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닥터프렌즈입니다. 의학의 역사 준비하는데, ‘알코올의 역사’가 재미있거든요. 와인은 저 혼자 설명하기 어려워서 제가 아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와인 박사, 와인 애호가 김도연 씨를 제가 초청했습니다.
와인의 역사라고 하기보다는 와인의 역사 중에서 의학과 관련된 포인트를 준비해 주셨다고 해요. 그래서 이번에 ‘와인이 건강한 술일까?’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고대에는 실제로 치료제로 쓰이기도 했다는 기록도 있어서 와인의 역사적 진실들에 대해 의학적으로 팩트 체크해 보도록 할게요.
일단 고대에는 와인은 술이 아니었대요. ‘생명의 물’, 종교적인 것이기 때문에 와인은 하나님의 피라는 얘기도 있잖아요. 그래서 히포크라테스 의사 선생님도 적당한 양의 와인을 마시면 질병을 치료할 수 있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 와인이 굉장히 중요하게 쓰였던 곳이 고대의 전쟁터입니다. 전쟁 필수품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어떻게 쓰였을까요?
첫 번째는 식수였는데요. 전쟁하다 보면 아주 단순하게는 적군이 우물에 독을 탈 수도 있고, 고대의 로마 군인들은 유럽의 물을 싫어했대요. 유럽의 물은 석회질이 많이 포함된 석회수거든요. 그래서 이물질이 보이기도 하니까 신뢰하지 않아서 와인을 물 대용으로 마시기도 했고, 또 물에다가 와인을 섞으면 살균 효과가 있다고 믿기도 했어요.
또 나중에는 아예 전쟁이 너무 길어지니까 직접 재배하기 시작해요. 그래서 어느 정도 와인을 더 넓은 지역에 전파하는 그런 역할도 좀 했다고 해요.
그 당시에 와인의 도수를 유추해 보면 아주 높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알코올 도수가 너무 높아지면 사실 이뇨 작용으로 오히려 탈수가 올 수 있거든요. 당시에는 알코올이 들었다는 걸 몰랐어요. 기분이 좀 좋아지는데, 이거는 신성한 거니까 술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 거죠.
알코올이 있다는 게 밝혀진 게 1820년이에요. 꽤나 시간이 지난 후였는데요. 생각해 보면 로마에서는 마셨을 것 같은 게 로마 군인들이 먹었던 빵이 엄청 딱딱하고 맛이 없었기 때문에 와인을 먹으면 훨씬 먹을 만했을 거예요.
그래서 와인이 이렇게 전쟁터에서는 식수 대용의 역할을 하기도 했고, 사기 진작에도 좋았겠죠? 이건 ‘썰’이지만, 전투 시에 선봉에 서는 병사들한테는 술을 일부러 먹였다고 해요. 왜냐하면 거의 죽음이 확실하거든요.
그 외에도 진통제, 상처 소독, 마취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다고 해요.
그리고 ‘French Paradox’라는 말 혹시 들어 보셨어요? 프랑스 사람들이 동물성 지방, 고기도 많이 먹고 흡연도 많이 하고 고기도 먹는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는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다고 해요.
실제 학계에도 보고가 됐다고 하고,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요. 심장질환자를 대상으로 왜 이런 연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와인을 매일 한두 잔씩 먹인 거예요. 그런 사람들의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5~45% 떨어졌대요.
중요한 건 화이트 와인은 해당이 없어요. 그러니까 탄닌 때문인 거예요. 그런데 이건 계속 문제가 되는 게 알코올에 대한 감수성이 사람마다 굉장히 달라지니까… 그리고 와인이 다른 술이랑 다르게 안주로 먹는 것들이 올리브나 치즈 같은 좋은 것들이거든요. 그리고 와인을 먹는 사람들의 생활 행태가 또 건강해요.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로 조깅 등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도 즐기고… 복합적인 원인이라 설명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물론 탄닌 자체는 확실히 좋은 성분이에요. 거기에 폴리페놀이 많이 들어 있거든요. 하지만 이 알코올이 굉장히 독성 물질로 나타나는 아시아인한테는 또 적합하지 않죠.
그러니까 아주 몸이 강한 사람들은 탄닌의 이점과 생활양식 때문에 그런 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이게 전 인구에게 좋다고 약으로 마시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죠.
탄닌이 좋은 물질인 건 맞는데, 간과한 부분들은 프랑스 사람들이 매일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만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았을 거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 식사하면서 한두 잔씩 곁들여 먹는 방식으로 와인 소비를 많이 하니까 ‘절주’라는 개념이 포함된 거죠.
흥미로웠던 게 프랑스 북부보다 남부에서 ‘French Paradox’ 현상이 두드러졌대요. 남부가 지중해 연안이거든요. 기후나 음식, 그러니까 지중해식 같은 좋은 음식들을 먹고, 이 사람들이 해변에 누워서 느긋하게 살아가잖아요. 이런 전반적인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좀 패러독스네요.
그리고 세 번째로 금주령이 내려지면서 공업용 알코올 먹고 사람이 죽었던 비슷한 일들이 와인 업계에도 있었어요.
1985년도 오스트리아에서 있었던 일인데, 오스트리아 와인이 꽤 비싸요. 고품질의 와인을 많이 만들고, 화이트나 스위트 와인이 유명한데요. 그때 와인에다가 부동액을 넣었대요. 자동차 부동액을 넣었는데, 양에 따라서 죽을 수도 있잖아요.
당시에는 대량으로 저가의 와인을 만드는 곳에서는 품질이 떨어졌어요. 와인의 풍미가 약하고 물 같잖아요. 그런데 부동액을 드셔보시면 절대 안 되지만 단맛이 난대요. 또 화이트 와인도 너무 물 같은 것보다 오히려 약간 바디감이 있고 점도가 약간 느껴지는 게 고급 와인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 3개를 다 잡기 위해서 부동액을 넣었다는 거예요. 근데 이건 아주 소수의 업자가 벌인 일이라 인명 피해로 기록된 건 없기는 해요.
이게 밝혀지게 된 계기가 와인 업자가 세금 같은 걸 감면하려고 비용처리한 목록에 부동액이 있어서 적발됐대요. 그래서 오스트리아 와인 자체가 시장에서 거의 퇴출당하는 사태가 일어났죠.
하지만 지금은 오스트리아에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서 법령을 엄격하고 촘촘하게 제정하고, 등급 체계도 되게 까다로워요. 그리고 아예 오가닉 파트로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요즘에는 꽤나 그래도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죠.
그리고 이탈리아라고 하면 거의 프랑스와 양대 산맥인데, 1986년에 이탈리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서 사람이 죽었대요. 이탈리아는 부동액이 아니라 알코올을, 메탄올을 넣었다고 해요.
와인이 도수가 높고 낮고는 사실 개인의 취향이지만, 우리가 양조업자 입장에서 볼 때는 와인의 당분이 높아져야 발효를 통해서 알코올이 많이 발생하거든요. 그러려면 와인이 충분히 잘 익어야 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어렵겠죠. 원래 14도짜리를 만들었는데, 어떤 해에는 오히려 12.5도밖에 안 되니까 메탄올 넣어버린 거예요. 그런데 이걸 많이 먹으니까 실명한 거예요. 이게 불과 1986년도면 바로 근래라는 게 놀랍죠.
이번에 와인과 관련된 역사 속에서 의학적 포인트들을 좀 짚어가면서 이야기해 봤는데요. 되게 재미있고 배우는 게 많습니다. 어디 가서 아는 척하기 좋은 것들을 많이 주워들을 수 있어서 좋네요.
일단 와인이 역사가 진짜 긴 술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이야기만 해도 무수하죠. 와인이 신의 생명수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어쨌든 알코올이 들어 있는 술이니까 히포크라테스의 말처럼 적당히 마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히포크라테스가 맞는 말씀 하셨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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