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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 4천 대가 한국에서 폐차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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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과점, 이러한 용어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북스러운 단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장 달콤한 단어입니다. 시장 전체를 독점함으로써 이윤극대화를 실현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볼 때 인구수 약 7억 명에 가까운 동남아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에게는 꿀단지였습니다.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세안 주요 6개국에서 일본차 시장 점유율은 74.3%에 이르고 특히 세계 4위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점유율이 무려 90%를 넘죠. 10대 중 9대가 일본 브랜드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차는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인 미국이나 독일보다 저렴하지만, 잔고장이 없고 성능도 뛰어나 가성비에 있어서 최고로 꼽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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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유럽과 미국자동차 브랜드가 장악했던 인도네시아 시장을 일본은 1970년대부터 공략하기 시작해 90년대에 이르러 완전히 장악해 버렸는데요. 이렇게 동남아시아부터 시작해 세계 시장을 차근차근 점령하던 일본차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시장에도 안착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내에서도 약 40%에 달하는 점유율을 자랑하는 일본차가 미국 정부로부터 입항을 거절당한 적이 있습니다. 약 4천 대의 일본차를 싣고 미국으로 향하던 선박을 입항 거절한 것인데 이 자동차들은 고스란히 한국으로 와서 폐차되는 수모를 겪었죠. 일본차 4천 대는 왜 입항거절 당하고 먼 길을 돌아 한국 폐차장까지 오게 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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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콘텐츠에서 일본 조선사가 건조하고 일본 용선사가 운용하던 자동차 운반선 사고에 대해서 다뤘었습니다. 1년 사이에 무려 2번이나 자동차를 홀라당 태워 먹었는데 2022년 2월 대서양 포르투갈령 아조레스 제도 앞바다 부근에서 펠리시티 에이스 호는 람보르기니, 벤틀리, 포르쉐 등 고급차 수천 대를 싣고 가다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전부 전소됐죠.

수천억 원에 달하는 선박 또한 화재에 불타면서 미쓰이 OSK 라인은 1조 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에는 네덜란드 아멜란드 섬에서 26km 떨어진 해역에서 또 다른 화재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번에는 일본 용선사 쇼에이 기센이 운용하던 18,500톤급 프리멘틀 하이웨이 자동차 운반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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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브레멘항을 출발해 이집트 포트사이드로 향하던 중 통제 불능의 화재가 발생해 선박이 실렸던 차량 약 4,000대가 전부 불탔습니다. 일본 조선사가 건조하고 일본 용선사가 운행하던 선박이 1년 사이에 2번이나 선박에 실렸던 자동차를 전소시키면서 일본 선박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었는데요.

사고의 원인이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고객사 입장에서는 또 이용하기에는 상당히 불안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2020년에도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번 사고는 좀 특이했는데, 왜냐하면 한국이 그 뒷감당을 해야 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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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던 2020년 5월, 통영 광도면 안정항에는 요상한 배 한 척이 정박했습니다. 신세리티 에이스라고 쓰인 대형 운반선 한 척이 정박했는데 아무리 봐도 외형이 이상했습니다. 새까맣게 불에 그을린 데다 잔뜩 녹까지 슬어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 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2년 전인 2018년 12월 31일, 일본 요코하마를 떠나 미국으로 향하던 57,000톤급 자동차 운반선 신세리티 에이스 호는 닛산자동차 3,800대를 태우고 하와이 호놀룰루로 향하고 있었죠. 하지만 하와이 앞바다 3,200km 지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사고로 선원 5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화물선에 실린 일본차 약 4천 대가 전부 불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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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선박이 좀 특이합니다. 신세리티 에이스 호는 굴지의 일본 1위 조선사 이마바리 조선이 2009년에 건조해 일본 용선사 쇼에이 기센이 운용하던 선박인데 국적이 파나마였으니까요. 왜 일본에서 건조하고 일본 기업이 운용까지 하는데 국적은 파나마가 된 것일까요? 이는 편의치적이라는 제도 때문에 그렇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국적이 있듯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이나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국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한민국 헌법 및 법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고 그 법을 따르지 않으면 처벌받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법령에 따라 성실하게 세금도 납부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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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령, 절도라는 범죄가 대한민국에서는 처벌되지만, 절도를 정상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처벌하지 않는 국가가 있고 제가 그 국적이라면 처벌받지 않을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선박의 국적이 파나마라면 파나마 법에 따라 세금도 납부할 것이고 세금을 면제해 준다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될 겁니다. 그래서 국가 간 법령 그리고 세금 체계가 달라서 생겨난 것이 편의치적 제도입니다.

영어로는 편의상 국적을 취득한다는 의미로 FOC나 Open Registry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러니까 일본에서 건조되었고, 일본 용선사가 운용하지만, 선박의 국적을 파나마로 선택한 겁니다. 파나마는 이러한 편의치적을 통해 상당한 세금 혜택을 부여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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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렇게 신세리티 에이스는 하와이 앞바다에서 닛산자동차 약 4천 대를 운반하다 사고가 발생했는데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일본 용선사 쇼에이 기센의 손해보험사가 선주와 선사, 화주 등에 대해 천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모두 끝냈는데 보험사가 대위권을 행사한 겁니다.

손해보험에 있어서 대위란 이런 겁니다. 쇼에이 기센은 사고가 발생할 위험에 대비해 보험회사에 선박에 대한 손해보험과 자동차 4천 대에 대한 손해보험도 가입했을 겁니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했고, 손해보험사는 선주, 선사, 화주에 전부 손해배상을 끝냈죠. 그렇다면 이 선박은 여전히 쇼에이 기센의 선박일까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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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손해배상을 전부 끝냈기 때문에 이제 이 선박은 ‘보험자 대위’에 의해 보험회사의 소유가 되고 보험회사는 이 선박을 마음대로 처분할 권리를 갖게 되죠. 어쨌든 보험회사는 고철로 팔아도 꽤 큰 돈을 받을 수 있는 57,000톤급 선박을 침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고 이를 중고 선박 시장에 매물로 내놨죠.

그런데 중고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 선박을 우리나라의 한 선사가 약 35억 원을 내고 인수한 겁니다. 이제 이 선박은 파나마 국적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적을 갖게 됐고 우리나라로 들어와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요. 다만 엔진 등이 전부 불타 자력 운행이 불가능해 예인선이 끌어왔는데 울산, 마산, 여수, 목포 등에 입항하려 했지만,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남해안 일대를 거의 한 달가량 배회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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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예인선의 연료가 떨어져 가자 선주가 해경에 긴급구조를 요청하며 통영으로 입항하게 된 것이죠. 선박이 통영에 입항하자 관세청, 해양수산부, 해경 등 관계기관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났습니다. 왜냐하면 화물선이야 고철로 해체해서 팔면 되지만 선박에는 불에 탄 자동차 4천 대가 함께 실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불에 탄 자동차의 국가 간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협약 때문인데 불에 탄 자동차에는 폐타이어도 있고, 브레이크액도 있고, 부동액도 있고, 폐배터리도 있습니다. OECD는 이들을 전부 황색 폐기물로 분류해 국가 간 이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양국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만 이동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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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57,000톤짜리 선박을 계속 세워둘 수도 없어 1년 만에 환경부가 자동차에 대해 정식 수입 허가를 내줬죠. 이렇게 닛산자동차 4천 대는 약 두 달에 걸쳐 폐차 전문 업체로 옮겨져 전량 폐기됐습니다. 잿더미로 변해버린 자동차들 사이로 900여 대의 멀쩡한 자동차도 있었지만, 전량 폐차 처분됐죠.

일본 입장에서 보자면 자국 선사가 운반하던 일본차 4천 대가 미국으로 가지도 못하고 한국에서 폐기 처리된 것이 꽤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도 꽤 다행스러운 결말이었습니다. 만약 하와이 앞바다에서 선박이 침몰해 버렸다면 황색 폐기물뿐 아니라 선박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하와이 앞바다는 초토화됐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관광산업이 핵심인 하와이 입장에서는 이보다 최악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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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본이 친 사고를 한국이 수습한 꼴이 되고 말았죠. 한국에 와서 폐차시킨 닛산자동차 운반선 신세리티 에이스, 고급차 수천 대를 태워 먹은 펠리시티 에이스, 그리고 프리멘틀 하이웨이의 공통점은 전부 자동차 운반선이라는 점, 그리고 일본 조선사가 건조해 일본 용선사가 운용하던 선박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실 이 모든 사고의 원인이 선박의 결함이라고 수는 없겠지만 이외에도 일본 선박이 일으킨 사고는 손에 꼽을 수도 없습니다. 특히, 2013년 6월 인도양에서 발생한 MOL컴포트 호 사고는 선체 균열로 선박 중간이 뚝 끊겨버리는 초대형 사고를 쳤죠. 미쓰비시 중공업이 건조한 이 선박 사고는 명백한 선박 결함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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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원래 일본 조선 업이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한때 바다를 떠다니는 선박의 절반 이상이 일본에서 건조했던 화양연화인 시절도 있었죠. 그렇다면 일본 조선업은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진 것일까요?

선박을 만드는 조선업은 나라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고용 창출 효과와 더불어 전후방산업 동시 성장 효과, 그리고 높은 외화가동률 등 장점뿐인 산업이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의 선망 산업입니다. 하지만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무나 뛰어들 수 없는 산업이기도 하죠. 제2차 세계대전까지 전 세계 조선업의 중심은 전통적인 해상 강국 영국이었습니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으로 건너갔던 조선업이 1970년대 전후로 일본으로 무게추가 옮겨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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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한국이 압도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한국 바로 직전에 조선업을 리드했던 국가는 일본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실패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상당합니다. 크게 보면 해운업은 자동차 산업과 비슷합니다. 신차를 판매하는 시장이 있고, 중고차 판매하는 시장이 있고, 더 이상 운행이 불가능한 차를 폐기하는 시장이 있듯, 조선업에도 이 3개의 시장이 존재합니다.

신조선, 중고선, 해체선입니다. 해체선은 위 한국으로 입항한 신세리티 에이스와 같이 항해가 불가능한 선박을 사서 이를 해체해 고철을 팔 목적이 큽니다. 선박에는 워낙에 많은 철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고철값만 하더라도 상당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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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1970년대 일본은 신조선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는데 전 세계 발주 선박의 절반이 일본에서 건조됐을 만큼 선진 기술력으로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렸었습니다. 그러다 제1, 2차 석유 파동이 터지면서 일본 정부는 조선업을 저물어 가는 산업으로 보고 구조조정을 시작하는데요.

오일 파동을 겪은 이상 앞으로는 전 세계 어떤 선주도 새로운 선박을 발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설비감축과 설계인력 감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습니다. 소위 조선 합리화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도크의 절반을 줄이고 핵심 설계 인력들을 내보내라고 압박한 겁니다. 그러고는 표준선형 개발시켰죠. 즉, 선박의 표준을 정해 틀에 박은 듯 똑같이 선박을 만들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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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사의 요구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먼저 정형화된 선박을 만들면 발주사가 그걸 사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치명적인 오판입니다. 자동차의 경우 화물을 싣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목적이니 공장에서 찍어내듯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도 큰 관계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선박은 화물을 실어 나르기 위함인데 이 화물의 종류는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어떤 국가에서는 석유를 운반할 것이고 어느 국가에서는 석탄을 운반할 것이고 어느 국가에서는 농산물을 또 어느 국가에서는 영하 163도 이하에서 운반해야 하는 천연가스를 운반해야 할 겁니다.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선박은 그 모양이 동일할 수도, 동일해서도 안 됩니다. 이게 결정적인 패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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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과는 달리 일본의 구조조정이 시작되자마자 전 세계에서 발주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일본에 발주하려던 선주들은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의 요구사항은커녕 이미 만들어 둔 선박만 들이미니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었던 겁니다. 이에 1980년대부터 서서히 한국을 찾기 시작하면서 현재에 다다랐습니다.

일본은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고자 1위부터 5위까지 기업들이 중구난방으로 인수·합병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일본이 다시 예전의 왕좌를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조선업이 더 이상 성장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조선업계로 취업을 꺼리고, 가장 확실한 인재를 키워내는 대학교들이 앞장서 조선학과를 폐지하면서 젊은 설계 전문가들이 조선업계로 유입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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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 조선업을 이끄는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나이 많은 엔지니어들이 은퇴하고 나면 이제 일본에는 조선업이라는 명맥이 아예 끊겨버리는 겁니다. 혁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현재 전 세계 조선업은 한국이 장악했고, LNG 추진선이나 메탄올 추진선과 같은 선박들은 비교적 새로운 선박이기 때문에 젊은 엔지니어들의 번뜩이는 두뇌와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한국도 일본처럼 실패하지 않으려면 현실만 볼 것이 아니라 부단한 투자와 노력이 병행되어 끊임없이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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