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울증과 우울증 약에 대한 Q&A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Q. 우울증은 완치할 수 있을까요?
완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울증 완치가 가능한 분과 그게 쉽지 않은 분이 있죠. 완치가 가능한 분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정도 먹고 우울증 약을 종결하기도 해요. 그런 경우가 많아요. 어느 날에는 저희 병원에서 하루에 4~5분이 치료 종결하기도 했어요. 물론 오래 다니는 분이 있기도 하지만요.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치료 기간이 길더라도 계속 다니는 게 안 다니는 것보다 낫습니다. 관리가 중요하거든요.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처음에 비해서 좋아진 부분에 대해 말하는 분이 있어요. 병원에 다니면서 증상이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면 모르겠는데, 조금이라도 좋아진 부분이 있다면 우울증을 장기적으로 관리한다는 마음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다 나은 후, 재발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우울증 완치 경험이 있으면 재발한다고 해도 회복이 가능하거든요. 병원에 또 다니면 됩니다. 우울증이라는 게 본인이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잖아요. 이겨낸 경험을 바탕으로 ‘또 주치의 선생님 찾아가서 약 먹고 지내면 되지’ 이런 마음을 가지시면 됩니다.
Q.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말 때문에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것 같아요.
저도 동의해요. 이 말이 생긴 건 정신과에 대한 문턱을 낮추기 위함이었어요. 감기에 걸렸을 때 다들 편하게 병원 가는 것처럼, 우울증도 마음의 감기 같은 것이니 감추지 말고 바로 병원에 찾아가자는 의미였죠. 그런데 이 문장 때문에 우울증이 가벼운 질환이라는 인식도 생기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병인데 말이죠.
다른 말로 바꿔볼까요? ‘마음의 고혈압’은 어떨까요? 고혈압은 단일 질환 중에 사망에 기여하는 정도가 굉장히 높은 질환이에요. 질환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면서 병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네요.
우울증은 ‘마음의 만성 중이염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중이염 또한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치명적일 수도 있는 질환이에요. 실제로 죽을 수도 있어요. 귀의 뼈가 얕기 때문에 염증이 그걸 부수고 들어가면 심각해질 수 있죠. 합병증으로 청력을 잃을 수도 있고, 세반고리관을 망가뜨리게 되면 어지럼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어요.
하지만 관리를 잘하면 크게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어요. 완치되는 경우도 있죠. 그러나 스스로 좋아지기는 어려워요. 이런 점에서 우울증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스타툰을 그리는 정신과 의사인 팔호광장님은 우울증을 ‘마음의 골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우울증은 일주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낫는 감기보다 오래가고요. 감기와 달리 치료받지 않으면 병에서 벗어날 때 꽤 고생하고요. 누구나 넘어질 수 있는데 넘어진다고 해서 모두 뼈가 부러지는 건 아니잖아요.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어떤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아요. 골다공증이 있으면 뼈가 잘 부러지잖아요. 그런 것처럼 마음이 잘 넘어지는 체질이 있다는 거예요.
치료받지 않으면 굉장히 고통스럽고 후유증이 심하다는 것,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비슷해요. 큰 충격으로 한 번에 부러질 수 있지만, 작은 충격이 쌓여서 병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유사합니다. 골절도 때에 따라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죠. 깁스로 해결할 수 있을 때도 있고요. 정도에 따라 유형과 치료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우울증을 골절에 비유하는 게 굉장히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Q. 가면성 우울증과 불안형 우울증은 무엇인가요?
가면성 우울증은 정식 진단명이 아닙니다. Mask Depression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속은 우울하지만 일상생활을 해야 하니 최대한 밝은 척을 하는 겁니다. 그러다가 본인의 겉과 속 모습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게 되고, 가면을 쓰며 살다 보니 자신의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게 된 상태를 말해요.
불안형 우울증은 DSM-5 주요 우울장애 진단기준에 따라 우울증 진단을 받은 분 중 불안한 증상이 따로 있는 경우입니다. 아무래도 우울증이 있는 분은 불안 증상도 같이 높게 나타나는 편입니다.
Q. 우울증 약을 먹으면 치매에 일찍 걸리게 되거나 뇌에 영향을 주나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치료받지 않은 우울증이 치매를 일으킨다는 기사를 많이 볼 수 있어요. 치매를 예방하려면 일이나 운동을 계속해야 하고, 사람을 계속 만나면서 소통해야 하는데요. 우울증에 걸리면 그런 것을 못 하게 되거든요. 우울증은 오히려 치매에 있어 위험 요인이기 때문에 우울증 약을 드셔야 치매를 막을 수 있습니다. 우울증 약은 청소년도 먹을 수 있어요. FDA 승인이 난 지 꽤 오래됐어요.
아이들에게 쓸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안전하다는 증거예요. 식약처나 FDA에서 아무 약에 이를 승인해주지 않거든요. 아이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으로 인정받기는 정말 어려워요. 약이 나온 지도 이미 몇십 년이 되었기 때문에 장기적인 부작용은 거의 다 나왔거든요. 그런데도 승인이 취소되지 않고 폐기되지 않았다는 건 큰 위험이 없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Q. 우울증이 있는 주변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이 있을까요?
일단 적극적으로 진료를 보게 할 거예요. 병원 예약을 도와줄 수 있겠죠. 도움도 좋지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운동하면 좋다” “나가서 놀면 사라진다” 이런 말이요. 스스로 그런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거잖아요.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 “너 운동 안 해서 그래. 나가서 운동해 봐”라고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거죠. 이건 질환의 영역이니까요.
경증이 아닌 이상 운동도 우울증을 치료하면서 병행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모든 일에 의욕과 흥미가 없고, 죽음에 대한 생각까지 하는 와중에 운동하는 게 절대 쉽지 않아요.
주변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듯한 분이 보인다면 얘기를 많이 들어주시고 치료를 권유해 주세요. 주변에 누가 치료를 받아서 좋아졌다든지, 요즘은 정신과 진료가 창피하거나 꺼릴만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덧붙여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이 있다면 용기를 갖고 치료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잘 맞지 않는다면 다른 병원에 가보면 되거든요. 한두 번의 병원 방문으로 나아지길 기대하기보다는, 한두 달은 다니자는 마음으로 가보셨으면 합니다. 만약 주변에 정신과 치료를 받기로 한 분이 있다면 상처 되는 말이나 선입견 혹은 편견을 조장하는 말보다는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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