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때 아동 계몽서인 ‘증광현문’에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친형제를 떠나지 않고, 싸움터에 나가려면 부자 병사를 가르쳐야 한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고대로부터 가정과 국가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중국의 특수한 애국 정서인 ‘가국감정’은 시진핑 시대에 들어 국가와 사회, 개인의 가치요구를 하나로 융합하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과 상호 호응하면서 과도한 애국주의 열풍이라는 모습으로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올해 2월 시청률 30%를 넘기면서 볼 사람은 다 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광표’는 한 생선 도매상이 범죄 조직의 보스로 성장하지만, 중국 당국이 검거에 나서면서 추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현 정부가 20년 만에 부패조직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시종일관 강조합니다. 왜 그럴까요? 제작 과정 전반에서 중앙정치법률위원회의 지도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중앙정치법률위원회는 중국의 경찰, 검찰, 법원까지 총괄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곳으로 좋게 말의 지도지, 사실상 검열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부를 홍보하는 이른바 시진핑 주석을 찬양하는 드라마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중국의 애국주의 콘텐츠에 물든 중국의 젊은 세대들 앞에서 만약 자신의 조국인 중국을 비하하거나 타국이 중국보다 낫다고 말한다면 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요즘 중국의 각 플랫폼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를 조금이라도 칭찬하거나 배울 점이 있다는 글이나 기사가 나오면 이른바 중뽕에 과도하게 도취한 이들에게 집단으로 비판을 받기 일쑤입니다. 이렇게 다른 나라에 대한 칭찬이나 배울 점이 있다는 발언으로 나락으로 떨어진 중국 지식인들이 한둘이 아니며 여기에는 일반인들도 모두 비판의 대상에 포함됩니다.
중국에서는 토크쇼 방송이 상당한 인기를 얻는데요. 이러다 보니 최근에는 소극장에서 진행되는 각종 코미디 토크쇼도 덩달아 인기입니다. 리하우스, 일명 하우스로 불리는 그는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젊은 토크쇼 배우입니다.
그런데 최근 그가 토크쇼에서 한 발언으로 인해 현재 중국이 부들부들 중인데요. 그가 토크쇼에서 마지막에 ‘태도가 우량하면, 전쟁에서 승리한다!’라는 발언은 2013년 시진핑 주석이 강군을 육성하자며 사용한 말로 이후 이는 중국인민해방군의 수식어가 된 말입니다. 결국 강아지 2마리를 인민군에게 비유한 꼴이 된 것입니다.
당장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은 그가 신성한 인민 해방군을 모독했다며 이는 위대한 중국을 비하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하고 나섰고 결국 열받은 중국 당국은 소속사와 개인에게 모두 28억의 벌금을 부과하는 금융 치료와 더불어 공안 당국의 수사까지 받게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인이나 외국인들을 칭찬하거나 우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중국에서는 외국의 것을 맹목적으로 숭배한다고 무차별적인 비난을 가하는데요. 중국 심천의 한 지하철 내부에서 보안요원이 승객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유는 지하철 보안요원이 앉아 있던 중국인 남성 승객에게 옆에 서 있는 외국인 여행객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을 요구했고 그 승객은 거절했기 때문인데요. 그러자 그 보안 요원이 승객과 말다툼을 벌인 것입니다.
영상 속 승객은 역무원이 자신에게 무조건 외국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고 역무원은 외국인 승객이 다리가 불편해보여 자리 양보를 부탁한 것뿐이라며 각자 다른 주장을 했지만, 이 영상이 중국 온라인에 퍼지면서 역무원은 결국 비난의 대상이 되었으며 직위에서 물러났다는 말이 돌기도 했습니다.
이런 중국 내 분위기에서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는데요. ‘콰이쇼우’는 중국판 틱톡인 도우인의 최대 라이벌 플랫폼으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주로 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아프리카 방송과 유사한 플랫폼입니다. 주로 이 플랫폼에서 라방을 주로 하는 얼뤼는 2023년 기준 구독자가 4천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거의 우리나라 인구 전체를 팬으로 두고 있다는 말인데 그만큼 중국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막강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개그캐인데 그가 지난 5월 17일 한 방송이 현재 중국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라이브 방송에서 한국인 여성 게스트가 출연했고, 게스트와 함께 대한민국 만세를 외쳐 중국인들이 난리가 난 것입니다.
이 영상은 편집본이 나와 중국의 대형 플랫폼에 막 뿌려지고 있는데요. 지난 5월 17일 왕이 뉴스는 중국의 슈퍼 인플루언서가 온라인 생방송 도중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4천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얼뤼가 한국의 게스트와 함께한 이 방송은 방송 당일 수십만 명이 접속하여 보고 있었는데 그런 방송에서 ‘대한민국 대단하다, 대한민국 만세!’를 외친 얼뤼의 이런 행태는 자국을 무시하고 타국을 숭배하는 전형적인 매국노의 모습으로 그의 방송과 관련된 모든 계정과 영상들은 법의 처분을 받아 전부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웨이보는 현재 이 영상을 메인 화면에 올려놔 버렸고 다른 플랫폼에도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해당 소식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저거 대한민국 만세 영상 그대로 신고해서 더 이상 온라인에서 활동 못 하게 만듭시다.’, ‘저런 라이브 방송하는 사람들, 제정신인가? 돈만 보고 관리·감독은 안되니 저런 대한민국 만세 같은 정신 나간 소리나 하고 있지.’,
‘CCTV, 인민일보, 팽배, 홍성까지 모두 얼뤼의 대한민국 대단하다, 대한민국 만세 관련 소식 보도하고 있음. 이 영상이 만약 한국으로 퍼진다면 그러면 진짜 중국인 얼굴에 먹칠한 건데 어쩌냐?’, ‘한국으로 이민 가라고 건의하고 싶네. 누가 보면 저 사람, 한국 사람인 줄 알겠어.’
‘참 비참한 일이다.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저런 라이브 방송 단속 확실해야 해.’, ‘저 사람 진짜 엄하게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한국에서 만약 누가 라이브 방송에서 중국 만세라고 외쳤다면 아마 한국 사람들이 그 사람을 저세상으로 보냈을 겁니다. 그런데 중국인들만 이렇게 무감각하게 있으니 이거 정말 비참한 일이 아닌가요?’,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구나. 저런 애가 4천만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니… 아예 한국에 가서 라방하지 그러냐?’
중국 정부가 내셔널리즘을 통치 정당성 확보에 이용하면서도 그것이 자신의 통제를 넘어 분출하는 것에 대해 갖는 경계심, 그것이 바로 중국 당국의 딜레마일 것입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애국주의에 근거한 정치는 자칫 중국의 자충수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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