게 티가 나더라도 멋으로, 모자 쓰는 것처럼 쓰게 됐기 때문에 사정이 훨씬 나아졌죠. 그렇긴 하지만 치료법은 아니죠.
그래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상한 치료법이 정말 아주 많이 나옵니다. 돈을 바라고 나쁜 치료를 만들기도 해요. 현악기를 들으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걸 예방할 수 있다는 논문을 현악기 제작사가 써서 현악기를 팔아먹기도 하고요.
프랑스의 심리학자인 에밀 쿠에는 <자기 암시>라는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한데, 간절히 바라면 탈모가 해결된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은 머리가 없으십니다.
크로슬리사에서는 1936년에 머리에 진공 상태를 유발하면 피가 잘 몰려서 머리가 자랄 수 있다고 해요. 근데 이 기계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머리카락을 오히려 뽑아버린 거죠. 그래서 이제 굉장한 항의에 부딪히고 유혈사태가 벌어져요.
이런 시기가 계속 진행되다가 1974년 도미니카 공화국의 작은 마을에서 여자아이로 알고 키운 아이가 사춘기를 맞으면서 갑자기 몸에 남성의 생식기가 나타나요. 그래서 원인을 분석해 봤더니, 이 소년들의 몸 안에서 분비되는 5알파 환원효소가 굉장히 낮은 것을 확인한 거죠.
이 환원효소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데,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DHT) 남성 생식기를 생성하는 역할과 탈모에 영향을 준다는 걸 이때 확인한 거예요.
이걸 어떻게 확인하게 됐냐면 이 소년들이 상대적으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된 시기가 짧으니까 탈모가 안 생겼던 거예요.
현대의 탈모약이 된 치료제를 처음에는 사실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만 사용했는데요. 전립선 비대증 때문에 약을 먹던 사람이 소변을 잘 보게 되고 상태가 호전됐는데도 계속 먹어서 물어봤더니 머리카락이 안 빠진다는 거죠. 모발이 다시 나기도 하고, 풍성해지고… 그래서 실제로 보니까 처음 봤을 때보다 머리숱이 많아진 걸 확인한 거죠. 그게 이제 탈모 치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버렸어요. 이게 완전 최근이에요.
이 약 이름이 FDA가 승인한 두 가지 탈모약인 피나스테리드, 미녹시딜입니다. 이 약이 있기까지 수천 년 동안 쓸데없는 치료, 고통과 오해가 있었고… 하여튼 그렇게 해서 지금은 옛날보다는 그래도 탈모 치료가 많이 호전됐습니다. 그때 개발한 약이 아직까지 메인 치료인 걸 보면 아직까진 탈모는 완치가 불가능한 거죠. 여기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리고 모발이식이라는 방법도 나왔고, 탈모를 최대한 늦출 수 있죠. 아마 앞으로는 완전히 정복할 수 있는 시대도 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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