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감시 정찰 자산을 더 확충하고, 초고성능, 고위력 무기를 개발해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죠. 대북 억제 수단으로 기존의 무기 업그레이드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은밀히 개발하는 등 비닉 무기 옵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윤 대통령이 말한 초고성능, 고위력 무기는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인 킬체인과 대량응징보복 등의 전력을 의미하는데요.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전쟁 지휘부를 일시에 초토화할 수 있는 초강력 최첨단 무기를 조속히 전략화하겠다는 것인데 이 발언으로 입에 담지도 않은 현무-5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최대 9톤의 탄두 중량으로 한 방 떨어지는 순간 지구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 버리는 무서운 무기, 현무-5를 알아봐야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작년 6월 독자 개발한 발사체 ‘누리호’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하면서 무게 1톤 이상의 실용위성을 발사한 세계에서 7번째 국가가 됐습니다만 분명 이를 아니꼽게 생각하는 국가들도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우주개발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꿈이지만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린 기술력은 조금만 수정한다면 이는 무서운 무기로 돌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로켓 개발에 열정적으로 매달렸던 한국과 미국 사이에 ‘한미 미사일 지침’이 있었던 겁니다. 아주 잠시만 한국의 미사일 역사를 훑어보겠습니다.
한국의 미사일 개발에 족쇄처럼 작용했던 이 지침은 한국이 최초로 개발한 ‘백곰 미사일’에서 시작됐습니다. 1978년 9월 26일 국방과학연구소가 국산 미사일 1호 백곰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하자 한국 주변국에서는 난리가 났었습니다. 일본 언론은 남한이 개발한 미사일은 분명 핵 개발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를 냈고, 소련 국방성은 남한의 핵 개발을 경고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죠.
당시 미국은 한국 정부가 핵무기를 개발해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즉각 압박을 시작했죠. 백곰 공개 발사가 이루어진 며칠 뒤 주한미군사령관 존 위컴이 ADD를 찾아와 항의한 것을 시작으로 카터 행정부가 파견한 7명의 사찰단도 ADD를 찾아 사찰했는데 어느 나라에서 이런 기술을 들여왔느냐며 은근히 놀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얼마 뒤 위컴은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노재현에게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라는 공식 서한을 발송했는데 이에 대해 노 장관이 우리는 미사일 개발 범위를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인 탄두 중량 500kg 이내, 사거리 180km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회신했죠. 물론 그렇게 알고 있으라는 일방적 통보의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원하는 바를 준수하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에 결국 효력을 가진 문서가 되었죠.
그러나 10·26 사태로 국내 정세가 혼란해지면서 백곰 미사일 개발이 더 발전하지 못하고 멈췄는데 전두환이 역할이 컸습니다. 정세가 혼란한 틈을 타 정권을 잡은 그는 미국에 사랑받고 싶어 미사일 계획 자체를 아예 폐기해 버렸습니다.
그러다 현 미얀마인 버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아웅산 사건을 겪은 후 입장을 선회해 북한을 직접 타격할 미사일을 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1985년 현무-1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이후로 1991년 1차 개정, 2012년 2차 개정, 2017년 3차 개정을 거쳐 사거리 800km의 고체연료를 제외하고는 모두 개발할 수 있도록 지침이 변경되었다가 2020년 7월에는 4차 개정을 통해 고체연료 사용 제한까지도 해제됐었습니다.
이런 개정 과정에서 한국은 지침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꾸준히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2021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지침 자체가 완전히 해제되자 이제는 괴물 미사일 현무-4에 이어 현무-5까지 개발에 나선 상황인데요.
현무-5에 대해서 알아보기 전에 우선 미사일 체계를 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현무-2, 현무-3, 현무-4 등 현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미사일들이 등장한 상황인데 한국은 미사일 전력을 구분할 때 숫자로 구분합니다. 숫자 2가 붙으면 탄도미사일이고, 숫자 3이 붙으면 순항미사일입니다.
그래서 현무-2는 탄도미사일로 A, B, C가 붙어 각각 사거리 300km, 500km, 800km를 의미하며 현무-1 역시 탄도미사일이지만 사거리가 180km밖에 되지 않아 전량 퇴역했습니다. 순항미사일 역시 현무-3로 통칭하고 A, B, C로 구분해 각각 500km, 1,000km, 1,500km로 사거리가 늘어나게 되는데 A, B, C는 전부 실전에 배치된 상태고 현재는 사거리 3,000km의 현무-3D를 개발 중입니다.
한편 한국은 순항미사일에는 제약이 없어 마음 놓고 기술력을 뽐냈지만, 탄도미사일에는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제한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늘 목이 말랐었는데 지침이 완전히 해제되면서 전대미문의 괴물 미사일 현무-4를 등장시켰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사거리를 늘리면 탄두 무게를 줄이는 트레이드오프 방식으로 미사일을 개발해 왔습니다. 그래서 현무-4는 사거리 800km일 때 탄두 중량 2톤까지 탑재시킬 수 있었는데 사거리를 절반으로 줄이면 그 탄두 중량을 최대 5톤까지도 탑재할 수 있습니다. 미사일 발사체의 크기는 한정적인데 탄두 중량만 늘었기 때문에 대가리만 엄청나게 큰 가분수가 됐는데 그 파괴력은 전술핵에 버금간다고 하죠.
이는 고도 1,000km까지 날아오른 후에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하강해 폭발하게 되는데 북한의 지하 벙커를 파괴할 목적으로 개발됐습니다. 다만 워낙에 비밀스럽게 추진해 온 무기라서 그 실물이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극비무기입니다.
2021년 9월 15일 ADD는 도산안창호함에서 발사된 SLBM 발사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날 또 하나의 미사일 발사 시험이 있었습니다. 바로 현무-4인데요. 발사 시험에 성공한 후 대통령도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만 언급했을 뿐, 현무-4라고 호명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일반에 공개된 발사 영상도 실제 기밀 유지를 위해 현무-2 탄두 강화형 미사일 영상으로 대체했죠.
그러니까 탄두 중량이 최대 5톤에 달하는 현무-4는 지금까지 발사 시험장에 있었던 참관인들 외에는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는 겁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무-4는 가분수 형태로 핵탄두를 달 수 없는 대신 운동에너지의 극대화를 선택했습니다.
또한 사거리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45도 각도로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중금속을 가득 채운 현무-4는 고각으로 최대한 높이 쏘아 올린 후 최고점에서 방향을 바꿔 마하 10에 가까운 속도로 하강시켜 최대한의 파괴력을 갖게 했습니다. 강화 콘크리트 24m 이상, 일반 땅은 180m 깊이까지 파고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지하 벙커도 무난하게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한국이 현무-5까지 개발에 거의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지난 2021년 9월 15일 군 당국이 도산안창호함에서 SLBM을 발사한 날 또 다른 발사 실험이 있었다고 말씀드렸었는데 발사 한 달 후 새로운 사실이 전해졌습니다. 그날 시험발사에 성공한 그러니까 현무-4로 알려진 고위력 탄도미사일의 탄두가 6톤이었다는 사실인데요.
당시 이 미사일은 350km를 날아가 제주 서쪽 해역 목표지점에 정확히 탄착해 정확성도 입증했는데 군에서는 재원을 밝히지 않고 성공 사실만 공개했으며, 공개된 미사일 발사 영상도 그 이전에 발사한 탄두 중량 2톤의 현무-2 개량형으로 대체했었죠. 그러면서 정부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미 8톤의 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중이며 이미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은밀히 전했습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군에게서는 지금 사실상 핵무기급 위력의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이미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의미가 되는데요. 그리고 일부 유튜버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던 이 미사일이 다시 언론에 공개된 것은 올 2월 초입니다. 주요 언론은 일제히 우리 군이 탄두 중량 8톤 넘는 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5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죠.
보도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는 2월 3일 충남 안흥 시험장에서 현무-5 미사일에 대한 시험발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올해까지 4번의 시험발사가 이루어질 예정이었습니다만 그날 보도 이후 관련 기사가 귀신같이 멈췄습니다. 한 전문가는 이러한 보도는 2월 8일 북한의 열병식에 대응해 우리도 그 정도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과시용이었을 뿐 발사한다고 하더라도 데이터 수집에 그칠 것이며 발사 영상이나 이런 것들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사실 군 당국은 현무-5의 존재를 아주 잠시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한국형 3축 체계’를 소개하는 영상에 등장했었는데 영상에서는 ‘세계 최대 탄두 중량을 자랑하는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도 있습니다.’라고 소개했죠.
다만 해당 영상에 등장한 미사일이 실제 현무-5인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 역시 기밀을 요하는 무기이기 때문에 실물이 저 모습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 보자면 현무-5는 괴물이 맞습니다. 우선 탄두 중량은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8에서 9톤에 육박합니다. 현무-5라고 현무-4에서 능력이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기보다는 탄두 중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또 한 가지 차이점은 지금껏 지상에서 발사되는 현무 미사일들은 발사대에서 직접 엔진을 점화해 발사하는 ‘핫 런치’ 방식이었다면 현무-5는 미사일이 이동식 발사대에서 공중으로 30m가량 튀어 오른 후 엔진이 점화되는 ‘콜드 런치’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발사 방식입니다.
무게 1, 2톤도 아주 무겁지만, 탄두 중량 9톤의 탄두를 운반하려면 엔진 자체가 훨씬 강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 발사대에서 직접 점화하는 핫 런치 방식을 채택하게 되면 발사대가 녹아내리는 등 위험성이 존재해 아예 SLBM처럼 공중으로 튀어 오르도록 한 후에 엔진을 점화시키는 콜드 런치 방식이 훨씬 더 안전할 테니까요.
미사일 전문가들조차도 기존의 무기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무게라는 평가가 대부분인데 쉽게 생각해도 9,000kg짜리 미사일이 1,000km가 넘는 속도로 추락한다면 어떤 피해를 보게 될지 쉽게 감이 오실 겁니다. 지구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게 될 텐데 이로써 북한의 지하 100m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벙커도 단 한 발로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고폭탄 탄두까지 달게 되면 금수산 태양궁전도 단 한 발로 초토화할 수 있다 하니 괜히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것이 아닙니다. 한편 최근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군 당국이 현무-5의 실험장소로 한국이 아닌 외국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현무-5는 탄두 중량을 1톤으로 줄이면 사거리가 3,000km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최대 사거리만큼 시험을 실시할 공간이 없어 미국이나 호주, 프랑스, 남아공 등을 유력 후보지로 두고 국외 사격 시험을 진행하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이에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 4월 14일 국외 시험장 현황 조사 및 시험 능력 분석 연구라는 연구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한국에는 충남 안흥시험장 등 8개의 각종 무기 시험 장소가 존재하지만 사거리가 최소 800km 이상인 현무-4, 현무-5 등 신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성능을 확인하고 각종 데이터를 추출하기에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일례로 충남 안흥 시험장은 사거리 800km급 탄도미사일을 고각 발사했을 때 이어도까지 도달할 수 있지만 민간 선박 등의 피해가 우려되고, 800km 이상 장거리 신형 미사일의 경우 의도적으로 사거리 줄여야 하며, 고각 발사 시 비행 항적과 탄착점 등 각종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부정확하게 측정된다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또한 민원 발생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에 민원이 발생할 우려가 낮고 공간적인 제한도 거의 없는 국외 시험장을 고려하는 것이죠. 현재 후보지로는 미국 뉴멕시코주 소재 화이트 샌드 미사일 사격장을 비롯해, 호주 우메라 사격장, 남아공 오버베르그 사격장, 프랑스 낭트 사격장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미국 화이트샌드 사격장은 현무-2 미사일 개발 당시 사격장으로 활용한 적이 있어 유력한 후보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연구 용역을 바탕으로 올 11월 말까지 국외 사격장 운영 여부 및 최종 후보지를 선택할 예정인데요.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괴물 미사일 중 괴물 미사일로 꼽히는 현무-5는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외 시험장을 알아본다는 것은 아마 개발이 완료되어 실제 사격 시험을 앞두고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올해 말이면 우리도 현무-5 발사 영상을 보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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