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던 1970~80년대 한국의 유례없는 경제 발전은 전 세계 모든 개발도상국들의 롤모델이 되었고, 선진국들은 또 한 번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대한민국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발전이 그 당시에 멈춘 것이 아니라 한국은 지금도 여전히 성장 중입니다. 2021년 기준 대한민국은 역대 최대 무역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지난 1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1년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연간 수출은 2020년 대비 25.8% 증가한 6,445억 4,000만 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기존 최고치는 2018년에 6,049억 달러였는데 이보다 396억 달러 증가해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수출을 이뤄냈습니다. 수출이 많은 만큼 수입도 함께 증가해 전체 무역액 1조 2,596억 달러로 세계 8위를 기록했습니다. 무역액 1조 달러를 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 전 세계 10개국뿐이며, 그중에서도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몇 안 되는 국가가 됐죠. 그런데 전 세계 200여 개 국가 중에서 가장 가난했던 한국이 불과 70여 년 만에 세계 8위권의 선진국으로 성장하면서 한국의 ‘원화’가 기축 통화로 편입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는 주장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데요.
기존의 편입 국가와 비교해도 당당히 1위를 차지한 만큼 그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의 원화가 과연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기축 통화가 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대통령 선거로 한참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던 지난 2월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의 원화가 IMF 집행이사회가 올해 검토하는 특별 인출권 통화 바스켓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라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사실 이 주장은 간단한 이야기 같지만, 한국 경제를 넘어 한국이라는 국가가 전 세계의 중심이 된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이를 두고 당시 한 대선 후보가 “한국이 기축 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는 발언을 TV 토론회에서 내놓으면서 상당한 이슈가 되기도 했었죠. 그래서 오늘은 특별인출권 SDR과 기축통화 그리고 기축통화 편입 가능성 등에 대해서 알아볼 텐데요. 지난 2016년 10월 1일부터 IMF는 특별인출권에 중국의 ‘위안화’를 포함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다른 말로 풀어보자면, 그동안 허울뿐이던 중국이 G2의 지위를 정식으로 인정받아 중국의 위안화가 세계 중심으로 편입됐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의 달러, 유럽연합의 유로, 일본의 엔, 영국 파운드와 함께 중국의 위안화가 특별인출권 통화 바스켓을 구성하게 됐는데요.
여기에서 말하는 IMF 특별 인출권 SDR은 일종의 준비 자산, 회원국이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질 때 담보 없이 즉시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IMF 회원국은 자국의 출자 비율에 따라 SDR를 배분받고, 보유한 SDR 규모 내에서 달러, 유로, 파운드, 엔, 위안화 등 4개 통화 중 하나로 교환할 수 있고, 각국이 보유한 SDR은 즉시 이용 가능한 외화 자산으로 인정되므로 외화보유액으로 인정되죠. 그런데 이 SDR의 등장 배경이 재미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가던 1944년 7월, 서방 44개국 지도자들은 미국 뉴햄프셔의 브레튼 우즈에 모여 협정을 체결했는데, 이 협정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금환본위제’ 그리고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창설’인데요. 우선 금환본위제란 쉽게 말하면, 금을 전 세계 표준 화폐로 삼되 당시 대부분의 금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달러에도 표준 화폐의 기능을 부여하자는 것입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금 1온스당 35달러로 가격이 정해져 있었는데, 이를 국제적으로 확장시켜 미국은 35달러에 해당하는 외국 통화를 가져오면 금 1온스를 내주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금과 달러는 전부 표준화폐의 역할을 하게 되므로 미국 달러의 힘이 강해지는 것이죠.
그러나 여러 위기를 거치면서 미국 달러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자 1969년, IMF는 보조적인 성격의 준비 자산인 SDR을 도입하게 되는데요. 브레튼 우즈 체제 하에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언제든 내다 팔 수 있는 금이나 달러를 보유했었으나 달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판단하에 가상화폐 개념의 SDR을 도입시켰는데요. 1974년, SDR의 가치를 전 세계 무역의 1% 이상인 상위 16개국 국가의 통화와 연계시키며 도입했다가 너무 많은 통화가 혼란함을 가중시키고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달러, 유로, 파운드, 엔 등 4개 통화 체제로 유지하다, 2016년에 중국 위안화를 포함시키게 된 겁니다.
어쨌든 IMF 회원국은 출자 비율에 따라 SDR을 배분받게 되는데, SDR 보유국은 언제든 SDR을 5개 통화 중 하나로 즉시 교환할 수 있으며, 한국 역시 지난 2018년, 외환위기 당시 IMF로부터 155억 SDR를 차관으로 받았죠. 다만 SDR은 현금이 아닌 권리이기 때문에 한국이 실제로 IMF로부터 차관받은 통화는 달러였습니다. 몇 달 전 대통령 선거에서 이슈가 됐던 것이 “한국의 원화가 기축통화로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잘못 알려졌지만, 정확히는 “IMF, SDR 통화 바스켓으로 편입될 수 있다.”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기축통화와 SDR의 통화 바스켓은 다른 개념입니다.
기축통화는 금을 대신해서 국제 결제에 사용되고 자산 보유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통화를 말합니다. 가령 미국의 달러는 미국 돈이지만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국제적인 통화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북한, 러시아뿐 아니라 몇몇 가난한 국가에서는 자국 화폐보다 USD를 사용하기도 하고 국제 거래에서도 USD의 비중은 월등합니다. 또한 많은 국가에서 중앙은행 금고에 금과 함께 USD를 함께 쌓아두기도 합니다. 그럼 어쩌다 한국의 원화가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일까요?
그 시작은 위안화가 기축통화로의 편입이 결정된 2015년 12월로 거슬러 갑니다. 2015년 12월 1일, 미국의 ‘블룸버그’는 “국제통화기금 IMF가 위안화 이후 SDR 바스켓에 새로운 통화를 추가할 가능성을 열어두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수출 순위를 기초로 했을 때 한국의 원화가 차기 통화로 고려될 것이고, 싱가포르와 캐나다 달러가 그 뒤를 잇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즉 IMF가 위안화를 5번째 SDR 바스켓에 편입시킨 만큼 6번째 통화를 고려한다면 그 통화가 바로 한국의 원화라는 점입니다.
IMF는 새로운 바스켓에 포함될 통화를 고려할 때는 상품과 서비스 수출 금액이 큰 나라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왜냐하면 회원국들이 언제든 SDR을 바스켓 통화로 교환하려면 그 통화가 세계적으로 통용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므로 해당 통화는 IMF로부터 자유롭게 사용되는 통화로 인정받아야 하며, 국제적인 거래에서 폭넓게 쓰이고 외환시장에서도 광범위하게 거래되어야 하죠. 여기에 글로벌 경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의 통화여야 한다는 조항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IMF는 매 5년마다 통화 바스켓 구성 회의를 개최하는데, 지난 2015년 11월, 위안화 편입 결정 후 2021년 9월 30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2022년으로 연기되어 6~7월에 개최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회의를 앞두고 한국의 ‘경제인연합회’는 올 2월 ‘원화가 IMF SDR 통화 바스켓에 포함될 수 있는 5가지 근거’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되면 국가 간 무역, 자본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로 인정받는 만큼 한국의 원화가 충분히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그 근거로 한국의 ‘경제 위상’, ‘IMF 설립 목적과 부합’, ‘세계 5대 수출 강국’, ‘원화의 국제 거래 비중 상승’, ‘정부의 원화 국제화를 위한 노력’ 등을 꼽았습니다. 우선 2020년 기준 한국의 GDP는 1조 6,000억 달러로 세계 10위를 기록했고, 교역액 기준으로 9,803억 달러로 세계 9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SDR 미편입국 중 2위이며 교역액은 1위 수준이죠.
또한 S&P, 무디스, 피치 등이 발표하는 국가 신용 등급도 기존 SDR 편입국인 일본, 중국보다도 높습니다. 주식시장 시가총액 역시 세계 9위죠. 전경련은 “한국은 유례없는 경제성장과 무역 확대, IMF 차익금 조기 상환 등 IMF가 추구하는 경제성장, 무역 활성화, 빈곤 감소 등의 설립 목적과도 부합한다.”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한국의 경우 1950년 한국전쟁 후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던 가난한 국가였습니다.
대표적으로 1956년, 15억 달러에 불과하던 GDP가 2020년 1조 6,000억 달러로 1,092배 증가했고, 교역 규모는 2,385배, 1인당 GNI는 483배 증가했을 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원조를 받던 수혜국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공여국으로 도약했습니다. 현재 국제결제은행 BIS 기준 2%에 불과한 국제 거래 비중을 두고 너무 적다는 의견도 있지만 2015년 위안화가 SDR에 편입될 당시 2.2%에 불과했습니다.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수준인데요. 기축통화의 요건, SDR 통화 바스켓 편입 조건을 두고 “원화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라며 부정적 의견을 표하는 주장이 상당합니다.
현실적인 원화의 위치를 살펴보았을 때 당장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는 것이 중론이죠. 그런데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국가가 70년 만에 1,092배나 성장하고 교역 규모가 2,385배 성장할 가능성과 경제 규모 9위의 국가가 가진 통화가 SDR 통화 바스켓에 포함될 가능성 중 어떤 것이 더 불가능한 일일까요? 디씨멘터리에서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 채널에서 다뤘으면 좋겠는 뉴스 또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영상은 디씨멘터리 네이버 닷컴으로 보내주시면 소중히 제작하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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