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독일이 70% 이상 점유하는 시장에 뒤늦게 도전장을 내민 한국 기업이 있었습니다. 역시나 늦게 진출하다 보니 주문이 너무 없어 공장 반 이상을 돌리지도 못할 정도였는데요. 이대로 망하나 했는데 진출 5년 뒤,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공장을 아무리 풀가동해도 수요를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었는데요.
미국, 일본, 독일, 기술력으로 이름을 날리는 3대장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서 5년 만에 반전을 만들어 낸 한국 기업, 그 비결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파헤쳐 보겠습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수처리 시장!
글로벌 워커마켓에 따르면 세계 수처리 시장 규모는 2017년 880조 원, 2020년에는 940조 원, 2025년에는 무려 천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해수담수화 시장이 차지하는 규모는 약 20조 원 이상!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물 부족 현상의 해결책으로 해수담수화 기술이 떠오르면서 매년 9% 이상 성장하는 중인데요.
전문가들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는 중입니다. 해수담수화는 말 그대로 해수, 바닷물을 염분이 없는 담수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해수를 담수화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바닷물을 끓여 수증기를 포집하는 증발 방식, 강한 압력으로 물을 여과시켜 바닷물에 녹아있는 염분을 분리하는 역삼투압 방식!
과거에는 증발 방식 등 단순한 처리 방식을 주로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역삼투압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옮겨져 왔습니다. 역삼투압 방식이 운영이 용이하고 증발 방식보다 적은 에너지로 해수담수화가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환경 오염도 적다는 이점이 있었는데요.
역삼투압 방식에서는 해수의 염분을 걸러주는 ‘RO필터’가 핵심입니다. RO필터 시장은 오랫동안 미국, 일본, 독일이 세계 시장 점유율을 70% 이상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한국은 뒤늦게 RO필터 시장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 LG화학이 RO필터 사업에 진출했고, 2016년부터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점유율 10%를 목표로 시작했지만, 현실은 처참했습니다.
아무래도 첫 양산이다 보니 수율이 높지 않았습니다. 80%를 밑도는 수준이었죠. 또한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었기 때문에 LG화학으로 들어오는 주문도 많지 않아 공장의 절반이나 가동을 멈추는 절망적인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습니다.
LG화학은 일단 급한 불인 수율부터 잡기로 했습니다. 3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공정 방식을 바꾸며 수율을 90%까지 끌어올렸으며 동시에 자동화 설비를 구축, 동시에 영업전략도 바꿨습니다.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전략, ‘좋은 물건을 싸게 팔자!’ LG화학은 늦게 진출한 기업이지만 3년간 피나는 노력을 통해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염분 제거율이 99.89%로 이미 시장을 꽉 잡고 있던 미국 듀폰이나 일본 도레이보다 더 좋은 성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바닷물을 통과시켰을 때 경쟁사들의 제품은 염화나트륨 분자가 1만 개 중의 20개가 남았는데 LG화학의 제품은 11개가 남으며 뛰어난 성능을 입증하게 되었습니다.
경쟁사보다 성능은 더 뛰어난데 경쟁사 대비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사용하다 보니 한때 공장의 절반을 멈춰야 할 정도로 위기에 처했던 LG화학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밀려드는 주문에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만 했습니다. 공정을 풀가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심지어 2021년에는 RO필터의 가격을 약 30%나 올렸는데도 주문은 폭주했습니다. 물이 부족한 중동 국가들 중심으로 해수담수화 프로젝트가 증가함에 따라 RO필터의 수요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인데요. 또한, LG화학은 해수담수용 RO필터뿐만 아니라 산업용, 가정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RO필터를 자체 개발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문이 없어 공장의 반 이상이 돌아가지 않던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듀폰과 도레이에 이어 LG화학이 세계 TOP 3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최근 LG화학은 이스라엘과 대규모 해수담수화 플랜트용 역삼투압 필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LG화학이 공급할 3만 개의 필터는 연 1억 톤의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스라엘이 가동하기는 해수담수화 플랜트에서는 연 3억 톤의 바닷물을 담수로 바꿀 예정인데 LG화학의 필터가 그중 1/3을 담당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중국 리튬 추출 프로젝트에 RO필터 1만여 개를 공급하게 되었습니다. RO필터는 해수담수화뿐만 아니라 리튬 추출에서도 사용할 수가 있었습니다.
RO필터를 활용하면 리튬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요. RO필터 외에도 정수나 하수, 폐수 등 수처리에 사용되는 UF, MF, NF 필터 등이 있습니다. 이런 필터들을 멤브레인이라고 하는데요. 특히, 역삼투압인 RO막과 UF 중공사막은 국내 기업들이 집중하는 필터입니다.
UF 필터는 효성가 롯데케미칼이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LG화학이 RO필터에서 좋은 소식을 전한 만큼 다른 국내 기업에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렇듯 물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산업입니다. 가장 큰 원인은 인류가 유일하게 마실 수 있는 물인 담수가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인데요.
UN사무총장은 2050년 전 세계 인구 1/4 이상이 만성적인 물 부족 국가에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지구는 바다로 뒤덮여 있습니다. 이것을 마실 물로 바꾸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버는 사업을 떠나 인류를 구하는 일인 것인데요. 곧 석유, 반도체, 배터리보다 물과 관련된 시장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 산업을 블루골드라고 부르는데요. 이런 시장을 먼저 선점해 주도하게 된다면 미래의 먹거리를 손에 쥐는 것이나 마찬가지겠죠. 이런 블루골드 시장에서 멋진 활약을 하는 또 다른 한국기업 있습니다. 해수담수화 시장에서 점유율 40%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기업도 다름 아닌 한국의 두산중공업입니다.
두산중공업이 해수담수화 시장에서 더욱 두각을 보이는 이유는 3대 원천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두산중공업 손에서 탄생한 ‘사막의 인공 오아시스’, 아랍에미레이트 후자라이 담수 플랜트! 두산중공업이 이 플랜트를 건설할 때 세계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국 창원 공장에서 제작한 증발기를 분해하지 않고 통째로 배로 옮겨 UAE 현장에 설치한 것인데요.
이 획기적인 기법은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뿐만 아니라 제작, 분해, 재조립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공사 기간은 6개월이나 단축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단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던 공법인데 이런 놀라운 결과까지 가져오니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선진 기업들조차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이것이 바로 두산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모듈 공법’입니다.
이렇게 해수담수화 기술은 물론, 핵심 기술인 RO필터까지 세계 수준으로 올라선 한국 기업들! 뒤늦게 시장에 진입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하지 않나요? 하지만 아직 한국이 완전히 선점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합니다. 한국의 몇몇 기업들만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뿐, 국제 경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원천 기술과 관련 연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블루골드 시장, 선점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한국에서도 더 큰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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