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콘텐츠로 건너뛰기

무시해서 죄송합니다… 후진국이라며 한국 못 믿겠다던 프랑스가 냅다 사과한 이유

서래마을 프랑스 부부 서래마을 프랑스 서래마을 쿠르조

안녕하세요. 재미주의입니다. 2006년 7월 23일 서울 소재 방배경찰서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냉동실에 아기가 들어있어요’ 이것은 대한민국과 프랑스를 발칵 뒤집은 ‘서래마을 영아 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서울시 서초구 서래마을에 있는 한 고급 빌라에 거주하고 있던 프랑스인 쿠르조 씨는 23일 오전 11시쯤 택배로 받은 냉동식품을 정리하기 위해 자신의 집 냉동실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냉동실의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칸에 검은 봉지가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이게 뭐지, 봉지 안을 확인하던 쿠르조 씨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습니다. 봉지 속에 있던 것은 탯줄이 아직 달린 채 얼어 있는 영아의 시신이었습니다. 1구도 아닌 2구의 영아 시신이 그의 집 냉동고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서래마을 프랑스 부부 서래마을 프랑스 서래마을 쿠르조

쿠르조 씨의 신고로 충격적인 영아 유기 사건이 수면 위로 떠 오르게 되었고, 한국은 물론 프랑스도 충격에 빠졌습니다. 곧바로 사건 조사를 시작한 경찰은 영아를 발견한 쿠르조 씨 가족의 DNA를 채취해서 국과수에 의뢰했지만 그들을 용의선상에 두지는 않았습니다.

발견 당시 쿠르조 씨의 가족은 한 달 전부터 집을 떠나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6월 말부터 두 달간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였는데요. 그러던 중 쿠르조 씨는 회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7월 18일 홀로 한국에 입국했다가 영아를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최초 발견자이자 신고자였고 가족들이 경찰 조사에 순순히 응한 데다 쿠르조 씨의 신분이 너무나 확실했기 때문인데요. (외국계 자동차 부품기업 임원)

서래마을 프랑스 부부 서래마을 프랑스 서래마을 쿠르조

결정적으로 쿠르조 씨의 부인 베로니크 씨가 2003년 12월 급성 패혈증으로 자궁 적출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 당시에 용의자로 올랐던 것은 쿠르조 씨 가족 외에 집 카드기를 소지한 프랑스인 친구 A 씨와 가정부 B 씨였습니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모두 본국에 체류 중이었습니다.

프랑스 친구의 소재는 파악되었지만 가정부 B 씨는 8월 말까지 필리핀에서 머물고 오겠다고 말하며 떠난 뒤였기 때문에 소재가 불분명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가정부의 소재를 추적하며 냉동실과 집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아주 이상한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시신이 발견된 집에서 출산 또한 이루어진 흔적이 발견된 것이죠.

서래마을 프랑스 부부 서래마을 프랑스 서래마을 쿠르조

화장실과 베란다 그리고 거실에서 발견된 희미한 혈흔, 갓난아기를 감쌌던 것으로 추정되는 수건, 영아가 담겨 있던 봉지도 가정 내에서 사용되고 있던 봉지였습니다. 경찰은 수건에서 발견한 영아의 모발을 가지고 국과수에 추가로 DNA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주변 이웃들에게 이런 진술이 나왔습니다. ’13일 정오에 10대 백인 소녀가 집 앞을 서성이는 것을 보았다’ 지금까지 나온 사항들을 조합해 보자면 ‘낯선 소녀가 쿠르조 씨의 집에 침입해 아이를 출산하고 냉동고에 유기했다‘가 되는데요. 경찰은 곧바로 인근 프랑스 학교와 산부인과를 탐문 수색했습니다.

서래마을 프랑스 부부 서래마을 프랑스 서래마을 쿠르조

이렇게 수사가 진행될수록 이상하게 용의자의 범위가 넓어지는 느낌이었는데요. 그런데 국과수에 의뢰한 DNA 검사 결과가 나오며 사건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DNA 검사 결과 두 영아의 아버지가 밝혀진 것인데요. 바로 최초의 발견자이자 신고자인 쿠르조 씨.

사실이 공개되며 대한민국은 물론 프랑스까지 발칵 뒤집혔습니다. 신고자인 쿠르조 씨가 아버지라니. 그럼 이번 사건은 자작극인가 아니면 치정극인가, 반전 상황에 충격받은 사람들은 다양한 추측을 내어놓았는데요.

서래마을 프랑스 부부 서래마을 프랑스 서래마을 쿠르조

그런데 이 결과로 인해 가장 충격받은 사람은 신고자 쿠르조 씨 본인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영아들이 자신의 아이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기 때문입니다. 쿠르조 씨의 이런 반응 때문에 경찰과 국민들은 더욱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하루빨리 이 아이들, 어머니를 찾아야만 했는데요. 일단 쿠르조 씨의 부인, 베로니크 씨를 제외하고. 용의선상에 올랐던 여성과 아이의 친자 여부를 검사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친자 관계 불일치. 이제 남은 사람은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부인뿐이었는데요.

서래마을 프랑스 부부 서래마을 프랑스 서래마을 쿠르조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던 부인의 당장 샘플을 채취하기 어려우니 일단 일상 용품에서 채취해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검사 결과 친자 관계 일치. 좀 더 확실하기 위해 경찰은 그녀가 자궁을 적출했다는 산부인과에 찾아가 생체 조직을 입수해 한 번 더 친자 관계를 검사했습니다. 역시나 친자 관계, 일치. 이로써 냉동고 속에 유기되어 있던 영아의 부모는 신고자인 쿠르조 씨 부부로 밝혀진 것입니다.

서래마을 프랑스 부부 서래마을 프랑스 서래마을 쿠르조

경찰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대한민국과 프랑스 모두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진짜 황당한 일은 이 뒤부터 벌어졌습니다. 쿠르조 부부가 범행을 부인하며 프랑스 현지에서 기자회견까지 연 것입니다.

‘한국 수사 당국의 DNA 분석 결과를 믿을 수 없다’ 단순히 ‘우리는 범행을 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한국의 기술력을 믿을 수 없다는,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인데요. 더 황당한 것은 쿠르조 부부뿐만 아니라 프랑스 사법 당국에서도 한국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는 것입니다.

서래마을 프랑스 부부 서래마을 프랑스 서래마을 쿠르조

‘한국 경찰은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쿠르조를 깎아내리는 못된 취향이 있다’ ‘쿠르조가 진짜 유죄라면 왜 스스로 경찰을 불렀겠냐’ ‘쿠르조가 아버지일 수는 있겠지만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해친 것인지 어찌 아는가’ ‘한국 같은 나라가 무슨 DNA 분석을 해’라는 뉘앙스를 팍팍 풍긴 것인데요.

이렇게 프랑스가 한국의 조사 결과에 반박하는 반응을 보이자 이제 한국과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방송사 ABC에서도 이 사건을 다룰 정도였는데요. 한국에서는 이렇게 대놓고 우리 기술력을 무시하는 프랑스의 태도에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서래마을 프랑스 부부 서래마을 프랑스 서래마을 쿠르조

그런데 이 분노가 한순간 싹 가라앉는 일이 벌어졌는데요. 프랑스 언론들에게서 이런 기사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왜 아무도 사실을 보지 않았을까. 우리 모두는 눈이 멀었었다. 한국의 전문가들이 입증한 사실을 우리는 이해하지 않았다. 우리는 한 달간 한국을 깔보며 거만하게 대했다. 프랑스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프랑스는 여전히 인종차별주의자고 식민주의자이다’

프랑스 언론이 프랑스를 맹렬히 비난하고 한국에게 반성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했기 때문인데요. 그들 입장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바뀐 이유는 프랑스 수사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서래마을 프랑스 부부 서래마을 프랑스 서래마을 쿠르조

한국을 믿지 못하겠다던 프랑스가 직접 DNA 분석을 한 결과 쿠르조 부부와 영아의 친자 관계는 일치. 상황이 이렇게 되고 나니 쿠르조 씨의 부인 베로니크는 프랑스 경찰에게 자신의 범죄를 시인했다고 합니다. 남편 몰래 단독으로 벌인 범행이라고 했는데요.

사람들은 어떻게 남편이 공범이 아닐 수가 있냐며 쿠르조 씨도 의심했지만, 조사 결과 베로니크 씨는 임신 거부라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고 그로 인해 가족들은 물론, 주변인이 봤을 때도 임신했다는 걸 알 수 없을 만큼 신체 변화가 적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2002년과 2003년 두 차례 가족들 몰래 자택에서 자녀를 출산한 뒤 냉동고에 유기했다고 합니다.

서래마을 프랑스 부부 서래마을 프랑스 서래마을 쿠르조

그리고 프랑스 경찰의 추가 조사 결과 더욱 끔찍한 사실도 들어왔는데요. 그녀가 1999년에도 한 아이를 출산한 후 벽난로에 태워서 유기했다는 것입니다. 세 명의 아이를 끔찍하게 유기한 그녀에게 당연히 무기징역이 내려질 줄 알았지만 프랑스 법원은 그녀가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최종 징역 8년을 구형했습니다. 지금은 사건과 관련해서 언론과 인터뷰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고 4년 만에 가석방된 상태라고 합니다.

서래마을 프랑스 부부 서래마을 프랑스 서래마을 쿠르조

한국에서 벌어진 너무나 끔찍한 사건이었지만 이 사건은 의외의 효과도 불러왔는데요. 처음에 한국의 기술력을 믿지 못하겠다며 크게 반발하다 프랑스의 태도에 사건이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게 되었고, 이후 프랑스가 자체 수사를 한 뒤 한국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도 덩달아 세계적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한국의 DNA 분석력과 과학 수사의 영역이 국제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발전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은 좋지만 두 번 다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이런 끔찍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재미주의였습니다.

 


YouText의 콘텐츠는 이렇게 만들어 집니다.

유텍스트 YouText 글로 읽는 동영상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