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독히도 운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한국의 불운에 일본에 돈까지 내고 몽땅 쓸어가 준 희대의 사건들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리먼 브라더스! 2008년 한국산업은행은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하기 위해 M&A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경쟁이 정말 치열했는데요.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하는 은행은 체계적인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보니 세계 각국의 은행들이 너도나도 숟가락을 얹기 시작했고 한국산업은행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산업은행은 2008년에만 세 차례에 걸쳐 지분 인수를 제안했으나 협상이 점점 길어지며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내부 갈등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당시 산업은행은 달러가 부족한 상황인데 이 상태에서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이 많아졌던 것이죠. 결국 산업은행은 눈물을 머금고 리먼 브라더스 인수 협상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5일 뒤에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했다면 뉴욕 증권시장에 진출하고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를 일본 노무라 증권이 리먼 브라더스의 아시아, 유럽 부문을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인수 직후, 미국과 유럽에 재정 위기가 찾아오며 노무라 증권은 심각한 실적 악화를 겪게 됩니다.
노무라 증권의 리먼 브라더스 인수 조건은 전 직원을 고용 승계하는 것이었는데 그렇다 보니 몸집이 너무 커져 인수 자체가 엄청난 악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2010년 노무라 증권의 순이익은 678억 엔이었는데 다음에는 287억 엔으로 절반 이상이 줄었습니다.
노무라 증권은 급히 유럽 인원을 감원했지만, 실적 악화는 점점 더 심각해졌습니다. 결국 구조조정으로 무려 천 명이나 내보내게 되는데요. 이는 노무라 증권 직원의 1/6이 해고된 것입니다. 더 최악인 건 이 사태로 인해 노무라 증권의 경영진들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에서 말이죠.
두 번째, 부산 올림픽! 코로나 때문에 연기되고 취소 위기까지 갔었던 2020 도쿄 올림픽! 보건 전문가들이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일본 정부가 기를 쓰고 노력해 논란 속에 개최되었습니다. 일본이 이렇게 올림픽 개최에 목숨을 걸게 된 이유, 이게 만약 취소되면 일본이 입을 손해 금액은 90조 원이었기 때문입니다.
도쿄 올림픽은 역대 가장 비싼 올림픽이라고 평가받을 만큼 많은 투자금이 들어갔습니다. 최대한 회수해 보기 위해 개최를 하긴 했지만, 불참을 선언한 나라들도 있고 무관중으로 진행되다 보니 해외 관광객들도 여행을 포기, 결국 도쿄 올림픽은 역대급으로 주목받지 못한 올림픽이 되고 말았습니다.
도쿄 올림픽이 끝나고 일본이 얻은 경제 효과는 1조 6,771억 엔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그런데 손해 금액이 2조 원이 넘게 발생하게 되었죠. 경제효과를 보긴 했지만 결국 5조가 넘는 손실은 피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우려했던 것처럼 선수들이 코로나에 걸려 출전하지 못하는 등 문제들이 터져 나와 비난도 피할 수가 없었는데요.
그런데 일본이 겪게 된 이 최악의 올림픽 사태가 우리 한국의 일이 될 뻔했다는 섬뜩한 이야기, 알고 계시는가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9년 부산에서는 시장과 시민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진행했던 일이 있습니다. 바로 2020 하계올림픽 부산 유치!
반드시 2020년의 올림픽은 부산에서 개최하고 말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 부산이 정말 열정적으로 유치 활동을 펼쳤지만, 천만 다행히 2018년 동계 올림픽은 한국 평창으로 지정되고 하계 올림픽은 일본이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결정된 뒤에도 부산 시장님은 포기하지 않고 동계와 하계는 국익 차원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반드시 하계 올림픽이 유치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는데요. 그때 그 부산 시장님의 진심이 통하지 않아 정말 다행입니다.
세 번째, 웨스팅 하우스! 2006년 세계적인 원전설비업체 웨스팅 하우스를 두고 인수전이 펼쳐졌습니다. 한국의 두산도 여기에 참가했는데요. 여기서 승리하면 두산은 독보적인 위치를 얻을 수 있을 거라 판단, 총력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도시바가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두산은 고배를 마시고 말았습니다.
당시 웨스팅 하우스 인수 실패로 두산은 절망했는데요. 해외 원전 수주에서 원천 기술이 없으면 주 계약자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두산 측은 인수에 실패했으나 다른 방안을 찾겠다며 쓴웃음이 지었습니다. 반면 도시바는 예상했던 인수 금액인 25억 달러를 훌쩍 넘긴 50억 달러에 웨스팅 하우스를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큰 지출을 하게 되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굳게 믿었던 도시바는 인수 후 본격적으로 수주를 따내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세계적으로 원전 침체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거기다가 웨스팅 하우스의 AP1000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며 도시바의 웨스팅 하우스 인수가 유례없는 자책골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2018년 도시바는 웨스팅 하우스를 헐값에 재매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만약 두산이 인수했다면 지금 두산은 무사했을까요?
네 번째, 터키 원전! 한국이 3년간 엄청나게 공들였는데 수주 직전에 일본에게 빼앗겨 버렸던 터키 원전. 당시 허무하게 기회를 날린 한국은 내부적으로도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한국이 까이는 모습을 보며 일본은 이런 게 바로 세일즈 외교라며 콧대가 하늘을 찔렀는데요.
그런데 몇 년 후, 두 나라의 운명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2018년 일본에서 돌연 터키 원전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충격적인 발표를 내놓았는데요. 한국에게서 빼앗을 정도로 탐을 내던 사업을 갑자기 왜 포기한다고 말한 걸까요? 사업 시작 전 진행한 정밀 조사 과정에서부터 일본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터키 원전 사업의 전체 비용을 2조 엔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조사해 보니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죠. 원전 1기의 비용만 1조 엔이 훌쩍 넘어갔고 총사업 비용은 예상의 2배를 넘는 5조 엔에 육박했습니다. 왜 이렇게 비용이 급증하게 된 걸까요?
일본은 수주한 이후 조사를 통해 원전을 지어야 할 터에 활성 단층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활성 단층은 이미 지진이 있었거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단층을 의미합니다. 안 그래도 그전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슈로 인해 이미지가 완전히 망가졌던 일본은 국제적인 이미지 회복을 위해 최대한 안전한 원전을 지어야 했는데 활성 단층이라니, 최악의 장소에 최고의 원전을 지으려다 보니 안전 비용이 급증하게 된 것이죠.
그래도 여기까지는 일본이 감당할 수가 있는 문제였습니다. 공사 비용이 늘어나도 원전만 지어진다면 판매를 통해 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끝내 일본이 터키 원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리라 화폐 가치의 폭락과 터키 정부였습니다.
원전은 건설할 때 수조 단위의 자금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비용이 큰 사업은 발주하는 나라에서 보증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터키 원전 사업은 사상 최초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건 발주처에서 공사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수주받은 사업체가 전체 공사 비용을 감당하고 이후 전기를 판매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입니다.
공사비를 한 번에 줄 수 있는 부국이 아니다 보니 터키는 이런 방식을 도입한 것인데요. 이것은 터키 원전 수주전 때 한국의 패배 요인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이 자금 확보에 주춤하는 사이 여유가 있던 일본은 ‘초저금리’라는 필살기를 사용했죠. 그런데 2013년부터 터키의 화폐 리라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2018년에는 폭락했습니다.
전기를 팔아서 벌어들인 리라를 엔화로 환전해서 수익을 챙겨야 하는데 리라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팍 떨어지게 된 것이죠. 사업비는 2배 이상 늘어났는데 수익성은 떨어지다니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이때 일본은 위기를 극복할 묘안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터키 정부의 지원과 전기를 더 비싸게 파는 것입니다.
터키에 위기 탈출 계획을 전달했지만, 돌아온 것은 단호한 거절이었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업비, 터키 정부의 비협조, 결국 일본은 원전 수주를 포기하게 된 것이죠. 이 소식에 터키는 굉장히 분노했습니다. 대놓고 실망이 아주 크다고 말할 정도였는데요.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터키 원전 수주받은 러시아 기업이 이미 공사를 상당히 진행한 상태였기 때문에 터키는 일본이 더 안 좋게 보았다고 합니다.
이미지 회복을 위해 한국까지 밀어내고 얻어낸 터키 수주가 오히려 일본의 이미지를 더 망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한국의 불운을 일본이 돈까지 주고 사간 사건들을 알아보았는데요. 여러분은 불행인 줄 알았는데 지나 보니 행운으로 돌아왔던 일들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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