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만성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우울증은 계속 지속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정식 명칭이 있습니다. 가장 최신의 진단 기준들을 모아놓은 DSM-5에서는 지속성 우울장애라는 표현을 써요. DSM-4까지는 이게 기분부전장애라는 표현을 썼었는데 지금은 지속성 우울장애라고 얘기를 하는데요.
이거는 성인인 경우는 적어도 2년 동안 대부분 우울해요. 우울하지 않은 날보다 우울한 날이 훨씬 더 많아요. 성인은 2년, 아동 청소년의 1년 이상인 경우죠. 일단은 2년 이상 성인이 내가 우울한 날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는 것을 만족해야 하고 그다음으로 진단 기준 중의 2가지 이상을 만족하는 경우입니다.
일단 2년 이상은 우울한 것 같고 첫 번째는 식욕이 좀 떨어져 있거나 과식하는 거, 두 번째는 잠을 좀 못 자거나 오히려 잠을 많이 자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기력이 좀 저하되고 피로하고 계속 힘들고요. 그래서 만성 피로를 느끼는 분 중에 지속성 우울장애일 수도 있는 거예요. 네 번째는 자존감이 저하되는 거, 다섯 번째는 집중력이 좀 떨어지고 우유부단해지는 거죠. 여섯 번째가 절망적인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이 6가지 중의 2가지 이상이면, 그리고 2년 이상 우울했다면 지속성 우울 장애로 진단하는데 보통 흔히 우울증이라고 얘기하는 건 주요 우울장애라고 많이 하고 지속성 우울장애 진단 기준은 아까 6가지인데 여기 몇 개가 좀 더 추가돼요.
예를 들어 자살 사고나 자살 시도가 있거나 모든 일에 흥미를 좀 상실하거나 뭔가 이 사람이 초조해 보이고 몸이 좀 느려지거나 말이 좀 느려진다거나 이런 정신 운동성 초조 및 지연이 발생한다거나 대신 2주 이상 지속되어야 해요.
100% 이게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략 주요 우울장애는 좀 세게 2주 이상 확 오는 거고, 약간 지속성 우울장애는 좀 꾸준히 이게 약간 기본값처럼 쭉 있는 거예요. 두 개가 같이 있는 사람도 있어요. 이중 우울증이라고도 해요. 이제 주요 우울장애와 지속성 우울장애의 차이점을 보면 주요 우울장애 분들은 자기가 언제부터 우울했는지 진료실에 왔을 때 명확하게 기억하시는 경우가 많고요.
또 우울하지 않을 때 기분은 괜찮았다고 해요. 지속성 우울장애는 아까 말한 것처럼 우울하지 않은 날보다 우울한 날이 더 많이 많으니까 좀 우울하지 않은 기분 상태가 어떤지 모르는 경우가 꽤 있어요. 그래서 치료를 좀 받고 나면 ‘다른 사람들은 다 이런 기분으로 사는구나.’ 이렇게 말씀하시죠.
저도 경험이 없었던 전공의 때 지속성 우울장애 환자를 처음 만났을 때가 있었어요. 언제부터 우울했냐고 하면 초등학교 때부터래요. 그때는 저도 처음 진료하면서 ‘무슨 초등학교 때부터 우울했겠어? 그냥 지금 너무 우울하시니까 그때부터 우울했다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 왜곡한 게 아닐까?’ 했는데 보통 10대 때부터 이런 것들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꼭 어떤 트라우마나 특별한 경험이 아니더라도 그냥 별일 없이 시작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다 보니까 우울증이 마치 그냥 우울한 성격같이 말씀하시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까 지속성 우울장애 진단 기준을 보시면 네 번째가 자존감 저하고 다섯 번째가 집중력 부족 및 우유부단이고 여섯 번째가 절망감이에요.
이거 4번, 5번, 6번을 2년 이상 느끼면 사실은 이게 최소 기준이 2년이면 대부분은 훨씬 더 오래 느낀 거거든요. 이게 오랫동안 자존감 저하, 집중력 부족, 우유부단, 절망이 지속되면 이거 하나의 성격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자존감이 낮으니까 다른 사람 평가나 이런 거에 예민하고 좀 스스로 뭔가에 도전하기가 어렵고 스스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또 2년 이상 집중력이 떨어지니까 스스로를 ADHD라고 의심하기도 합니다. 뭔가 결정할 때 어떤 걸 결정해야 할지 모르고 너무 다른 사람들한테 휘둘리니까 그것 때문에 또 너무 속상해하시기도 하죠.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인데 그것 때문에 자책하고 자신을 좀 안 좋게 보는 상황이 2년 이상 있으니까 이런 환자분들을 만나 보면 굉장히 치료에 대해서도 비관적이고 세상이나 인간관계에도 되게 냉소적으로 되고 치료자에 대한 신뢰도 좀 많이 떨어지시는 부분도 있어서 좀 안타깝죠.
오랫동안 고통을 받지만,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은 지속성 우울장애 환자들이에요. 그래서 이분들이 병원에 오시는 경우는 주요 우울장애랑 지속성 우울장애가 겹치니까 오세요. 원래 힘드셨는데 확 나빠지니까 그제야 좀 이렇게 한번 오시는 경우가 있는 거죠.
지속성 우울장애는 20세 이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만성적이니까 치료를 잘 안 받으려고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어린 시절부터 나타나는 증상은 환경이나 경험적인 부분보다는 기질적인 신경생물학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커요. 예를 들어 나이 들어서 눈이 나빠지는 경우는 어떤 환경이나 이런 부분에 영향이 있겠지만 어릴 때부터 눈이 나쁘게 태어난 아이들은 선천적인, 기질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실은 또 의외로 치료받으면 생각보다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분들도 있어요.
사실 제가 봤을 때는 아직도 좀 우울하신 상태인데, 다른 분들에 비해서 힘든데도 조금 좋아지면 많이 좋아졌다고 체감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이분들이 치료받기 전에는 항상 본인 탓을 하는데 이게 병이라는 설명을 듣고 그것만 인지하면 치료에 좀 집중하시고 좋아지면 이게 그냥 내가 게으르거나 내가 뭐 성격이 이상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니라 이건 병이었고 치료받아서 아직 물론 갈 길이 멀지만 열 가지 중의 한두 가지만 조금 개선이 돼도 좀 더 전에 비해서 어떤 활동도 많이 하시고 긍정적인 경험도 해 보려고 하시면서 좀 달라지려는 모습들이 보이거든요.
이전 콘텐츠에도 말씀드렸던 신경 가소성이 여기에도 해당이 되는 거예요. 오랜 기간 우리 뇌의 시냅스의 연결이라든가 좀 부정적인 경험들이 뇌에 데미지를 주고 있다면 약물적인 치료나 혹은 뉴로모듈레이션 같은 TMS, 스프라바토, ECT 같은 새로운 치료들, 그리고 거기서 본인이 자신감을 갖고 시도하려는 변화들이 맞물리면 생각보다 좋아지시는 분들도 많아서 그런 분들을 보면 약간 뿌듯하기도 하고 좀 울컥하기도 해요.
정말 오랜 기간 우울한 그런 분들이 좀 꾸역꾸역 병원 다니시면서 본인이 갖고 있는 정신 질환, 우울과 싸우려는 모습을 보면 좀 굉장히 응원해 주고 싶고 환자지만 배우는 점이 되게 많거든요.
그래서 지금 콘텐츠를 보시는 분 중에 분명히 우울증이 심하고 ‘치료해도 나을 수 있을까?’ 하면서 여전히 망설이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그래도 저는 치료를 받으시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몇 가지만 좀 좋아져도 생활하시는 삶의 질이 훨씬 좋아지고 그 안에서 어쨌든 전보다 좀 수월해진 상태에서 개인적인 노력을 해 보신다면 훨씬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주변에도 혹시 만성적으로 너무 우울해하거나 그런 것을 좀 자기 탓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콘텐츠를 좀 공유해 주시고 응원, 지지를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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