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에는 미국 배우들이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였지만, 이제는 무명 배우들이 출연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고, 그들이 영화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특히 <오징어게임>에 미국인 배우 한 명 없이 대단한 성과를 이뤄냈다는 것에 큰 자극을 받았다.” 이 말은 1968년부터 무려 121개 영화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세계 최고 영화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한 감독이 남긴 말입니다.
공개 후 28일 만에 시청 시간 16억 5,000만 시간, 공식 집계 1억 1,100만 가구에 더해 몰래 몰래 불법으로 봤을 중국인까지 합한다면 최소 5억 명은 봤을 <오징어게임>을 두고, 일명 무명 배우들로 이뤄낸 성과라고 칭찬했지만, 오히려 전 세계 네티즌으로부터 무식하다는 비난에 직면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지난 2021년 한 해는 가히 <오징어게임>이 지배한 세상이라는 것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무려 53일 동안 전 세계에서 ‘오늘의 Top10’ 1위를 유지했고, 공식적으로도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 가구 수를 기록한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따냈습니다. <오징어게임>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넷플릭스는 이례적으로 공식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9월 17일에 공개된 <오징어게임>은 개봉 28일 만에 무려 18만 년이 넘는 재생 시간을 기록했고 1억 4,200만 가구가 시청함으로써, 넷플릭스 역대 가장 많은 가구 수가 시청한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따냈습니다. 이런 덕분에 황동혁 감독을 포함 이정재, 박해수, 정호연 등등의 주연 배우들은 쉴 새 없이 시상식에 참가했고, 전 세계 모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설렘 가득한 연말을 보냈는데요. 이 배우들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할리우드 배우들의 스타가 됐습니다.
엘 페닝이라는 유명 배우는 <지미 카멜 라이브>에 출연해 한 행사에서 <오징어게임> 출연진들을 만난 뒷 이야기를 전하면서 미친 듯이 수다를 떨었고, 이 행사에 참여한 유일한 목표는 그들과 셀카를 남기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이정재, 박해수, 정호연씨와 얼굴을 맞댄 셀카를 인스타그램에 공개하기도 했죠. 당시 행사에 참여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자신이 행사의 주인공처럼 앉아 있다가 <오징어게임> 출연자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급흥분에서 이정재와 단둘이 투샷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최근 이런 <오징어게임>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터졌습니다. 세계 최고 감독이라 꼽히는 스티븐 스필버그에게서 말이죠. 지난 3월 23일 뉴욕포스트는 세계적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한국 배우들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온라인상에서 큰 반발을 불러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지난 19일 미국 제작자 조합 시상식 패널로 등장한 스필버그 감독은 “<오징어게임>은 무명 배우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라면서 과거에는 미국의 스타들이 관객을 끌어들였는데 요즘은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작품에 출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징어게임>에는 그 어떤 미국 배우도 없이 성공을 거뒀다는 것에 상당한 영감을 받았고, 앞으로 영화 제작자들이 자유롭게 캐스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죠.
물론 스필버그 감독은 한국인 배우들을 무시하거나 미국인이 우월하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발언이 아니라, 넷플릭스가 가져온 새로운 트렌드를 칭찬하는 말이었을 겁니다. 굳이 공식 석상에서 누군가를 깎아내릴 인물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네티즌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한 네티즌은 “미국인들은 미국 밖에는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모든 이들이 자신들을 숭배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비웃음거리에 불과하다면서 배우, 가수, 정치인, 과학자, 의사, 변호사, CEO는 다른 모든 나라에도 존재한다. 너무 무식해지지 말자.” 라고 비꼬았습니다. 또한 네티즌은 한국 드라마를 5년 동안 지켜본 팬의 입장에서 한국 작품이 미국 할리우드 영화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도대체 왜 이렇게 미국인들은 오만 불순한 것이냐?” 면서 비판을 쏟아냈죠.
그런데 이런 오만불손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할리우드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오징어게임>에서 유일하게 얼굴을 드러내고 VIP로 출연했던 제프리 지울리아노인데요. 그는 지난 2017년 한 프랑스인으로부터 그의 갑질이 폭로됐는데, 지울리아노가 태국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다른 고객을 밀치고 폭언을 했다며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영상에서 그는 태국 파타야의 한 슈퍼마켓에서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밀치고 새치기를 하고 계산을 하는 모습이 담겼는데요.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지적하자 “나는 미국인이고 내가 원하는 걸 한다. 우리는 ‘세계의 왕’이다.” 라는 전설적인 말을 남겼죠. 이 영상은 <오징어게임>의 흥행 이후에 재조명 받았는데, 팬들은 “그래서 <오징어게임>에서 그렇게 현실감이 넘쳤나 보다.” 라며 그를 조롱했는데요. 그런데 위에서 스필버그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할리우드 배우가 아니면 인기가 없을 것이라는 편견은 상당합니다. 이정재 배우에게 이런 일이 또 있었죠. 지난 11월 9일에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 배우는 미국 NBC EXTRA TV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유튜브에 공개된 해당 인터뷰 영상은 케이티 크라우스라는 리포터가 진행했는데요. 아무래도 영어가 자연스럽지 못했던 배우는 통역을 대동해 리포터의 질문에 대답했는데, 상상치 못한 질문 하나가 던져집니다. “이제 너무 유명해져서 집 밖에 나가면 모든 사람들이 얼굴을 알아볼 텐데, 이 드라마에 출연한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의 요지는 간단합니다.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으로 이변에 가까운 흥행을 기록했기 때문에 전 세계의 얼굴이 알려진 만큼 이제 유명세를 탄 배우에게 흔히 던질 수 있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 인터뷰 후 해당 리포터는 어마어마한 비난에 휩싸였죠. “왜 모든 걸 미국인 중심적으로 생각하느냐?” 거나 “왜 기본도 안 된 리포터를 내보냈냐?” 또는 “사전 조사도 하지 않고 인터뷰에 나온 리포터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등등 상당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비난의 중심에는 이정재 배우가 한국에서 가지는 위상을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정재 배우는 다소 기분이 상할 법한 질문이었음에도 재치 있게 응수했는데요. “당연히 나를 많이 알아봐 주시는 수많은 분들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라면서 “미국에서요.” 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식당에 있는 분들이나 길거리를 지나갈 때도 알아봐서 많이 놀란다. ‘왜 나를 보지?’ 라는 생각을 했을 때 마주치자마자 <오징어게임> 이야기를 하니까 ‘이 쇼가 정말 성공했구나.’ 싶어 감사한 마음이 든다.” 는 취지로 답변을 마쳤죠. 이런 답변 속에는 은근히 자신이 이미 한국에서는 알아주는 스타라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사실 이정재 배우는 미국에서는 이제 갓 알려지기 시작한 배우이지만, 한국에서는 오랜 시간 톱배우의 자리를 지키는 배우입니다.
1993년 <공룡선생>으로 데뷔해 <모래시계>, <불새>, <태양은 없다>, <도둑들>, <신세계>, <관상> 등등 선 굵은 드라마에서 대단한 열연을 펼쳤죠. 영화계에서는 흥행 보증수표와도 같은 배우지만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덕분에 세계적으로 그 이름을 알리게 됐지만, 절대 그의 필모그래피를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인터뷰 내용이 전해지면서 중국계 미국인이자 캘리포니아 바이올라 대학교의 낸시 왕 교수는 “제발 미국 리포터들은 세계적인 배우들에게 이런 모욕적인 질문을 던지기 전에 사전 조사부터 하라.” 고 비꼬았고요.
시카고트리뷴의 김지아 칼럼니스트는 “이정재는 공손하게 미국에서 인정받는 것이 새롭다고 인정했다.” 면서 “그는 이미 수십 년 동안 한국에서 항상 인정받는 스타였다.” 며 리포터의 질문이 상당히 잘못됐음을 지적했습니다.
오만함, 불손함, 자만함 이 모든 것들은 듣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속좁음에 비웃음이 날 뿐입니다. 세계적인 배우를 상대하는 감독이든 리포터든 조금 더 생각을 하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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