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문화의 소산이면서, 문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이 되었습니다. 언어와 문화는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언어는 문화를, 문화는 언어를 반영하고 이를 축적해 왔죠.
문화를 모체로 하는 언어는 이제 문화의 모체가 될 만큼 상호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바, 많은 전문가가 “언어야말로 문화 수출의 마지막 단계”라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언어를 터득할 때 비로소 그 민족의 특수성과 문화의 향기를 온전히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세계적인 언어정보 제공사이트인 ‘Ethnoloque’가 2020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모국어 사용자 수 1위는 9억 1,800만 명이 사용하는 만다린 중국어였고, 2위는 4억 8,000만 명의 스페인어, 3위는 3억 7,900만 명이 사용하는 영어입니다. 그 뒤로 힌디어, 뱅골어인데요.
그렇다면 한국어는 어떨까요?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는 대한민국과 북한, 총 7,730만 명에 불과하고 채 1억 명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국어가 아닌 이상 필요에 따라 학습자가 증가하기 마련인데, 현재 한류의 낙수효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인도의 ‘네루대학교’에서는 한국어학과 정원 30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10만 명을 기록해 3,300:1이라는 극한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었습니다. 조선시대 신분 상승의 지름길로 불리던 문과 과거시험의 최고 경쟁률이 2,000:1이라는 점으로 볼 때 경이로운 경쟁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꼽히는 남미의 한 국가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아마 많은 분이 “내가 살고 있는 땅에서 가장 먼 곳이 어디일까?”라는 궁금증은 가지고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답은 간단합니다. 지구는 둥그니까 지구 반대편이 가장 먼 곳인데, 한국의 경우는 남아메리카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 앞바다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익숙한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 등의 국가들이 포진한 남미가 한국에서 가장 먼 국가인 겁니다. 그리고 저 국가들의 공통점은 한국에서 직항노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페루에는 마추픽추도 있고, 쌈바의 나라 브라질은 워낙에 유명한 관광지인데, 왜 직항노선이 없을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합니다. 왜냐면 약 20,000km에 달하는 남미까지 날아가려면 그 먼 거리를 날아갈 만큼의 충분한 연료를 싣고 날아가면 되지만, 현재 항공기들은 20,000km를 날 수 없습니다.
현존 최고의 비행거리를 자랑하는 항공기는 에어버스의 A340-500인데, 한번 완충으로 17,000km를 날 수 있습니다. 그 뒤로 다양한 기종들이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그 어떤 비행기로도 지구 반대편까지 무착륙 비행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인천공항에서 남미로 가는 직항 노선이 없는 겁니다.
그런데 LA를 거쳐 25시간을 날아가면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가 하나 있습니다. 브라질인데요. 브라질은 특이하게도 고국을 떠나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위험한 국가입니다.
전 세계 187개국의 해외 거주자가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브라질은 “항상 두려움에 떨면서 살아야 하는 나라”로 선정됐는데, 그만큼 치안이 불안하다는 의미가 되겠죠. 이렇게 두려운 국가 1위 브라질에서는 최근 한국어 열풍이 강하게 확산하면서 ‘한국 브랜드’ 구축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1월 19일, 한국 아이돌 그룹 ‘NCT 127’은 월드투어의 북남미 일정 중 하나로 브라질 단독공연을 개최했습니다. 브라질 현지에서 진행된 첫 단독 공연이었음에도 한국어 떼창이 쏟아졌습니다. 질주, Sticker, Favorite 등 히트곡을 포함해 총 32곡의 무대를 선보이는 내내 한국어 떼창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는데요.
브라질 팬들의 한국어 떼창은 우리가 영미권 유명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과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왜냐면 우리에게 영어는 어릴 적부터 배운 필수 외국어지만, 과연 브라질 팬들에게도 한국어가 어릴 적부터 배워야 하는 필수 외국어였을까요?
아닙니다. 이는 분명 한국이라는 국가의 지위가 급부상했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재미있는 한국 영화의 대사를 이해하고 싶어서, 또는 한국인과 대화를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브라질 내에서 한국어의 인기는 어마어마합니다.
지난 2020년, 상파울루 한국교육원은 ‘상파울루 주립 파울라 소우자 기술교육센터(CPS)’와 한국어반 개설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CPS는 1969년에 설립됨 상파울루 주 정부 산하기관으로 산하에 322개의 캠퍼스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주립기술학교와 대학에 해당하는 주립기술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 수가 각각 21만 3,000명, 8만 4,000명에 달하는 남미 최대규모 산업인력양성 기관이죠.
상파울루 한국교육원은 브라질에 한국어 보급을 위해 현지 국가의 초, 중, 고등학교가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하거나 방과 후 수업 형태로 한국어반을 개설하면 강사와 교재를 무료로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아직 미미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10년 전부터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한국어 교육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2014년, 상파울루 시내 디아스포라 학교는 방과 후 활동으로 매주 1시간씩 한국어 교육을 시행했습니다. 이후 브라질 교육부가 정식으로 승인하면서 주당 1시간씩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됐죠.
물론 한국 정부도 브라질에서의 변화를 눈치채고 한국교육원을 통해 한국어 교사 인건비, 연수비, 교재 구입비, 한국어능력시험 응시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는데요. 현재는 상파울루, 리우데자이네루를 중심으로 총 11개 학교에서 약 500명가량의 학생이 정식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언어와 문화는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 마련이기 때문에 언어를 배우는 것은 문화를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약 7년 뒤 브라질에서 공식적으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은 의미 있어 보입니다.
이로써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한 국가는 총 16개국이며, 채택을 추진 중인 브라질까지 더하면 17개국이 됩니다.
디씨멘터리 채널에서는 지난 콘텐츠에서 “북한에서 유행하는 남한 말”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남한 말투를 쓰는 젊은이들 때문에 북한 정부가 상당히 난감해져 법까지 제정했다고 말이죠. 그토록 폐쇄적인 북한에서도 이러한데, 개방적인 다른 국가에서는 어떨까요?
지난 1월 17일, 미국의 CNN은 한국어 열풍을 집중보도하면서 “한국어는 세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언어 중 하나”라고 극찬했습니다. 또한 외국어 학습 앱 ‘듀오링고’의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어가 중국어를 제치고 세계 언어학습 시장에서 7번째를 차지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 위상을 보여주듯 한국어는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브루나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학습하는 외국어 자리를 꿰찼고, 서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외국어가 됐죠.
물론 이러한 한국어의 인기 비결은 한류의 낙수효과입니다. CNN은 “지난 20년간 한국의 드라마, 음악, 패션, 뷰티, 음식 등등의 한국문화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라고 전하면서 중국어를 밀어냈다는 점이 상당히 의미 있다고 봤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국어 사용자 수 1위를 차지한 중국어지만, 국가 이미지 하락 등의 여파로 한국어 바로 뒷자리에 8번째에 머물렀는데요.
사실 한글은 배우기 쉬울지 몰라도 한국어는 그 난이도가 최상위급입니다. CNN 역시 “한국어는 언어 특성상 배우기 상당히 까다롭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어의 인기 상승은 놀라울 정도”라고 평가했죠. 그렇다면 실제로 한국어 열풍은 수치로 환산될 수 있을까요?
뉴욕에 본부를 둔 미 현대언어협회는 5년마다 실시하는 설문조사를 통해 미국 각 대학의 언어교육 현황을 분석해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2019년에는 “2013~2016년 봄, 가을 미국 내 고등교육기관 외국어 수강 신청 최종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놀라운 수치가 발표됐습니다. 2016년 기준, 미국 내 주요 외국어 15개 중 한국어 강의 등록자 수는 13,936명으로 11위에 올랐으며, 이는 2009년 대비 무려 78% 증가한 수치입니다. 해당 보고서는 2006~2016년까지 10년간 한국어 강의를 수강 신청한 학생 수를 제시하고 있는데, 2006년 7,146명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를 보입니다.
이 기간 많은 외국어 등록자 수가 감소한 상황에서 한국어가 군계일학의 발전을 이뤄냈죠. 그런데 이를 1958년부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1958년 미국에서 한국어 강의를 수강 신청한 학생은 총 26명에 불과했는데, 2016년 13,936명으로 무려 53,500%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중국어가 8,500%, 일본어가 8,000% 증가했는데, 한국어의 증가율은 무려 53,000%를 넘습니다. 경이로운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절대적인 수치가 너무 작아 적당한 비교가 될 수 없다는 통계의 오류를 지적할 수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없습니다.
미 현대언어협회는 5년마다 설문조사를 실시해 보고서를 발표하기 때문에 2019년 발표 자료에는 2016년까지의 자료가 보고된 것이고, 한류가 경이로운 수준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2018년 이후의 증가율은 아마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리 가수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그 국가의 언어로 노래를 바꿔 부르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지금은 그 횟수가 줄기는 했지만, 일본으로 진출하는 한국 가수들은 종종 일본어로 개사해 진출하기도 했죠. 그런데 한국어의 위상이 워낙에 높다 보니 최근에는 그 반대의 상황을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일본의 아티스트 유닛 ‘NOSTAGIO’는 한국에서 새로운 싱글 앨범을 발매했는데, 가사는 모두 한국어로 썼고 심지어 백그라운드 트랙에는 한국 전통음악 사운드를 도입했습니다.
한국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순수 일본인 혼성그룹이지만, 그들이 음악성을 인정받고 싶은 곳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기 아티스트를 보유한 한국인 겁니다. 이제 전 세계 뮤지션들이 한국음악 시장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 더 이상 생소한 일이 아닌 겁니다.
얼마 전 미국의 와튼스쿨과 글로벌 마케팅 기업 BAV그룹이 공동 조사해 발표한 “2012년 세계 최고의 국가”에서 한국은 국력 분야에서 85개국 증 6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전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던 일본이 2단계 하락해 한국과 자리를 바꿨습니다.
몇 번의 콘텐츠를 통해 문화의 파급력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다루면 다룰수록 문화의 힘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 문화가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부터, 가장 먼 나라 브라질까지 차근차근 점령해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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