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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60 (2부) 2022년형 인스크립션 시승기

얼마 전에는 디자인과 편의 장비를 변경하고 기존 가솔린 파워트레인을 전부 하이브리드로 대체한 2022년형 XC60이 출시됐습니다. 앞서 친환경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며 디젤 라인업의 단종을 선언한 이후 진짜로 단번에 디젤을 없애버린 볼보는 이번에는 단번에 모든 모델들을 하이브리드로 전환해 버렸습니다. 모든 차량의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이 같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추진력이죠. 디자인만큼은 프리미엄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기존의 디자인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겠죠. 

거의 숨은 그림 찾기 수준으로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페이스리프트였지만, 듀얼 머플러는 유지하면서도 배기가스를 내뿜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머플러팁을 없앤 것만큼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의도는 알겠지만 개인적으로 참 아쉬운 부분이네요. 마침 볼보에서 차를 보내주셔서 넙죽 받아왔는데요. 덕분에 이 새로운 XC60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타본 모델은 B5 인스크립션으로 XC60의 여러 트림 중 가장 주력으로 판매되는 모델입니다. 볼보를 탈 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데 신차 특유의 신내나 본드 냄새가 아닌 은은하게 풍기는 가죽 냄새가 참 좋아요. 저만 그런가요? 이 냄새를 맡게 해드릴 수 없어서 좀 아쉽네요. 실내는 기존의 형태를 그대로 따랐지만 이번에도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를 크게 개선해 신선함을 더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OS를 도입해 태블릿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현대인이라면, 기능을 찾아가는데 전혀 불편이 없죠. 여기에 한국 시장에 특화된 티맵(TMAP) 인포테인먼트를 더해 티맵 내비게이션과 뮤직의 플로(FLO), AI 음성 인식을 제공해 편의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저는 차에 타면 스마트폰부터 연결하는 편인데, 시승 내내 딱히 휴대폰을 연결할 필요가 없었을 만큼 길 안내나 음악 감상에 전혀 불편이 없었어요. 사실, USB 포트가 전부 C 타입으로 바뀌어서 못 쓴 거 덕분에 새로 생긴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를 잘 이용했죠.

무엇보다 순정 내비게이션이 티맵이 되면서 장식에 가까웠던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그 존재의 의미를 찾은 게 가장 돋보이는 변화였습니다. 또 요즘은 실리나 빅스비, 기가지니 등 우리 일상에 익숙하게 자리 잡은 AI 음성인식 기능을 내장한 것은 조작 편의성의 마침표를 찍은 느낌이었어요. 

이전 모델에는 빠졌던 긴급 상황 안내 시스템 ‘볼보 온 콜’도 드디어 도입됐습니다. 보편적인 기계식 레버와 전자식 레버를 혼용했던 이전 모델과는 달리 모든 모델에 전자식 레버를 적용한 것도 달라진 부분이죠. 앞뒤로 까딱이는 조작 방식은 다른 브랜드와 차이가 없지만, 특이하게도 무조건 한 번 조작하면 중립인 N을 거치게 돼 있습니다. 크게 조작하면 한 번에 D와 R을 오가는 대부분 차량과의 차이점인데, 혹시 모를 오조작을 막기 위함이라고 하죠. 

덕분에 주차할 때 N이 들어간 상태에서 엑셀을 밟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또 수동 모드로 조작할 때는 D에서 한 번 더 뒤로 당겨 매뉴얼 모드로 놓은 뒤, 레버를 좌우로 움직이면 되는데 쓸 일은 많지 않겠지만 가뜩이나 패들시프트도 없어서 이건 좀 불편하더라고요.

한편, 스웨덴 오레포스 사와 콜라보한 크리스탈 기어레버는 인테리어가 어딘가 허전했을 때, 작은 꽃병이 분위기를 잡아주는 것처럼 가죽과 나무로 꾸며진 단정한 실내 속에서 화려함이 한 스푼 추가된 느낌이었습니다.

이 밖에 새 것의 느낌을 주는 데는 역시 터치 만한 게 없죠. 이전에 버튼식이었던 조명 스위치를 몽땅 터치식으로 바꿨고, 이 파노라마썬루프 스위치조차 제스처 방식으로 바꿔 손이 머무는 시간이 더 짧아졌습니다. ‘굳이 왜 이렇게까지 했나?’ 싶지만 일단 동승객들에게 보여주니 좋아했습니다.

특히 T5에서는 가솔린이지만 우렁찬 엔진음 때문에 종종 거슬렸던 ISG 시스템이 B5로 오면서 출발이나 정차 시 작동하는 느낌이 많이 부드러워졌습니다. 물론, 신형 B파워트레인만 접했다면 체감이 쉽진 않겠지만, 두 모델을 모두 타본 저는 변화가 와 닿더라고요. 

볼보의 B모델은 흔히 하이브리드 차 하면 떠올리는 고용량 배터리에 연결된 모터가 직접 바퀴를 굴리는 풀 하이브리드 방식이 아닌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적용된 차량입니다. 엔진에 별도의 보조 모터를 더해 시동을 걸 때 부하를 줄여주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시동도 더욱 부드럽게 걸리고 배출 가수도 크게 줄어들죠. 쉽게 말해, 멈춘 상태에서 달릴 때와 누군가 뒤에서 살짝 밀어줄 때 소모되는 힘이 다른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앞으로 많은 브랜드에서도 이렇게 스며들 듯 전동화가 이루어지겠죠?

하위 모델이지만 253마력의 넉넉한 출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도심과 고속주행 모두에서도 여유로운 가속이 가능했는데, 이전에도 있었던 터보랙은 개선이 안 돼 엑셀 반응은 여전히 반박자 느렸습니다. 여유를 강제하는 느낌이랄까요? 또 미세하게 들리는 터보의 휘파람 소리도 경우에 따라서는 거슬리는 분들이 있겠네요.

전에 있었던 드라이브 모드도 신형으로 오면서 빠졌습니다. 그냥 얌전히 다니라는 뜻인가 봐요. 오프로드 모드는 굳이 숨겨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지만요.

뒷좌석 공간과 승차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넉넉한 편의 장비로 채워 패밀리카로 이용하기에도 가끔은 손님을 모시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어요. 이 파노라마썬루프도 사실상 뒷좌석을 위한 옵션이죠. 전륜 기반이지만 여전히 우뚝 솟아 있는 센터 터널로, 실질적으로 4인승에 가까운 건 여전했지만요.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주행 질감과 여전히 포근한 인테리어가 돋보였고, 확실히 개선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아주 편리했습니다. 재즈 음악과 함께 음악에 섞이는 방향지시등 소리, 낙엽이 날리는 이맘때와 정말 잘 어울리는 차였어요.

지금까지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한 브랜드 볼보, 그 중에서도 라인업의 허리를 담당하는 XC60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올 상반기 국내 판매량도 브랜드 전체 판매량의 22%를 차지할 만큼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모델이죠. 볼보의 프리미엄 전략에 대해 차를 좀 아시는 분들이라면 밤새워 논쟁을 벌일 수도 있지만, 일단 국내에서는 제대로 먹혀든 듯 보입니다. 

특히 XC90을 터닝 포인트로 세계적으로도 볼보라는 브랜드의 위상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죠. 다만, 늘어난 전자장비로 인한 잔고장, 판매량에 비해 부족한 서비스센터 등은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해서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죠. 

또 모기업 지리자동차와의 파워트레인, 플랫폼 등 기술 공유로 브랜드 밸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여러 우려 또한 걸림돌입니다. 품질 문제가 불거지진 않았지만 세단 라인업은 이제 유럽이 아닌 미국과 중국 생산분이 들어오고 있는 것도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볼보와는 방향성이 맞지 않고요.

그래도 안전에 대한 욕심만큼은 여전합니다. 비난 여론이 일긴 했지만 과속으로 인한 사상자를 막고자 올해부터 판매되는 전 차종의 최고 속도를 시속 180km로 제한해 버린 것만 봐도요. 한편, 퍼포먼스 브랜드 폴스타가 완전한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되면서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는 것도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투박한 디자인과 성능으로 경쟁 브랜드에 비해 존재감이 덜했던 과거를 말끔히 씻어내고 세련된 브랜드로 거듭난 볼보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계속해서 안전의 대명사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다음에도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사소하지만 궁금한 자동차 이야기 멜론머스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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