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3월 전해진 수출계약 소식은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한국의 삼계탕 1,200봉, 약 1톤이 UAE에 처음으로 수출된다는 것이었는데요. 종교적으로 가장 엄격하다는 중동지역으로 수출길을 열었다는 사실이 상당히 의외였는데요.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은 그 율법이 워낙 엄격해 아무 음식이나 수 없습니다.
특히 돼지고기는 아예 먹지 않으며 양이나 닭, 소의 경우도 율법에 따라 도축된 것이 아니면 섭취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슬람 교리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할랄’이라고 부르고, 먹을 수 없는 것은 ‘하람’이라고 부릅니다. 이렇듯 엄격한 율법을 따르는 중동 지역에 한국의 보신 문화를 대표하는 삼계탕이 수출된다는 점이 놀라웠던 것입니다.
한국 전통의 보양식으로 불리는 삼계탕은 언제 어떻게 우리 역사에 등장하게 된 것일까요? 한국의 기후는 여름에 유독 습하고 덥습니다. 기온이 올라 더운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여기에 습도까지 높다 보니 우리 몸이 느끼는 더위는 배가 되어 찝찝한 더위가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운은 한국이 국가를 통째로 북미나 유럽으로 옮기지 않는 이상 변하지 않을 것이고 과거에도 이러한 기후는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매년 여름, 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7월과 8월에는 아예 날을 정해 놓고 보신 음식을 먹기도 합니다. 바로 초복, 중복, 말복 즉 삼복더위라 하여 음력 6월과 7월 사이 1년 중 가장 뜨겁고 힘든 날을 말합니다.
한국인은 이 삼복더위에 열로 열을 다스린다는 의미로 뜨거운 음식을 즐기며 더위를 식힙니다. 복날의 ‘복’은 ‘굴복할 복(伏)’자를 사용합니다. 일 년 중 세 번 더위에 굴복한다 이런 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복날을 음력으로 따지다 보니 매년 복날은 달라지는데, 2022년의 초복은 7월 16일, 중복은 7월 26일, 말복은 8월 15일입니다. 옛날 조상들은 특히 삼복 중 초복에 술과 음식을 준비해 계곡을 찾아가 무더위를 대비하고 마을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여름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잠시 언급했듯이 복날에는 뜨거운 음식을 먹습니다. 아마 여러분은 복날에 냉면으로 몸보신을 한다거나 콩국수로 몸보신을 한다는 말보다 삼계탕으로 몸보신을 한다는 말을 더 많이 들어 보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삼계탕 문화와 더불어 한국인만의 보신 문화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좋아 보이는 것들은 죄다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우기는 탓에 몇 년간 한국인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김치, 한복 등에 이어 세종대왕, 김연아, 손흥민까지 죄다 중국 전통음식 또는 조선족이라고 우기니 황당해 말도 나오지 않는 수준입니다.
1년 전에는 삼계탕이 타겟이 됐습니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로 알려진 바이두의 백과사전에는 김치에 이어 삼계탕도 중국에서 한국으로 전파됐다고 기술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도입부에 ‘고려 인삼과 영계, 찹쌀을 넣은 중국의 고대 광둥식 국물 요리’로 한국에 전해져 한국을 대표하는 궁중 요리의 하나가 됐다고 기술되어 있는데요.
백과사전에서 삼계탕은 중국 남부의 광둥성에서 유래했다고 전했지만 문헌 기록 등의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저러한 주장이 백과사전에 쓰여진 이유는 광둥성에서 닭고기나 돼지고기 등을 약재와 함께 끓인 탕을 즐기는 식문화가 있기 때문이라 추정됩니다.
백과사전이라는 말에 넘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바이두 백과사전은 역사적 근거를 기반으로 전문가가 제작하는 사전이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제기되는 정보를 취합해 백과사전을 수시로 고치니까요. 삼계탕 항목이 바이두 백과사전에 등장한 것은 2006년이고, 2008년부터 ‘특색 있는 한국 고유의 요리’라고 기록해 왔습니다.
하지만 2019년, ‘한’이라는 글자가 중국을 뜻하는 ‘중’으로 바뀌면서 모든 게 달라집니다. 한국 고유의 전통음식이 순식간에 중국 고유의 전통 음식이 되어버린 것이죠. 이때부터 이 백과사전을 근거로 삼계탕이 중국 요리라는 헛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인데요.
이런 어이없는 주장이 제기되자 농촌진흥청이 자체적으로 삼계탕이 한국 요리라고 홍보하기 시작합니다. 농촌진흥청은 ‘삼계탕은 1960년대 이후 지금의 형태가 갖춰졌고, 1970년대 이후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삼계탕에서 사용되는 한자는 인삼 삼(蔘), 닭 계(鷄)입니다. 원래 이 요리는 ‘계삼탕’이라고 불렸습니다. 주재료가 닭이고 부재료가 인삼이라는 의미였죠. 하지만 닭보다 인삼이 더 귀하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현재 이름이 삼계탕으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사실 닭 요리는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음식은 아닙니다. 인류는 농경기로 접어들며 한곳에 정착해 집단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가축을 사육하기 시작했습니다. 개나 닭, 소 등의 가축을 집에서 사육하기 시작하면서 힘들게 사냥을 다닐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소는 쉽게 먹을 수 없어,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닭을 먹었던 것입니다. 삼계탕은 여전히 삼복더위에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음식이죠.
현재 우리가 즐기는 삼계탕, 즉 인삼을 넣고 찹쌀과 함께 끓이는 요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17년입니다. 방신영이라는 인물이 쓴 ‘조선요리제법’이라는 요리책에 “닭을 잡아 내장을 빼고 발과 날개 끝과 대가리를 잘라 버리고 뱃속에 찹쌀 세 숟가락과 인삼 가루 한 숟가락을 넣고 쏟아지지 않게 잡아낸 후에 물을 열 보시기쯤 붓고 끓이라”라는 요리법이 등장합니다. 여기에서 최초로 인삼 가루를 넣어 닭 요리를 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현재 삼계탕의 원형이라 볼 수 있을 텐데요. 다만 삼계탕이 아니라 닭국이라고 불렸습니다. 1942년 판 조선요리제법에서 이름이 백숙으로 변했죠.
지금도 계곡 옆 식당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요리는 백숙인데, 이는 삼계탕과 살짝 다릅니다. 조리법은 동일하지만 닭의 크기가 다르죠. 백숙은 10주 이상 성장한 토종닭을 사용하지만 삼계탕은 약 5주 정도 성장한 어린 영계를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1940년대에 백숙은 부잣집이, 삼계탕은 조금 사정이 덜 넉넉한 서민들이 먹었다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닭고기 수요가 증가하게 된 것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시절입니다. 조선 총독부는 1920년대 이후 전국의 농촌에 부업으로 양계를 권장했는데, 양계의 목적은 계란 생산이었습니다. 유럽 미국 일본의 좋은 닭을 보급해 질 좋은 계란을 생산하도록 유도했죠. 1925년 한 해에만 전국적으로 약 1,000만 마리의 닭을 잡았다는 기록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1925년 조선에서는 상상도 못 할 만큼의 닭고기 소비가 있었던 겁니다. 그렇게 한국에서 닭볶음탕, 닭백숙, 삼계탕 등 다양한 닭고기 요리가 등장하게 된 것이죠.
인삼을 넣은 ‘계삼탕’이라는 정식 명칭으로 음식점 메뉴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중반입니다. 여기에는 음식점의 영업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고려 시대 이후로 한반도에서 재배되는 인삼은 고려 인삼이라 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음식점의 입장에서 어차피 한반도에서 재배된 인삼을 넣는 것이고, 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인삼을 넣는 요리라면 굳이 닭고기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계삼탕이라고 부르는 것이 고객을 끌어들이기 수월했을 겁니다.
여기에 조선 시대부터 조정이 직접 관여했던 인삼 재배를 1965년부터 민간이 자유롭게 재배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인삼 보급량이 많아졌습니다. 결국 1960년대 후반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닭국 또는 닭백숙을 팔던 음식점들은 삼이 주재료다 하여 삼계탕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죠.
닭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인삼을 전면에 내세워 일반인도 고려 인삼이 들어간 보양식을 먹을 수 있다는 홍보 전략을 세웠던 것입니다. 이처럼 삼계탕이 중국 음식이 아닌 한국 고유의 음식이라는 팩트는 차고 넘칩니다.
2015년 11월 1일 리커창 전 중국 총리는 한국을 방문해 삼계탕을 맛보고는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의 맛있는 음식인 삼계탕을 중국에 추천하겠다. 이런 맛있는 음식이 중국에 들어오면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만약 이것이 중국 음식이라면 총리가 이런 말을 했을 리 없습니다. 리커창 총리의 발언 이후 중국으로 한국산 삼계탕이 수출되기 시작했죠.
또한 2019년, 아랍에미리트에 할랄 인증을 받은 삼계탕이 수출되기 시작했다는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은 삼계탕은 HS코드(국제 상품분류체계)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HS코드는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상품 분류 번호인데, 언어로 인한 혼란을 방지할 목적으로 모든 상품에 번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6자리는 국제 공통이며 국가마다 추가 2자리 또는 4자리를 더해 세부적으로 상품을 분류하기도 합니다. 한국은 총 10자리의 HS 코드를 사용하는데 삼계탕은 ‘1602.32.1010’이라는 HS코드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삼계탕이 수출될 때 수출 신고서 상에는 반드시 이 코드가 기재되어야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를 분류할 HS코드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괜히 중국인의 억지 주장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죠. 대한민국의 보신 문화 즉 보약을 먹어 몸에 영양을 보충하는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스스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적당한 보약을 섭취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겠지만 너무 과한 보신 문화는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웅단 및 녹용 등 국제적으로 비난받는 보양식 대신 단백질도 풍부하고 세계 최고 보양식이라는 고려 인삼이 들어간 삼계탕 한 그릇으로 올여름 삼복더위를 이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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