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_ 이하 몸장)
송주연 상담사님 _ 이하 호칭 생략)
몸장) 그렇다면 우리가 그런 부정적인 느낌이 들 때 그 감정이 되게 매몰되게 되잖아요. 좀 그런 매몰된 감정에서 어떻게 거리를 둘 수 있을까요?
송주연) 일단은 그날 하루에 느꼈던 감정들을 한번 적어 보는 거예요.
몸장) 그러면 그걸 어떻게 적어 보면 될까요?
송주연) 보통 상담실에 오면 저는 버스 그림을 한 장 드려요.
몸장) 버스 그림이요?
송주연) 네, 그게 이제 수용 전념 치료라고 ‘ACT’라는 그런 치료 기법 중에 나오는 이야기인데요. 버스 안에 여러 승객들이 타고 있다고, 타고 있듯이 오늘 나라는 버스 안에 어떤 감정들이 있었는지 크기별로 그려보는 거예요.
송주연) 버스 운전사가 나의 자아예요. 내가 앞으로 이렇게 나아가고 있는데 나는 그 감정들을 다 싣고 앞으로 가고 있는 거잖아요. 그 그림을 상담실에서 같이 그려보면 대체로 이제 ‘정말 우울해서 죽겠어요’ 하시는 분들도 우울이 물론 이만큼 크기는 하지만 아닌 부분도 있었어요, 이것을 알게 되거든요. 그래서 자기의 마음의 모습을 조금 더 알게 되고 매몰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 같아요.
몸장) 이게 되게 재미있는 게 결국에는 버스 승객이 감정인 거잖아요. 승객은 그럼 또 언젠가 내리는 거잖아요.
송주연) 그렇죠.
몸장) 그러니까 감정 자체는 ‘굉장히 일시적이다’라는 느낌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송주연) 그리고 보세요. 만약에 나라는 버스 운전사가 가는데 지금 그 안에서 어떤 분노라는 감정이 막 시끄럽게, 되게 화난 손님이 있어요. 그런데 이 버스 운전사가 ‘아, 저 손님 빨리 내리게 해야 해’ 막 계속 생각해요, 너무 시끄러워서. 저 손님한테 계속 신경을 쓰게 되죠. 그런데 이 손님이 안 내려요. 그럼 운전자도 점점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결국에는 같은 상태가 되어버리는 거거든요. 그럴 때 우리는 매몰될 수밖에 없죠. 운전자 자체도 화가 나니까 버스가 어디로 갈지 위험해진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럴 때 운전자가, 나라는 사람이 ‘아, 그래 오늘은 화나는 감정이 많이 탔네’, ‘가다 보면 내리겠지’ 하고 그냥 내가 가는 길을 간다면 언젠간 내리거든요.
송주연) 그런 것들을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려 보는 게 매몰에서 벗어나는 되게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몸장) 너무 재밌는데요? 지금 보시는 구독자님들도 직접 연습장을 꺼내 보시고 버스 하나를 그리신 다음에 그 안에 어떤 감정이 오늘 있었는지 한번 적어 보는 연습을 해보시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주연) 그리고 그걸 꾸준히 하실 수 있으면, 한번 내일도 그려보고 하다 보면 감정이 변하는 것들이 보일 거예요. 그러면 내가 어떤 분노나 우울이나 나를 힘들게 했던 감정들이 나의 전부가 아니고,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묵묵히 살아갈 수 있고, 살아가다 보면 감정들은 바뀌는구나…’
송주연) 이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도움이 좀 될 것 같습니다.
몸장) 이게 선생님 책에서 말씀해 주셨던 ‘나를 남을 대하듯 해야 한다’라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은데 그럼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해 주신다면…?
송주연) 나를 남을 대하듯 해야 한다는 것은 뭔가 거리를 두고 바라보자는 뜻이거든요. 나의 감정들이 내 안에 있을 때는 오직 그거에 사로잡혀서 감정들의 모양을 잘 알 수 없지만, 그림으로 그려서 보면 나와 내가 거리가 생기고 전체적인 모습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나를 좀 더 남처럼 대하자’ 그런 의미도 있고요.
송주연) 또 한편으로는 만약에 우리 놀배심 선생님의 친구분이, 되게 친한 친구분이 취업이 안 돼서 또 낙방을 했다고 술자리에 불러내서 ‘야, 나는 진짜 죽어야 해’, ‘나는 이거밖에 못해’ 이렇게 말을 한다면 뭐라고 말씀해 주시겠어요?
몸장) ‘많이 힘들지? 술 더 먹어…’
송주연) 위로의 말을 전해주죠. 그런데 만약에 그게 나 자신이라면 내가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엄청 자기 탓을 하고 ‘나는 이거밖에 안 돼’, 심지어 ‘나는 죽어야 해’ 이런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분들조차 나의 친한 친구가 비슷한 상황에 빠지면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거든요. 정말 내가 친하고 아끼는 친구가 나 비슷한 상황에 있다면…
송주연) ‘그런 거는 죽을 일이 아니야’, ‘잘할 수 있어’, ‘다음 기회가 있을 거야’, ‘그래도 살아야 해’ 이 말을 해 줄 수 있거든요. 나를 남처럼 대하라는 것은 그런 의미도 있어요. 그러니까 내가 어떤 어려움에 빠져서 자기를 비난하고 싶을 때, 내가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 있다고 상상을 해 보고 그 사람한테 해 주고 싶은 말을 나한테 해주는 겁니다. 그러면 그 말이 나를 더 살아가게 하고 나한테 친절한 태도가 될 수 있겠죠.
몸장) 여기서 제가 궁금한 게요. 우리가 그런 순간순간들, 힘든 순간순간들에 내가 그렇게 거리를 둬야 하는 그 생각 자체를 못하게 될 것 같거든요.
송주연) 그렇죠, 네네.
몸장) 그걸 딱 포인트를 잡아서 ‘이 순간에 내가 이렇게, 내가 거리를 둬야 해’라고 해야 하는 지점, 혹은 방법이 있을까요?
송주연) 그건 사실 좀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훈련이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저는 언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까 제가 버스 그림에서 보면 분명히 내가 아무리 우울하고 우울증 약을 먹고 있어도 나는 다른 감정들을 느낀단 말이에요. 그런데 ‘나는 우울증 환자야’, ‘나는 우울해’ 이렇게 말해 버리면 나는 그냥 우울한 사람이 돼 버리죠. 그런데 ‘나는 지금 우울한 걸 느끼고 있어’라고 말을 한다면 그건 지나가는 감정에 불과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이런 현상과 나를 일치시키지 않고 표현하는 것, 이런 것들을 자꾸 해보실 필요가 있어요.
송주연) 그래야지 습관적으로 하는 자기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거든요.
몸장) 이것 자체가 약간 습관이 되어야 하는 거네요.
송주연) 네네.
몸장) 그러니까 이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도 ‘나는 기뻐’가 아니라 ‘나는 지금 기쁨의 감정을 느끼고 있어’ 이게 되어야 하는 건가요?
송주연)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물론 기쁨이라는 건 좋은 감정이지만 너무 그런 것들과 특히 성취해 냈을 때 나의 성취감과 나를 너무 동일시해 보면, 자칫 과대한 자기가 형성되고 또 ‘나는 이렇게 성취한 사람이야’라고 나를 생각하면 나중에 실패가 왔을 때 받아들이기 힘들어지거든요.
몸장) 삶의 어떠한 성공과 실패 또한 거리를 둬야 하는 거다.
송주연) 그것도 어떻게 보면 그냥 나의 일부분이지 전부는 아니거든요. 여러분들이 만약에 어떤 회사 임원이라고 해도 내가 회사에서 임원으로 있는 시기는 그 회사에 있을 때뿐이죠. 집에 가서 또 임원처럼 행사하면 가정에서 소외당할 수 있겠죠?
몸장) 소외당하겠죠.
송주연) 여러 가지 자신의 정체감을 적절하게 활용하려면 그런 연습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몸장) 이게 굉장히 좋다고 느껴지는 게 삶을 굉장히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가 감정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내가 감정을 선택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마음에 갇히지 않고 조금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송주연) 아까 말씀드린 것 중에 하나 더 있는데요. 일단은 말하는 습관을 바꾸는 것.
몸장) 말하는 습관을…
송주연) 사람은 언어로 규정된 안에서만 사고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나는 우울한 사람이야’라고 자꾸 말한다면 뇌는’ 그래, 너는 우울한 사람이야’라고 실제로 인식을 하고 정말 더 우울한 행동을 하게끔 한다고 해요. 그래서 어떤 감정이나 그런 것들이 들었을 때 그것을 현재형으로 ‘나는 지금 이러고 있어’ 이렇게 표현해 보는 연습 추천드리고요. 그다음에 두 번째는 자기 기분을 한번 물어봐 주는 거예요.
송주연) 제가 한 2년 정도를 캐나다에서 지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저희 아이 학교에서 아이들이 뭔가를 하고 나면 항상 ‘너의 기분이 어때?’ 이렇게 물어 주는 거예요. 그런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지금 내가 이런 걸 느끼고 있구나’ 이렇게 현재형으로 내 감정을 말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내가 시험을 잘 봤든 어쨌든 그런 성취 자체가 아니라 ‘이 느낌이 나한테 중요한 거구나’ 이런 것들을 깨닫는 모습을 봤거든요. 오늘은 어떤 어떤 기분들을 느끼고 있었어, 느꼈어. 이렇게 이야기를 함으로 해서 나와 조금 더 거리를 두지만 좀 더 온전히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몸장) 내 버스 안에 어떤 승객이 탔는지 알아보는 거네요.
송주연) 그거를 거울 보고 이렇게 한 번씩 물어봐 주는 거, 그게 나를 돌볼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인 것 같고요. 또 하나는 일기 쓰는 거 되게 좋은 방법이거든요. 일기를 쓰게 되면 일기 속의 나를 내가 관찰할 수 있죠. 그럼으로 해서 나의 모습을 좀 더 통합적으로 보고 또 쌓인 일기들을 읽어 보면 내가 변화하고 성장한 과정들을 볼 수 있어서 되게 좋습니다.
몸장) 나의 내면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과 통찰을 알려주셔서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요. 오늘의 심리학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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