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유튜버 _ 이하 Q)
정신건강의학과 김한준 전문의 _ 이하 김한준)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김한준) 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진료하면서 또 정신과 선생님들과 함께 정신과 질환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책도 집필하고 있는 김한준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Q) 네, 반갑습니다. 오늘 제가 궁금한 게요. 우리 주변에 우울증에 쉽게 걸리는, 우울감을 쉽게 느끼는 사람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게 어떤 게 있을까요?
김한준) 우울증, 주요우울장애라고 하는 것은 질병의 개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병원에 내원하셔서 필요한 검사라든지 병력 청취를 통해서 진단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내가 우울증이 있는지 의심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좋은 검사 방법이라고 한다면,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자가 보고 검사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울증 같은 경우에는 PHQ-9이라고, 저작권이 걸려 있지 않으면서 접근하기도 쉬운 검사지가 있는데요. 보시면 문항 9가지가 있고 그 9가지는 우울증을 진단하는 데 있어서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김한준) 검사지 문항마다 0점부터 3점까지 본인이 해당하는 항목에 체크하고, 총점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 내가 우울증인지 혹은 우울증이 어느 정도로 심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검사를 통해서 내가 우울증이다, 어느 정도의 수준이다, 이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병원 진료를 좀 받아 봐야 하나?’ 이렇게 참고하시는 수준으로 활용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Q) 그렇다면 궁금한 게, 내가 지금 좀 위험한 상태인지 아닌지 인지할 수 있는 몇 가지 질문 같은 걸 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한준) 네. 우선 9가지 증상을 살펴보시면 좋은데요. 우울한 기분 혹은 흥미 저하, 수면이나 식욕의 변동, 집중력 저하, 피로감, 불안이나 초조, 죄책감, 죽음에 대한 생각과 같은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당연히 먼저 여쭤보는 질문은 ‘근래에 혹시 기분이 좀 가라앉아 있지 않은가요?’ 이런 것이고요. 잠은 잘 주무시는지, 식사는 잘 챙기시는지 등 일단 기본적인 정보를 일단 여쭤보게 됩니다.
Q) 우울감이랑 우울증의 가장 대표적인 차이는 무엇인가요?
김한준) 우울감이라는 것은 감정 개념으로 접근해서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우울감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들 수도 있고요. 보통 우울감을 비로 비유를 많이 하는데요. 비가 올 수는 있어도 폭우가 내린다거나 비가 너무 오래 내려서 장마가 되면 이런 경우 우울증이라고 진단하게 됩니다.
그 기준이 보통 아까 말했던 9가지 증상의 일정 부분을 충족하고, 그것이 그 사람의 일상생활, 사회 활동, 직업 활동, 대인 관계에 얼마나 큰 지장이 있는가에 따라 우울증인지 아닌지 저희가 감별하게 됩니다.
Q) 단순히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해서 우울증인 건 아닐 수 있겠네요.
김한준) 맞습니다.
김한준) 특히 주요우울삽화라고 해서, 우울함의 강도도 그렇지만 기간 또한 하루 중 대부분 우울한 기간이 2주 정도 충족이 되어야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그렇다면 우울하지 않아도 우울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김한준) 네. 말씀하신 대로 우울한 기분은 9가지 증상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물론 우울한 기분, 흥미 저하 두 가지 중에 하나는 충족이 되어야 우울증을 진단하기도 하지만, 그 외에 흥미 저하를 동반해서 다른 증상이 일정 부분 충족될 때도 당연히 우울증으로 진단하고 치료하기도 합니다.
Q) 그럼 일반적으로 우울한 감정이 크게 없는 상태에서 우울증인 경우, 나의 어떤 부분에 대해서 인식을 하는 게 필요할까요?
김한준) 보통 많이 동반되는 증상은 생리적인 증상입니다. 잠을 너무 못 잔다거나, 잠을 너무 많이 자는 경우. 특히 잠을 너무 많이 자는 경우에서는 무기력감이 심한 분도 많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는데 침대에서 나오지 못한다거나. 또 정신운동지체라고 해서 아예 행동 자체가 느려지고, 5~10분 만에 끝냈던 것도 2~30분 동안 끝내지 못하는 경우. 이런 경우가 놓치기 쉬운 증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한준) 집중력 저하도 의외로 우울증의 대표 증상이기도 합니다. 병원에 오시는 분 중에 의외로 ‘제가 최근에 회사에서 너무 집중을 못 해서 일에도 지장이 생겨요. 그래서 회사 상사로부터 지적받거나 텐션이 낮아졌다는 얘기를 들어요’ 이런 말을 하는 분도 있고요. 본인이 좋아하던 영화나 드라마 보는 것도 5분, 10분 집중하는 것도 힘들다고 하면서 ‘선생님, 제가 ADHD인가요?’라고 여쭤보는 분도 많으세요. 일시적인 기간 동안 우울한 증상과 함께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져서 우울증을 진단받는 경우, 치료를 통해 좋아지시는 분도 많습니다.
Q) 그러면 사람들이 ‘나는 되게 게으른 사람이야’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네요. 우울증인데.
김한준) 특히 느려지는 증상, 정신운동지체도 말씀드렸지만 잠도 많아지고 무기력하다고 느끼시는 분은 치료를 받으시면서도 ‘선생님, 이게 우울증이 맞나요? 제가 게을러서 그런 건 아닌가요?’ 많이들 말씀하세요.
Q) 선생님이 쓰신 책에 보면 우울증에 유독 취약한 MBTI 유형이 있다고 봤는데, 혹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한준) 이게 이제 굉장히 일반으로 되어 있는 일은 아니지만 요즘 MBTI가 많이 유행하고 있고, 또 나를 들여다보는 데 있어서는 굉장히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김한준) 미국에서 130명 정도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어떤 MBTI 유형이 우울증에 잘 걸리는지 조사했을 때 1위가 ISFP / 2위가 INFP.
Q) INFP? 그렇군요. 제가 INFP라…!
김한준) 사실 저도 INFP로 확인이 됐었는데요. ISFP, INFP는 우울증 환자다 이렇게 일반화하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당연히 그렇게 하기는 어렵고요. 아무래도 내향적(I) 성향을 가진 분이, 이것도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아무래도 우울증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거죠.
본인에 대한 얘기를 누군가와 공유하거나 소통하기가 어려운 분, 본인의 탓을 많이 하고 그로 인해서 스트레스 관리가 잘 안되는 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해석하시는 게 조금 더 좋을 듯합니다.
Q) I(내향형)은 알겠어요. 근데 F(감정), P(인식)는 왜 그렇죠?
김한준) 아무래도 감정형이고, 어떤 현상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유형보다 그대로 받아들이는 유형이 우울증에 취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말씀을 들으니까 좀 안심이 되네요. 그렇다면 우리가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우울증에 걸리면 ‘왜 이렇게 멘탈이 약해’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김한준) 아까 내향적이라고 말씀드렸던 부분도,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족되는 유형이라는 거잖아요. 개인적으로 하는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가 풀리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I 유형에서 많기 때문에, ‘멘탈이 약하다’라고 할 때는 이런 부분도 좀 연관 지어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트레스가 잘 조절되지 않거나 풀기 어렵거나, 혼자서 하는 취미 생활을 찾기 힘들거나, 그걸 유지하기 힘든 것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그러니까 우울증에 걸렸다고 해서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김한준) 그럼요.
김한준) 우울증도 ‘내가 그런 사람이다, 아예 그런 성격의 사람이다’라고 규정하는 것보다요. ‘나는 똑같은 일반 사람이지만 지금 몸의 기능이 제대로 유지되기 어려운 상태’라고 보시는 게 훨씬 더 정확합니다. 회복되면 병을 앓기 전에 내가 잘 지내 왔던 수준으로 지내게 될 수 있는 거니까요. 그것을 약해서, 의지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기에는 굉장히 문제가 많습니다.
Q) 그렇다면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김한준) 일단 우울증 치료에 도움을 주거나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습니다.
김한준) 기본적으로 잘 먹고 잘 자는 게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우울증 치료할 때 약물치료가 60~70% 정도의 역할을 차지한다고 얘기하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요. 약은 신경전달물질이 고갈되지 않게끔 받쳐 주는 역할을 하게 되고요.
신경전달물질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이 대사 되어 생기는 산물이기 때문에, 입맛이 너무 없거나 식사를 잘 못 챙기시더라도 최소한의 영양분을 보충하여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한준) 두 번째로는 잘 자는 것인데요. 수면은 손상된 신체 기능, 뇌 기능을 회복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일정한 시간에 주무시고, 특히 자정 전에 주무시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시면서 규칙적인 수면 리듬을 가져보시기를 권유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보태고 싶은 건 대화입니다. 대화가 우울증을 예방하고 치료한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치료받으실 때 좋은 약을 드시거나 좋은 상담 혹은 비싼 치료를 받더라도 잘 반응이 없고 호전이 안 되는 분도 계시는데요. 그분들 중에 정말 예상치 못 하게 밝은 표정으로 많이 나아졌다고 보고하시고, 또 그게 유지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김한준) ‘어떻게 좋아지신 것 같아요?’라고 여쭤보면 그동안 못 했던 얘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고 하시는 분이 계세요. 그중에서도 가족과 대화가 됐다고 얘기하시는 분이 많으신데요. 자의로 이야기를 털어놓는 분도 계시지만, 우연한 기회에 약봉지를 가족들이 확인하게 되는 등의 계기로 얘기하게 된 경우도 있어요.
자신의 우울감에 대해 얘기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고, 자신의 힘든 상황이 전달되어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 그 감정이 치료에 굉장히 도움이 된 분이 많이 있습니다. 대화를 통한 소통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김한준) 간혹 가족에게 이런 부분을 전달하기 열악한 분도 계시는데, 그럴 경우 진료실이나 상담 센터 등의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안전하게 처리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상대가 친구나 가족이 아닌 상담사가 되더라도 그렇게 한번 맺어진 관계는 다른 분에게도 확장될 수 있으니 소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은 상담실이나 진료실을 찾아보시길 권유합니다.
Q)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이 우울증 때문에 힘들어한다면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김한준) 물론 우울증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게 우선 되어야 하겠지만요. 본인이나 주변 사람이 힘들어할 때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많이들 진료실에서 여쭤봅니다. 실제로 본인이 병을 앓고 있는 건 아닌데 진료실에 오셔서 주변 분을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만큼 많이 고민하셨다는 뜻이겠죠.
김한준) 그럴 때 이렇게 설명을 못 해 드립니다. 걱정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렇게 방법을 찾아보시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보면 80점 정도 이미 그 역할을 하고 계신다고요.
힘들어하는 분의 말을 들어주시고, 괴롭고 힘든 감정에 공감해 주시면 그 이상의 90점 100점까지 갈 수도 있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 그 사람을 바꾸고 싶은 마음에 시도하시는 것이 오히려 환자분에게 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한준) 좋은 취지에서 하는 말이라도 우울하신 분은 워낙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어떻게 보면 왜곡된 안경을 쓰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에요. 그럴 때 좋은 말을 듣더라도 곡해할 만한 부분이 있으면 상처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지적당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요.
‘너만 힘든 거 아니야, 네가 의지를 좀 더 가져야 해’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부정적인, 도움이 안 되는 부분을 피하시는 쪽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Q) 내가 뭘 잘해서 플러스가 되려고 하는 것보다 마이너스가 되는 요인을 조심해야 한다.
Q) 그렇다면 몇 가지만 더 말씀 해 주실 수 있나요? 해서는 안 되는 말이요.
김한준) 대표적으로 ‘네가 의지를 조금 더 가져야 한다’
Q) ‘네가 게을러서 그래’ 이런 거.
김한준) 아까 우울감을 게으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이 굉장히 많다고 했는데요. 회사에 가고 싶어서 가는 분이 사실 많지 않잖아요. 싫어도 가는 것과 싫으면서 내가 정말 힘들어서 못 가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김한준) 내가 몸이 무겁고 잠을 잘 못 깨는데도 회사에 가는 것, 같은 상태에서 정말 못 가는 것 사이에는 어떻게 보면 기능에 차이가 있는 거고요. 그게 병을 진단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분에게 ‘네가 조금 더 힘을 내서 가야 해’라고 하는 건, 신체적인 질환으로 비교했을 때 무릎 다친 사람에게 ‘너 오늘도 달리기를 해야 해’ 이렇게 얘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휴식이나 치료받게 하는 게 맞는 것처럼, 지적은 가급적이면 자제하고 조금 더 여유를 두고 지켜보시거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쪽이 좋다고 말씀을 드리는 편입니다.
Q) 마지막으로 우울증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에게 한 말씀 해 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한준) 내가 문제가 있어서, 내가 약해서 이렇게 우울증에 걸린 게 아니라 유전적인 부분을 포함해 환경적/심리적 요인, 생물학적인 신경전달물질 차원에서 생긴 병이라고 인지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치료받으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게 좋아진다고 해서 또 끝나는 게 아니고요. 재발하게 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자신을 관리하시면서 필요할 때 진료도 꼭 받아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얘기를 들으니까 우울증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한준) 네. 병에 대해 이해를 하고 인식을 하는 것, 이게 시작점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Q) 오늘 김한준 선생님을 모시고 우리가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는지, 우울증에는 어떤 증상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지 현실적인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럼 오늘의 심리학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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