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캄보디아 시장에 진출했지만 프랑스와 일본 그리고 저가 공세를 퍼붓는 중국기업까지 제치고 수주를 쫙쫙 따내더니 점유율을 80%까지 먹어버린 한국기업이 있다고 합니다. 캄보디아는 베트남과 태국 사이에 위치해있다는 이유로 월남전 당시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듯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최악의 독재자 중 하나로 평가되는 폴포트가 정권을 잡으면서 캄보디아 경제는 세계 최빈곤국이 되었고 1987년 1인당 GDP가 18달러, 정말 처참했습니다. 다행히 독재정권이 망하면서 캄보디아는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고 세계 각국에서 이어지는 투자로 인해 매년 7%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데요.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도로입니다. 그러나 캄보디아는 도로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도로가 없으면 유통부터가 원활할 수 없으니 경제 발전이 안 되는 건 당연하죠. 다행히 캄보디아 정부도 이 문제를 빠르게 알아챘고 도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합니다.
캄보디아에 가장 먼저 진출한 것은 프랑스, 그다음이 일본, 마지막이 중국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 승리한 건 마지막에 온 중국이었습니다. 프랑스와 일본이 먼저 진출했지만, 캄보디아의 재정상 두 기업의 가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중국 기업들이 넘어와서 가격을 절반으로 후려치니 당연히 중국 기업에 마음이 기울었죠.
그러나 얼마 뒤, 캄보디아는 이 선택이 최악의 실수였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캄보디아도 초반에는 선진 기술을 가진 프랑스와 일본 기업들에게 이를 맡겼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했는데요. 프랑스가 일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선진국처럼 글로벌 스탠더드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캄보디아는 초토화 상태, 즉 모든 게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업 중간중간 추가 업무가 발생했고 프랑스는 예외 없이 추가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게 많은 만큼 추가 업무는 계속 늘어났고 자꾸만 발생하는 추가금은 부담이 되었죠.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설계는 프랑스가 했지만, 시공사는 중국 기업이 맡았습니다. 대부분 선진국은 엔지니어링사가 공사의 큰 그림, 즉 ‘개념설계’를 하고 넘기면 시공 현장에 있는 시공사가 ‘샵드로잉’, 즉 ‘상세설계’를 합니다. 프랑스도 평소 하던 대로 개념설계를 만들어 시공사인 중국에게 상세설계를 하라고 넘겼는데 여기서 중국의 치명적인 문제가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중국 기업들이 상세설계를 전혀 못 하는 것이었죠. 상세설계를 못 하니 개념설계만 가지고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안 봐도 비디오였습니다. 시공한 지 6개월 만에 도로가 부서져 나갔고 수리하면 부서지고 보수, 붕괴의 반복! 6번 국도는 무려 3번이나 재시공을 했지만, 여전히 배수 처리 및 하자들이 발생했습니다.
게다가 재시공할 때마다 중국은 자재부터 일용직 노동자까지 모두 중국에서 끌고 들어오다 보니 중국에서도 계속 추가금이 발생했고 기술, 자재, 심지어 사람까지 중국에서 들어오다 보니 도로 공사를 하며 기대했던 캄보디아 내의 고용 창출도 전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중국기업이 저렴해서 선택한 거였는데 결론적으로 들어가는 돈을 보니 결코 저렴한 것이 아니었죠. 프랑스와 일본 기업도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프랑스는 자국의 엔지니어를 고용하려면 비용이 너무 올라갔고 일본은 애초에 자국도 인력 부족 현상이나 해외까지 파견될 사람이 없고 엔지니어들의 연령이 너무나 높았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인도, 필리핀 등 현지에서 값싼 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으니, 자신들의 기술력을 100% 활용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중국보다는 아니었지만, 그 결과물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선진국이라 믿고 싼값에 좋다고 일을 맡겼더니 결과는 엉망진창. 캄보디아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렇다 보니 다음 수주를 두고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캄보디아 앞에 ‘짠’ 하고 나타난 기업이 있었는데요. 바로 대한민국의 극동건설!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일단 프랑스와 일본에 비해 가격이 싸고 중국보다는 실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일단 지금보다 더 최악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일단 한국 기업에 맡기기로 했는데요. 그 결과는 경이로웠습니다.
일단 한국은 프랑스와 설계 방식 자체도 달랐습니다. 한국은 바보가 보고도 공사할 만한 디테일한 설계방식, 실시 설계방식이었던 것입니다. 여기에 한국의 빡센 관리 감독까지 더해지니 중국이 시공사라고 하더라도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높은 수준의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캄보디아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국 기업만의 매력이 있는데요. 바로 AS 정신. 한국 기업은 적당한 선이라면 추가금 없이 일을 진행해 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AS를 들먹이며 시공사들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것은 부조리한 현상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점이 오히려 해외에서 경쟁력이 된 것이죠.
물론 무조건은 아닙니다. 적당한 선에서 이건 해줘도 되겠다 싶은 것만 AS 차원에서 해주지만 과한 요구를 할 경우 적당한 추가금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해외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무조건 추가 요금이 부가되던 것들을 자신들의 입장을 생각해 기꺼이 해결해 주는 극동건설이 고마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별거 아닌 행동이지만 그동안 겪어 볼 수 없었던 AS 정신에 캄보디아는 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품질은 말할 것도 없이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죠. 사실 한국의 설계 능력은 프랑스나 일본에 비해 월등히 좋은 편은 아닙니다. 어쩌면 한국보다 저 두 나라들이 더 좋을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한국이 보여준 품질과 남다른 서비스 정신으로 한국은 해외 기업들보다 캄보디아에게 더 신뢰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는 좋은 신호탄이 되어 주었는데요. 지금까지 캄보디아는 중국화가 되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 기업들이 판을 치고 있었습니다. 경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싼값에 후려치니 시장을 장악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런데 막상 중국에 뚜껑을 까보니 허술한 설계와 시공 능력, 자재와 인력도 무조건 중국에서 끌어와 프로젝트를 진행, 일이 하나씩 마무리될수록 중국에 대한 신뢰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이때 한국의 극동건설에서 중국과는 차원이 다른 결과물을 선보이니 캄보디아는 도로 건설만큼은 한국 기업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깔린 캄보디아 도로는 한국이 다 깔았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도로 건설 감리를 80% 점령하게 되었습니다. 기술 제안서 평가에서는 한국 기업 평화 엔지니어링이 영국과 프랑스, 일본, 미국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얻기도 했습니다. 캄보디아는 지금 한참 성장하는 나라입니다.
그렇다 보니 하나하나 다 만들어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즉, 캄보디아는 기업들에게 노다지 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게 각종 선진국이 캄보디아를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인데요. 이런 상황에 한국 기업들은 좋은 물꼬를 트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었는데요.
한국 엔지니어들이 이렇게 피땀 흘려 좋은 기회를 만들고 있지만 노력에 비해 대우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 캄보디아만 해도 엔지니어는 고위 공무원보다 더 높은 직군으로 대우받고 있는데요. 이는 미국, 프랑스 등 선진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만 유독 엔지니어의 기준을 낮게 보다 보니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업이 되었고 그만큼 우수한 인력이 양산될 기회들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시공 자체는 정말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그에 비해 설계는 각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력 자체는 전 세계의 70~80% 수준이지만 대우가 다른 직업들에 비해 너무 좋지 않다 보니 우수한 인력들이 모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이 점은 한국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데요. 설계와 시공 단가 자체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설계는 단가가 시공에 비해 몇 배나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해외 건설 현장에 가보면 설계는 해외 기업이, 시공은 한국 기업이 하는 경우가 많죠. 실질적으로 많은 돈은 해외 기업들이 벌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시공 실력은 전 세계적으로 소문이 났으니, 설계까지 완벽해진다면 더욱 막강해진 대한민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빛나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한국의 엔지니어분들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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