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해도 편하게 사는 법

안녕하세요. 닥터프렌즈입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쓰고,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에 근무하는 전홍진입니다. 매우 예민한 사람은 외부 자극, 소리, 대인관계 등에 민감한 사람입니다. 지나가면 될 일을 자꾸 곱씹어서 생각하다 보니까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이 많죠.

제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환자들도 보고 있지만 일반인들도 많이 봅니다. 성공한 분들도 많이 보고요. 그분들도 되게 예민해요. 이상하게 환자인지 유명한 사람인지 맞히기 되게 힘들어요. 얼굴 보지 않으면 구별이 안 될 정도예요.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예민함이라는 게 꼭 단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 이게 잘 관리를 해야 합니다. 성공한 분들이나 이걸 잘 다루는 분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잘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었어요. 근데 이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은 아직도 관리가 안 됩니다. 그 차이가 있는 거죠.

예민한 분들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눴습니다. 첫 번째는 타고난 사람이 있어요. 산부인과에서부터 울고 떼쓰고 잘 안 먹으려고 하는 거죠. 선천적으로 예민하신 분들은 어렸을 때 형제들하고도 자주 싸우고 학교도 안 가려고 떼쓰는 경향이 있고요. 또 하나는 후천적인 거죠. 트라우마, 사고 등을 경험하면서 예민함이 발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합쳐진 경우도 있고요.

이런 것들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예민한 사람인지 평가해 보는 표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28가지 문항이 있거든요. 한 디자인 전문 업체 직원들이 이 체크리스트로 예민한 정도를 확인해 봤어요. 그랬더니 회사에 20점 이하가 없는 거예요.

사실 디자인 직종에서 일하려면 외부의 감각에 민감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분들은 예민하고 섬세한 특성이 있어야 디자이너로 일을 잘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예민한 특성이 특정 상황에서는 정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그 특정 상황은 트라우마나 사고를 경험하는 것도 있고 가정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민한 분들이 가장 취약한 트라우마는 자기 가족이 사망하는 사건이 본격적으로 예민한 분들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가지게 만들더라고요. 가족의 사망, 별거, 이혼 등의 가족의 상실이 이에 해당합니다. 근데 가족이라고 하면 굉장히 범위가 넓잖아요. 아무도 안 돌아가시고 80까지 살 수는 없어요.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근데 그 일을 겪었을 때 힘들기 때문에 미리 대응해야죠.

두 번째 상황은 재산을 잃는 거예요. 그것도 상실이죠. 예민한 분들은 보통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많이 안 하는데 갑자기 없어지는 상황이 오면 엄청난 상실감을 느껴요. 그래서 예민한 분들은 무리한 투자는 피하는 게 좋아요.

예민한 분들의 공통적인 생활 패턴이 있는데요. 생활패턴 중에도 제일 특이한 거는 예민한 분들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할 때 에너지를 많이 사용해요. 그 이유는 대화할 때 텍스트 외에도 표정, 말투, 분위기 등 많은 정보가 저장되어서 에너지 소모가 많아요. 그러면 한 명만 만나면 괜찮은데 여러 명을 만나는 일을 하면 밤이 되면 기진맥진해요.

퇴근하고 진이 빠져서 아무것도 못 하는 거죠. 예민한 사람 중에서 사람을 만날 때 에너지를 덜 쓰는 분들이 잘 돼요. 예민하면서 성공한 사람들 보면 그렇더라고요. 10명이 모여서 회의하면 예민한 분들은 진짜 힘들어요. 1대 1도 힘든데 10명이 다 나를 쳐다보면 힘들죠. 그러면 말이 굳고 숨이 막히고 당장 나가고 싶어요.

이런 걸 잘 다루는 분들은 거기서 에너지를 덜 쓰고 적재적소에서 자기 이야기를 잘해요. 그리고 자기들끼리 얘기하게 놔둬요. 듣기만 하고요. 그렇게 에너지를 아꼈다가 필요한 상황에 사용하는 거죠. 그러면 일과 시간이 끝나도 힘이 남는 거예요. 그걸로 다른 액티비티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는 거죠.

연습을 자꾸 하면 되는데 잘 받아주는 사람하고 해야 해요. 예민한데 성공한 분들은 많이 부딪혀서 경험했는데 본인은 피하는 쪽으로만 하는 경우가 있어요. 집 밖에 안 나가고 혼자 있으면서 외부 자극을 차단하는 식으로 에너지는 아끼려고 하죠. 어떤 분들은 집 밖에 한 달에 한 번씩 나오는 분도 있어요. 근데 집에 있어도 과거에 안 좋았던 일들을 회상해서 편하지도 않아요.

뇌의 기억이라는 게 감정과 결부된 기억이 더 저장이 잘 되잖아요. 내가 불안하고 예민해지면 예전에 있었던 일들이 초등학교 때 기억까지 다 살아납니다. 기억나는 것뿐만이 아니라 과장돼서 기억나요.

예민함을 해결하려면 배터리처럼 에너지를 세이브하는 거예요. 배터리가 충전됐을 때 너무 많은 어플을 깔면 닳잖아요.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대인관계에서 에너지를 덜 쓰는 쪽으로 사용해서 퇴근할 때 에너지 약간 남아있어야 해요. 건강한 패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예민한 분들은 밤에 잠도 못 자요. 밤에 자려고 하면 그날 있었던 일, 내일 아침에 할 일, 층간소음에도 민감하니까 잠을 못 잔 채로 다음날 출근하면 힘들죠.

생활 리듬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게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에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고정하면 저녁에 자는 시간이 거기에 맞춰지게 되어있어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난 다음에 제일 중요한 게 빛을 보는 거예요. 우리 몸이 빛을 보면 각성이 되거든요.

집에서 온앤오프가 잘 돼야 해요. 집에 들어갔을 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긴장이나 그동안 했었던 일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다른 모드로 들어가야 해요. 온앤오프를 하는 습관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때 바로 자신을 이완시키는 시간이거든요. 그 시간이 없으면 전체 일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걸 통해서 긴장이 역치를 넘지 않도록 긴장을 낮추면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요.

에너지를 세이빙하기 위해서는 식사도 규칙적으로 해야 해요. 예를 들어서 아침에 식사를 안 하고 출근하면 밤에 폭식하게 되거든요. 밤에 음식을 먹고 자면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체중이 늘어나고 그러면서 아침에 또 무기력해져요. 그래서 그 리듬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에너지를 세이브하는 가장 중요한 비결입니다.

힘들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자신의 안전기지라는 개념이 엄청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살다 보면 트라우마를 만날 수밖에 없고 피할 수 없는 사고도 있을 수 있어요. 그걸 다 피하려고 매일 생각한다면 에너지가 고갈돼요.

예민한 분들의 자동차 운전법이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요. 차가 옆에서 갑자기 끼어들어서 앞에 차가 급제동할 가능성, 사람이 갑자기 횡단보도에서 뛰어들 가능성 등을 생각하는 건 좋은데 지나치게 생각하면 운전하고 나면 에너지가 빨려요.

평소에는 너무 가능성이 낮은 일에 대해서 긴장하는 게 좋지 않습니다. 긴장이 올라오는 경험을 했을 때 어떤 일을 하면 내가 긴장해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잘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게 안전 기지가 돼요. 어떤 사람들은 강아지를 보기도 하고 운동하기도 하고 하나씩은 있어야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