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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시골마을서 군부대 해체 반대하는 이유… ‘무장공비’보다 ‘생존’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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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88서울올림픽을 1년 앞둔 지난 1987년 4월 1일, 전쟁의 상처가 아문 지 오래고 본격적으로 경제발전의 기틀을 닦던 이때, 한국에서는 다짜고짜 새로운 부대를 하나 창설했는데요. 이름하여 ‘동해충용부대’ 바로 8군단입니다.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을 근거지로 하는 8군단은 육군 중 GP와 GOP 경계 및 해양 경계까지 담당하는 유일한 임무를 맡길 목적으로 창설했는데, 전쟁 후 34년 만에 새로운 군단을 창설한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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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그간 동해안 지역은 ‘동해안경비사령부’가 맡아서 지역 방위를 했으나, 전쟁이 발발하면 오로지 북진에 북진, 그리고 평양 초토화에 집중할 목적으로 온갖 전력을 쏟아부은 7군단으로 확대 개편되면서 7군단은 경기도 의정부로 전체 이동해 버렸죠. 그리고 비어 있게 된 동해안 지역은 3군단이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3군단의 작전 지역이 비정상적으로 넓어지면서 여러 애로사항이 발생하자, 아예 강원도 동해안 지역을 방위할 목적으로 8군단을 창설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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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특수임무를 위해 태어난 8군단의 주둔으로 흥했던 강원도 양양읍 등 주변 시골 마을들이 초토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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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군을 통솔하고 지휘하기 위해서는 분대장, 소대장으로부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일사불란하게 맡은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누구 하나라도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했다가는 전쟁과 같은 유사시 우리나라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그중 가장 중요한 지휘관이라고 한다면 아마 사단, 군단, 사령부 등을 지휘하는 장성급일 텐데요. 그래서 매년 연말에 가까워지면 국방부는 정기적으로 장성급 인사를 발표해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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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정기 인사에서는 총 70명의 장성급 인사가 이루어졌는데, 눈에 띄는 점이 있었는데요. 전방의 군단장 인사에서 1군단장은 교체했음에도 6군단장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왜냐하면 인사 발표가 있던 날 6군단이 정식으로 해체됐기 때문, 즉 6군단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군단이 해체된 것은 지난 2007년, 9군단과 11군단 해체 이후 13년 만의 일인데, 한때 26사단, 65사단, 73사단, 5사단, 28사단을 거느렸던 전설적인 6군단은 이로써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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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로부터 5개월 뒤 또 하나의 군단이 해체를 시작했습니다. 8군단 동해충용부대인데요.

육군 중 GP, GOP와 더불어 동해안의 해안 경계까지 담당했던 유일한 군단이었지만, 5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임무를 해제했습니다. 예하 부대를 3군단에 넘기고 물자 반납 등 정리 작업을 시작해 6월 말 정식으로 부대를 해체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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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은 사실 북한과 워낙에 가까운 지역이기 때문에 무장공비 침투가 잦았는데요.

1969년에는 주문진을 통해 8명의 무장공비가 침투했고, 1996년에는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속 특수부대원 26명이 잠수함으로 강릉 지역을 통해 침투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1998년에는 속초 해안을 통해 침투한 잠수정이 어망에 걸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을 만큼 동해안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절대 허술하게 경비할 수 없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결국 8군단 역시 해체 수순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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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군단 해체 소식이 처음 전해진 것은 2018년경으로, 한국 정부는 ‘선진 민주 국군’을 내세워 국방개혁 2.0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국방개혁 2.0의 핵심은 강한 군대로 거듭남과 동시에 현실에 걸맞게 군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인데요5

당시 우리 군이 처한 현실은 암담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구수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입대할 수 있는 성인 남성의 수도 줄었는데, 2019년 기준 약 57만 9,000명이던 육해공 상비병력은 2022년 50만 명 이하로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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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육군 병사가 줄었는데, 이에 우리 군은 2사단, 23사단, 27사단, 28사단 등을 해체했거나 해체 예정이고, 6군단이 해체됐고, 8군단은 해체한 후 각종 작전 기능과 경계 임무는 전부 3군단으로 흡수, 통합될 예정이죠.

원래 2021년에 8군단 해체가 예정되었으나, 그해 2월 ‘오리발 귀순’ 사건이 발생했고, 3군단과 통합을 가정해 진행된 훈련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일정이 늦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그대로 남겨두자는 의견이 제시되어 재검토하기도 했으나, 끝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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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부대가 감소하면서 초토화된 시골 마을들이 등장했습니다. 군단 해체와 관련하여 한 육군 관계자는 “전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고 부대 인원과 장비만 다른 부대로 넘겨진다.”라고 전했는데요. 군의 입장에서는 전력이 줄어드는 걱정을 하지 말라는 의미였지만, 군부대에 지역 경제를 의존하고 있는 마을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8군단이 소속된 양양읍 일대에서 수천 명의 군 장병과 군 장병 가족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때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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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발생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양양읍 일대에서 군인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소상공인들은 이제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양양읍내의 경우 8군단 병사들이 외출을 나오거나 외박하는 경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 가령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외출 또는 외박하는 경우 읍내 식당을 찾거나, PC방을 가거나, 숙박업소 등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버스 터미널이 인근의 속초와 강릉까지 연결되기도 하지만, 천금 같은 시간을 버스 위에서 보낼 수 없어 읍내를 선호하죠.

군 장병만 빠져나가는 것은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녀들을 둔 군 장병 가족 전체가 빠져나가면 학교부터 학원, 교습소 등등까지 초토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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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8군단 해체가 기정사실화 됐을 당시 주민들은 오리발 귀순, 철책 귀순과 더불어 남북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는 등 안보가 불안한 상황에서 전방에 병력을 늘리면 늘렸지, 줄이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야기할 것이라며 플래카드를 붙이고 해체 반대 농성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현재 전방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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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강원도 화천 일대에 주둔하던 27사단, 이른바 이기자부대가 창설 69년 만인 지난 2022년 연말쯤 해체를 완료했습니다. 그러자 화천군 사내면 일대에서는 이기자부대 소속 군인들의 외출, 외박이 급격하게 줄기 시작했고, 이들을 상대로 영업하던 일대 상경기는 초토화됐습니다.

대부분의 상가가 개점휴업에 들어가거나 임대 매물이 급증하는 등 공동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으나, 새롭게 유입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오로지 군인들에 의해 작동하던 상권이기 때문에 군인이 빠져나간 이상 더 이상 작동할 원료가 없는 것이죠. 자칫 지역이 소멸될지도 모를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특단의 조처가 내려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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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모든 문제의 원인은 결국 인구절벽이 불러온 악몽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입니다. 합계출산율이란,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수를 의미하는데, 0.78명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도 없는 수치입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는데, 전체 평균 1.59명은 커녕 한국 바로 위에 자리한 일본의 1.33명, 그리스의 1.28명, 이탈리아의 1.24명과 갭이 상당히 큽니다. 어느 인구학자는 현재 한국의 출산율이라면 2750년경 한국의 아예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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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출생률 추이를 보면 60년대 약 100만 명이 태어났지만, 70년대에 90만 명으로 줄었고, 80년대 72만 명, 90년대 68만 명, 2000년대엔 약 50만 명이 출생해 50년 만에 출생아의 숫자가 절반으로 감소했습니다.

2010년에 접어들어 평균 41만 명이 출생하더니, 2017년부터는 30만 명대로 급격히 하락했고, 2020년부터는 3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속적인 출산율 저하가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체감하지 못하지만, 이미 우리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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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출생률이 0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가장 먼저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일자리가 없어집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중학교에 들어가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선생님들이 일자리를 잃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다니던 학원이 없어지고, 아이들 교재를 만들던 출판사가 사라지고, 출판사 직원, 책을 쓰던 작가, 과외교사, 키즈카페, 학교 앞 떡볶이집이 사라집니다.

대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가르칠 학생이 없는 대학교수가 사라지고, 대학교도 재정 파탄으로 사라짐과 동시에 교직원이 사라지고, 대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술집, 식당, 카페가 사라집니다. 자연스럽게 여기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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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수가 줄면 역동성이 떨어지고, 소비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이 늘고 수입은 줄어듭니다. 한국의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저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부담, 임금은 오르지 않는데 자녀 양육비는 늘어나는 재정적인 부담이 가중되며 아예 혼인 자체를 미루거나 취소하고 혹은 혼인은 하더라도 출산하지 않는 것이죠.

이미 현재에도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서 출산장려정책을 펴고 있지만, 출산율은 여전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이 700년 후 지도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의 섬세한 인구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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