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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바다 위에 한국의 기술로 세워진 2,023m 세계 최장 ‘차나칼레 대교’

‘세계 최고’, ‘세계 최대’, ‘세계 최초’, ‘세계 유일’ 등등 이러한 단어들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70억 인구 200여 개 국가 중 가장 뛰어나다거나 최고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타이틀이니까요. 그런데 최근 터키에 한국이 ‘세계 최장’, ‘세계 유일’,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가진 다리를 하나 완공했습니다. 그리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기념사진을 남기는 등 이 다리는 터키뿐 아니라 전 세계 건설업계의 모든 관심을 한 몸에 받았는데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한국과 터키에 관계를 두고 보통 형제 나라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좋은 단어이기는 하지만 양국의 정치 상황과 맞물려 생겨난 신조어입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터키는 한국전쟁에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한 참전국입니다. 터키는 한국전쟁에 3년간 21,212명의 파병을 포함해 1971년까지 지속적으로 파병군 임무를 수행하며 약 892명이 전사했습니다. 그런데 터키군은 정말 착했습니다. 전쟁터에서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본인들도 부족한 먹을 것을 나눴고, 부모 잃은 고아를 위해 앙카라 학교를 지어 교육시켰습니다.

그런데 사실 결과적으로는 터키의 도움으로 한국이 북한에게게 흡수되지 않았지만, 터키 역시 한국에 파병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습니다. 당시 터키는 정치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시기였으니까요. 1950년 터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의 어마어마한 세력 확장의 지레 겁을 집어먹고는 자신들의 방패막이로 나토 가입을 추진했습니다. 미국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과 설립한 이 기구는 상당히 두려운 존재입니다. 조약 제5조는 회원국에 대한 공격 및 무력행사는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되므로 개별 및 집단 자위권을 발동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자국이 공격받은 것과 동일하게 취급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가 공격받으면 나토 회원국들은 자국이 공격받은 것과 동일하게 간주하게 되는데, 그야말로 회원국 전부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당시 터키는 무조건 나토에 가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했죠. 그러나 터키의 애매한 위치는 나토 가입에 걸림돌이 됐습니다. 다른 유럽국들과는 터키는 99% 이상의 국민이 무슬림인데 공교롭게도 가입을 요청할 때마다 번번이 퇴짜를 맞습니다. 이에 터키 내부적으로 “터키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고 영향력을 확대하면 나토에 가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 팽배하던 찰나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것이죠.

그렇게 터키는 한국에 2만 명이 넘는 젊은이를 파병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정치적인 상황과 별개로 터키는 한국전쟁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쳤고 만약 터키가 없었다면 한국전쟁의 향방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터키는 드디어 서구사회로부터 한국전쟁 참전의 공로를 인정받고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가깝지만, 나토 가입이 승인됩니다. 자신들의 목숨을 지켜줄 나토 가입에 한국전쟁이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으니 터키가 한국을 형제 나라라고 부를 수 있었던 것이고, 한국 역시 목숨 걸고 참전해 준 터키에 감사하며 형제의 나라로 수용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과 형제의 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터키 때문에 일본이 난감해졌던 일이 있습니다. 지난 2017년 1월 27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측근들에게 터키의 결정이 상당히 실망스럽다는 속마음을 쉴 새 없이 드러냈습니다. 공교롭게도 1월 27일은 터키 정부가 국제입찰에 부쳤던 ‘차나칼레 프로젝트’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한국 기업을 선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 프로젝트는 아베 신조 총리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정상회담 의제에 오르는 등 양국의 경제 관계 강화를 위한 주요 안건이었다. 일본 정부는 연초 각료를 터키에 파견하는 등 공사 수주를 지원해 왔다.”면서 일본 정부가 이 사업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음을 공공연하게 드러냈죠.

사실 당시 수주전을 두고 터키 정부가 아예 한국 기업을 밀어줬다는 뒷얘기가 무성했는데, 이유가 있습니다. 뒤에서 자세히 설명 드리겠지만 이 사업은 터키 입장에서는 터키 공화국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비적인 사업인 데다, 3조 5,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발주금액이 예정되어 있어 수많은 글로벌 건설업체가 군침을 다시던 사업입니다. 그리고 터키 정부는 이 사업의 입찰을 2017년 하반기쯤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알렸지만 약 8개월 앞당긴 1월에 입찰을 공개하는 바람에 유럽의 수많은 경쟁기업들이 포기했으니까요. 사전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공사 금액과 공사 기간을 써낼 수 없었던 겁니다.

결국 한국과 일본 두 국가가 남았는데 일본은 이미 수년 전부터 아베 총리가 이 사업을 정상회담 의제로 삼기도 했고, 1월 초에는 국토교통상을 터키로 파견하는 등 로비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터키 정부가 한국 기업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상당한 불만이 제기됐었는데요. 그리고 5년 뒤 2022년 3월 18일, 이 다리가 드디어 개통했습니다. 이날 개통식에는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개통식을 축하했고 한국에서도 국무총리를 파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4년간 세계 1위를 지키던 일본의 ‘아카시 해협 대교’를 넘어 한국이 세계 최장 현수교를 건설한 국가가 됐습니다.

이 ‘차나칼레 대교’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보통 교량 즉 다리를 만드는 방식은 크게 6가지가 있습니다. 트러스교, 단순교, 라멘교, 사장교, 아치교 그리고 현수교입니다. 전부 목적이 다르고 형태가 다르지만, 그중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현수교와 사장교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어떤 다리든 자동차가 다녀야 하는 만큼 상판의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나는데요. 대림산업과 SK건설이 터키에 완공한 다리는 바로 ‘현수교’로 6개의 교량 중 가장 아름다운 외형을 가졌습니다. 대표적인 현수교가 바로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 ‘골든게이트 브릿지’입니다.

현수교의 가장 큰 특징은 상판의 하중을 주탑이 전부 흡수하는데 이 주탑과 주탑 사이를 메인 케이블로 연결합니다. 그리고 메인 케이블 밑으로 서브 케이블을 내려 상판과 연결해 하중을 지탱하게 되는데 영어로 ‘서스펜션 브리지’라고도 불리는 이 현수교의 기술력은 주탑의 간격을 얼마나 넓히느냐로 기술력을 가늠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차나칼레 대교는 전체 길이가 무려 3,563m짜리 초대형 교량인데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가 무려 2,023m입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긴 거리를 자랑합니다. 보통 사장교가 400m이고 인천대교도 800m,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가 1,280에 기존 세계기록을 가진 아카시 해협 대교가 1,991m였습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이 32m를 더 늘린 것인데 “그깟 30m쯤 쉬운 일 아닌가?”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그간 인간의 한계는 2km로 알려졌습니다.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죠. 그리고 주탑의 높이 역시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합니다. 총 334m짜리 주탑을 세웠는데 프랑스의 에펠탑이 320m, 일본의 도쿄 타워가 333m입니다. 사실 이 ‘차나칼레’ 대교는 터키의 입장에서 온갖 의미를 다 부여해도 모자란 지경입니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이 주탑 간 거리를 2,023m로 요청했던 것은 터키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연합국의 점령 당시 ‘케밀 파샤’가 독립 전쟁으로 승리를 쟁취한 것이 1923년입니다.

이 독립 전쟁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10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2023년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차나칼레 전투의 승전일이 3월 18일이므로 2017년 3월 18일에 공사를 시작해 2022년 3월 18일에 개통했죠. 이런 숫자에서 보듯이 터키 정부가 이 차나칼레 대교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긴 중형 간장을 자랑하는 이 교량은 건설 과정에도 온갖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우선 주탑 간 거리 2,023m는 세계 최고 기록에서 단순히 32m를 더 늘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직접 공사해 본 이순신 대교를 기준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아카시 해협 대교를 한국 기업이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순신 대교의 1,545m에서 무려 30% 이상의 거리를 늘린 것입니다. 위에서 잠시 현수교는 주탑과 주탑을 메인 케이블로 연결하고 메인 케이블에서 서브 케이블을 상판을 고정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메인 케이블에서 내려진 강선 덕분에 현수교는 ‘바다 위의 하프’라고 부릅니다. 그 외관이 너무 아름다우니까요. 3km가 넘는 차나칼레 대교는 무려 16만 2,000km의 강선, 즉 지구 4바퀴를 돌 수 있는 길이의 강선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강선으로 다리를 지탱하기 위해 현존하는 최고의 인장 강도를 적용했는데…

지름 5.7mm짜리 초고강도 강선 18,288가닥을 꼬아서 케이블을 제작했죠. 이렇게 만든 케이블 하나가 버티는 하중이 무려 10만 톤, 대략 코끼리 5만 마리를 지탱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 제품은 한국 고려제강이 개발해 생산했지만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실전에 사용된 적 없는 비장의 무기였죠. 또한 케이블이 지탱하는 교량 상판의 경우 일부러 비행기 날개처럼 유선형으로 제작했는데 이는 강한 바닷바람을 견디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보통 콘크리트 집이 초속 50m의 바람을 견딜 수 있는데 차나 칼레 대교에는 강한 바닷바람이 불기 때문에 초속 91m의 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죠.

주탑을 받치는 높이 47m, 무게 6만 톤짜리 기둥을 바닷속에 고정할 때는 4대 예인선을 동원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크기의 기둥을 운반해 GPS 등 최첨단 경사계를 이용, 오차범위 20mm 이내로 바닷속에 튼튼하게 고정시켰습니다. 이로 보나 저로 보나 상당히 어려운 건설이었다는 것에 이견은 없을 텐데요. 이번 차나칼레 대교를 성공시키면서 한국의 특수 교량 건설 분야에서 이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특히 교량 중 최고난이도를 자랑하는 현수교 건설은 한국이 상당히 후발주자입니다.

1950년대까지는 미국이 대부분을, 1970년대 이후로는 일본이 그 자리를 차지했었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부터 한국이 현수교 분야에 진출해 20년간 피나는 노력 끝에 이제 세계 1위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지난 2013년 여수와 광양을 연결시키는 세계 4위의 이순신대교는 순수 한국 기술로 건설해 세계에서 6번째 현수교 기술을 가진 국가가 됐습니다. 앞으로 더 멋진 예술작품이 한국 기업의 손에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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