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무섭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하락 속도는 IMF 때 수준이라는 전문가의 말도 나오고 있는데요.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라는 말이 있죠. 오늘 이 비유에 딱 들어맞는 지역을 찾아왔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집값이 50% 폭등했다가 하락 직격탄을 맞은 곳이죠. ‘수원의 강남’이라고 불리던 경기도 수원 영통구 광교신도시입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2020년 영통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24.21%, 2021년은 29.7%로 약 2년 동안 50%가 올랐습니다. 영통 광교신도시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은 집값을 듣고 깜짝 놀라실 수도 있는데요. 광교 대장 아파트 중 하나로 불리는 광교중흥S클래스 35평형은 18억 원 고점을 찍기도 했습니다. 웬만한 서울 아파트 뺨치는 가격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아파트 집값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2년 5월 이 아파트 급매로 인해서 부동산 시장이 발칵 뒤집혔는데요. 2021년 6월, 44평형이 27억에 거래되며 고점을 기록했었는데요. 7억 떨어진 20억 2천만 원에 거래된 것입니다.
고점을 기록한 매물은 호수뷰가 가능한 매물이고, 20억에 거래된 매물은 호수뷰가 없는 매물이긴 했는데요. 문제는 영통에서 이런 급매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가 양주 옥정신도시처럼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영통은 서울 주요 일자리 지역인 강남, 판교, 광화문, 여의도까지 대중교통을 통해 1시간 내외로 도착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강남, 삼성, 선릉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살기도 하는 곳입니다.
마냥 베드타운인 것도 아닙니다. 수인분당선 매탄권선역 인근에 삼성전자가 있고, 영통구에는 경기도청, 법원, 경찰청과 같은 공공기관도 분포되어 있습니다. 광교신도시에 와본 적 없어도 사진으로는 한 번쯤 다 봤을 갤러리아 백화점도 있는데요. 그 주변으로 상권이 잘 형성되어 있죠. 이런 점이 집값 폭등에 영향을 주었던 요인이기도 합니다.
급등한 만큼 급락세도 큰 영통의 집값에 구축 아파트는 심한 패닉 상태입니다. 26년 차 단지인 신성신안쌍용진흥아파트는 수인분당선 영통역을 도보 10분 이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위치입니다. 단지가 구축이지만 역세권, 초품아, 삼성전자가 가까운 입지인데요. 수원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라 가격이 많이 올랐었습니다.
2021년 10월 24평 최고점이었던 5억 6,850만 원이었는데요. 2019년 매매가 2억 2,522만 원과 비교하면 2년 3개월 동안 2.5배, 152% 상승한 겁니다. 그런데 2022년 9월에는 3억 5,000만 원으로 최고점 대비 2억 1,950만 원이 하락했습니다. 약 38% 하락한 수치입니다.
다른 구축 아파트인 황골마을주공1단지 24평형 최고가는 2021년 11월에 거래된 6억 원입니다. 하지만 2022년 10월 3일과 12일에는 3억 5,500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최고가 거래 후 약 11개월 만에 40%가량 하락한 겁니다.
앞의 단지에 비해 연식이 오래되지 않았지만 11년 차 아파트인 e편한세상광교의 하락도 억 소리 나는 추세입니다. 이 단지는 1,979가구 규모로, 광교 신도시에서 광교중흥S클래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단지입니다. 이 아파트 45평형 최고가는 2021년 8월에 기록한 20억 3,000만 원이었는데요. 2022년 9월, 이보다 5억 이상 떨어진 15억 원에 거래가 됐습니다. 20억 원에서 1년 만에 5억이 빠진 겁니다.
이런 영통구의 하락세는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2022년 10월까지 영통구 아파트 가격은 8.1% 하락했습니다. 수원 평균 집값 하락 폭 – 4.35%의 2배 수준이며, 경기 평균 하락 폭 -1.33%의 6배 이상 되는 수준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도 살펴보면 영통구의 하락 폭이 경기 전체에서 가장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원 영통구 원천동 J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인터뷰]
집값 하락 원인은 금리죠. 현금 부자들이 금리 두려워하나? 기다리고 있다가 현금 부자들이 결국은 다 집어 가죠. 개인적으로 급한 사람이 얼마나 더 남았느냐가 문제예요. “내가 이 가격에 살게” 했는데, 이 손님을 놓치면 손님도 없는데… 광교중흥S클래스가 선제적으로 하락세를 맞은 거고요. 다른 단지가 본격적으로 떨어질 날이 올 거예요.
현지에서는 이런 하락세 이유가 급등에 따른 조정과 쏟아지는 공급에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요. 2년 동안 50%가 오르다 보니 최고가 대비 수억 원이 떨어져도 ‘아직도 비싸다’라고 생각하는 수요자가 많다는 겁니다. 2022년 8월 기준 영통구 매물 수는 4,125건으로, 연초 3,243건보다 27.19%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세 매물도 990건에서 1,797건으로 81% 이상 증가했는데요. 이렇게 팔려고 내놓은 매물은 많지만 실수요자는 최소 1억은 더 떨어져야 매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향후 수원시의 가구 공급이 수요 대비 넘쳐난다는 점도 집값 하락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수원시의 적정 입주 물량은 6,000가구 정도입니다. 그런데 2022년만 해도 입주 물량이 1만 가구가 넘습니다. 보통 어느 지역에 1만 가구 이상이 조성되면 ‘미니 신도시급’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이미 수원에 미니 신도시 하나가 들어온 셈입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2023년에도 9,000가구가 넘는 입주 물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 번째 미니 신도시가 또 들어오는 겁니다. 적어도 9,000가구가 들어오는 2023년까지는 집값 하락세가 멈추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영통구는 수원에서 상급지라고 볼 수 있고, 갈아타기 수요가 있기 때문에 집값이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죠. 하지만 통계가 알려주듯이, 아무리 수원의 강남이여도 쏟아지는 공급과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로 인해 당분간 긴 빙하기를 보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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