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는 할 수 있지만 대만 영화는 못 하잖아!’ 한국 영화에 대한 대만의 시선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반장입니다. 혹시 대만 영화 하면 머릿속에서 떠오르거나 기억나는 제목이 있으십니까? 우리에게 중국이나 홍콩 영화는 익숙한 편이지만 대만 영화는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덜 친숙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대만에서도 영화는 인기 문화 중 하나입니다.

4억 달러 규모로 세계 15위를 차지하는 대만 영화 시장의 사이즈가 작은 편은 아니지만, 대부분 미국 영화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자국 영화의 점유율은 매해 10% 이하를 그려가고 있다는 점이 대만 영화계의 아픈 부분입니다. 대만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은 아무래도 청춘, 로코, 멜로를 주로 다루는 영화가 생각날 것입니다.

이런 영화는 우리나라 극장가에서도 오랜 스테디셀러였습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 등 많은 청춘 영화가 국내 팬의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만 영화가 예전부터 이런 청춘 멜로물 위주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대만 영화는 대만 정치와 상관관계를 맺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여기에 일본의 식민 지배를 거치면서 나타난 대륙과의 갈등 등 복잡한 대만의 정치와 역사는 대만 영화 속에 그대로 담겨져 나왔습니다. 특히 <비정성시(悲情城市)>의 허우샤오셴 감독과 <음식남녀(飮食男女)>의 리안 감독은 뉴웨이브 운동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영화를 통해 대만의 과거와 현재를 통찰하게 하는 성찰의 미학을 담아내며 대만 영화의 중흥기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습니다. 한국 영화가 국내 팬의 환대를 받는 것과 달리, 대만 영화는 미국 영화에 밀리며 자국에서 냉대를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재능을 겸비한 신진 감독의 출현이 전무하며 대만 영화의 찬란한 중흥기는 이렇게 막을 내리고 맙니다.

시장이 활기를 잃고 대만의 영화 관계자는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지만, 검열과 여러 제약으로 인해 대만 영화의 미래는 점점 더 악화 일로를 걷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대만 방송은 지금도 영화 이야기가 나오면 중국 영화계에 대해 비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며 미국, 한국의 영화 산업과 자주 비교하곤 합니다.

[대만 방송 인터뷰]

중국이 1년 동안 영화를 찍는데 투입되는 자금이 (한화) 약 60조 원인데, 그중 70%의 돈이 배우들의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이게 사실 심각한 문제인데요. 할리우드에서 배우의 개런티는 10~20% 수준에 그칩니다. 한국도 많아 봐야 30% 수준입니다. 중국의 경우 제작비의 대부분이 배우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상황이 초래되어 영화에 내용 없는 공허함이 느껴지게 됩니다. 그래서 큰 시장을 갖고 있어도 할리우드나 한국을 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3월 대만콘텐츠진흥원은 대만의 영화 산업의 성장, 다양한 트렌드와 개성을 갖춘 영화 제작을 위해 자체적으로 제작사를 차리고 매년 3~5편 정도 자국의 영화를 직접 제작, 배급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하게 됩니다.

딩샤오칭 대만콘텐츠진흥원 회장은 한국의 영화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대만도 한국처럼 다큐부터 범죄,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 것이며, 이는 대만 영화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대만에서 한국 영화의 열풍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입니다. 팬데믹 이전 대만에서 <신과 함께 – 죄와 벌>, <부산행>, <군함도>, <챔피언> 같은 영화는 역대급 흥행을 일으키며 대만 전역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캐릭터 자체가 스토리가 되는 마동석은 <부산행>으로 이미 대만에서 탄탄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2019년 6월 마동석이 자신의 영화 <악인전> 홍보를 위해 대만을 방문했을 때 현지 언론들은 팬들의 뜨거운 열기에 놀란 나머지, “이렇게까지 한국 영화배우가 대만에서 인기 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라는 뉴스를 써내며 한국의 글로벌한 인기를 여과 없이 보여줬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대만 언론은 대만에서 청불 등급의 범죄 액션 영화가 대중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열기를 보여주는 주는 것은 그만큼 대만 사람이 한국 영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만이 정말 한국 영화의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한국은 영화를 통해 사회에 존재하는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고 약자의 입장을 대변해 주며 역사에 대해 통렬한 고찰을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과거 자신들도 뉴웨이브 운동을 통해 대만 사회와 일본 식민 시대의 문제점을 알렸으나 지금은 그 명맥이 완전히 끊긴 반면, 한국은 지금도 끊임없이 영화를 통해 사회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다는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만의 대중매체 ‘Life Style’은 얼마 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국만이 제작할 수 있는 9편의 영화’라는 주제로 뉴스를 보도해 화제가 됐습니다. 해당 매체는 여론조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골고루 수렴하여 9편을 선택했다고 밝혔는데요. 선정에 꽤 공을 들인 흔적이 보였습니다.

대만 전문가와 언론이 선택한 한국 영화는 <도가니>, <소원>, <살인의 추억>, 개구리 소년 사건을 다룬 <아이들>, <어린 의뢰인>, <7번 방의 선물>, <택시운전사>, <1987> 그리고 마지막으로 <변호인>을 선정했습니다.

끝으로 매체는 “한국의 이런 영화는 흥행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국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라고 전하며 “대만 영화는 언제 공포물과 청년의 사랑놀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대만 공영 방송의 유명 MC인 왕우정은 대만 사회와 정치권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도 2022년 초 방송을 통해 대만 영화의 한계에 대해 한국 영화와 비교하며 다음과 같이 발언한 적이 있습니다.

[대만 MC 왕우정 멘트]

한국은 해마다 영화를 통해 일본을 호되게 꾸짖습니다. 예를 들어 <군함도>처럼요. 이런 영화를 통해 일본이 과거 한국에 저지른 죄에 대해 성토하고 책임을 요구합니다. 대만은 이렇게 하나요? 대만은 할 수 있나요? 한국은 이런 영화가 사람들에게 감동과 진실과 놀람을 주든 안 주든 매년 제작합니다.

대만 사람은 이런 영화를 만드나요? 대만은 허구한 날 국민당 독재 시대 영화나 찍어대죠. 대만이 일본을 꾸짖은 영화가 있나요? 일본이 대만 사람을 어떻게 짓밟았는지 알려야 하잖아요? 그래서 한국인이 대만은 안 된다고 여기는 겁니다.

대만의 NEWS LENS는 평론을 통해 대만이 한국 영화의 독창성과 사회적 기능 그리고 소재 발굴에 대해 참고삼아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매체는 “사회와 현실을 비판하면서 흥행적으로 성공하기가 어려운데 한국 영화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어 그 다양성이 날로 늘어 소위 한국식 장르라는 단어를 탄생시켰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아이 캔 스피크> 같은 영화는 일본이 한국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 자세히 알려 그 어떤 외교적인 힘보다 강한 역량을 보여줬는데, 영화의 힘을 가장 잘 이용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 영화”라 평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