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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 [파친코]가 실화라고? 일본 재계 7위, 재일 교포의 성공 스토리

최근 애플TV+에서 <파친코>라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공개했는데요. 그 여파가 대단합니다. 해외 언론에서는 연일 명작, 수작, 걸작 등의 극찬을 쏟아내고 있어요. 시청자들의 반응도 대단합니다. 다만 일본 내에서는 ‘완전히 허구, 사기’라든지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상반되는 반응이 쏟아지는 것일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재미 교포, 재일 교포, 재중 교민 등 외국에 사는 한국인을 부르는 다양한 표현이 있습니다. 그중 ‘교포’라는 단어는 다른 나라에 정착해서 그 나라 국민으로서 법적 지위를 가진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 단어는 서러움과 아픔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더부살이. 즉 남의 집에 얹혀산다는 의미인데요. 그 사회의 주류가 되지 못하고 얹혀산다는 서러운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교포 중에서도 한국인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은 바로 재일 교포입니다.

재일 교포라는 용어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익숙하게 접하는 용어인데요. 그들이 일본에서 살며 겪는 편견이나 차별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군은 엄청난 수의 조선인을 속여 군대와 군수 공장, 혹은 해외로 데려갔습니다. 1945년 일본이 전쟁에서 패배했으나 다양한 이유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은 일본에 터를 잡을 수밖에 없었고, 남은 생을 일본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그들 그리고 그들의 후손을 재일 교포라고 부르게 되었죠. 이들은 한국인이면서 일본에 산다는 이유로 한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일본인이면서 일본인으로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조센징이라 불리며 온갖 멸시와 따돌림을 이겨 내고 있습니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모호한 정체성은 어린 시절부터 그들에게 혼란을 불러왔습니다. 그래서 많은 재일 교포들이 차별을 피해 재일 교포임을 숨기거나, 정상적인 사회로 진입하지 못하고 어두운 길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재일 교포 2세, 3세가 일본 사회에 완전히 녹아들기 시작했지만, 이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합니다.

일본에서 대학을 나오고 유학을 다녀와도 재일 교포는 교사와 경찰, 간호사 등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17년, 재미 교포 이민진 씨는 미국에서 <파칭코>라는 소설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발간 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천하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되는 등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7살 때 미국에 이민을 떠난 이민진 작가는 일본계 남편이 도쿄로 발령이 나면서 4년간 도쿄에서 생활했는데요. 도쿄 거주 당시 재일 교포 수십 명을 인터뷰했다고 합니다. 이 소설이 나오게 된 배경이죠. 이 소설은 무려 30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파칭코>는 1910년대 일제 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자의 길고 긴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차별과 가난을 이겨내고 일본에 뿌리내린 재일 교포의 삶을 세심하게 조명합니다.

이 소설을 아주 감명 깊게 본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아이폰을 세상에 공개한 애플. 원래 애플은 아이팟, 아이맥 및 아이폰 등의 전자 제품을 만드는 회사이지만 최근 OTT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직접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판매하겠다는 것이죠.

초기 OTT 시장을 만든 것은 넷플릭스였습니다. 1998년 DVD 대여 사업으로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DVD를 매장 없이 우편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로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이후 2007년부터 미국에서 온라인 동영상 제공 서비스를 시작하더니 2013년부터 자신들이 직접 투자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합니다. 매달 들어오는 구독료를 기반으로 괜찮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하면 꾸준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지속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했죠.

애플이 OTT 시장에 진출하게 된 것도 넷플릭스의 영향이 큽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를 강타한 오징어 게임이나 킹덤,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전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이렇게 넷플릭스가 큰 성공을 거두자 아마존, 디즈니를 포함해 애플까지 OTT 시장에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애플TV+라는 이름으로 OTT 시장에 진출한 애플은 마땅한 오리지널 시리즈가 없어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그때 마침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알게 됩니다. 애플TV+는 바로 이민진 작가에게 연락해 <파친코> 판권을 사들입니다. 그리고 이를 8부작 드라마로 제작하기 위해 1,000억 원을 투자했죠. 출연진 역시 대단합니다. 지난해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는 직접 오디션을 본 후 캐스팅됐고, 뒤이어 이민호·정은채·정웅인 등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이 합류하게 됩니다.

그리고 3월 25일, 애플은 애플 대한민국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파친코>의 첫 에피소드 전체를 공개합니다. 3월 29일 기준, 이 영상은 무려 조회수 556만 회를 기록할 만큼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애플TV+에게 있어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가 되는 게 아니냐는 기분 좋은 예측을 내놓을 정도였죠.

이 작품은 소설로도 큰 인기를 끈 덕분에 영상 공개 전부터 언론의 무한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영국 BBC는 <파친코>를 두고 ‘눈부신 한국의 서사시’라고 표현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파친코>는 애플에서 지금까지 나온 것 중 최고의 쇼’라고 극찬했으며 대표적인 비평 사이트로 유명한 로튼 토마토에서는 100점에 가까운 평점을 기록했습니다. 미국의 더 할리우드 리포터는 ‘강렬하게 마음을 뒤흔드는,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죠.

<파친코>는 파친코를 운영하는 아들 집에 사는 ‘선자(윤여정)’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됩니다. 파친코는 재일 교포에게 상당히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일본에 사는 재일 교포는 정상적인 사회로의 진입이 상당히 어려운데요. 그렇게 밀려난 이들이 가장 쉽게 진출한 곳이 파친코 사업이라고 합니다. 파친코는 일본의 국민 오락을 말합니다. 도박이 불법인 일본에서 파친코는 카지노로 분류되지 않아 합법적으로 운영되는데요. 방식은 간단합니다. 기계에 구슬을 튕겨 넣은 후 화면에 뜬 그림의 짝이 맞으면 당첨금을 받습니다.

단순한 게임이지만 제2차 세계 대전 패망 후 많은 걸 잃은 일본인들이 허탈함과 허전함을 파친코 기계에 쏟아 넣으면서 파친코 붐이 일었습니다. 게임에 사용되는 쇠 구슬도 전쟁 후 군수 물자인 베어링을 재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죠. 일본인이 파친코에 열중한 이유는 게임에 빠진 그 순간만큼은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구슬이 구멍에 들어가고 그림의 짝이 맞았을 때 구슬이 좌르륵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며 불안을 떨쳐냈다고 하죠.

재일 교포 중 파친코 경영자는 약 70%가량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본인들은 파친코를 좋아하지만, 사업으로는 꺼리는 편입니다. 어두컴컴하고 음산한 곳에서 벌어지는 도박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에요.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도 쉽지 않아 재일 교포가 가장 쉽게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된 것이죠.

그런데 재일 교포 중 이 파친코 사업으로 일본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랐던 전설 같은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마루한’이라는 파친코 회사 창업주인 한창우, 일본명 한찬우입니다. 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가 모티브로 삼은 인물이 바로 한창우 대표입니다. 그의 인생 역전 스토리를 듣고 소설을 구상했다고 하죠.

원래 파친코는 한국의 오락실처럼 음산한 분위기였는데, 이를 양지로 끌어낸 인물이기도 합니다. 김연아 선수의 팬이라면 선수 시절 그녀의 경기장 광고판에 등장하던 단골 간판 ‘마루한’을 기억하실 겁니다.

마루한은 파친코 게임에서 사용되는 구슬을 뜻하는 일본어 ‘마루’와 한창우 회장의 ‘한’을 합쳐 만든 이름입니다. 그는 일본 내에서 가장 큰 파친코 그룹의 대표이자 한때 일본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랐던 전설적인 재일 교포입니다. 현재는 35위로 하락했는데요. 이는 일본 내에서 파친코 산업이 전체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어떻게 일본에서 파친코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요?

1930년 12월 17일 경남 사천에서 태어난 그는 대한민국이 광복을 맞이한 후 2달 뒤 일본행 밀항선을 탔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강제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갔다가 정착한 큰 형의 권유를 따라간 것이지요. 그는 큰 인물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떠났습니다.

그는 조센징이라는 멸시와 가난함을 이겨내고 미친 듯이 공부한 끝에 명문 대학으로 통하는 도쿄 호세이 대학 경제 학부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졸업 후 취업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당시 일본인 졸업생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마당에 한국 국적인 그가 취업할 수 있는 곳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매형이 미네야마라는 소도시에서 운영하던 파친코 점포를 맡게 됩니다. 1952년부터 그와 파친코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죠.

한국으로 돌아가는 매형에게서 점포를 인수한 후 그는 26살이 되던 해에 ‘마루한‘을 설립합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파친코 기계의 승률을 조금 더 높였습니다. 잘 터진다는 소문을 내기 위함이었죠. 소문이 돌고 손님이 늘기 시작하자 20대에 불과하던 기계는 40대로 늘었고, 지속해서 사업을 확장한 그는 32살 때 빌딩을 지어 파친코 기계를 150대까지 늘립니다.

그는 볼링 사업에도 손을 댔다가 1,200억 원이라는 빚을 지고 손을 털기도 했는데요. 불과 10년 만에 이 빚을 모두 청산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꺠닫죠. 비즈니스 관점에서 10가지 일을 평균치로 잘하는 것보다는 한 가지 일을 남들보다 10배 더 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그래서 그는 파친코 분야에서 마스터가 되기로 했고, 끝없는 공부를 이어 갔습니다. 볼링 사업이 망한 후 그는 망해가는 파친코 점포를 인수해 키우고 그 과정을 반복하며 파친코 사업의 마스터가 되어 갔습니다. 모든 사업이 그러하듯 점포 한 곳을 아주 잘 운영하는 사람은 다른 점포 또한 빠른 속도로 늘릴 수 있죠.

이에 따라 어느 순간부터 그의 수익은 J자형으로 수직 상승하게 됩니다. 그가 10년 만에 1,200억 원을 모두 갚은 것도 모두 이 때문이죠. 그는 1994년까지 지방에서 파친코 사업을 하다 이듬해에 도쿄에 진출하게 됩니다. 의도적으로 도쿄 최고 번화가인 시부야의 7층 건물 중 6개 층에 매머드 점포를 개설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그의 사업이 기업화된 것입니다.

그의 도쿄점 오픈은 일본 언론에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연일 언론을 중심으로 그의 도쿄 파친코가 대서특필 되었는데요. 이때부터 한창우 회장의 인식에 변화가 생깁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분위기의 파친코 게임을 양지로 끌어올린 것이 한 회장이었죠.

한창우 회장은 일본 파친코가 부정적인 도박장 이미지에서 벗어나 현대화된 건전 레저 문화 쪽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모든 수익과 지출을 실시간 단위로 전산 처리해 일본 세무 당국에 제출하며 파친코의 부정적 이미지를 제거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2004년, 마루한은 1년 매출 13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장기 불황에 빠졌지만 마루한은 고도의 성장을 이루어냈고, 최전성기에는 점포 317개에 10만 대 이상의 파친코와 슬롯머신 기계, 종업원 1만 9,600명을 거느린 대기업이 되었습니다. 2015년에는 포브스 선정, 일본 재계 순위 7위로 파친코 업계의 리더가 되었죠.

사실 현재 그는 일본인입니다. 2011년 일본으로 귀화하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일본 굴지의 파친코 창업주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일본 정부에게는 탐탁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앞장서서 그에게 귀화를 권유했죠. 동시에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라는 압박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한국식 이름을 허용하지 않으면 귀화하지 않겠다고 맞섰습니다.

결국 그는 한찬우라는 한국식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일본에서 ‘ㅇ’을 발음할 수 없어 ‘창’ 대신 ‘찬’을 쓴 것입니다. 그는 일본으로 귀화한 것은 사업 성장이나 일본인이 되기 위함이 아니라 당당히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적과 무관하게 그는 자신의 뿌리는 한국임을 잃지 않고 있으며 국적과 민족은 별개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일 교포와 밀접하게 관련된 이 파친코 산업은 최근에 자신이 한국인의 뿌리임을 잃지 않고 있으며 국적과 민족은 별개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일 교포와 밀접하게 관련된 이 파친코 산업은 애플TV+ <파친코>를 통해 재조명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재일 교포들이 겪었던 차별이 수면 위로 떠 올랐고, 그들이 삼켜야 했던 울분이 재조명되었죠.

어쩌면 일본에서 <파친코>를 두고 ‘사기’니 ‘허구’니 하는 것도 그들의 창피한 민낯을 가리고 싶은 심정에서 나오는 반응 같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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