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 모습을 볼 수 없는 우리는 미디어에 등장하는 인터뷰를 통해 유명인의 인격을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피겨여왕으로 군림했던 선수 시절 김연아는 인터뷰 매너 좋기로 소문난 선수 중 하나인데, 중국 기자의 어이없는 질문에 딱 한 번 버럭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뭔 소리야?’ 이 한마디로 모든 상황이 이해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정부 차원의 어이없는 무개념 행보가 이어지는 와중에 충격적인 소식이 하나 전해졌습니다. 김연아가 본격적으로 중국의 문화공정에 대응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1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선수가 가는 곳마다 취재진이 몰려다녔는데, 한 번이라도 인터뷰를 따내면 그야말로 대박이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중국의 CCTV5는 운 좋게 김연아 선수와 단독으로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중한 자리에서 중국인 기자는 어이없는 질문으로 인터뷰를 망쳤습니다. ‘지금 남자친구 있습니까?’라는 맥락 없는 질문이었죠. 듣다 듣다 황당했던 김연아 선수는 기자 면전에 대놓고 불쾌함을 표했고, 결국 기자가 먼저 미안하다며 인터뷰를 끊으며 상황이 종료됐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불쾌했으면 저렇게 일그러지는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요? 그런데 최근 김연아의 행보를 보면 좀 특이한 면이 있습니다. 같은 한국인으로 분명 집요하게 진행 중인 중국 정부의 한복공정 등은 상당히 불쾌했을 것인데, 단 한 번도 관련 언급을 한 적 없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저 인터뷰에서 보였던 불쾌함보다 더한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언론을 통해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피겨여왕 김연아 전 선수가 한국 전통의 옷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첨병이 된다는 소식이었죠.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일, 김연아가 문체부와 한국공예-디자인 문화진흥원이 추진하는 한복과 한류 연계 협업 콘텐츠 기획 개발 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업은 창의성 있는 한복 디자이너들과 한류 문화예술인이 협업해 한복의 매력을 국제사회에 홍보하고 한복의 해외 판로 개척에 동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작년에는 브레이브걸스와 다크비 등이 참여했습니다. 당시 개발된 한복의 디지털 패션쇼 영상은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에 송출되어 큰 호응을 받았었는데요.
이번 연도에는 김연아가 참여해 향후 공모로 선정된 한복업체 10곳과 직접 한복 상품을 기획하고 홍보 활동에 나서게 됩니다. 문체부는 “올해 사업에 참여하는 김연아 씨는 유니세프 국제 친선 대사로서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며 국내외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있다.”라며 “김연아 씨가 가진 특유의 품격 있는 아름다움이 한복과 만나면 한복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개발될 한복들은 김연아를 위한, 김연아에 의한, 김연아의 한복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7월 1일까지 한류 연계 한복 상품을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는 한복업체를 공모하게 되는데, 이 업체들은 한복의 구성과 요소를 유지하되 김연아의 특성과 기획에 맞춰 최소 6벌의 한복 디자인을 개발해야 합니다. 각 업체는 2,500만 원을 지원받아 한복 온라인 플랫폼인 한복웨이브닷컴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도 판매될 계획인데요. 그런데 김연아 역시 “한복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상품을 새롭게 기획, 개발하고 우리 옷 한복이 가진 가치와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쁘다.”라며 참여 소감을 밝혔는데, 이 문장에서 그녀는 유독 ‘우리 옷 한복’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왜냐하면 최근 중국이 저지르는 한복공정에 대해서 모르지는 않을테니까요.
그동안 중국인 기자의 무개념 질문에 불쾌감을 표할 정도로 감정표현에 당당했던 그녀지만, 중국의 문화공정에 대해서 큰 발언을 남기지는 않았습니다. 심지어 중국 인터넷상에서 김연아를 조선족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조차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김연아 선수의 행보를 보면 중국의 한복공정에 정면으로 대응하기로 작정한 듯 보입니다.
지난 4월 30일, 이화여대에서는 명품 브랜드 디올의 ‘2022 F/W 여성 컬렉션’이 한국 최초로 열렸습니다. 한국 최초의 컬렉션이었던 만큼 수많은 셀럽들이 초대되었고, 셀럽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이 입을 수 있는 최대한 우아한 옷을 입고 컬렉션에 등장했죠. 디올의 ‘하우스 앰배서더’로 활약하는 김연아도 모습을 보였는데, 수많은 셀럽 중 단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죠. 그런데 그녀는 상당히 아름답지만, 왠지 모르게 한복 느낌이 물씬 나는 옷을 입었습니다. 피크 자카드 패턴의 스웨터와 플리츠 스커트를 입고 등장했는데 패턴과 모양, 색감이 꼭 한복을 연상케 했죠.
자칫 잘못 소화했다가는 촌스럽다는 표현이 등장할 법도 했지만, 김연아가 입은 한복 드레스는 그녀와 찰떡같이 어울려 엄청난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렇듯 종종 한복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드러내는 김연아지만, 한복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6년,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서울-경기에 거주하는 20·30세대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복 모델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김연아는 이영애에 이은 2위에 선정됐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옷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 것인데요. 이런 한복과의 인연이 이어져 이제 한복은 한국 전통 옷이라고 전 세계에 홍보할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에 김연아가 직접 참여해 홍보하게 되는 겁니다.
예상컨대 이러한 소식이 중국에 전해진다면 반응은 정해져 있습니다. 있는 욕 없는 욕 전부 끌어다가 쌍욕을 퍼부을 것이 확실합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비롯 음지에서, 양지에서 중국은 정부 차원의 한복공정을 쉴 새 없이 시도해 왔습니다. 이런 중국의 어이없는 행보에 많은 스타들이 대응해 왔죠. 대표적으로 BTS의 슈가가 있습니다. 슈가는 지난 2020년 5월, ‘대취타’라는 믹스테이프를 공개하면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는데, 당시 그는 조선시대 궁궐을 배경으로 한국의 전통 음악 ‘대취타’를 활용했습니다. 대취타에 대해서는 지난 영상에서 한번 다룬 적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시청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하루 만에 2,000만 회를 기록하더니 2년이 지난 현재 조회수는 무려 3.7억 회입니다. 그런데 2년 가까이 지난 올해 2월 8일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곤룡포를 입은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3억 회를 넘어섰다는 자축의 의미일 수도 있지만, 업로드 시기가 절묘했습니다. 4일 전에 개최된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중국이 조선족에게 한복을 입히고 등장시켰기 때문이죠. 팬들은 “슈가가 한복이 한국 전통의상임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업로드했다.”라고 분석했죠. 곤룡포가 아니어도 그가 업로드할 수 있는 멋진 의상은 얼마든지 있을테니까요.
그런가 하면 직접 ‘한복은 한국 옷’이라고 외치는 스타들도 있습니다. 그룹 IOI 출신의 청하는 팬들과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한복은 우리나라 전통의상”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한복을 콘셉트로 한번 무대를 해서 우리나라의 예쁜 문화를 공유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미국대사도 올라탔습니다.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슈가가 곤룡포를 올린 날, “한국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김치, K-POP, K-드라마, 한복은 말할 것도 없죠.”라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게시글에는 ‘한국의 원조 한복’이라는 의미의 영문 해시태그를 달았고, 주한 미국 대사관 공식 트위터가 이를 리트윗했죠.
당시 주한 중국대사관은 “전통문화는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으로 이른바 문화공정, 문화 약탈이라는 말은 전혀 성립될 수 없다.”면서 “중국 측은 한국의 역사, 문화, 전통을 존중하며 한국 측도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각 민족 인민들의 감정을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연예인들이 중국의 한복공정에 분노해 글로, 영상으로, 인터뷰로 ‘한복은 한국 전통의상’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김연아가 문체부와 함께 진행하는 행사는 급이 다릅니다.
한국 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한복 알리기 프로젝트로 볼 수 있는데, 이 국가적인 프로젝트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피겨 스케이터로 남은 김연아가 합류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직접 한복을 개발하고, 한복을 착용하고, 홍보 활동에 나서는 만큼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죠. 여전히 그녀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 전 세계 수억 명의 팬들이 그녀가 한복을 입은 모습을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한복은 한국 고유의 전통복이라는 공식이 머리에 새겨지는 겁니다.
그리고 죽어도 한복을 빼앗기기 싫어 치졸한 방식으로 우겨왔던 중국인 13억 명은 의문의 1패를 당하게 되는 것이죠. 사실 우리는 현재 전 세계 모든 팬들을 거느린 BTS나 블랙핑크에게 ‘왜 한복을 한국 옷이라고 홍보하지 않느냐?’라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오만방자하고 치졸한 행태에 우리가 분노하는 것처럼 저 유명한 K-POP 아이돌들도 동참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주기를 바라고 있죠.
그러나 타인에 의한 강요는 아무런 효과가 없어, 언젠가 큰 목소리로 발언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김연아의 행보는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을 기점으로 전 세계인들의 뇌리에도 ‘한복=한국’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게 될까요? 디씨멘터리에서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 채널에서 다뤘으면 좋겠는 뉴스 또는 널리 알려줬으면 하는 영상은 디씨멘터리 네이버 닷컴으로 보내주시면 소중히 제작하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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