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다 마음의 미안함이나 그런 감정을 가지고 살잖아요. 그래서 이런 뻔뻔한 캐릭터한테 감정을 이입하면서 ‘어떻게 저러지?’ 죄책감에서 사라지는 그런 경험을 해서 먹힌 걸까 싶어요.
이게 아동 만화고, 1990년대 초반부터 이 만화가 나왔으니까 현실 상황도 지금과는 분위기가 달랐을 것 같기도 해요.
어른들도 당시에는 더 엄했어요. 애들은 많이 놀고 싶고, 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데 어른들은 자꾸 못하게 억누르죠. 근데 그걸 짱구는 그냥 해버리고, 어른들을 골탕먹이고, 어른들은 막 어쩔 줄 몰라하는 당황함을 보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당시에는 아이들이 과도하게 눌려 있었죠. 그러다보니 만화를 통해서 눌린 아이들의 마음을 과도하게 오버해서 보여주니까 아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줬을 수 있는데 지금 보니까 윤리, 규범의 문제를 넘어버린 거예요.
그리고 당시에도 워낙 문제가 돼서 투니버스에 반영이 될 때만 해도 경고 문구가 있었어요.
‘이거 만화일 뿐인 거 알지? 따라하면 안돼!’ 이런 게 삽입 될 정도로 아이들에게 안된다는 걸 알려줬어요. 실제로 짱구가 엄마한테 ‘미선씨, 미선씨’ 이렇게 부르는 장면이 있거든요?
부모 마음에서는 ‘진짜 보여주기 싫다’ 이런 생각이 들게 돼요. 아이들은 이런 장면을 보면 영향을 받아요.
지금 짱구는 예전보단 좀 부드러워졌고, 짱구도 친구들은 생각하거나 의리를 보여주는 등 회를 거듭할수록 조금 순화 된 부분이 있는데요. 초기엔 매운맛이 좀 있었죠.
그리고 짱구편 중에서 전설의 1기 1화 장면, 훈이가 어떤 남자애한테 간식을 뺏기는 장면에서 짱구가 도와주는데요.
훈이는 또래인데도 ‘고마워’ 같은 표현을 잘해요. 도와준 짱구에게 훈이가 고맙다며 준 과자를 짱구가 혼자 다 먹어버려요. 고맙다고도 안하고 친구 과자를 다 먹어버립니다. 초반 시즌을 보면 짱구는 ‘고마워, 미안해’ 이런 표현이 많이 없어요. 근데 요즘 아이들이 보는 만화는 그런 걸 가르치기도 하잖아요.
엄마한테 ‘고맙다’, ‘미안하다’ 교육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는데, 초반 짱구는 그런 장면은 잘 없죠. 교육 만화는 아니니까요. 어쨌든 아이들이 재밌어하고 신나하고 이런 재미 만을 위한 만화였어요.
이게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짱구는 어른들이 보는 드라마 ‘덱스터’나 영화 ‘조커’도 그렇고, 성인들이 느끼는 재미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어요.
최근에 ‘더글로리’도 학교폭력을 당한 사람이 사적 복수를 하는 내용이잖아요? 사실 그게 절대 용인이 안되는 거긴 한데도 사람들이 대리희열을 느끼고 재미있어 하죠.
짱구라는 만화도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아동용 덱스터라고 볼 수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짱구한테 ‘빌런구’, ‘데빌구’라고 하는 게 아이들 사이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죠.
또 짱구가 보면 사람들이 컴플렉스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진짜 놀려요. 어른들이 5살짜리가 하는 얘기에 엄청 상처 받을 정도로 나의 어떤 컴플렉스를 악마 같은 눈으로 보고 놀리니까 사실 너무 괴로운 거죠.
마지막으로 또 다른 에피소드를 보면 짱구가 철수한테 유난히 장난을 많이 쳐요. 몸을 문질문질 하기도 하고, 철수가 싫어하는 걸 분명히 티를 내고 있는데 계속해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싫어하니까 하는 거 같아요. 딴 사람한테는 안 해요. 주로 철수한테만 해요.
그래서 저는 굉장히 걱정이 돼요. 물론 체벌이 안 좋긴 하지만 엄마가 짱구를 많이 때려요. 꿀밤 많이 때리고, 뺨 때릴 때도 있고 하는데요.
보다 보면, 체벌이 조금 심하긴 한데.. 근데 짱구가 일단 어떤 어른도 통제가 불가능한 아이잖아요. 실제로 이런 아이가 있다면 진짜 어떻게 해야 될지 감도 안 올 거예요. 답이 없잖아요.
보통 품행장애 같은 경우는 어떤 약물이나 이런쪽 보다는 ‘부모 역할 훈련’ 이라고 해서 영어로는 P.E.T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요. 아이들을 특성에 맞게 양육하고, 부모도 좀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해요.
어쨌든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컨트롤 하기가 힘들고, 심지어 동생인 짱아도 비슷한 성향이 있거든요. 근데 짱구 부모가 그렇게 이상한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특히 짱구 아빠는 되게 좋은 사람이잖아요. 엄마도 착하고, 마음도 여리죠.
이게 진짜 어렸을 때는 그냥 아저씨, 아줌마 느낌이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보니까 우리 또래인 걸 느끼니까 ‘좋은 사람들이다’라는 걸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짱구가 매번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해도 약속도 안 지키고, 때리거나 이런 가혹행위가 아닌 TV를 보여 주지 않는다거나 이런 일시적인 처벌도 짱구는 못 견뎌하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려는 부분들이 있죠.
너무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해요. 또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예를 들어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해야하는 게임인데 자기 것만 주장하면 사실 교우관계도 나빠질 수 있거든요.
진짜 친구들이 착한 거예요! 짱구 나이는 실제로 한 번 양보하고, 이런 걸 가르치고 배워야 할 나이에요.
하지만 짱구는 그게 지금 안되죠. 아마 엄마가 오은영 쌤이어도 진짜 쉽지 않을 거야. 엄마가 혼내도 하나도 흔들림이 없고, 또 난 그게 무서웠어요.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면 아이가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짱구는 전혀 반응이 없어요.
그래서 품행장애인 아이들이 반사회적인격장애, 안티소셜로 가는 경향이 있어요.
짱구는 어쨌든 엄마가 힘들어하고, 괴로워하고, 울고 그러면 ‘내가 잘못했구나. 잘 해야지’, ‘엄마 미안해요’ 이런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오로지 액션가면이나 자기가 원하는 어떤 하나에만 꽂혀있죠.
훈이가 ‘어떡해…’ 이러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게 아니고 ‘그래, 니 잘못이잖아’, ‘난 괜찮아’ 이러죠. 참 얄밉죠. 얄밉고 쉽지 않은 아이에요. 이거는 진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를 찍어도 변화가 없어서 방송에 나오기 힘든 정도에 캐릭터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요.
오늘은 이렇게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캐릭터 분석을 해봤고요. 그래도 지금은 품행장애로 보이지만 지금 짱구가 20년에 걸쳐서 착해지고 있거든요. 최근의 짱구는 어떤지 다음에 같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옛날의 짱구는 제 눈에는 어린 아이지만 하나도 귀엽지가 않거든요, 얄밉고.
그래도 20년 뒤의 짱구는 나아졌는지 한 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요즘 사회가 아이들한테 좀 우호적이고, 체벌이나 이런 게 없어지면서 옛날 짱구 때의 그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 않게 해도 아이들이 보는지, 변화가 있는지 한 번 분석해 보도록 해볼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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