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면 누구나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글을 탐험한다든지, 남극을 횡단한다든지, 히말라야를 등반한다든지, 심해 깊은 곳을 탐험한다든지 아무도 가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갖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호기심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이 발전하기 마련이죠. 그런 의미에서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는 어느 특정 국가만 독점한 호기심의 대상은 아닙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모든 인간은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살고 있고, 점차 이 우주라는 공간도 인간이 정복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역시 그렇죠. 그런데 몇 시간 뒤면 한국이 우주를 손에 넣는 첫걸음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성공을 바라보는 북한 그리고 전 세계 모든 시선이 한반도 상공으로 쏟아지게 될 텐데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국내 연구진과 300여 개 기업이 함께 만든 합작품 ‘누리호’가 이제 하루 뒤면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게 됩니다. 12년, 1조 9,572억 원이 투입된 그 누리호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큰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일까요? 한국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직접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바로 ‘나로호’라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데요.
무려 3번의 발사 끝에 2013년 1월 30일 고도 300km의 궤도에 진입에 성공하면서 세계 11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에 등극했죠. 2009년 1차, 2010년 2차에 이어 2013년 마침내 3차 발사 만에 성공해냈는데, 완벽한 성공에도 아쉬웠던 것은 바로 한국이 직접 개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입니다. 로켓은 직접 개발했지만, 그 로켓을 하늘로 쏘아 올릴 발사체는 직접 개발하지 못하고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993년 1단형 고체 추진 과학 로켓, 1998년 2단형 고체 추진 중형과학 로켓, 국내 최초의 액체 추진 과학 로켓을 통해 로켓 설계 능력 및 제작 능력을 키웠으나 이를 우주로 발사할 발사체 개발 능력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왔습니다. 이에 1단 액체 엔진과 2단 고체 엔진으로 구성된 나로호를 개발했고, 경험을 축적했죠. 물론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도입했다는 것에서 크게 아쉬움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분야든 선진 기술을 가진 국가로부터 기술을 배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것을 의존하느냐, 아니면 자립하느냐에 문제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로호 당시, 러시아가 발사체를 우주로 날리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170톤 1단 로켓을 개발했지만, 한국은 2단을 직접 개발했습니다.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발사체 설계, 발사체 개발과 발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했고, 그것이 이제 발사를 하루 앞둔 ‘누리호’에 모두 담겼습니다. 2010년 개발을 천명한 후,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엔진이 하늘로 향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술 강국이면서 우주로켓 개발이 더디었던 것일까요? 여기에는 미국과의 사이에 ‘한미 미사일 지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해제됐지만, 이 지침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죠. 1978년 9월 26일, 충남 태안의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는 국내 최초의 지대지 미사일 백곰의 발사 시험이 열렸습니다. 섬 끝자락에서 굉음과 함께 하늘을 나는 백곰 미사일을 바라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죠. 백곰은 무려 200km를 날았고,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지대지 탄도 미사일을 개발한 국가가 됐습니다.
이 백곰 미사일은 이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현재의 현무 미사일로 발전했지만, 당시 그는 그 발사가 앞으로 한국의 발목을 잡을지 미처 예상치 못했습니다. 당시 한국의 이러한 성공에 크게 불만을 토로했던 것은 다름 아닌 미국입니다. 발사 성공 직후 주한미군 사령관 ‘존 위컴’은 대뜸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서는 이 백곰 미사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해 왔고, 미국 정부가 파견한 7명의 사찰단은 “하늘에서 떨어졌을 리는 없고 이 미사일 기술을 어디에서 도입해 왔냐?”라며 꼬치꼬치 캐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소련을 비롯한 일본 등 주변국들은 이 백곰 미사일을 두고 엄청난 불안감을 분노로 표출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한국은 이 미사일로 핵 개발을 시도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고, 소련은 “한국의 핵 개발에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라는 성명으로 압박을 시도했는데요. 결국 미국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노재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주한미군에게 ‘사거리는 180km 이내, 탄두 중량은 500kg을 넘지 않는 미사일만 개발한다’라는 서한을 써 보냄으로써 스스로 족쇄를 채웠는데요. 이렇게 한미미사일지침이 생기게 됐습니다.
만약 당시 사거리 180km라는 족쇄가 없었다면 한국은 이미 우주로 위성을 수없이 쏘아 올렸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기술이나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것이나 종이 한 장 차이니까요. 그렇게 채워진 족쇄가 완전히 풀린 것이 불과 1년 전, 2021년 5월 21일입니다. 사거리도 탄두 중량도 완전히 해제되면서 탄도 미사일이든, 우주 발사체든 마음먹은 대로 개발할 수 있게 됐죠. 그럼 곧 발사될 ‘누리호’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봐야겠습니다.
누리호는 순수 한국 기술로 만들어 낸 발사체로, ‘누리’는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경상국립대학교 해양과학대학 에너지 기계공학과 백승엽 씨가 제안한 이름이죠. 높이 47.2m, 직경 3.5m 총중량 200톤에 달하는 발사체는 총 3단 엔진으로 구성되었으며 핵심인 1단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습니다. 23.1m 높이의 1단에는 75톤 엔진 4기와 액체산소와 케로신 탱크로 구성되어 있는데, 1단 엔진을 이용해 하늘로 쏘아 올려지게 됩니다. 이후 18.5m에 이르는 2단 엔진이 점화를 시작하는데, 2단 엔진은 75톤 엔진 1기와 액체산소와 케로신 탱크로 이루어져 있죠. 그리고 3단에는 7톤 엔진 1기와 액체산소와 케로신 탱크 등으로 구성되었고, 3단 엔진에서 위성이 분리됩니다.
사실 곧 발사될 누리호는 두 번째 발사인데요. 지난 10월 21일, 1차 발사를 실시했으나 아쉽게도 완벽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10월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1단 엔진 점화, 이륙, 1단 엔진 연소 및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엔진 점화 및 연소, 2단 분리, 3단 엔진 점화 및 연소, 위성 모사체 분리의 순서로 정상적으로 수행되었습니다. 다만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 엔진이 목표로 했던 521초 동안 연소되지 못하고 475초 만에 조기 종료됨에 따라 위성 모사체가 고도 700km의 목표에는 도달했지만, 초속 7.5km의 속도에 미치지 못해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죠.
당초 목표는 지구 저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었으나 완성 단계에서 실패하면서 2차 발사를 기약하게 됐는데요. 지금까지 자력으로 발사에 성공한 9개 국가 중 단 한 번 만에 성공한 국가는 소련, 프랑스, 이스라엘에 불과하고, 일본은 4번, 프랑스, 영국, 독일 합작으로 개발된 로켓도 4년의 실패 후에야 성공했습니다. 발사에는 아쉬움이 남았으나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발사체의 첫 비행 시험으로서 모든 과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핵심기술을 전부 확보했는데요. 어쨌든 실패는 실패로 규정하고 2차 발사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원인 분석에만 5개월이 소요됐습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3단 엔진이 조기에 종료됐다는 것인데 확인 결과 3단에 위치한 케로신 탱크에서 균열이 일어났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을 파악해 구조를 보강하는 새로운 설계를 적용해 4월 말에 교체 작업을 완료했죠. 1차 발사와 달라진 2차 발사의 가장 큰 특징은 큐브위성 4기와 더미 큐브위성 1기로 구성된 실제 성능검증 위성이 탑재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항우연이 특별히 제작한 위성인데, 1차 발사에서는 더미 위성, 즉 위성 모사체만 탑재했지만, 실패 원인을 분석해 수정했기 때문에 아예 성능검증까지 마치겠다는 것이죠.
이 위성은 누리호가 우주 궤도에 투입되는 성능을 검증하게 되는데요. 궤도 상에서 성능검증 위성을 먼저 분리한 후, 1.3톤짜리 위성 모사체가 또 한 번 분리하게 됩니다. 궤도 700km에서 초속 7.5km를 달성한 후 위성을 분리하면 완벽한 성공이라고 볼 수 있죠. 이후 추가적인 확인 작업이 필요한데요. 발사 후 약 43분 후부터 성능검증 위성과 최초로 접속하게 되는데, 이 위성이 2시간 동안 지상국과 지속적으로 교신한 후 발사 4시간 뒤 남극 세종기지에서 위성의 자세가 안정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게 됩니다. 발사 다음 날까지 지속적인 교신을 통해 위성의 상태를 보다 정밀하게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죠.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린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발사체는 엔진 등을 포함해 약 37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모든 부품이 극한의 환경에서 완벽하게 작동해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37만 개의 모든 부품이 완벽히 작동하고, 위성이 궤도에서 분리되어 정상적으로 교신 작업을 수행하게 되면 한국은 이로써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무게 1톤 이상의 실용급 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하는 국가가 됩니다. 그런데 한국의 성공이 다른 국가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것은 그 여건에 있습니다.
주요국의 우주개발 예산 현황을 보면 미국이 국내총생산의 0.21%를 우주개발에 쏟아붓고 있고, 러시아가 0.2%, 프랑스가 0.14%를 투입하지만, 한국은 고작 0.04%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적은 예산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2년간의 노력 끝에 쏘아 올려질 누리호가 완벽한 성공으로 한국이 위성 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디씨멘터리에서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 채널에서 다뤘으면 좋겠는 뉴스 또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영상은 디씨멘터리 네이버 닷컴으로 보내주시면 소중히 제작하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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