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기후를 가진 지역에 살다 보면 그 지역에서 재배되거나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입맛도 다르기 마련입니다. 지금이야 어디에서든 주문해서 먹을 수 있지만 내륙에 사는 이들은 삭힌 홍어를 먹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고, 삭힌 홍어를 먹는 이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한 국가에서도 이러할진대 대륙이 다르면 그 다름은 더 확연해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악취를 가진 음식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을 보는 순간 구역질을 참지 못하지만, 스웨덴인들은 우리가 양념에 발효시킨 김치를 먹는 순간 코를 찡그립니다.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를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그만큼 지역마다 국가마다 즐기는 음식이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보는 순간 깜짝 놀라는 식재료가 하나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요리에 살짝 향을 가미하는 용도로 사용하지만, 한국에서는 채소로 구분해 듬뿍듬뿍 넣는 것을 넘어 저처럼 아예 생으로 쌈장에 찍어서 먹기도 하니까요.
먹는 순간 입안이 싸해지고 속에서 강한 양이 올라오지만, 한국인들은 겁도 없이 한 움큼씩 요리에 넣는 이 녀석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지난 2017년 2월 세계적인 의학저널인 랜싯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대 수명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보건기구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이 OECD 35개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했는데 2030년에 탄생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무려 90.82세입니다. 당당히 세계 1위를 차지했죠. 남성은 84.07세로 압도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이 역시 세계 1위입니다. 보통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아직 100세는 꿈의 숫자이고 기대수명 90세도 인간의 한계라고 봅니다.
전 세계 35개국 중 한국 여성만이 유일하게 90세를 넘었습니다. BBC는 이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한국을 5대 장수국가로 선정했고 당당히 1위로 뽑았습니다. 아마 한국인이 이렇게 오래 살 것이라는 기대감은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아마 어떤 것을 먹느냐는 점도 빼놓을 수는 없을 겁니다.
평생에 걸쳐 먹는 것은 분명 우리 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중 다른 국가와는 확연히 차이 나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이는 깊이 조사해 볼 필요는 있을 겁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다른 국가보다 확연하게 많이 먹는 식재료 중 하나는 마늘입니다. 실제로 한국인의 마늘 소비량은 어마어마한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국민영양통계에 따르면 마늘은 쌀에 이어 한국인이 가장 자주 섭취하는 식재료 2위에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1년에 얼마나 많은 마늘을 먹을까요? 여러 통계에서 한국의 1인당 연간 마늘 소비량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납니다. 중국인의 마늘 사랑도 적지 않지만, 그들의 통계에는 마늘쫑과 잎 등의 부속품도 포함해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순수 마늘에 대한 소비량은 한국이 더 높을 겁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마늘을 생산하고 수출 비중을 제외한 전부가 내수에서 소비된다며 잘못된 통계라고 주장하지만, 한국은 마늘을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는 김치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는 있습니다.
KREI 농업관측본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은 2017년 기준 연간 약 6.2kg의 마늘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브라질이나 이탈리아 등 마늘을 많이 먹기로 손꼽히는 국가들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채 1kg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마늘을 먹는 국가로 꼽히는 이들보다 6배 많은 마늘을 먹는 것이죠.
한국인의 마늘 사랑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있습니다. 존 토로드라는 영국 셰프는 ‘감탄식객’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평생 먹었던 마늘보다 더 많은 마늘을 한국에서 먹었다면서, ‘한국에서 마늘이란 향신료가 아니라 감자나 토마토와 같은 채소입니다. 그러니까 한식 조리법에서 마늘 조금이라는 표현은 통마늘 약 10개를 의미한다’라며 자신 있게 마늘을 한 움큼 쥐어 보였죠.
사실 그의 말대로 한국 음식에서 마늘이 빠진 음식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김치, 갈비찜, 삼계탕, 보쌈, 미역국부터 마늘로 빵을 만들고 삼겹살에 간 마늘을 도포해 구워 먹으며 깻잎 위에 그 삼겹살을 얹고 마늘에 쌈장을 듬뿍 찍어 싸 먹기도 하죠. 여기에 피자, 치킨 등 조금이라도 기름진 음식에도 여지없이 마늘을 넣습니다.
그러니까 마늘이 빠진 음식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인데요. 그래서 외국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마늘 소포장이라는 개념이 한국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또한 마늘을 그렇게 때려 넣었으면서도 가급적이면 음식 이름에 마늘을 넣지 않습니다.
이탈리아만 하더라도 극소량의 마늘만 넣어도 특별한 일이기 때문에 마늘과 올리브기름이라 하여 ‘알리오 올리오’라 부를 정도로 특별한 취급을 받지만, 한국에서는 향신료를 넘어 고추, 배추, 무와 더불어 4대 채소 중 하나로 꼽고 그중 가장 자주 먹는 것이 또 마늘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워낙에 마늘을 많이 먹다 보니 물에 불리고 손톱으로 껍질 까는 것이 귀찮았던 누군가는 마늘 탈피기를 발명하기도 했고, 마늘을 다져주는 민찌기를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마늘은 우리가 이렇게 가볍게 여길 것이 아닙니다. 우리야 마트에서 언제든지 깐 마늘을 구할 수 있지만 마늘의 효능은 산삼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 오히려 산삼보다 더 귀하게 거래됐을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죠. 산삼이야 산삼 씨앗을 새가 먹고 배설해야 진짜 산삼으로 쳐주기 때문에 재배가 불가능하지만 마늘은 인간이 직접 재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흔하게 먹을 수 있어 그 효능을 간과하는 것이지 괜히 마늘을 밭에서 자라는 산삼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타임지는 마늘은 페니실린보다 더 강한 항생제라고 소개하며 세계 10대 슈퍼푸드 중 첫 번째로 마늘을 꼽았는데 ‘알리신’이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마늘의 알싸한 맛을 내는 주인공으로 마늘의 핵심 성분이기도 합니다.
‘알린’이라는 성분이 몸에서 분해되면서 단백질과 만나 알리신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 알리신이 엄청난 살균력을 지니고 있죠. 그래서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러시아 군대가 마늘을 페니실린의 대용품으로 사용해 ‘러시안 페니실린’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알리신은 12만 배 묽게 희석해도 결핵균이나 디프테리아균, 이질균, 티푸스균, 임균 등에 대한 살균력을 발휘한다고 하죠.
이외에도 미국 국립 암 연구소는 마늘을 항암식품 1위로 꼽았을 뿐 아니라 고혈압 개선, 당뇨 개선, 혈류 개선 등 마늘이 가진 효능은 손에 꼽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매일같이 마늘을 섭취하는 한국인들의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것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마늘이라는 것은 한국인에게 아주 특별한 음식이기도 합니다. 한국인의 탄생과도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까요. 내년 10월 3일은 개천절로 하늘이 열린 날, 즉 단군왕검이 한반도 역사의 첫 국가인 고조선을 세운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일연’이 편찬한 ‘삼국유사’ 고조선 편에는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환웅에게 인간을 대기해 달라고 빌었는데 환웅은 그들에게 쑥 한 단과 마늘 스무 매를 주었다고 쓰고 있습니다.
환웅은 그들에게 100일간 햇빛을 보지 않고 쑥과 마늘을 먹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지만, 호랑이는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지만 이를 참고 견딘 곰은 인간이 되어 환웅과 결혼해 단군왕검을 낳았죠. 그렇게 우리 한민족의 역사가 시작된 것인데 이렇듯 한국인의 마늘 사랑은 어쩌면 정해진 결과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키우다 사라진 토종 마늘 종자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바로 ‘코끼리 마늘’인데요. 우리나라에서 1900년대 초중반까지 흔히 키웠던 코끼리 마늘이 생소한 이유는 한국전쟁 후 미국에서 종자를 수집하면서 미국으로 종자가 반출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었는데 2007년에야 미국 정부가 농촌진흥청에 코끼리 마늘 유전자원을 영구 반환하면서 이를 복원할 수 있게 됐죠. 미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벌써 70년도 넘게 재배하고 있기 때문에 인지도도 높고 대중적인 덕분에 오리건주에서는 매년 8월 둘째 주 주말에는 코끼리 마늘 축제 주간으로 지정해 두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코끼리 마늘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크기가 어마어마합니다. 보통 마늘 한 쪽이 6g 정도에 5~6개가 모여 한 통을 이루는데 코끼리 마늘 한 쪽은 50g으로 무게나 크기가 10배나 큽니다. 한 통이 야구공보다도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를 코끼리 마늘이라 불렀고 한국에서는 ‘대왕마늘’ 또는 ‘웅녀마늘’이라고 불렀습니다.
반면 마늘 냄새에 유독 민감했던 일본에서는 ‘무취마늘’이라고 불렀는데 아린 맛과 먹고 난 후 퍼지는 특유의 냄새가 적었기 때문인데요. 현재 코끼리 마늘은 충남 태안, 전남 강진, 경북 의성 등에서 재배되고 있는데 코끼리 마늘은 그 성분도 대단합니다.
살균 및 항균 작용에 탁월한 알리신 함량이 일반 마늘과 비슷한 반면, 자양 강장, 피로 해소, 식욕 증진, 해독 효과 기능이 있는 스코르디닌 성분은 일반 마늘의 2배에 달해 식재료로 훌륭한 가치가 있죠. 당뇨로 손상된 혈관을 보호하는 성분도 함유되어 있는데 이를 익혀서 섭취하면 그 함량이 늘어나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흑마늘이나 진액으로 가공하기도 수월해 건강보조제로도 각광받고 있는데요.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마늘, 오늘은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이 시작되는 초복입니다. 아직 삼계탕을 드시기 전이라면 올 초복에는 마늘 듬뿍 넣은 삼계탕을 끓여 드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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