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칠레 돼지농가를 혼란에 빠뜨린 한국인 식성

해외반응 일본반응 중국반응 한류 해외리얼반응 외국반응 해외언론

여러분은 혹시 먹방을 좋아하시나요? ‘먹는 방송’이라는 아주 단순한 콘텐츠가 유튜브 세계에서는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먹는 모습을 보여주든, 먹을 것을 만드는 모습이든 ‘식’과 관련된 콘텐츠는 먹방이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죠. 오죽하면 2022년 대한민국 파워 유튜버 100인 중 TOP 10안에 6명이 먹방 유튜버일 정도로 한국에서 먹방의 힘은 대단한데요.

이런 트렌드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외국인들도 이러한 먹는 방송을 진행하면서 한국어로 ‘MUKBANG’을 그대로 사용하는데 이는 먹방이 한국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해외반응 일본반응 중국반응 한류 해외리얼반응 외국반응 해외언론

그렇다면 이 먹방은 언제 시작된 것일까요? 2009년입니다. 당시 아프리카 TV라는 플랫폼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신기하고 재미있는 시도 정도로 여겨졌었습니다. 특히 예쁜 외모를 가진 BJ일수록 인기를 끌었는데 늘씬하고 마른 몸매의 젊은 여성이 고칼로리 배달 음식을 배 터지게 먹는 모습은 묘한 동질감을 불러왔죠.

이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MC태현이라는 인물로 개인 방송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먹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이후 2010년 영화 ‘황해’에서 하정우 배우가 김, 핫바, 감자 등을 맛깔나게 먹는 장면이 큰 사랑을 받으며 하나의 트렌드가 됐습니다.

해외반응 일본반응 중국반응 한류 해외리얼반응 외국반응 해외언론

그러다 2015년 구글에서 ‘먹방’을 검색하는 트렌드가 급증하자 2016년 10월 미국 CNN이 먹방을 새로운 형태의 소셜 이팅으로 소개하며 먹방의 세계화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최초로 먹방을 등장하게 한 식재료는 삼겹살이었는데 세계에서 돼지를 가장 많이 사육한다는 칠레에서는 삼겹살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때문이라는데 도대체 칠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남미 대륙의 서남쪽에는 칠레라는 길고도 좁은 나라가 있습니다. 남미대륙에 있어서 한국과는 그리 가까울 것이 없어 보이는 칠레는 사실 한국에게는 상징적인 국가입니다. 한국이 역사상 최초로 체결한 자유무역협정 FTA 파트너이기 때문이죠.

해외반응 일본반응 중국반응 한류 해외리얼반응 외국반응 해외언론

2004년 4월 1일에 발효된 한-칠레 FTA는 우려가 상당했지만, 우리나라의 제조업과 칠레의 농업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가장 모범적인 FTA로 불리고 있는데요. 이 FTA 덕분에 한국은 전 세계 50여 개 국가와 총 17개의 FTA 협정이 발효되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국가와 협상 중이죠.

그런데 한-칠레 FTA가 타결되기도 전부터 칠레가 한국에 수출한 품목이 있습니다. 삼겹살인데요. 칠레 기업가 중 매년 최소 1번은 한국을 찾는 인물이 있습니다. 기예르모 디아즈 델리오라는 인물인데 그는 칠레 최대 축산식품기업인 아그로수퍼의 CEO인데요.

해외반응 일본반응 중국반응 한류 해외리얼반응 외국반응 해외언론

약 20년째 매년 한국을 찾아 현장 상황을 살피는 그는 한국에 칠레산 삼겹살을 최초로 수출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현재 칠레산이라고 붙은 삼겹살의 90% 이상이 이 회사에서 수출한 제품인데 칠레인들은 삼겹살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죄다 한국으로 수출하기 때문이죠.

칠레는 세계 7위의 돼지고기 수출 대국으로 칠레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의 65%가 해외시장으로 수출되고, 그중 1/4은 한국으로 수출합니다. 2021년 한 해에만 28,379톤, 약 2,130억 원의 칠레산 돼지고기가 한국으로 수출됐죠. 더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에 돼지고기를 수출하기 시작한 이래로 2018년, 2019년 중국이 급격하게 돼지고기 수입을 늘린 2년을 제외하고는 전년 대비 수출량이 줄어든 적이 없는, 즉 매년 수출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외반응 일본반응 중국반응 한류 해외리얼반응 외국반응 해외언론

한국에 양돈산업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기이한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삼겹살 때문입니다. 한국으로 수출되는 칠레산 돼지고기 중 대부분은 삼겹살입니다. 한국인의 삼겹살 사랑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별난데 칠레 역시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맞춤형 사육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가령, 한국에서 키우는 돼지와 유전요인, 사육환경 및 도축환경까지 최대한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있고 한국인은 특히나 고기와 지방이 3층을 이룬 삼겹살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 입맛에 맞게 맞춤형 돼지고기 사료까지 개발해 사육하는 실정입니다. 더 재미있는 점은 한류가 시작되고 드라마, 영화 등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모습을 본 해외 팬들도 삼겹살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즉, 한국식 삼겹살 구이가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부위를 똑같이 수출해 달라는 국가가 늘고 있다는 것이죠.

해외반응 일본반응 중국반응 한류 해외리얼반응 외국반응 해외언론

대표적으로 일본을 꼽을 수 있는데 일본에 한국식 삼겹살 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칠레산 삼겹살의 일본 수출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습니다. 최근에는 필리핀 시장에서도 삼겹살을 찾고 있는데 몇몇 수입국에서 필리핀은 작은 시장이니 필리핀에 줄 물량이 있으면 우리에게 달라고 요청한 사례도 있습니다.

칠레 입장에서도 한국은 의외의 부위를 먹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원래 칠레에서는 돼지고기의 비계, 즉 지방은 선호하지 않는 부위이고 먹지 않기 때문에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지만 한국은 유독 지방, 살코기, 지방, 살코기, 지방 살코기로 이루어진 삼겹살을 선호합니다.

해외반응 일본반응 중국반응 한류 해외리얼반응 외국반응 해외언론

그래서 아그로수퍼는 삼겹살이든 목살이든 부위별 지방 제거 여부에 따라 지방이 붙은 것은 한국 수출용, 지방을 제거한 것은 칠레 내수용으로 구분해 한국인 의외의 입맛에 맞춘 맞춤 생산을 진행하고 있죠. 칠레 입장에서는 폐기물인 지방을 제거할 필요가 없으니 비용 처리도 적어지고 고기 무게는 늘어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는 겁니다.

위 칠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은 실제로 전 세계에서 삼겹살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민족이기는 합니다. 삼겹살은 돼지의 갈비뼈부터 뒷다리까지 등심 아래 뱃살 부위인데 비계와 살코기가 번갈아 가며 3개의 층을 이루고 있어서 삼겹살이라고 부릅니다.

해외반응 일본반응 중국반응 한류 해외리얼반응 외국반응 해외언론

껍질을 벗기지 않은 부위는 오겹살이라고 하죠. 그런데 실제로 한국인들의 삼겹살 사랑은 어마어마합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대한한돈협회와 간담회를 통해 우리나라 육류소비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육류 소비 중 돼지고기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 전망 2023’에 따르면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 3대 육류의 소비량이 2022년 58.4kg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2021년 56.1kg보다 2.3kg 늘었고, 2002년 33.5kg과 비교하면 20년 사이 74%가 는 수치입니다. 그중 돼지고기 섭취량이 28.5kg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로써 돼지고기가 전체 육류 소비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해외반응 일본반응 중국반응 한류 해외리얼반응 외국반응 해외언론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2022년 소, 돼지고기 소비 실태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녀 1,700명의 78%가 적어도 1주일에 1회 이상 돼지고기를 먹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다는 닭고기도 한국에서는 돼지고기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인데요. 그리고 위 28.4kg의 돼지고기 중 삼겹살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 또한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농진청이 발간한 ‘2019 한국인의 돼지고기 소비트렌드’에 따르면 삼겹살은 가정 내뿐 아니라 외식에서 가장 선호하는 부위로 조사됐을 정도로 삼겹살 사랑이 유별나며 전 세계 삼겹살의 1/4이 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하니 가히 삼겹살의 민족이라고 불러도 과하지는 않습니다.

해외반응 일본반응 중국반응 한류 해외리얼반응 외국반응 해외언론

괜히 칠레가 한국을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하는지 쉽게 이해가 되시죠? 그런데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한국인이 전 세계에서 삼겹살을 가장 많이 먹고 가장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하더라도 이 삼겹살을 한국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마치 중국인들이 한복은 중국 것, 김치도 중국 것, 삼계탕도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여러 요인으로 삼겹살이라는 부위가 사랑받기 시작한 것이고 그 식문화가 발달했지만, 인류는 농경 생활의 시작과 동시에 돼지라는 가축을 사육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이 즐기는 베이컨과 달리 불판에서 생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김치, 쌈장, 고추, 마늘 등과 함께 싸 먹는 문화가 발달한 것이지 삼겹살 자체가 한국에서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해외반응 일본반응 중국반응 한류 해외리얼반응 외국반응 해외언론

그렇다면 한국인은 어쩌다 이렇게 삼겹살과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일까요? 한국 역사에서 최초로 삼겹살에 관련된 내용은 1930년대 이화여대 방신영 교수가 쓴 ‘조선요리제법’이라는 책에 등장합니다.

방 교수는 ‘세겹살은 돼지고기 가운데 제일 맛있는 고기’라고 표현했고, 1934년 11월 3일 동아일보는 ‘육류의 조코 그른 것을 분간해 내는 법’이라는 기사에서 ‘도야지고기는 조선에 잇어서는 강원도에서 조 껍질을 먹고 자란 것이 조타 하고, 도야지고기의 맛으로 말하면 소와 같이 부위가 만치 아니하나 뒤넙적다리와 배 사이에 있는 세겹살이 제일 맛이 있다 하고 그다음으로는 목덜미살이 맛이 있다 하고.’라고 보도했죠.

해외반응 일본반응 중국반응 한류 해외리얼반응 외국반응 해외언론

세겹살, 즉 삼겹살은 이미 1930년대부터 최고의 부위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먹는 방식, 즉 수육이 아니라 불판에 구워 먹는 구이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한국 전쟁이 끝나고 베이비붐 세대가 등장하면서 한국의 인구수는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단백질 섭취에 꼭 필요한 육류가 부족해지자 정부는 1960년대 말부터 한우, 양돈, 양계업 등에 대한 축산 진흥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는데요. 그러다 1970년대 후반 국민소득이 천 달러를 넘어서면서 절대빈곤은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가정경제가 나아졌다는 의미로 가정경제가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육류소비가 늘기 마련입니다.

해외반응 일본반응 중국반응 한류 해외리얼반응 외국반응 해외언론

그동안 ‘하얀 쌀밥에 고깃국 한번 먹어봤으면 좋겠다.’던 소망이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라는 좀 더 고차원적인 고민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죠. 그 정점에 구이가 있습니다. 냉장 및 냉동 기술의 발전은 육류의 장기 보관을 가능하게 했고, 불편했던 석유 버너의 시대가 끝나면서 가스레인지가 등장했으며,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마이카 시대는 삼겹살이라는 부위에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마이카에 가스레인지를 싣고 전국에 유명한 산으로 들로 강으로 바다로 떠난 아빠들은 돗자리를 펴고 아이스박스에서 꺼내 삼겹살을 구웠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가장 일상적인 주말의 모습은 산에서 들에서 강에서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자욱한 삼겹살 굽는 연기였습니다.

해외반응 일본반응 중국반응 한류 해외리얼반응 외국반응 해외언론

이때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도시에서도 삼겹살 구이 전문점이 등장했고, 1998년 IMF 때는 값비싼 한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삼겹살과 소주 한 잔이 고된 노동의 애환을 달래주면서 현재의 명성을 갖기 시작했죠.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라는 말이 관용어구처럼 사용될 만큼 삼겹살은 남녀노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 먹어도 맛있는 음식입니다.

지글지글 불판에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상추에 싸서 파절임과 마늘을 얹어 먹으면 세상 이보다 큰 기쁨은 없습니다. 여기에 소주 한 잔까지 곁들인다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데요.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니 제가 더 삼겹살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여러분들도 오늘 저녁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어떠신가요?


YouText의 콘텐츠는 이렇게 만들어 집니다.

유텍스트 YouText 글로 읽는 동영상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