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0, 2.4L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경쟁차를 정조준했습니다. 이전 토스카에 쓰인 ‘직렬 6기통 XK엔진’의 부드러운 엔진 질감을 기억하는 일부 소비자들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풍절음과 하부 소음이 크게 개선돼 동급에서 가장 정숙한 편이었고, 물렁하기만 했던 토스카와 달리 탄탄한 하체에서 비롯된 묵직한 주행 질감과 고속 주행 안정성, 쫀득한 조향감 등 소위 ‘뛰어난 기본기’를 선보이면서 한층 진보한 주행 성능을 제공했습니다.
문제는 ‘낮은 출력’ 주력 모델의 페이퍼 스펙 자체도 경쟁차 중 가장 뒤처지는 데다, 묵직한 주행 질감만큼이나 실제로 동급 대비 공차 중량이 꽤나 무거운 편이었기 때문에 가속이 굼떴고 운행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는 당연히 ‘연비’에도 악영향을 미쳐 대우차 시절부터 이어져 온 ‘나쁜 연비’ 이미지를 그대로 물려받게 됐죠. 2.0L 엔진에 245mm의 18인치 타이어는 확실히 ‘오버 스펙’이었습니다.
또 ‘보령 미션’도 말썽이었습니다. 정속 및 고속주행이 잦은 외곽이나 지방 도시의 주행환경에서는 6단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불만이 적었지만,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도로 환경 특성상 원하는 타이밍에 변속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저속 주행 시 불쾌한 변속 충격을 겪는 경우가 많았고, 주행 환경에 따라 소비자들의 평가가 크게 엇갈렸습니다. 2013년형 모델부터 일부 부품과 로직을 개선한 ‘2세대 변속기’를 제공하면서 그나마 나아지긴 했지만요.
무엇보다 기어를 수동 조작할 때 레버 위에 자리한 버튼을 ‘좌-우’로 눌러야 하는 일명 ‘엄지 버튼’은 자동차 전문 매체와 소비자가 입을 모아 비판한 부분이었습니다. 경쟁사는 ‘패들 시프트’까지 달고 나오는 판에 기어 레버를 직접 움직이는 직관적인 방식에 비해서도 전혀 나을 것이 없는,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구성이었어요. 심지어 현재까지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고, 나올 때마다 욕을 먹고 있는데 설계팀에 특이 취향을 가지신 분이 있는 건지… 모델마다 위치가 조금씩 다른 게 코미디죠.
한편, 2013년형부터 ‘LPGi 모델’이 추가되었는데요. 연비야 안 좋은 건 자명했고 애초에 기본 가격 자체가 비싸 당연하게도 판매량은 많지 않았습니다. 별개로 말리부는 초반부터 택시 모델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장애인용 모델과 렌터카로만 판매했습니다. 바로 ‘이미지’ 때문이었는데요.
택시로 인기를 끌면 가혹한 운행 환경을 견디는 내구성과 정비성, 편안한 승차감이 돋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도로에 즐비한 ‘값싼 영업용 차량 이미지’ 또한 함께 따라오기 때문에 자가용을 선택하는 데 있어 고민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죠. 덕분에 도로에 종종 보이는 말리부가 돋보이긴 했고, 그 대안으로 7인승 mpv ‘올란도’를 대신 투입하면서 말리부 택시 빈자리를 메우기도 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올란도 편을 참고해주세요.
2014년 연식 변경 모델에서는 ‘뒷좌석 에어벤트’와 ‘후측방 경고등’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편의 및 안전장치를 추가했고, 무엇보다 ‘오펠 2.0L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 선보여 가솔린 모델의 답답한 출력과 터보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이 디젤로나마 달래줬습니다.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보다 매끄러운 질감 선사했고, 경쾌한 출력과 뛰어난 연비가 특유의 주행 안정성과 시너지를 일으켜 중장거리 운행을 주로 하는 오너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죠.
그 사이 수입차를 중심으로 ‘디젤 세단’ 거부감이 많이 해소되었고 가솔린 모델의 답답함에 망설이던 소비자들이 디젤을 선택하면서 꽤나 많은 판매량을 차지했습니다. 한편, 앞좌석 열선 시트가 얼마 안 가 제멋대로 빠지거나 장마철만 되면 울고 있는 헤드램프 같은 소소한 잔고장, 엔진 타이밍 체인 부위에 문제가 생기거나 7만 km를 전후해 ‘엔진 경고등’과 ‘esp 점검 메시지’, 주행이나 정차 시 차량이 떨리는 ‘부조 현상’을 동반하는 ‘엔진 실화’라는 만만치 않은 고질병이 있다고 하니 중고차 구매하실 분들은 이 부분을 꼼꼼하게 살펴보시면 되겠습니다.
말리부는 쉐보레 로고를 달고 정식 출시된 첫 번째 중형차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성적은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습니다. 출시 이듬해인 2012년 국내 누적 판매량은 13,210대. 상품성을 크게 개선한 2014년에는 19,000여 대를 기록했어요. 물론 토스카보다는 나은 판매량이었고, 출시 초 오로지 가솔린 모델만 판매했던 것, 가격이 이전 토스카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진 데다 동급에서도 비싼 편이었던 점을 감안해도 다소 실망스러운 수치였습니다.
더구나 중형 세단 특성상 법인이나 렌터카, 택시 등 ‘플릿 판매’ 비중이 큰데, 이것을 포기한 말리부의 판매량이 많을 리가 없었죠. 여담으로 북미에서는 2013년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외관을 일부 수정하고 상품성을 개선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판매됐지만, 국내 사양은 초기형의 외관을 유지했습니다. 아무리 현지 공장에서 각각 생산하고 있고, 부품 역시 현지에서 거의 다 조달한다지만, 으레 신형 모델을 내놓으면 통일하기 마련인데 한국 모델만 이렇다 할 개선이 없었다는 것도 좀 의아한 부분이었어요.
‘8세대 말리부’는 GM의 눈물겨운 구조조정 이후 ‘글로벌 중형차’를 표방하며 등장한 모델답게 어느 누가 타더라도 만족할 만한 준수한 상품성으로 무장했고, 쉐보레 브랜드가 자리 한 ‘6개 대륙, 100여 개 시장’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견뎌내기 위해 겉모습만큼이나 묵직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진 모델이었습니다. 출시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질리지 않는 담백한 디자인, 일단 한번 타 보면 경쟁차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수입차에서나 경험할 법한 세련된 주행 감각을 제공했어요.
브랜드 출범 당시부터 안전을 전면에 내세운 것에 발맞춰 생김새에 걸맞게 실제로도 튼튼하게 만들었죠. 뛰어난 안전성도 어필했죠. 컨테이너를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게 떠오르네요. 동급 대비 부족한 편의장비와 좁은 공간, 힘 딸리는 파워트레인으로 대박을 치진 못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중형차 시장 속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확보해 쉐보레 브랜드가 안착하는 데 큰 힘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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