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중동이 석유를, 중국이 희토류를,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호주가 석탄을 가지고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지만, 인류 최초의 자원전쟁은 아이러니하게도 ‘새똥’에서 시작됐습니다.
남미의 페루와 칠레의 연안은 예부터 어족 자원의 보고였습니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플랑크톤의 사체가 해류를 타고 떠오르기 때문에 이것을 주식으로 하는 물고기들의 먹이사슬이 탄탄했죠. 그리고 이 생선들을 노리는 가마우지와 펠리컨이 3억 마리가 넘게 몰려들고,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수천 종의 조류가 먹이를 구하러 이곳으로 날아옵니다.
그런데 새들이 모이는 곳에는 응당 새똥이 존재하는 법. 새가 똥을 싸고, 그 똥 위에 또 똥을 싸면 이는 산처럼 쌓이게 됩니다. 그런데 수억 마리의 새가 수만 년간 배출한 이 새똥 ‘구아노’는 인간이 질소를 화학적으로 분리해 내는 방법을 찾기 전까지 전 세계에서 유일한 고농축 질소 비료였습니다.
질소는 모든 식물이 성장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백질이고, 수확량을 결정짓는 필수 성분이기 때문에 농사를 잘 지으려면 이 질소를 잘 활용해야 하죠.
그런데 18세기말부터 구아노가 현재의 석유를 능가하는 귀중한 자원으로 떠올랐습니다. 왜냐하면 유럽에서 산업혁명 이후로 급격한 인구 증가가 뒤따랐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식량 생산을 늘려야 함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잉카인들이 사용하던 구아노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1840년대부터 수많은 증기선이 구아노를 유럽으로 실어 날랐는데요.
구아노를 최초로 국유화한 것이 페루였는데, 페루는 이 새똥을 팔아 막대한 부를 축적하기 시작해 경제 호황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연평균 9%씩 경제성장을 이루던 페루는 본격적으로 욕심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아직 캐내지도 않은 구아노를 담보로 유럽 자본을 빌려 대규모 설탕 농장에 투자했는데, 과잉 생산은 가격 폭락을 불러오기 마련인지라 페루는 가격을 방어하지 못해 결국 파산 직전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유럽의 농업은 이미 페루의 구아노에 너무 의존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체제도 없었고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도 없었습니다. 결국 전쟁이 발발하고 말죠.
칠레와의 국경 지대에 있는 구아노를 두고 페루와 칠레는 소유권 분쟁을 시작했고, 칠레의 뒤를 봐주던 영국과 프랑스는 결국 페루를 침공하게 되었으며 4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1879년에 발발한 ‘구아노 전쟁’ 또는 ‘새똥 전쟁’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죠. 새똥이 불러온 전쟁이 끝난 지 150년 가까이 지났건만, 현재도 전 세계는 ‘자신만의 구아노’를 활용해 자원 전쟁에 나서고 있는데요. 그런데 자원에 있어서만큼은 최빈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도 구아노는 있습니다. 깊은 바다나 깊은 산, 깊은 땅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한복판에 말이죠.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아마 여러분도 ‘도시광산’이라는 단어는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이는 해외광산으로부터 희귀 금속을 얻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자원 빈국의 새로운 생존 수단으로 떠올랐지만, 뿐만 아니라 고갈되는 자원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자연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또는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해 더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주목받는 기술인데요.
쉽게 말하면 버려지는 폐가전제품 등에서 희귀 금속을 얻는 겁니다. 즉 과거에는 금을 캐기 위해 곡괭이와 삽을 들고 광산으로 달려갔다면, 이제는 폐가전제품 하치장으로 달려가는 것이죠.
이 ‘도시광산’이라는 용어는 1986년 일본 도호쿠대학의 ‘난조 미치오’ 교수에 의해 처음 제시됐습니다. 그는 “지구에 매장된 자원 중 석유나 석탄은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사라져 버리지만, 금속은 사용 이후에도 폐기물 속에 그대로 남아있어 언제든 재활용할 수 있다.”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관심을 끌게 됐는데요.
이런 주장과 맞물려 199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불안정한 정세가 지속되면서 희귀 금속 확보를 위한 도시광산 개발은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도시광산 기술로 얻을 수 있는 희귀 금속은 광산 채굴과 비교했을 때 효율이 있을까요?
지난 2016년 전남 해남에서는 한국 지질자원연구원이 개발한 지질 탐사 기술로 지하 300m에 묻힌 약 21만 t의 금광석을 발견했는데, 이를 채굴하면 금 627.5kg을 추출할 수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즉, 1t의 금광석에서 3g의 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이에 반해 폐휴대폰 1t에는 금 200~400g뿐 아니라, 은 3kg, 구리 131kg, 주석 13kg, 니켈 16kg 등 총 16종의 금속이 들어 있습니다. 즉, 도시광산의 자원 매장량이 천연광산보다 월등하다는 겁니다.
특히 폐가전제품은 희소 금속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자동차는 크롬, 망간, 니켈 등 희소 금속이 4.5kg 들어 있고, 냉장고, 에어컨에 들어가는 모터에는 335g, TV, PC의 LCD 패널에는 약 344g의 희소 금속이 들어 있습니다.
수명이 다한 가전제품, 휴대전화, 컴퓨터는 폐기물 취급을 받지만, 매장량과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는 광산의 원석만큼이나 가치가 있는 셈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매년 버려지는 전자 폐기물이 약 5,000만 톤을 웃돕니다. 그중에서 재활용되는 비율은 불과 17% 수준으로, 대부분의 전자기기는 버려지거나 소각돼 환경오염을 유발하는데요.
더구나 전자기기의 사용률은 매년 높아져 2030년쯤에는 전자 폐기물이 7,4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도시 광산 기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도시광산 기술은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을까요?
얼마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물 자원 순환연구단은 폐기물에 포함된 금을 99.9% 효율로 회수하는 소재를 개발했습니다. 자동차나 석유화학 등 여러 산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속 귀금속을 재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연구팀은 다층으로 이뤄진 내부구조를 고분자 껍질이 감싸고 있는 캡슐형 소재를 개발했습니다.
이 소재는 금 이온을 캡슐 내부에 가둬 회수하는데, 다층으로 이뤄진 내부구조에는 금 이온에만 반응하는 장치를 두었는데요. 캡슐의 고분자 껍질은 금 이온은 통과시키지만, 금과 함께 존재하는 부유 고형물질은 통과시키지 않아 내부구조가 막히는 현상을 방지하게 됩니다. 덕분에 기존의 흡착 소재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회수 효율을 얻게 됐죠.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99.9%에 이릅니다.
더구나 해당 소재를 10회 재사용해도 이 성능을 유지하기 때문에 폐가전제품에 포함된 된 금을 거의 대부분 회수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지난 4월, 국제 학술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에 게재됐습니다.
연구팀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금을 함유한 폐액을 새로 개발한 캡슐형 소재를 통해 회수 공정을 거치면서 소량의 금을 추출해 냈는데, 아주 적은 양에서 추출한 금의 양이 상당합니다. 만약 이만큼의 순수한 금을 얻기 위해 필요한 금광석의 양은 상당할 텐데, 새삼 대단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도시광산 업체 수는 2008년 363개에서 2016년 1,026개로 증가했고, 아마 현재는 더 많아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회수 가능 금속 종류도 2009년 14개에서 2016년 28개로 늘어나는 등 도시 광산 기술은 매년 진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도시광산 기업으로는 ‘성일하이텍’이라는 기업이 있는데, 이 기업은 전기차 배터리 등의 이차전지 부산물에서 코발트, 니켈, 망간, 리튬 등 고부가가치 자원을 회수하고, 습식 제련 기술을 통해 금, 은, 백금 등을 추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 회수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글로벌 업체인 덴마크의 ‘유미코아’가 리튬형 배터리에서 가치 있는 금속을 뽑아내기 시작한 것은 고작 4~5년밖에 안 됐고, 중국의 3대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들은 전부 광산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리튬형 배터리로 국한한다면 블랙파우더로 분해한 후 코발트, 니켈 등의 유가금속을 뽑아내는 재활용 업력은 성일하이텍이 가장 오래됐습니다.
블랙파우더에는 한국이 전부 수입에 의존하는 코발트, 니켈, 리튬, 망간, 구리 등 5대 유가금속이 전부 들어 있는데, 전부 뽑아내려면 습식 제련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망간의 경우는 추출 방법이 복잡해 습식 제련 외에는 추출 방법이 없죠.
이에 몇 년간의 연구 개발을 거쳐 습식 제련 방식으로 금속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 성일하이텍은 이제 전기차 보급과 함께 쏟아져 나올 폐배터리 시장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의 도시광산 기술이 한국을 자원 부국으로 만들어주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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