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함은 누구 몫?" 현지 시청자마저 등돌린 중국 '항일드라마'... 이유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반장입니다. 2022년,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영업 적자로 중국 전역에서 절반 이상의 영화관이 문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위드 코로나도 시행했고, 중국 영화계도 살리면서 내수 경기도 회복해야 하기에 중국 당국은 ‘중뽕 영화’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모두 7편의 영화를 올해 음력 설 연휴에 개봉할 예정입니다.

2019년 중뽕 영화의 선구자 ‘오경’을 앞세워 태양계가 소멸할 위기에 빠진 먼 미래를 배경으로, 중국의 주도 아래에 각국이 힘을 모아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으로 한화 약 8,000억을 벌어들인 <유랑지구>의 속편 <유랑지구 2>가 그 선봉장으로 1월 22일 중국에서 개봉합니다.

이번에도 오경이 지구를 없애려는 악의 세력들로부터 중국이 세상을 구하는 스토리로 진행되는데, 유덕화가 아픈 딸을 위해 지구 부활 프로젝트가 아닌 ‘중뽕 영화 부활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됩니다.

중국판 <탑건: 매버릭>이라는 <장공지왕>도 개봉을 기다리는데요. 중국의 엘리트 파일럿들이 각종 훈련과 새로운 전투기를 조종하며 한계에 도전한다는 내용으로, 중국 공군이 최신 스텔스 전투기인 ‘J-20’까지 지원하면서 중국 공군의 위대함을 만천하에 알릴 예정인데요.

2022년 추석 개봉을 한 차례 연기한 이력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중국만 그 위대함을 알 것 같은 행복한 기대감을 갖게 해 주고 있습니다.

영화로 이렇게 중뽕을 투입하는 것처럼 중국 드라마는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약 8년에 걸친 중일전쟁을 소재로 그동안 사골국 우려먹듯 수십 년간 시청자를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뭐든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인데요.

그 정도가 너무 과해 심지어 중국 언론과 시청자조차 드라마 방영을 금지해 달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절대 봐서는 안 되는 5편의 CCTV 항일전쟁 드라마, 안 본 당신의 눈이 승리자!”, “시청자의 아이큐를 능멸하는 방영 금지된 중국의 항일전쟁 드라마들…”

도대체 얼마나 심하면 중국의 언론마저 이런 기사를 내보냈을까요?

전쟁 시작 초기부터 일본에 일방적으로 밀리던 중국이었지만, 드라마들은 한결같이 역사를 왜곡합니다. 드라마에 나온 대로라면 8년 동안 전쟁을 치를 일이 없었겠죠. 하지만 이 정도는 애교에 속합니다.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폭탄 부대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주로 적의 기지에 폭탄을 설치해 폭발시키는 임무를 하는데, 일단 지상에서 총알이 날아와도, 공중에서 전투기가 폭격을 가해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쟁 중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돌아다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게다가 공중에서 적군의 전투기가 폭격하는 것을 보던 팀의 대장이 바위 더미 안에 폭탄을 설치한 후 폭탄을 폭발시키자, 그 돌멩이 파편들이 하늘로 날아가 적군의 전투기를 맞혀 격추시켜버립니다. 그리고 이를 본 동료들과 대원들은 감동에 젖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정말이지 너무 살벌해서 감탄만 나올 따름입니다.

44부작으로 이루어진 <포화 속의 돌진>이라는 이 항일드라마는 전쟁 중인 44부작 내내 주인공의 헤어스타일이 바뀝니다. 게다가 가죽 코트에 선글라스까지 전쟁통이 아니라 무슨 패션쇼에 온 것 같은데요. 그가 가지고 다니는 화포 뒤에는 서양식 의자까지 싣고 다니며 거기에 누워 휴식을 취합니다.

기관총 하나로 적의 탱크는 물론 1개 여단을 혼자 쓸어 버리기도 해 일본군은 그가 나오기만 하면 겁을 먹고 전진을 멈춰버립니다.

<신의 총>이라는 드라마는 이보다 더한 역대급 장면을 보여줍니다. 제목이 <신의 총>인지라 총알을 쏘면 총알이 알아서 휘어 나가 적군을 맞히는데요. 문제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그런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인데, 어떻게 그런 신통한 능력을 갖게 되었을까요?

상관이 총알을 곡선으로 쏘는 방법을 전수해 주고, 이때부터 대원들은 총을 쏠 때마다 전부 손목을 흔들어댑니다. 총알은 곡선형을 그리며 숨어있던 적들을 모두 맞히는 정말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게 되지만, 평점 2.9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를 얻고 쓸쓸하게 종영을 맞이하게 됩니다.

뿐만 아닙니다. 전쟁 드라마를 찍는 게 아니고 청춘 멜로물을 찍기도 합니다. 깨끗한 얼굴과 외모에 전쟁보다는 주로 연애하는 데 더 정신을 쓰는 중국 인민 해방군들이 등장합니다. 남녀 모두 입은 옷들 하나하나가 방금 세탁소에서 드라이클리닝 한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는데요.

지금이 전쟁 중인지, 아니면 대학에서 미팅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신기한 장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여기에 총이 아닌 활로 싸우는 ‘여자 로빈 후드’도 등장하는데요. 백발백중, 쏘면 쏘는 대로 일본군들은 화살을 맞고 나가떨어지고, 심지어 3발을 동시에 날리기도 합니다. 활을 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런지, 그녀가 나타나기만 하면 일본군들은 모두 얼음이 되어 총을 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척후편의대>라는 항일드라마는 전무후무한 역대급 장면을 보여주는데요. 한 병사가 갑자기 등장해 자신의 신통한 능력을 소개합니다. 음식 속에 폭탄을 숨길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병사의 모습이 나오는데요.

당시 이 장면을 본 중국인들은 시청자들을 갖고 놀아도 유분수지, 해도 너무한다며 해당 드라마를 방영한 CCTV에 수많은 항의 전화를 했으며, 이 장면은 지금도 중국의 온라인에 박제되어 여전히 중국 드라마의 흑역사로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43부작으로 이루어진 <이검행동>은 항일 전쟁이 아니라 무협물을 찍어버려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43부작 내내 중국 무술을 알리는 데 주력한 이 드라마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신급 무술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수십 명의 일본군 병사들이 총을 쏘지만, 보법으로 모두 피하며 무술로 모든 적을 제압합니다. 게다가 360도로 회전하며 검을 피하는 것은 기본이며, 장풍으로 적의 얼굴을 일그러뜨리기도 하죠. 거기다 주먹을 날리면 일본군들은 모두 뒤로 날아가 버리는 등 시청자들은 ‘작가와 감독, 그리고 배우들이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한 위대한 드라마’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중국 배우 ‘전도명’은 이런 드라마의 위험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출연하지 않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항일드라마는 찍지 않습니다. 이는 드라마를 넘어 정확한 역사 문제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9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이들이 이런 드라마를 본다면 이를 진짜로 오해할 수 있겠죠. 멋진 외투를 입고, 총을 들고, 드라마에 나오는 멋진 남녀 배우들처럼 생긴 사람들이 싸웠다고 오해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