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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 영웅 박항서 감독 사퇴 기자회견에서 나온 충격 발언 ‘베트남 최악입니다’

누군가는 그 사람 덕분에 행복하지만 그 사람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이보다 못한 동행은 없을 겁니다.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국민들이 그러했습니다.

최근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에게 또 한 번의 우승을 안겨준 후 사퇴를 선언했고, 기자회견장에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쏟아냈는데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5월 23일 새벽에 펼쳐진 토트넘과 노리치 시티의 38라운드 마지막 경기에는 유난히 많은 한국 언론과 네티즌들의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사상 최초 아시아 선수의 EPL 득점왕을 기대하는 언론들 덕분에 축잘알이든 축알못이든 22일은 손흥민 선수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느라, 23일은 득점왕에 등극한 그 골을 찾아보느라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그런데 이 축제와도 같은 날을 마음껏 즐기지 못한 인물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박항서 감독입니다. 5월 22일 박항서 감독은 자신이 맡은 국가대표팀을 데리고 마지막 경기를 치러야 했으니까요.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 경기장에서는 2021 동남아시안게임(SEA) 축구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베트남 대표팀과 태국의 결승전은 그야말로 전쟁이었죠.

이 경기에는 많은 것이 걸렸습니다. 우선 베트남 대표팀은 2019년에 열린 직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2연패라는 기적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1959년 월남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해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험은 있지만, 연속으로 우승할 경우 그것은 최초의 기록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모든 베트남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여기에 2017년부터 대표팀을 지휘하던 박항서 감독이 이 경기 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박항서 감독이 떠나면 또 언제 우승이라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에 경기 3시간 전부터 경기장 안팎은 빨간 티셔츠에 노란색 별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팬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베트남의 1:0 승리. 이번 경기 관람석에 베트남 정치 서열 2, 3, 4위가 전부 있었는데, 결승 골이 터지는 순간 전부 일어나 환호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SEA 2연패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 역사에서 가장 큰 전설이라는 찬사를 받았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박항서 감독은 고생한 코치진과 기쁨을 나누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선수들은 그를 헹가래 치며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베트남 거리는 축구 팬으로 가득 찼고, 그 사이사이에서 태극기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사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 남긴 기록은 어마어마합니다. 2017년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면서 23세 이하 대표팀도 함께 지도하게 됐는데, 양 팀에서 전부 성과를 냈습니다. 박 감독이 부임하기 전 같은 대회에서 베트남은 태국과 총 4번의 결승전을 치렀는데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베트남은 경기 내내 태국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고, 마침내 경기 종료 7분을 앞두고 결승 골을 터트리며 그대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야말로 ‘박항서 매직’이 발휘되는 순간이었죠. 같은 대회 2연패라는 기적을 썼습니다.

박항서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는 순간 역사는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 23세 이하 AFC 챔피언십에서는 베트남의 역대 첫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8년 스즈키컵 우승, 2018년 아시안게임 4강 진출, 2019년 아시안컵 본선 8강 진출, 사상 첫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까지 그가 걸어온 모든 길이 역사가 됐습니다.

하지만 대회 2연패라는 기쁨도 잠시 베트남 국민들은 한숨을 내쉬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박항서 감독이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23세 이하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공오균 감독에게 물려주기 때문입니다.

이제 성인 대표팀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그는 기자회견에서 작정한 듯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우선 ‘지난 동남아시안게임 필리핀 대회에서 60년 만에 우승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했다. 이번 대회가 베트남에서 개최됐기 때문에 미디어도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내게는 마지막 대회였고 남다른 각오로 임했다. 2연패를 자랑스럽게 느낀다‘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러고는 사실 준비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2017년 부임하면서 성인 대표 팀과 23세 이하 대표 팀을 동시에 맡았는데, 두 팀을 지휘하다 보니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전담 지도자가 없어 대회 때마다 선수와 함께 코치도 차출해야 하다 보니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죠. 그러면서 베트남 축구계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점도 짚었습니다.

그는 ‘베트남에는 프로축구팀이 많지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정부, 협회 관계자들에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더라도 선수 육성은 반드시 시스템을 통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내가 모르는 문제가 있는 듯하다‘라고 꼬집었죠. 그는 한국에 있을 때 유소년 정책 등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런 제도 덕분에 선수들이 등장했고 육성 정책이 없으면 선수를 키울 수 없습니다.

현재 베트남 정부와 축구협회, 국민들은 하나같이 차기 또는 차차기 월드컵 진출을 노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박항서 감독은 ‘시스템에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보완할 생각은 없고 목표만 세운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베트남이 아직 축구 선진국이 아닌 관계로, 다양한 시스템 문제가 있지만 박항서 감독 부임 이후로 베트남에서 부는 축구 한류는 무서운 수준입니다.

베트남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동남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고, 스즈키컵 우승을 가져오고, 아시안게임 4강에 사상 첫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까지. 눈에 띄는 성과가 있을 때마다 국민들은 오토바이와 부부젤라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태극기가 등장했죠.

박항서 전 감독 역시 ‘내가 베트남에 온 이후로 한류 축구 열기가 붙었다. 나는 축구를 통해 한국 국민에 대한 인상이나 위상을 높일 수 있고, 국가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타국에서 일하면서 내 조국 국기를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함이 생긴다’라고 말하죠.

어쨌든 국민들이 좋아하는 만큼 베트남 축구 협회 역시 한국인 감독이 남긴 성과를 그냥 무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박항서 감독의 후임으로 한국의 공오균 감독을 낙점한 것이죠. 공 감독은 지난 4월 5일 23세 이하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공식 부임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이번 우승을 차지한 동남아시안 게임까지 박항서 감독이 지휘하고, 이후 감독으로 취임하게 됐죠. 크게 이름을 알린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공 감독은 베트남 축구 협회가 직접 뽑았습니다.

우선 A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 팀을 동시에 지휘하며 팀을 이끈 박항서 감독의 부담을 줄이고, 대표팀을 각각 관리하면서 각 팀에 맞는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었죠.

축구협회는 적임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현재 A대표팀을 맡은 박 감독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한국인 지원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했습니다.

이 중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 인도네시아 대표팀 수석 코치 경험 덕분에 동남아시아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20세 이하 한국대표팀을 맡아 FIFA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했던 공 감독의 경력을 높이 사 최종적으로 선택했죠. 앞으로 공 감독 체제에서 베트남이 어떤 성과를 낼지 상당히 기대됩니다.

한편 현재 박항서 베트남 A대표팀 감독, 공오균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포함, 동남아시아에는 그야말로 한국인 감독 모시기 열풍입니다.

박항서 감독의 성과를 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한국인 지도자의 능력을 눈여겨봤고, 2019년 10월에는 신태용 전 대표팀 감독이 인도네시아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습니다. 그는 부임 몇 개월 만에 인도네시아를 AFF 챔피언십 준우승에 올려놓으면서 인도네시아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죠. 베트남이 우승을 차지한 동남아시안 게임에서도 인도네시아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말레이시아를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역시 김판곤 전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을 감독으로 모셨습니다. 2010년대 홍콩 축구 대표 팀을 맡았으나 말레이시아가 그의 경력을 눈여겨보며 끈질기게 구애를 보냈고, 결국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김도훈 전 울산 현대 감독이 ‘라이언시티 세일러스’라는 팀을 맡아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무려 18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팬들 사이에서 그는 영웅으로 불리고 있죠.

한국인 지도자가 외국 대표팀을 맡는다는 것은 좋은 현상입니다. 그들의 능력을 인정받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자연스레 국민들의 지지가 있을 것이고, 이러한 인적 자원이 또 다른 한류를 촉발하게 되지 않을까요?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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