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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획기적인 공법이 알고보니 한국에서는 천 년 전부터 내려온 방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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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인 의식에서 빠지지 않는 영험한 음료가 하나 있습니다. 이 음료는 종교를 탄생시켰는데 인간이 이 음료를 마시면 쾌감과 환상, 환각, 현기증을 동반한 신비한 체험을 합니다. 그래서 이 신비한 체험을 두고 고대인들은 ‘신을 접했다’라거나 ‘신이 되었다’라고 해석했죠.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신에게 가장 가까워지고자 포도주를 마셔 항상 취해있고 싶었고, 반대로 이슬람교도들은 신과 가장 가까워지고자 커피를 마셔 항상 깨어있고 싶었다고 하죠. 이 영험한 음료는 바로 술입니다. 술은 인간이 가장 먼저 마신 음료로 알려져 있는데요. 하지만 술을 두고 발명했다고 말하지 않고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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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야생에서 과일을 채집하며 생활하던 구석기인들이 땅에 떨어져 스스로 발효된 과일을 맛보기 시작하면서 술의 역사가 시작됐으니까요. 그러니까 최초의 술은 발명된 것이 아니고 발견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 발견된 것이 아니라 발명된 술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도 한반도에서 말이죠.

한국이 전쟁의 상흔을 이겨내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지난 1970년대 후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최첨단 신기술로 만든 양조법이 개발되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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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쉐브론이 된 당시 걸프 오일은 포도당으로 효소를 분해한 후 에탄올을 투입해 이를 발효시키는 최신 공법을 개발했는데 그간 서로 다른 용기에서 진행되던 두 과정을 하나의 용기에서 동시에 수행하는 획기적인 공정이었습니다. 이를 ‘동시당화발효법’이라고 명명했는데 재미있는 건 이 방식은 우리나라가 이미 삼국시대 이전부터 만들던 막걸리 제조법과 동일하다는 점입니다.

쌀, 보리, 밀가루, 옥수수 등 곡류의 전분을 함유한 원료는 일단 효소에 의하여 당화 과정을 거친 후 다시 효모에 의한 발효 과정을 거쳐 술로 태어나는데 이처럼 당화와 발효의 두 과정을 거쳐 술을 제조하는 방식을 복발효식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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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술을 만드는 핵심인 당화와 발효, 두 작용을 동일한 공정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 이를 ‘동시당화발효법’이라고 합니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이 방식으로 우리는 삼국시대부터 걸쭉한 탁주도 만들어 먹고 맑게 걸러 청주도 만들어 먹고 밥풀을 동동 띄워 동동주도 만들어 먹었는데 이 방식이 미국에서는 최첨단 공법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주 먼 옛날 그러니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우리나라가 만들어 먹던 전통주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볼까 합니다. 한류 열풍을 타고 K-라벨이 붙은 수많은 한국 제품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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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는 한국의 전통주 막걸리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1년 막걸리 수출액은 총 1,58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6.8% 증가했고 총수출 물량은 무려 14,643톤에 달합니다. 2022년은 소폭 감소하기는 했지만, 수출 물량은 오히려 증가한 15,396톤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니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인들만 만들어 먹던 전통주 막걸리가 본격적으로 외국인들의 입맛을 공략하기 시작한 겁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 막걸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인들만 만드는데 그 어원은 ‘막 거른 술’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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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어느 시기부터 막걸리를 제조했는지에 대해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삼국유사에는 ‘수로왕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요례를 빚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요례란 막걸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므로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막걸리를 만들어 먹은 것이죠.

이후 고려시대에는 우리 민족의 3대 전통주로 꼽히는 청주, 탁주, 소주가 완성된 시기이며 삼국시대와는 달리 여러 문헌에 구체적인 기록이 등장하는데요. 북송의 사신 서궁이 쓴 ‘고려도경’에 따르면 ‘고려의 서민들은 청주와 법주 등의 고급 주류를 구하기 어려워 맛이 연하고 빛깔이 진하며 마셔도 잘 취하지 않는 술을 마셨다’라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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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빛깔이나 도수가 낮은 점 등이 막걸리의 특징과 같습니다. 막걸리를 만들 때 첨가하는 누룩이 배꽃이 필 때 만들어진다고 하여 ‘이화주’라고도 했고 맑지 않고 탁하다 하여 ‘탁주’라고도 했습니다. 쌀과 물, 누룩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식량 대용으로 농부들이 애용해 ‘농주’라고도 불렀습니다.

고려시대 국가의 큰 행사를 위해 사찰 등에서 대량으로 제조하던 술은 조선시대에 양반가마다 레시피와 제조 방법을 달리해 만들기 시작하면서 양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맥이 뚝 끊겨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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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문화를 말살할 계획으로 1909년 주세법, 1916년 주세령을 거쳐 1934년에는 양조 면허를 폐지하면서 전통주의 맥이 끊겼는데요. 여기에 광복 후 1965년에는 부족한 쌀로 술을 빚지 못하도록 한 양곡관리법까지 시행했죠.

즉, 쌀로 술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면서 소주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고, 옥수수, 조 껍데기, 땅콩, 밤 등 쌀 이외의 재료로 만든 막걸리가 등장하게 된 겁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국 전통주는 막걸리와 탁주, 동동주, 청주 등이 있는데 이 모든 술은 한 통에서 나옵니다. 누룩을 넣어 발효가 끝난 탁주는 맑은 층과 지게미 층의 2단으로 분리되는데 이때 생산의 갈림길에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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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부분을 걸러낸 청주로 만들지, 아니면 탁하게 걸러 많은 양의 술을 얻을지를 선택해야 하죠. 만약 청주가 아니라 탁주를 얻기로 했다면 발효가 끝난 쌀 찌꺼기를 거름망이나 체에다 받쳐 지게미를 분리합니다. 이를 일반적인 의미의 탁주라고 하는데 여기에 밥풀이 동동 떠 있게 뜨면 동동주가 됩니다.

그런데 지게미에는 아직 완전히 짜내지 못한 술들이 상당량 남아있어 버리기에는 아까운 부산물입니다. 그래서 지게미에 적당량의 물을 부어 영혼까지 짜내게 되는데 이게 바로 막걸리입니다. 막 걸러낸 술이라는 의미죠. 그러니까 하나의 술통에서 맑은 부분을 걸러내면 청주, 탁하게 걸러 밥풀을 띄우면 동동주, 지게미에 물을 부어 한 번 더 걸러내면 막걸리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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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들어서면서 막걸리가 고급화되면서 동동주와의 경계선이 허물어졌습니다만 막걸리는 탁주에, 동동주는 청주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알코올은 정신건강을 해치는 유해한 음료로 알려졌지만 유독 막걸리만은 건강을 지키는 건강식품으로 인정되는 아이러니함이 있습니다. 그 성분 때문인데요.

막걸리와 맥주는 둘 다 곡류를 발효시켜 만든다는 점에서 사촌 관계이지만 막걸리는 쌀이나 곡류로, 맥주는 보리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도 맥주보다는 막걸리가 건강한 음료라는 인식이 강하죠. 곡류로 만드는 이 둘은 모두 효소에 의해 전분이 당화를 거치고 효모에 의해 발효되는 복발효 과정을 거쳐 술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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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전분을 당화시키는 이유는 전분 자체에서는 발효가 일어날 수 없기 때문, 즉 전분에서는 당을 발효시켜 에탄올과 이산화탄소 생산을 담당하는 효모가 활동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효모가 활동할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막걸리에는 누룩을 첨가하는데 누룩의 효소가 전분을 당으로 만들어 줍니다.

맥주 역시 비슷한 원리를 이용하는데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맥주는 누룩이 아닌 맥아, 즉 싹을 틔운 보리를 씁니다. 맥아에 열을 가해 구운 후 이를 잘게 분쇄해 물과 혼합해 알코올을 만드는 것이죠. 막걸리가 맥주보다 건강식품으로 인정되는 것은 누룩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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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되는 과정에서 증식된 효모는 막걸리 속에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는데 이들이 단백질 및 각종 비타민의 함유량을 높이게 되고 인체 조직 합성에 도움을 주는 라이신과 지방의 축적을 막아주는 트립토판 및 메티오닌 성분이 생겨납니다. 한편 옛날 어르신들은 소화가 안 될 때 막걸리를 한 사발 쭉 들이켜고는 했었는데 이는 근거가 있는 이야기일까요? 네 근거가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식품연구원은 전통 누룩으로 생산된 막걸리가 장 기능 개선에 효능이 있음을 증명해 냈습니다. 지난 2019년 이은정, 박호영 연구팀은 시중에서 유통되는 19종의 생막걸리를 확인한 결과 효소제를 쓴 막걸리보다 누룩을 이용해 제조한 막걸리에서 단쇄지방산 생성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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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쇄지방산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생성되는 물질인데 장관세포의 면역반응을 조절하고 암 발생과 비만, 지질대사, 당뇨 등의 질병을 개선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누룩 막걸리에서는 유익한 세균으로 알려진 박테로이드테스문을 54.5% 증가시킨 반면 유해균인 퍼미큐티스문을 58.5% 감소시켰습니다.

이런 효능 외에도 암 예방, 암세포 증식 억제, 간 손상 치료, 갱년기 장애 해소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막걸리는 과음만 하지 않는다면 살아 있는 건강식품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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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류열풍을 타고 세계 시장에서 막걸리에 대한 위상이 높아지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써 내리고 있는데 여기 와인의 고향 프랑스 현지에서 딱 하나만 생산되는 막걸리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파리 교외에 자리한 구베른이라는 시골 마을에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상업적으로 막걸리를 만들어 파는 작은 막걸리 양조장이 하나 있습니다.

양조장의 이름도 ‘메종 드 막걸리’ 즉, 막걸리의 집이라는 의미이며 막걸리 이름도 ‘매종 드 막걸리’입니다. 와인에서나 볼 법한 라벨이 붙은 이 막걸리는 건축가 출신 윤여진 대표의 작품인데요. 원래 술을 좋아했던 그는 서울과 프랑스에 오가며 회사생활을 하다 결국 프랑스에 정착해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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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무렵 프랑스 사회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한국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막걸리를 빚는 교육 과정에 등록해 발효를 통해 술맛이 달라진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껴 막걸리를 아이템으로 정했죠.

그는 만약 한국이 언젠가 국제무대의 주인공이 된다면 김치나 막걸리와 같은 발효 문화도 주목받겠다고 생각했고, 프랑스로 돌아가 수백 번의 연습 끝에 마침내 ‘메종 드 막걸리’를 세상에 내놨습니다. 이 막걸리는 대한민국 최초 막걸리 분야 식품 명인인 유청길 대표의 금정산성의 누룩을 가져다 썼습니다. 해발 400m 금정산에서 만드는 500년 전통의 족타식 누룩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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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유럽에서 생산된 최초의 프리미엄 막걸리 150병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다만 2021년 한인 행사 및 시음용으로 배포되면서 몇몇을 제외하고는 절대 마셔볼 수 없는 막걸리지만 마셔본 이들의 평가는 극찬 일색입니다. 맛 본 이들의 평가가 워낙에 좋아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도 공급해 달라는 연락이 오지만 생산량이 딸려 아직까지 시장 확장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발효주의 천국’ 프랑스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 일본의 사케처럼 고급화에 성공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진 그의 막걸리를 한국에서도 맛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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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한국에서는 괴테의 말을 인용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구호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K-드라마나 K-팝, K-무비 등은 한국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할 뿐 지극히 한국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반면 누룩을 넣어 만드는 막걸리는 빠르면 삼국시대 이전부터 늦어도 고려시대부터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한국의 전통주이며 이를 제조하는 재료가 달라졌을지언정 그 양조법이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막걸리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제품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앞으로 막걸리는 한류열풍을 타고 얼마나 성장하게 될지 기대가 사뭇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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